1.
어느 모 연예 방송에서... 리포터가 양동근에게 물었다.
'같이 연기한 여배우와 키스씬을 촬영하셨는데 어떠셨나요?'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말하기 싫은데요.'
어떻게든 남이 가진 단점을 끄집어내 밟기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찌보면 건방의 극치를 달리는 이 상황을 그냥 넘겼다는 점에서
배우 양동근이 가지고 있는 위치가 다시한번 흥미롭다.
2.
그는 외모가 보통 남자 배우들에 비해 매우 매우 딸린다.
170 초반의 작은 키 (180cm를 넘지 않으면 취급 하지 않는 대한민국 여성들)에
한가인, 이나영의 한배 반은 너끈히 넘는 얼굴과 머리 크기,
심각한 곱슬 머리, 샤프하지 못한 무도가형의 굵은 몸매...
여자로 치면 박경림 (No Offence) 정도인데
이 외모에 멜로를 하면서 파트너는 죄다 당대 최고의 인기와 미모를 가진 여자 배우들이다.
(장나라, 한채영, 이나영, 한가인 등)
3.
일찍이 그는 어린 나이에 '천재 배우'로 이름을 날리었다.
1990년작 서울 뚝배기에서 주현과 함께 능처스러운 연기로
백상예술대상 아역상 뿐만 아니라 KBS 연기대상을 받은 그때 그의 나이가 겨우 열두살.
4.
1999년 영화 '짱'으로 돌아오기까지 8년간
그는 방황 아닌 방황의 시간을 보낸다.
춤에 빠져들어 '출가'를 하는 등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생활을 한 것이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그가 힙합 음악하는 것에 대해 언더쪽에서 뒷다마가 그닥 없는 것이다)
허나 그의 연기를 주시했던 몇몇 PD들이 지속적으로
단편 드라마에 양동근을 기용했다.
분명한 것은 이 시절의 8년이 현재의 배우 양동근을 존재하게 한
바탕이 되었으리 란 것이다.
5.
1999년 드라마 '광끼'와 2000년 드라마 '학교'를 거쳐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다시 알리기 시작한다.
(재밌는 것은 1999년에 대학생 역할을 했다가 2000년에 고등학생 역할을 했다는 사실)
6.
그리고 드디어 2000년 드라마 '논스톱'에 캐스팅 되며
메이저 배우 양동근의 시대가 시작 되었다.
7.
건들건들... 부정확한 발음... 뭔가 어색한 듯한 표정 연기... 한박자 느린 몸동작... 어눌한 말투...
거기에 극단적으로 다른 타입의 장나라가 함께하며
보통이라면 받아들여지기 힘든 그의 매력이 시트콤이란 특수한 상황속에서
사람들에게 손쉽게 받아들여 졌다.
마치 조니 뎁이 가위손으로 데뷔하여
사람들의 허들을 낮추것 처럼 말이다.
8.
2001년 김기덕 감독과 영화 '수취인불명'을 함께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사람 연기에 뭔가 있구나 하고 느낀게 바로 이때이다.
얼굴 톤만 약간 죽였을 뿐인데
거의 완벽하게 흑인 혼혈아로 보였던 양동근...
연기도 완벽 그 자체였다.
9.
2002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로 재능과 인기를 한몸에 안게 된다.
(실질적으로 여성들이 양동근 멋있다고 말한게 이때부터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매니아 드라마라 불리며
그 어떤 드라마도 감히 넘보기 힘든 위치를 차지한 '네 멋대로 해라'.
어디서나 사용하는 '삼각 관계'와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을 주 메뉴로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식상하다 하지 않았던 요상한 드라마...
10.
망가지는 모습을 겁내하지 않는 양동근 연기의 진수를 볼 수 있었다.
울면서 입안의 음식물 튀기기,
협찬사를 만족시키는 의상이 아닌 배역 그대로를 나타내는 빈티나는 의상,
몇일동안 면도하지 않은 진짜 얼굴
(여자들이 잘 모르는것이 남자의 수염이란 것이 턱 끝부분에서만 나는게 아니라
아랫입술 밑에서 턱밑 목 부분까지 듬성듬성 굉장히 지저분하게 난다.
미*사의 남자 주인공의 식음을 전폐한 후 생긴 그 멋들어진 수염은 멋지게 보이기 위해 다른 부분을
전부 신경써서 면도하고 그 부분만 남긴 것이다.)
등등
배역을 고사했던 차태현과 송혜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11.
그뒤로 지금까지 약 4년간 와일드 카드, 마지막 늑대, 바람의 파이터, 모노폴리, 닥터 깽 등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인기에서도 연기력에서도 크게 인상을 남기지 못한게 사실이다.
허나 전혀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조니 뎁이 몇개의 영화를 말아 먹으면서 (물론 나름대로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2억불 짜리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돌아온 것 처럼
그 역시 언젠가 멋진 작품으로 우리 곁을 다시 찾을 것이다.
12.
대한민국은 언론과 친하지 않으면 정치가서부터 해서 특히 연예인들이 살아남기 힘든 곳인데
양동근은 특히나 언론에 대한 벽이 높기로 유명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공격을 받지 않는다.
보통 배우라면 가만 두지 않았을 언론이 왜 지금까지도 가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쭈욱 자기 살고 싶은대로 연기 하고 싶은대로 놔주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ps.
온 나라에 물난리로 인해 실제로 죽고 실종되는 사람들이 속출했는데
물고기가 잘 잡힐거란 생각에 불어난 물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물에 빠지길 바란 저의 죄를 용서하소서...
신인들이 항상 이야기 하는 각오가 생각이 나네요. 자신의 색을 쵸현한다면 흰색이라는 말. 다른 배우들의 말은 좀 거슬리는데 유일하게 그 말이 어울리는 배우가 양동근 아닐까 합니다.
양동근 찐짜 멋진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