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무사는 과거를 말하지 않는다
새벽이 될 때, 백검산은 회색 유삼을 걸친 채 만겁열화갱을 나섰다. 갱도의 끝은 서재(書齋)의 병풍 뒤에 자리잡고 있었다.
새벽인지라 서재 내부가 환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대체 누가 놓아 둔 것일까? 탁자 위에 한 잔의 뜨거운 차가 향훈을 풍기고 있었다.
"……!"
백검산은 찻잔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찻잔 아래에는 쪽지 한 장이 있었다.
<근골에 좋은 약차(藥茶)입니다. 그대를 흠모하기에 사사로운 정을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대륙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일 뿐입니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흘려 쓴 초서(草書)였다.
아름다운 여인의 글씨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글씨이며, 바로 산화랑(山花娘)의 독특한 악필이었다.
'모를 것은 여심(女心)이라더니…….'
백검산은 힐끗 창 쪽을 바라봤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뜨락은 텅 비어 있었다. 산화랑은 한 잔의 약차를 서재 안에 놓아 둔 후 자신의 방안으로 돌아간 듯했다.
천예교방의 총사인 그녀는 천예비자(天藝秘子) 국릉(菊陵)의 의발전인(衣鉢傳人)이며, 일점흔(一點痕)의 조카이기도 하였다.
백검산과는 달리 어렸을 때부터 무예를 익혔으며, 이미 무림계의 냉막하고 비정한 속성에 대해 속속들이 경험해 알고 있는 무림의 여인이었다.
안개가 흘렀다. 백검산은 찻잔을 들었으며, 단 한 모금으로 찻잔을 텅 비게 만들었다.
산화랑은 백검산의 가짜 부인이었으며, 백검산의 감시자이기도 했다. 만약 백검산이 혹독한 연무를 견디지 못하고 달아나려 한다면 그녀의 손에 제거될 것이다.
산화랑 역시 무공의 완성을 위해 불철주야 수련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은둔(隱遁), 잠형(潛形), 추적(追跡)을 비롯한 제반 자객술(刺客術)을 익히는 가운데 한 명의 완벽한 자객으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백검산의 무공이 완성되는 날, 그녀는 그의 충실한 오른팔이 될 것이었다.
문득 산화랑의 차가운 얼굴이 떠올랐다.
찻잔에는 그녀의 체온이 배어 있는 듯 찻잔의 온기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무림인들에게는 평민들이 지니고 있지 않은 묘한 기질이 있었다. 집념보다도 더한 승부욕! 오랫동안 그러한 기질을 비웃었거늘, 나도 모르게 무사가 되고 말았다.'
백검산의 눈빛이 흐릿해졌다.
'내가 과연 대지에 뜨거운 피를 흘릴 수 있을는지…….'
그는 삼십삼 인의 은자들이 피를 뿌리며 죽어간 것을 기억했다. 중원의 맥을 잇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 그들 가운데 그와 면식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대의를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것이다.
백검산은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는 한 잔의 차를 마신 다음 뜨락으로 나섰다. 말라 버린 화단이 눈에 들어왔다. 머지않아 화단은 천자만홍으로 가득 차리라.
그가 상념에 젖어 있을 때, 인심이 좋아 보이는 뚱보노파 하나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이태태(李太太)라 불리는 노파. 거산장의 침모로 있는 후덕한 노파였다. 그녀의 등에는 강보에 싸인 여아(女兒) 하나가 업혀 있었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여아의 이름은 취옥(翠玉). 거산장의 유일한 혈육으로 알려져 있는 여아였다.
이태태는 백검산을 취옥의 진짜 아버지라 여기고 있는 순박한 노파였다.
"부인은 자수(刺繡)를 뜨십니다. 한데, 제가 도우려 해도 막무가내로 혼자 자수를 뜨십니다."
이태태는 백검산을 보고 허리를 숙였다.
"그녀는 본래 그렇다오! 태태, 처녀 때부터 고독을 즐긴 여인이라오."
백검산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상큼한 새벽 햇살이 하이얀 치열에 부서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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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강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
한 채의 석옥(石屋)이 세워져 있고, 석옥 근처에는 메말라 버린 갈대가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석옥의 뜨락에는 약초(藥草)가 자라고 있고, 뭉클거리는 안개가 약초밭 위를 넘실거리고 있었다.
백검산은 쿨룩쿨룩 기침 소리를 내며 그곳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항주의관(杭州醫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좌원외(左員外)가 경영을 하는 의원이다. 고질병은 고치지 못한다는 엉터리 의원의 거처.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귀한 약재를 구할 은자가 없는 천민들에 불과하였다.
백검산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항주의관 안으로 접어들었고, 의관의 종자가 단골환자를 어른 알아보고 허리를 숙였다.
장부귀(張富貴)라는 녀석.
은자를 주머니 가득 넣고 기녀를 취하는 것을 일생의 소원으로 생각하는 녀석이었다. 그는 아직 잠이 깨지 않은 듯 하품을 하며 손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관주는 약고(藥庫)에 계십니다. 오늘 새벽에 환자 한 분이 오신다 하셨는데……, 바로 백 서생이시군요? 폐병은 차도가 있는지요?"
"많이 좋아졌네!"
백검산은 중얼거리듯 말하며 약고 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흐릿하던 그의 눈빛이 약고로 다가서면서 정광을 흘려냈다.
'십지마련이 백만 명의 추적자를 파견해 동정호(洞庭湖) 바닥에서 태산 꼭대기까지 샅샅이 찾는다 하더라도 이곳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 십지마련에 도전한 바보 노인은 그 자신과 자신의 꼭두각시들을 나뭇잎을 숲에 감추듯이 고도(古都) 깊이 감춘 것이다.'
백검산은 야릇한 훈기를 느꼈다.
중원제일인 검공망 좌백충!
십지마련이 만 명의 살수를 보내 죽이고자 하는 인물이었다. 또한 떠돌이 서생 백검산을 선택한 장본인이며, 거산장(巨山蔣)과 서호서림(西湖書林)에 천하도 알지 못할 비밀 거점을 이룩한 사람이었다.
서호에 그의 거처가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하루도 되지 않아 십만의 무사들에게 포위될 것이며, 서호의 물이 벌겋게 변할 정도로 혈겁이 벌어질 것이다.
백검산은 가볍게 기침을 하며 약고의 문을 열었다.
등이 굽은 노인.
작은 공탁 위에 약경(藥經) 다섯 권을 쌓아놓고 주름진 손가락을 놀려 은침(銀鍼)을 침통 안에 담고 있는 상태였다. 무릎 위에는 곰방대가 놓여 있었다. 백검산이 들어서는 데에도 눈길조차 돌리지 않았다.
"춥네. 문을 빨리 닫게!"
매우 건조한 음색이었다. 노인은 타구에 가래침을 뱉어 낸 다음에야 백검산을 올려다봤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야릇하게 교차되었다. 그리고 야릇한 미소가 두 사람의 입가에 거의 비슷하게 떠올랐다.
"많이 좋아졌군?"
"좌원외 덕분이외다!"
"병을 고치는 것은 의원이 아니야. 바로 하늘이지. 쿨룩…… 쿨룩……!"
기침 소리를 내면서도 곰방대를 쳐드는 노인.
그가 바로 검공망 좌백충이었다.
무정한 세월을 떨쳐 버리기 위해 사문을 떠나 장강의 조사(釣士)가 되어 모든 번뇌를 강물에 실어 보내던 전대의 백도제일인!
그는 누구보다 승부의 법칙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승부의 세계에 혐오감을 느꼈기에 미련 없이 강호를 떠나지 않았던가.
야율초가 중원무도의 맥을 끊어 버리지 않았다면 그는 은거를 깨고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이다. 중원무림계가 정복당한 것은 어쩌면 작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야율초가 한 자루 목검으로 행한 일은 승부를 떠나 중원무림의 혼을 잘라 버린 것이었다. 그 혼을 되살리지 않는다면 중원의 무림계는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좌백충의 눈빛이 형형한 빛을 발했다.
그는 백검산의 두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빨아들이는 눈이다!'
좌백충의 입가에서 가는 경련이 일어났다.
백검산의 눈에는 한 신비가 머금어져 있었다. 삼라만상을 가라앉힐 듯한 깊이를 지닌 두 눈, 또한 원초적인 순수를 품고 있는 영원한 소년의 눈이기도 했다.
"모두 외웠는가?"
"외웠습니다."
"흠, 역시 천재는 천재군. 그 난해한 경전을 모두 외우다니……."
"다른 것은 모르되, 외우는 데에는 소질이 있습니다."
백검산의 미소는 천진난만하게 보였다. 그러한 미소는 살도(殺道)에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머리를 흔들며 비웃어 버릴 순수한 인간의 웃음이었다. 검공망 좌백충이 자신의 후계자로 백검산을 택한 이유는 바로 그러한 미소와 그러한 눈빛에 빠져들었기 때문이었다.
'영원히 마(魔)에 물들지 않을 순수를 지니고 있는 청년이다. 그 어떠한 심마(心魔)의 유혹에도 견딜 눈빛이 아닌가. 어찌 보면 달관의 경지에 이른 구도자의 눈빛이고, 어찌 보면 천진스러운 소년의 눈빛이다.'
좌백충은 그러한 생각을 하며 전음입밀로 이러저러한 것을 물었다. 그가 묻는 내용은 모두 무학(武學)이었다.
백검산은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입을 떼는데,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절세기인 좌백충을 경악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백검산은 천하 각대거파 진산절기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했으며, 자신이 익힌 수법들 가운데 유사한 것과 상이한 것을 완전무결하게 분석해 내고 있었다. 다시 말해, 백검산은 검도이론(劍道理論)에 있어서는 이미 절정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비록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은 처지이나, 그는 이론상의 검도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정통한 상태였다.
"자네는 늘 사람을 놀라게 하는군."
"글쎄요?"
백검산은 빙그레 웃었다.
"훗훗……, 노부가 자네를 선택한 것인지, 자네가 노부를 선택한 것인지 모르겠네. 하여간 자네는 욕심꾸러기이네!"
"……."
"문도의 대가에 이어 무도의 대가가 되려 하니까."
"핫핫……, 그렇게 말한다면 노야가 저보다 더한 욕심쟁이일 것이외다. 극소수의 패배자를 이끌고 천하를 훔치고자 하니까."
백검산의 얼굴 가득 웃음이 만들어졌다. 천만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순수한 의미의 웃음이었다. 좌백충은 백검산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술을 떼었다.
"랑아(娘兒)는?"
"여전합니다. 차고, 표독스럽습니다."
"흠, 모두 자네를 흠모하기 때문일 걸세!"
"글쎄요?"
"언제고 좋은 시절이 있겠지. 이미 많은 피가 뿌려졌네, 좋은 시절을 이룩하기 위해!"
좌백충은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빛을 뿜어냈다. 강철을 녹일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나 백검산은 그와 눈을 마주 대하고 있으면서도 눈을 깜박거리지 않았다.
좌백충은 한동안 백검산을 직시하다가 넌지시 입술을 떼었다.
"검산!"
"예?"
"그때가 언제 올 듯한가?"
검공망의 눈에서는 뇌전이 토해지고 있었다.
"제 추측대로라면 저의 검(劍)이 서호를 끊게 되는 때겠지요. 삼 년만 주신다면 해 보겠습니다!"
후리후리한 키에 어딘지 모르게 나약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백검산의 가슴에는 그 누구도 측량하지 못할 웅지가 머물러 있었다. 그것을 어느 정도나마 느끼는 사람은 좌백충 한 사람에 불과했다.
'피비린내 나는 무림계에는 어울리지 않는 녀석이다. 그러나 그러한 반면에 무림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적응력과 천재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하여간 노부의 꿈과 중원의 꿈을 이룩할 재목임에는 틀림이 없다. 좋아. 이제 남은 것은 용에게 날개를 다는 일뿐이다. 구만 리 하늘로 조속히 날아오르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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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실(靜室)은 약향(藥香)과 침묵에 휘어감겼다.
백검산은 반듯이 누웠으며, 좌백충 노인은 손가락을 곤충의 촉수처럼 놀려서 백검산의 전신 근골을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혈(穴)을 따라서 움직이던 손가락이 근골의 한 부위에 이르러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완벽하다. 그리고 반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나약한 문사였거늘, 어느 틈엔가 철골지체(鐵骨之體)로 화신해 버렸다. 이미 일점흔을 능가했을지도 모른다.'
좌백충의 손끝이 경미하게 떨렸다.
'가히 고금에 다시없는 무골(武骨)이다. 이미 임독양맥(任督兩脈)이 타통되었으며, 삼 년 연무하여 얻을 성취를 이룩했다. 아아, 이렇게 속성이 된다면 오 년을 예정했던 비밀 수련이 단 일 년에 마무리지게 될지도 모른다.'
좌백충의 미간에 땀방울이 맺혔다.
검공망 좌백충은 의검쌍절이라 불릴 정도로 의도와 검도에 관해서는 절대자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었다.
특히 그가 심취한 부분은 검도였는데, 그는 명경검도(明鏡劍道)를 무당검학(武當劍學)에서 터득하였으며, 태양검도(太陽劍道)를 천축유가술(天竺瑜伽術)에서 습득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소림의 칠십이 종 절예(絶藝)의 완벽한 구결을 암기하고 있는 사람은 백도에서 좌백충 한 사람에 불과했다.
구대검파를 백 년 전에 이끌었으며, 십팔 세가(世家)의 영재들을 무수히 길러 낸 경험도 갖고 있었다. 그는 수천 명의 영걸을 직접 기른 바 있는 철저한 조련사였다. 그러나 백검산 만한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완벽하다. 결점은 그것뿐이다. 그러나 더욱 막강해져야만 한다.'
좌백충은 조용히 손끝에서 지력을 발휘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드디어……!'
백검산은 척추가 쩌릿함을 느끼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 직후였다.
"들어오게!"
좌백충은 전음입밀의 수법으로 말했으며, 그 순간 흐릿한 그림자 하나가 빠끔히 열린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백발이 성성한 외팔이 노인, 한 마리 늙은 성성(猩猩)이를 연상케 하는 노인이었다.
그는 바로 일점흔(一點痕).
서호서림에 머물고 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기세를 나타내고 있고, 복식 또한 유복이 아니라 상인의 복장이었다. 그는 방안에 들어와 시립했다. 좌백충 노인은 곰방대를 뻐끔뻐끔 피워 물었고, 푸른 연기가 허공에서 한 송이 꽃으로 변화했다.
일곱 송이의 연기꽃이 피어났다가 사라진 후,
"그래, 만통(萬通)에게서는 연락이 왔는가?"
"왔습니다!"
일점흔은 조심스럽게 밀지 한 장을 내밀었다.
<백검산이라는 인물의 과거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한 바, 그의 과거 행적에 하나의 의문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기실 그는 종남산서고(終南山書庫) 이전에는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습니다.
…….
그의 과거 비밀을 풀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해 최근 오 년 사이 의문리에 실종된 명가후예(名家後裔)의 명단을 입수한 바, 백검산으로 생각되는 인물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황실(皇室)까지 침투하여 실종자를 수색하였으나 백검산으로 여겨지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백검산은 명가의 후예가 아님이 확실합니다. 그 점만은 목을 걸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과거는 의문스러우나 여타한 세력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자임에는 분명합니다.>
긴 글이었다.
좌백충 노인은 글을 다 읽은 다음 입술을 가볍게 벌렸다. 순간 한 줄기 푸른 연룡(煙龍)이 꿈틀거리며 허공을 갈랐고, 밀지는 찰나적으로 재가 되어 부서졌다.
"만통이 알아낸 것이라면 정확하겠지."
"그러할 것입니다. 그 놈은 고금에서 가장 치밀한 정보상인(情報商人)이니까요."
정보상인.
그것은 천하에 다시없는 기이한 직업이었다.
만통이라는 인물은 대륙혼을 키우는 극소수 은자들과는 또 다른 부류의 무림인이었다.
― 나는 정(正)도 아니고 사(邪)도 아닌 상인 만통일 뿐이다. 나는 천하의 모든 것을 사고 팔며, 내게 부탁한다면 천하의 모든 것을 얻을 수가 있다!
중원제일비(中原第一秘)라 불리는 자.
그는 천자의 침실에 책이 몇 권 있는지도 알고 있는 자였다.
"하여간 검산은 여전히 불투명하군. 만통이 이번 조사로 검산의 과거에 대해 세밀히 알아내기를 바랬는데……."
"검산의 과거에 비밀이 있다고 여기십니까? 그는 떠돌이 낭인서생에 불과한 자이거늘……."
"글쎄?"
"……."
"검산에게는 거대한 혼이 있네. 그리고 지극한 기품이 있네. 그래서, 노부는 검산이 천하명가(天下名家)의 후예로,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는 녀석이라 여기고 만통에게 검산의 뒷조사를 부탁한 것인데……, 알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군."
검공망은 중얼거리다가 백검산을 바라봤다. 백검산은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이제는 자네를 믿네. 진심으로!'
검공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만통은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는 자였지만 한 가지 판단에서 실수를 했네. 그는 노부가 검산을 선택하자, 노부의 판단이 나이 들어 흐려졌다고 했었지. 검산이 백 년은 있어야 절세고수가 된다고 판단했네. 하지만 그의 판단은 빗나갔네. 아마도 만통은 검산에게 묘한 증오심을 느낄 걸세!"
"만통이 작은 괴물이라면, 검산은 정녕 큰 괴물입니다. 만통, 그 이기적인 장사치가 검산에게 정신적으로 패했다 여기니, 검산에 대해 묘한 존경이 일어납니다! 사실 검산은 무가(武家)의 기적을 이룬 셈이지요."
만통이라는 자는 세상이 알지 못하는 강호제일거부(江湖第一巨富)라 할 수 있었다.
그는 난세를 바라는 철저한 장사꾼이었다.
지옥 바닥에서도 살아나는 생존력에 하오도(下五道), 녹림도(綠林道)와 쉽사리 친해지는 구변과 처세술.
어디 그뿐이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느물거리는 미소를 버리지 않으며, 마음에 없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을 잃지 않았다.
일점흔이 명예를 숭상하는 사람이라면, 만통이라는 자는 황금을 신봉하는 자였다.
하여간 그는 알고자 한다면 그 어떠한 것이라도 알아낸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깨어진 것이다. 그의 자부심은 백검산으로 인해 깨어지고 만 것이다.
"만통……, 그 놈이 천하에서 가장 넓은 발을 가졌고, 가장 큰 귀를 지니고 있다는 것만은 부정하지 못할 일이겠지요. 우라질 놈! 모든 것이 이룩된다면 제일 먼저 그 놈을 죽일 작정입니다!"
만통(萬通).
그는 찬사와 함께 더불어 증오를 받고 있었다.
"놈은 백검산의 뒷조사를 하는 데에도 황금을 요구했습니다! 비록 미리 계약하기는 했지만, 진짜 황금을 요구할 줄이야!"
일점흔은 주먹을 불끈 거머쥐었다.
그는 철저한 의혈한(義血漢)이었다. 너무나도 과격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그가 무사로서의 생활 가운데 많은 부분을 자객으로 살아온 이유도 바로 그러한 거친 기질 때문이었다.
즉, 그는 대가를 바라고 사람을 죽이는 자가 아니었다. 그는 죽어야 할 자를 골라 죽이는 천하제일의 협사라 할 수 있었다.
"무려 오천 냥이었습니다. 우라질! 놈에게 전표를 전하기는 하였으되, 대의(大義)를 위한 일에도 황금을 우려내고자 하는 놈의 속물성에 환멸이 갈 뿐입니다!"
일점흔이 치를 떨며 말하자,
"헛헛……, 만통을 증오하지 말게. 그는 대륙혼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이니까!"
"하, 하긴!"
일점흔은 고개를 끄덕 끄덕거렸다.
일생을 피바람 가운데에서 살아온 일점흔이었다. 그는 세상사에 달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세 사람에 대해서만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그의 양부라고 할 수 있는 검공망.
또 한 사람은 그가 벌레로 여기고 있는 무림대상(武林大商) 만통, 그리고 세 번째의 사람은 바로 백검산이었다.
'노야가 대지와 같다면, 검산은 대기(大氣)와 같다.'
일점흔은 입술을 질끈 깨어물었다.
'노야가 검산을 선택했을 때, 나는 내심 검산을 암살하고 다른 영재를 대륙혼으로 삼아 보고자 했었다. 그러나 검산의 두 눈을 보고는 다시는 그러한 마음을 품지 못하게 되었다. 검산은 눈은…… 거인의 눈이다.'
실내는 야릇한 침묵에 휘어감겼다.
검공망, 그는 어찌 된 이유로 백검산을 부른 것일까? 그 진실된 이유는 대체…….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천진한 소년 같은 얼굴이 있었다. 무림의 대세와는 상관없이 세상을 유유자적하며 보내는 그런 얼굴이었다.
검공망과 일점흔의 시선은 그런 얼굴에 집중이 되었다.
"살수(殺手)가 되기에는 너무나도 부드러운 녀석이네!"
"그렇습니다!"
"으음, 그러나 누구도 측량 못할 거대한 면모가 있네."
"그, 그렇습니다."
"녀석에게는 무공의 기세와는 또 다른 정신력이 있네. 그것은 너무나도 거대한 집념이며, 불굴의 의지이네."
검공망 좌백충은 일점흔과 만통을 위시한 천하 은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백도가 무너졌지만 진정으로 굴복하지 않은 것은, 검공망이란 존재가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검공망은 천천히 눈길을 들어 창궁(蒼穹)을 바라봤다.
온갖 풍상을 겪으며 달관의 경지에 이른 노기인의 눈빛이 천진난만한 소년의 눈빛과 흡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검산은 고금에서 가장 거대한 그릇일지도 모르네. 묘한 기품을 지니고 있는 나약한 청년이 항차 중원무도(中原武道)의 숙원을 이루게 될지도 모르겠네!"
"중원무도의 숙원이라니요?"
"천하검도를 집대성하여 절대검도(絶對劍道)에 몰입하는 것이지."
"아아……!"
"우리의 적 야율초는 일반 마웅과는 격이 다른 자이네. 그는 소박하며, 검소하며, 마도인이라기보다 진정한 무예가에 가깝네. 십지마련의 여타한 인물들은 포악하고 탐욕스러우나, 그는 단아한 문사의 풍모를 지니고 있네. 노부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네."
좌백충 노인의 손에는 어느 틈엔가 하나의 옥패(玉牌)가 들려 있었다.
반으로 잘려진 용봉혈옥패(龍鳳血玉牌). 대체 무엇으로 끊었는지 모르나 실로 선명하게 잘려져 있었으며, 단면이 아주 매끄러웠다.
"북도무림(北道武林)의 총표파자 창궁혈영(蒼穹血影)이 품고 있던 창궁용봉령(蒼穹龍鳳令)이지. 용광로 안에서도 훼손이 되지 않고, 절세신병으로도 파괴하지 못할 만년혈옥석으로 만든 것인데……, 그는 이 단단한 물건을 목검으로 끊어 버렸네. 그것도 직접 끊은 것이 아니라, 검기(劍氣)로써 십오 장 거리를 격해서!"
좌백충의 손길이 가늘게 떨렸다. 이어 그는 두 번째의 물건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녹옥(綠玉)으로 만든 옥골선(玉骨扇)인데, 창궁용봉령과 마찬가지로 반쪽이 난 상태였다.
벽옥항마선(碧玉降魔扇).
병기보(兵器譜)에 적혀 있는 전국시대(戰國時代)의 보물이었다. 피독파사(避毒破邪)의 신기를 지니고 있으며, 그 어떠한 신병이기라 하더라도 간단히 파괴한다는 신력을 지니고 있었다.
벽옥항마선은 장강대협(長江大俠) 묵검룡(墨劍龍)의 신표와 같은 물건이었다.
묵검룡이 야율초에게 쓰러지면서 장강의 지배권이 십지마련에 넘어가지 않았던가?
"이 물건 역시 검기에 의해 잘렸네. 기이하게도 단면에 목기(木氣)조차 묻어 있지 않네. 다시 말해, 야율초의 검도는 완성된 것이네!"
"으으음……!"
일점흔의 눈빛이 흐트러졌다. 그의 미간에 검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좌백충은 두 가지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노부가 수천 무사를 양성하기보다 단 한 명의 절세고수자(絶世高手者)를 키우려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네!"
좌백충의 미간에도 검은 그늘이 생겼다.
그것은 깊은 번뇌의 빛. 중원의 운명을 염려하지 않는다면 이렇듯 짙은 고뇌의 빛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야율초가 패배하지 않는다면 수만 명이 죽는다 해도 악마의 세력은 물러나지 않네."
"……!"
"가장 중요한 것은 그를 암살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네."
"예에?"
"다른 무사들이라면 암살해도 될 것이나 야율초만은 정정당당한 비무 가운데 격파해야 하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원의 명예는 회복되지 않네!"
"하, 하긴……."
"훗훗……, 묘한 도박이지. 천하의 운명을 이 녀석에게 걸어야만 하니까!"
좌백충은 다시 백검산을 바라봤다.
백검산의 얼굴은 지극히 고귀한 느낌을 흘리고 있었다. 거칠기만 한 무도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야릇한 기품이었다. 좌백충이라 하더라도 뚫어보지 못할 신비스러운 기세가 백검산의 전신에서 우러나고 있다.
"이 녀석을 선택한 일 자체가 도박이라면…… 정녕 큰 도박을 하고 싶네!"
"큰 도박이라면……?"
"전부이거나…… 전무!"
전부와 전무, 모든 것을 얻거나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뜻이 아닌가? 일점흔은 좌백충의 말뜻을 알아차린 듯, 돌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설, 설마…… 그 방법을……?"
"그렇다네!"
좌백충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아니 되십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방법입니다. 또한 노야를 숭상하는 속하로서는 도저히 그냥 두고 보지 못할 방법입니다."
"헛헛…… 기왕에 하는 도박이 아닌가?"
"아, 아니 됩니다! 절대로!"
"어리석은 사람! 우리에게는 그 길밖에 없네. 사실 자네를 부른 이유도 바로 그 말을 해 주기 위함이었네!"
좌백충이 뜻하는 방법, 그것은 대체 어떠한 방법이란 말인가.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네. 세월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네. 천기(天機)가 야릇하게 흐르는 이상, 서둘러야 하네!"
담배 냄새가 유난히 매웠다. 그 때문일까? 일점흔의 눈가가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지하 밀실의 사면의 약가(藥架)에는 수많은 약병, 약갑이 놓여 있었다. 독도 있고, 영약도 보였다. 그 모든 것은 좌백충이 백 년 동안 십팔만 리를 주유하며 모은 것들이었다.
좌백충은 잔을 쥐고 있었다. 잔 안에는 술보다 끈적끈적한 검은 액체가 들어 있었다.
"검산이 완벽한 내외공(內外功)을 지닌 절정고수가 되는 데에는 이십 년 세월이 필요하네!"
"……."
일점흔은 무릎을 땅에 대고 있었다. 그의 가슴 부위가 눈물로 축축이 젖고 있었다.
그가 울다니?
인간의 정서라고는 모조리 재가 되어 버린 노자객이 울다니.
"만약 이혈전혈(以血傳血)의 속성대법을 쓴다면 단시일에 금강불괴지체(金剛不壞之體)로 만들 수 있네!"
"크으으……!"
"노부는 이미 백독(百毒)을 복용했네. 한 가지 한 가지 모두 필사의 독이네."
"……."
"노부는 이백 년 수위의 내공을 지니고 있는지라 고통은 느끼되, 독에 녹아 죽지는 않네. 지금 노부의 뱃속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고 있네. 적어도 육 갑자의 내력이 비등해 오르고 있는 것이네!"
아아, 이럴 수가! 좌백충은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천 년 간 구결만 전해 오고 실현되지 않은 하나의 대법을 시작하고 있단 말인가.
일체의 잠력(潛力)을 모조리 일으킨 다음 그 기운을 혈액에 흘려넣고, 그 피를 타인의 몸에 흘려 넣음으로써 체내의 잠력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수하는 마교의 대법.
금강혈류대법(金剛血流大法).
백도인들은 금기로 삼고 있는 대법이었다. 그리고 금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감히 시전하는 사람이 없는 수법이었다.
"노부의 꿈은 무가인(武家人)이 필요 없는 세월을 만드는 것이었지!"
츠으으― 츠으으―!
좌백충의 모공에서는 검은 기류가 뿜어져 나왔다.
자세히 보면, 그의 완맥에 유리관 하나가 꽂혀 있음을 보게 된다. 유리관은 꽤나 길며, 그것은 바닥에 누워 있는 백검산의 혈맥에 푹 박혀 있었다.
유리관을 타고 뜨거운 핏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좌백충은 독액(毒液)을 거듭 마시는 가운데, 잠력을 끝없이 일으키고 있으며, 그의 혼신공력은 핏속으로 스며들어 백검산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중원은…… 아름다운 곳이네!"
좌백충의 얼굴은 시꺼멓게 물들고 있었다.
천하에서 가장 강하며 순정한 내공을 지니고 있는 좌백충. 그는 독기로 마지막 한 올의 잠력까지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는 입가에 미미한 웃음이 매달렸다.
"피를 흘리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답지!"
"……!"
"……."
백검산도 일점흔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일점흔 또한 내공을 모두 발휘해 백검산의 진기운행을 돕는 상태였다. 백검산의 몸뚱이는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강철이 불에 달구어지듯이…….
"또한…… 젊음은 아름다운 시절이지. 피비린내 속에서 보내기에는!"
"……."
"검산에게는 노부의 죽음을 말하지 말게. 내색하지는 않으나 노부를 꽤나 따르는 눈치니까, 만에 하나, 노부의 죽음을 안다면 슬퍼할 걸세. 비애라는 것은 무도에는 마약과 같은 것이니, 구태여 알릴 것은 없다네."
좌백충은 쉬지 않고 독배를 마셨다. 독기운은 그의 삼매진화로 인해 열양진기(熱陽眞氣)로 화했고, 그 기운은 피에서 피를 통해 백검산의 몸 속으로 끝없이 흘러 들어갔다.
잔(盞)은 이틀 후 깨어졌다.
좌백충은 메마른 지푸라기 인형처럼 말라죽었고, 수정잔이 돌바닥에 떨어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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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희고 깨끗한 피부였다. 은은한 광택이 도는 피부에는 성스러운 기운까지 떠도는 듯했다.
백검산은 칠 주야 이후에야 잠들었다가 깨어날 수 있었다.
"아……!"
백검산은 가벼운 탄성을 발하며 몸을 일으켰다. 실로 경미한 힘을 썼을 뿐인데, 그의 몸은 돌연 허공을 치솟아 올랐다.
"어엇……?"
백검산은 흠칫 놀라며 사지를 뒤틀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콰쾅― 쾅―!
그의 몸뚱이가 강철처럼 단단한 청석(靑石) 속으로 푸욱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몸이 돌 속으로 파고들다니…….
그런데도 고통이 전혀 느끼어지지 않다니.
"이, 이럴 수가? 나의 내공이 돌연 십 배 상승하다니?"
백검산은 어처구니없어 하며 돌 속에서 몸을 빼냈다.
그가 돌바닥으로 떨어져 내릴 때, 며칠 내내 쉬지 않고 술을 들고 있던 일점흔이 돌연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크크……, 네놈은 단 한 번도 패하면 아니 된다. 죽일 놈! 네놈으로 인해 벌써 서른 명이 죽었다. 크크……!"
일점흔은 대취한 상태였다. 진기가 탈진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술에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네놈은 무슨 수를 쓰든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 되어야 해.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노부가 죽여 버릴 테다! 크으으……!"
일점흔은 그렇게 말하며 뒤로 넘어졌다.
쿵―!
그가 돌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나뒹굴자, 이제까지 그의 가슴에 안겨 있던 나무상자 하나가 떼구르르 구르기 시작했다.
뿌연 가루가 흐트러지는데…….
"아아, 그렇다면……?"
백검산의 검미가 쭈뼛 치솟아 올랐다.
상자에서 흘러나온 가루, 그것은 바로 인간의 육체가 타고 남은 뼛가루였다.
백검산은 거의 찰나적으로 전후사정을 알게 된 듯했다. 그는 입술을 질겅 씹으며 뼛가루를 상자에 소중히 담기 시작했다.
"내게 너무나도 많은 짐을 지우셨소이다. 노야, 어이해…… 어이해 나를 죄인으로 만드는 것이오?"
백검산의 눈빛은 흐릿해졌다.
하여간 칠 주야의 기변 가운데 백검산의 몸뚱이는 걸어다니는 용광로로 화해 버린 셈이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진기가 늘어났으며, 신병이기가 아닌 이상 그 어떠한 병기도 그의 신체에 상처를 남기지 못할 것이다.
이날, 아마도 항주 시내에서는 요란한 폭죽놀이가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해가 바뀌는 날이니까!
항주성의 하늘은 현란한 폭죽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으리라.
첫댓글 잼 납니다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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