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회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 9일부터 고척 스카이돔서 열려]
- 고교선수권이 낳은 수많은 스타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1990년 출전, 타율성적이 더 좋아
1993년 대회 나왔던 이승엽, 그때도 역전 결승 홈런 날려
이대호 고3때 출전, 1회전 완봉승
한국 아마야구 최고(最高) 권위와 최고(最古) 전통을 지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가 9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1946년 시작, 올해로 70번째를 맞았다. 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쌓인 연륜만큼 숱한 스타를 배출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KBO 출신 첫 메이저리그 투수인 류현진(LA 다저스)과 야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한국 야구 수퍼스타들이 꿈을 키운 요람이었다. 세계적 선수가 된 이들의 고교 선수권 무대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박찬호는 '강타자', 이승엽은 에이스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기록한 박찬호는 공주고 시절 투수보다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2학년 때인 1990년 45회 대회에 출전한 그는 덕수상고(현 덕수고)와 치른 1회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4와 3분의 1이닝 5실점하는 등 평균자책점 8.43을 기록했다. 당시엔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박찬호는 오히려 공격에서 6번 타자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반면 국내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이승엽(삼성)은 고교 때 촉망받는 좌완투수였다. 이승엽은 1993년 48회 대회 때 평균자책점 1.74로 마운드를 이끌며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방망이 솜씨도 대단했다. 그는 군산상고와 벌인 결승전에서 3―3으로 맞선 4회 말 역전 결승 홈런을 날렸다.
◇미래 스타들의 요람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신화를 쓴 이후 김선우(휘문고), 서재응·김병현·최희섭(이상 광주일고)이 연달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1994년과 1995년 이들은 고교 최강 자리를 놓고 자존심 경쟁을 벌였다.
먼저 웃은 선수는 김선우였다. 그는 2학년이던 1994년 49회 대회 1회전에서 동갑 서재응과 한 살 아래인 김병현이 속한 광주일고와 맞붙어 9이닝 5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그는 공격에서도 서재응을 상대로 7회 역전 2루타를 때리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김선우는 장충고를 상대한 결승에서 2실점 완투승과 쐐기 2점 홈런을 기록하며 팀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우수투수의 영광을 맛봤다.
광주일고는 이듬해인 1995년 50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3학년 서재응과 2학년 김병현, 1학년 최희섭이 투타에서 맹활약했다. 김병현은 선배인 서재응을 제치고 에이스로 활약, 4승에 평균자책점 0.31의 빼어난 투구로 최우수선수가 됐다. 최희섭 역시 타율 0.381,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면서 거포의 위용을 과시했다. 한국 야구사에서 훗날 메이저리거가 된 세 선수가 한 팀 유니폼을 입고 고교 야구 무대 정상에 오른 것은 1995년 이 대회가 유일하다. 1997년 52회 대회에서는 신일고 2학년이던 봉중근이 3승, 타율 0.688로 '원맨쇼'를 펼치면서 팀 창단 후 고교야구선수권 첫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청룡 타고 오른 21세기 주역들
부산 출신 동갑 친구인 이대호(경남고)와 추신수(부산고)는 청룡기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추신수는 2학년 때인 1999년 투수로 1승 1패를 기록했고, 타석에서 7타수 5안타(타율 0.714) 5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으나 팀 전력이 약해 초반 탈락했다. 이대호는 2000년 3학년 때 1회전에서 완봉승을 기록했으나 역시 팀이 초반에 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그가 2000년 대회 때 타석에서 남긴 성적은 8타수 1안타였다.
2001년엔 류제국(덕수고)의 투타 활약이 빛났다. 류제국은 한 경기 20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혼자 4승을 올려 우승을 이끌었다. 타율 0.429, 8타점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와 우수투수에 수훈선수상까지 휩쓸었다.
LA 다저스의 '넘버3' 투수로 자리매김한 류현진은 2005년 60회 대회에서 모교 동산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3승, 평균자책점 1.64의 기록과 함께 타석에서 0.389(18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격 솜씨를 뽐내 '베이브 류스(미국의 전설적 강타자 베이브 루스를 본뜬 별명)'로 불리기도 했다. 올해 파이리츠에 입단한 강정호(광주일고)는 고교 때 포지션이 포수였다. 그는 2학년 재학 중이던 2004년 59회 때 16타수 11안타 타율 0.688로 타격상과 최다 안타상을 받았다. 강정호의 맹활약에도 광주일고는 동향인 광주동성고에 막혀 준결승에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