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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惡人)들의 보물(寶物) 문 뒤에 숨어서 보고 있던 도교교는 연남천이 강옥랑에게 속는 것을 보고 웃어버렸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연남천이 필시 그 자식에게 당할 것을 알았지. 내 추측이 과연 들어맞는군." 백개심은 낄낄 웃으면서 그의 말을 받았다. "저 자식이 과연 재주가 있군. 정말 연극을 잘 해. 연남천이 그 를 따라 가다니." "연남천은 영원히 소어아를 찾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 두 부자에게 죽음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야." 헌원삼광은 한동안 멍하니 서있다가 돌연 문을 열고 달려 나가 려고 했다. 그러나 도교교의 손이 이미 그의 몸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막 문을 열었을 때 도교교는 번개처럼 그의 다섯, 여섯 군 데의 혈도를 점하고 그를 돌려서 문으로부터 던져버렸다. 백개심은 그것을 보자 손벽을 치며 좋아했다. "도교교가 이 악도귀에게 반한 모양이지. 그를 놔주려 하지를 않다니. 그러나 도박꾼의 마누라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 니야. 도박으로 마누라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헌원삼광은 놀랍고도 두려웠다. 그러나 그는 말을 하지도 못 하게 되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도교교는 집 뒤로 나와 마을을 떠났다. 날이 밝아지기 시작했으나 산으로 통하는 길에는 아직 사람이 없었다. 도교교는 온갖 힘을 다하여 나는 듯이 산쪽으로 뛰어갔다. 얼마가 지나자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 다. 이대취, 합합아, 두살은 산을 파고 있었다. 그들이 열심히 산을 파고 있을 무렵 도교교와 백개심이 마치 귀 신이라도 본듯 급히 되돌아왔다. 가장 이상한 것은 도교교의 등에 사람이 업혀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취 등은 즉각 손을 멈추고 달려갔다. 합합아는 눈길을 돌리더니 곧 웃으면서 말했다. "난 또 누구라고? 알고보니 악도귀가 왔구나! 하하하, 오랜만이 야." 이대취도 크게 웃으며 말했다. "악도귀, 오래간만인데. 어찌 오랫만에 만나서 도교교의 등에 올라탔느냐? 그렇다면 악도귀가 색귀(色鬼)로 변했단 말이냐?" 두살도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이것이 어찌된 일이지?" 도교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우선 헌원삼광을 땅에 눕혔다. 그리 고는 그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그는 옷을 툭툭 털고 일어서며 웃 었다. "이제보니 너희들이 모두 여기에 있었구나. 귀산에 너희들이 모 두 있으니 명부기실(名簿其實)이 됐어." 백개심은 껄껄 웃으면서 그 말을 받아 넘겼다. "도교교가 아무 이유도 없이 너의 일곱 군데의 혈도를 점했는데 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농담을 하다니 흐흐, 너는 과연 남에게 잘 당하는 사람이야." 헌원삼광은 통쾌한 성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많은 옛친구들을 보자 모든 일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 백개심의 말을 듣자 즉각 화를 내면서 도교교의 코 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물어 보겠다. 너 이 불남불녀 같은 자식아, 왜 나의 혈도 를 점했지? 내가 괴롭히기 좋은 사람인줄 아느냐?" "내가 물어 보겠는데 너는 그때 왜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 헌원삼광은 그녀의 말에 분노하여 말했다. "내가 무엇을 하든 너와는 상관이 없지 않는가?" "너는 그에게 가서 사실을 알리려는 것이 아니었느냐? 연남천에 게 달려가서 강별학에게 속지 말라고 알리려는 것이었지?" 연남천의 이름이 나오자 이대취, 합합아, 두살 등은 모두 심장 이 멈추는 것 같았다. 두살이 물었다. "연남천?" 합합아도 중얼거렸다. "너...... 네가 그를 봤느냐?" 이대취도 한마디 했다. "그렇다면 그는...... 그의 병이 완쾌되었단 말이냐?" 도교교가 말을 받았다. "그는 완쾌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술도 진보되었어. 또 모습이 변해서 그를 보고도 알아내지 못 했을 정도였어. 그러나 그가 무 술을 드러낸 후로는 연남천이라는 것을 알았어. 연남천 외에는 세 상에 그런 뛰어난 무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둘도 없지." 합합아는 치를 떨며 웃지도 못 했다. 이대취가 더듬거렸다. "그...... 그가 지금 어디에 있지?" 백개심이 말했다. "그는 이미 강별학에게 속아 넘어갔어. 그러자 악도귀는 그를 도와주려고 했지!"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대취, 두살, 합합아는 이미 헌원삼광 을 포위해 버렸다. 세 사람은 모두 이를 갈면서 무서운 살기를 드러냈다. 두살은 그를 노려보면서 한 자 한 자 또렷이 말했다. "왜 그랬지?" 헌원삼광은 다른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두살에 대 해서 만큼은 약간 무서움을 느꼈다. 그의 무서운 얼굴을 보게 되자 헌원삼광은 소름이 쫙 끼쳐왔다. "난 다만 그 강별학 부자를 죽이고 싶었을 뿐이야. 다른 뜻은 전혀 없었어!" 백개심이 큰소리로 말했다. "두 노대, 그의 말을 믿지 말아!" "내가 연남천을 찾아서 너희들을 괴롭힐줄 알았느냐?" 백개심이 소리쳤다. "그럴지도 모르지. 오랫동안 보지를 못 했는데 네가 그동안 무 엇을 했는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연남천과 내통을 했다면 자연히 우리 친구들도 눈에 보이지가 않겠지!" 헌원삼광은 노했다. "이 자식이 한 말은 터무니 없는 개소리이니 두 노대는 절대로 듣지 말아라." 백개심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물어 보겠는데, 네가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왜 우리를 보고 달아났지?" 그 물음에 헌원삼광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거...... 그것은......." 백개심은 손뼉을 치면서 그의 말을 막았다. "말을 해 봐? 왜 말을 하지 못 하느냐? 나쁜 일을 했으니까 그 런 것이야." 헌원삼광은 날뛰면서 말했다. "내가 너의 조상의 무덤을 파지도 않았는데 너는 왜 나에게 시 비를 거는 것이냐?" 백개심은 자기 목적이 달성했다는 것을 알자, 헌원삼광이 욕을 해도 그저 듣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대취, 합합아는 곧 잡아먹을 듯한 무서운 얼굴을 했고, 두살 은 더욱 싸늘한 안색을 했다. "너는 정말 이들을 보고 달아나려고 했었는가?" "그렇지. 난 달아났어." 두살이 다시 물었다. "왜 달아나려고 했었지?" 헌원삼광은 가슴을 펴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희들의 돈을 다 잃어버렸기 때문이야!" 이 말이 나오자 십대악인들은 일제히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합합아가 급히 물었다. "우리의 돈이라고? 무슨 돈이냐?" "너희들은 내가 도박꾼이라는 것을 알지? 난 돈을 따는 것도 좋 아하지만 잃기도 좋아하지. 돈을 잃는다는 것은 따는 것보다 더욱 재미가 있어. 더우기 돈이 없는 도박꾼들에게 빌려준 후 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 기쁨을 너희들은 상상하지도 못 할 거야." 그는 숨을 돌린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몇 달 전에 나는 친구의 은을 강남(江南)의 부자 단합비에게 갖다 주었지. 그 일 때문에 강별학 부자를 화나게는 했지만 나는 단합비와 반 달 동안 도박을 해서 그 돈을 모두 땄지. 그리고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 돈을 잃어주기 시작했어." 이대취가 비웃는 듯한 웃음을 보였다. "미친 놈! 재물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도박이라면 앞 뒤가 없으니......." "그러나 잃어주려고 할 수록 나는 점점 더 많은 돈을 따게 되었 어." "돈을 따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잃어주는 것도 쉽지는 않단 말이지?" "그렇지."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을 계속했다. "어느 날 한 식당에서 차를 마시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도박을 하는 거야. 내 성미에 맞았지. 그래서 나도 그들 틈에 끼었어." 이대취가 말했다. "넌 또 이겼느냐?" "그 자식들은 운이 좋았고 나는 운이 나빴지. 계속 삼 일 동안 난 지기만 했으니까." 백개심이 돌연 끼어들며 말했다. "잘 졌다!" "그 식당은 하나의 골목에 자리잡고 있었어. 삼 일 동안 계속 그 골목의 노소(老少)할 것 없이 모두 나를 이기고 돈을 따갔지. 어떤 한 늙은이만이 매일 식당에 와서 차를 마시면서도 나와 도박 을 하지는 않았어." 그는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 "그가 도박을 하자고 하지 않자 나는 더더욱 그와 도박을 하고 싶었어. 남들은 그 노인이 도박을 하지 않을 뿐더러 담배도 피우 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고 여인도 좋아 하지 않아서 잣대 같은 사 람이라고 불렀어. 그를 이 노실(李老實)이라고 부르더군. 그리고 그들은 말하는 거야. 만약 내가 그 사람과 도박을 할 수만 있다면 모두 나에게 절을 하겠다고 말이야." 도교교가 이대취를 바라본 후 웃으며 말했다. "이(李)씨 집안에서 그런 좋은 사람이 있다니 정말 보기 드문 일인 걸." 헌원삼광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골목에는 도(屠)씨 과부가 하나 있었어. 그녀는 골 목에서 조그만 가게를 하고 있었고 십여년 간을 사람들은 그녀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거야. 다만 한 마리의 개가 그 집을 지 켜주고 있었지." 이대취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도(屠)씨 집안에서 그렇게 정결을 지키는 과부가 있었다니 정 말 어려운 일이야. 다만 애석하게도 한 마리의 개를 키웠지. 개의 가장 좋은 점은 말을 하지 못 하는 것이야." "나흘째 도박을 벌일 때 나에겐 삼만 냥의 은이 남아 있었어. 그래서 나는 모든 은을 이 노실 앞에 놓고, 내가 한마디로 그녀를 웃게 할 수도 있고 또 한마디로 그녀가 나의 따귀를 때리게 할 수 가 있다고 했지. 이 노실에게 그것을 믿느냐고 물어봤어." 합합아가 참을 수 없다는 듯 급히 물어봤다. "그가 믿던가?" "도 과부는 종래 웃지를 않았지. 과부는 더욱 냠자의 따귀를 때 릴 수 없으니 그는 자연이 믿지를 않았어. 그래서 나는 그와 내기 를 하자고 했지. 만약 내가 진다면 남은 은을 모두 그에게 주겠다 고 했으며 내가 이긴다면 그에게 나와 도박을 하자고 했지." "그도 내기를 하던가?" "그는 앞에 놓인 은을 바라보며 한 반 시간쯤 있다가 드디어는 나와 내기를 하기로 했지. 그는 비록 착하긴 했어도 은을 싫어하 는 사람은 아니었어. 남들은 모두 내가 필시 질 것이라고 생각했 지." "그러나 너는 이겼단 말이지?" "난 꼭 이겨야 했어. 통쾌하게 도박을 하기 위해선 꼭 이겨야 했지." 여기까지 듣고 있던 두살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겼는지 말해 봐라." 도교교도 침묵을 지키다가 돌연 물었다. "한마디로 과부를 웃게 하고 다시 한마디로 그녀가 자기의 따귀 를 때린다...... 이건 정말 난처한 문제인데?" 이대취, 백개심은 서로 바라보면서 헌원삼광이 무슨 수를 썼는 지 궁금해 했다. 헌원삼광은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날 오후, 그 과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게를 열었고 그 개는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고 옆에 앉아 있었어. 나는 공경하게 개에게 절을 하면서 '아빠'라고 불렀지. 그 과부는 처음에는 웃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은 웃어버렸어." 이대취 등 사람들도 그 말을 듣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헌원삼광의 말이 계속 되었다. "남들은 내가 한마디로 그 과부를 웃기는 것을 보자 나에게 탄 복했지. 그러나 여전히 내가 어떻게 해서 그 과부에게 따귀를 맞 을 것인가는 짐작하지 못 했어." 도교교가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말이지만 나도 지금 네가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는데?" "난 다만 그녀 앞에 가서 그녀에게 '엄마'라고 불렀어. 그녀는 즉시 목까지 붉어지면서 나의 따귀를 때린 뒤 돌아섰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모두 배를 잡고 딩굴었다. "그래서 이 노실은 약속대로 나와 도박판을 벌였어. 그러나 운 이 좋았는지 내가 계속해서 열 번이나 이겼지. 처음에는 작은 것 으로 했지만 후에는 그가 져서 집의 물건까지 가지고 와서 도박을 했어. 다시 열 번이나 벌였지만 여전히 그는 지고 말았어." "그렇지. 도박을 하지 않던 사람일수록 성질이 급하게 되어 도 박을 벌이면 지고 말지." 이대취의 말에 헌원삼광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 원인은 그들이 본전을 찾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 야. 그 이 노실도 예외는 아니었어. 다 잃은 후에도 나와 도박을 하겠다는 거야. 그래서 너는 돈도 없는데 무엇으로 나와 도박을 하겠느냐고 물어봤지. 그는 한동안 생각한 뒤 돌연 입술을 깨물면 서 나를 그의 집으로 데리고 갔어. 그의 집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는 몇 개의 큰 상자가 있었지." 도교교가 물었다. "큰 상자라고? 어떻게 생긴 큰 상자냐?" "검은 큰 상자인데 먼지가 끼어 있었어. 이 노실은 말하기를 그 것은 어떤 사람이 자기에게 보관해 달라고 한 것이라는 거야. 그 는 그런 것도 상관할 경황이 없었지." 그는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 "도박판에서 너무 많이 잃게 되면 자기의 마누라까지도 걸게 되 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지. 이 노실은 비록 얌전했지만 그러나 낡 은 집이 불이 타면 더 빨리 타게 되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 야." 도교교가 말했다. "그래서 그가...... 그가 상자를 모두 너에게 잃었단 말이냐?" "그렇지. 그러나 그는 그 상자 속에 모두 황금과 은이 있는 줄 은 생각도 못 했지. 더욱 그 상자들이 너희들의 것인줄도 몰랐었 지. 만약 그 상자 속에 너희들의 기호가 없었다면 난 영원히 너희 들이 그 상자를 한 늙은이에게 보관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 했겠지. 그것은 좋은 방법이었어." 그가 한바탕 웃고 난 뒤에 계속 말했다. "그래서 나는 갑자기 벼락 부자가 되었지. 그러나 난 계속 도박 을 했어. 많이 잃기도 했고 남에게 주기도 했지. 지금 난 빈털털 이니 너희들에게 줄 돈이 없어. 그러나 목숨은 하나 있지." 백개심, 합합아, 두살, 이대취, 도교교등 다섯 사람은 모두 넋 을 잃고 말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조금의 혈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 중에서 합합아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알고 보니...... 알고보니 구양정(歐陽丁)은 상자를 귀산에 두 지 않고 이 노실, 그 늙은이에게 맡겨 두었었구나. 우리는 그에게 멋있게 속고 말았어." 이대취도 말했다. "누구든 그 같은 지경이 되면 거짓말을 하지 못 할 거야. 그런 데 그 형제 두 놈은 사람이 아니란 말일세." 합합아가 돌연 수중의 삽을 버리면서 한바탕 웃어 제꼈다. "사실 우리는 이 도박꾼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야 돼!" 백개심이 반문했다. "감사해야 한다고?" "그가 말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기서 고생을 더 해야 했을 거야. 그러나 지금은 그만 두어도 된단 말이다." 두살이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야. 헌원삼광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상자 가 이곳에 있는 것으로 알고 열심히 이곳을 파내려고 했을 거야." 백개심이 말했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그에게 물어 달라고 하겠느냐?" 이대취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가 벌써 말했잖아. 돈은 없고 하나의 목숨이......." 백개심이 말했다. "그러나 그 몸도 괜찮아. 맛보고 싶지 않아?" "만약 이 도박꾼을 먹게 되면 큰일이지. 그가 나의 창자와 위장 을 서로 도박하도록 만들면 난 견디지 못 한단 말이야?" 그는 웃으면서 헌원삼광을 바라보더니 다시 말했다. "은은 다 잃었겠지만 그 상자도 잃었단 말이냐?" "아니!" 이대취의 눈알이 밝아졌다. "어디에 있느냐?" "나는 그 상자가 너무 무겁다고 느낀 나머지 양자강(揚子江)에 다 버렸어." 이대취, 도교교는 서로 바라보면서 말을 하지 못 했다. 헌원삼광이 이대취를 향해 소리쳤다. "너 이 자식아, 사람의 고기는 은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은을 몇 냥 잃었다고 괴로워할 것이 무엇이냐?" 이대취는 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그것은 네가 몰라서 하는 말이야.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재 물을 좋아하게 되지. 나도 재물을 먹을 수도 없고, 또 입지도 못 하고 죽을 때 관 속으로 가져가지도 못 한다는 것을 알아. 그러나 누구나 좋아 한단 말일세." 합합아가 말했다. "그렇지. 난 매일 아무일도 하지 않고 다만 문을 닫고 은을 헤 아려 본다면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거야." 헌원삼광이 말했다. "내가 보기엔 너희 자식들이 정말 관에 들어갈 때가 된 것 같 다. 만약 사람이 다른 것은 싫어하고 오직 돈만 좋아한다면 그는 이 미 반쯤 죽은 것과 마찬가지야."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나 너희들이 그토록 돈을 좋아한다면 왜 훔치고 빼앗고 하 지를 않는 것이지?" 이대취가 말했다. "그것도 모르는 소리야. 악인도 악인의 신분이 있어야지. 우리 같은 신분의 악인이 만약에 남의 물건을 약탈한다면 남들이 웃어 버릴 거야." 헌원삼광은 한동안 놀라더니 돌연 크게 웃었다. "너희들이 강도질을 그만둔 줄은 몰랐는데. 이제 너희들이 무슨 소용이 있지? 오줌이나 싸고 거기에 죽어버려라!" 도교교가 말했다. "개 같은 소리는 집어치워라. 누가 십대악인을 무시할 수 있다 는 것이냐?" "이십 년 전에는 너희들이 십대악인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러나 그 악인곡 오귀동(烏龜洞)에 이십 년 동안 숨어살게 된 후에는 너 희들을 다만 오대축두오귀(五大縮頭島龜)라고 할 수밖에 없어." "너는 무엇이냐? 이십 년 전이라도 너는 십대악인의 자격이 없 었어. 사람들은 다만 열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너를 택했던 거야." "우리가 모두 악인이 아니라면 왜 좋은 일을 하지 못 하지?" 이대취가 나섰다. "무슨 일이 좋은 일이냐?" 헌원삼광은 철장 속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우리는 왜 이 세 명의 가련한 사람들을 보내주어서 그들에게 한평생 감격하도록 만들지 않지?" 이대취는 한동안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래 우리는 평생 동안 남에게 미움만 받아왔으니 때때로 남의 감격을 받는 것도 좋은 일이지." "두 노대, 당신의 의견은 어떻소?" 두살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저들을 죽여서 뭐하겠어? 이젠 그런 일에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 해." 백개심이 급히 눈알을 굴리면서 소리쳤다. "너희들이 좋은 사람이 되려면 죽을 때까지 그렇게 해야 돼." 합합아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손인불이기도 좋은 말을 할줄 아느냐?" "나는 한평생 나쁜 일만 했지만 지금은 나도 좋은 일의 맛을 봐 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염라대왕에게 가서 약간 미안하지 않 을까?" 헌원삼광은 그들의 익살스러운 대화에 웃음을 보였다. "너 이 자식아,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이냐?" 백개심은 화무결과 철심난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야.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느 끼지 못 하고 있지. 이렇게 몇 년간을 사랑했지만 소어아가 끼어 들었어. 지금은 소어아가 없어졌으니 우리는 좋은 일을 해서 이 사랑하는 남녀를 부부로 맺어주자고. 그것이 좋은 일이 아니겠 어?" 합합아는 손뼉을 치면서 기뻐했다. "그렇지. 그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좋겠지." 이대취도 따라서 웃었다. "난 이미 이십 년 동안 잔치술을 마시지 못 했으니 이번에는 필 시 재미있게 될 거야." 그러나 도교교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백개심을 가리켰다. "난 벌써부터 이 자식이 좋은 마음이 없는 줄 알고 있었어. 이 자식이 한 일은 과연 손인불이기의 일들 뿐이야." 백개심이 말했다. "중매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야. 염라대왕이 알아도 칭찬을 할 거야." "너는 분명히 이 두 사람이 모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서도 혼인을 맺게 하겠다니 그것은 살인보다 더 못 한 일이다." 백개심은 눈을 깜박거리며 도교교의 말에 대답했다. "지금은 상심한다해도 혼인을 맺게 한다면 절대로 상심하지 않 을 걸?" 이대취가 큰 몸을 흔들며 말했다. "이 개의 입은 언제까지도 상아(象牙)를 토하지는 못 해." 도교교가 웃음을 보였다. "이런 똥개는 꼭 개똥을 먹여야 돼. 나쁜 놈은 영원히 좋은 사 람이 될 수가 없지!" 이때 합합아가 끼어들었다. "너희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하든 간에 이 두 사람은 혼인을 맺 어야 하는 거야. 내가 직접 그들에게 빨간 옷을 입히고 술을 따라 주겠어." 이대취는 백부인을 바라본 후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또 여기에 하여튼 하나의 암놈이 있으니 하나의 늙은이 를 찾아 줘야겠는 걸." 합합아는 백부인을 한동안 바라본 후 다시 백개심을 쳐다보았 다. "맞았어, 맞았어. 이 두 사람은 천생의 한쌍이 되겠지?" 도교교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이 아주머니는 복도 많군요. 이 백씨와 인연이 되었으니 시집 을 간다 해도 여전히 백씨로군. 성도 갈지 않고 말이야." 백개심은 벼락 같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너희들...... 너희들......." 그는 이렇게 말을 하면서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도교교, 이대취가 벌써 그를 막고 있었다. 도교교가 말했다. "이것은 좋은 일인데 왜 달아나려는 거지?" 이대취도 한마디를 했다. "달아나도 멀리 가지는 못 할 걸?" 헌원삼광은 소어아가 사라졌다는 소리를 듣자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눈알을 돌리면서 돌연 입을 열었다. "난 또 혼인을 맺어야 하는 두 사람을 알고 있지. 좋은 일이지, 한꺼번에 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돈도 절약하게 되지 않을까?" 도교교가 대답했다. "너는 그 모용구의 계집애와 그 검은 자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냐?" 헌원삼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대취가 크게 웃었다. "모용집안의 사람이 어찌 우리와 같이 혼인잔치를 하겠어? 이 자식이 미쳤군!" "우리는 왜 그들과 타협을 못 하지? 우리가 식장에 뛰어들어 세 쌍의 사람들을 함께 모아놓고 그들의 잔칫술을 마시면 그런 좋은 날에 안면을 바꾸겠어?" 합합아는 손뼉을 치면서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는 듯 기뻐하는 눈치였다. "좋은 생각이다, 좋은 생각이야. 하하, 우리도 한번 편리를 봐 야지." "그들의 잔칫상에 사람 고기로 만든 요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너희들은 너희들의 음식을 먹고 나는 사람 고기를 먹으면 서로가 좋겠지?" 이대취의 말에 백개심이 돌연 싸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날 연남천도 잔치에 나타났으면 더욱 좋겠는데." 이 말이 나오자 여러 사람들은 일시에 웃음을 거두고 말았다. 헌원삼광이 말했다. "연남천은 절대로 그런 잔치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백개심이 싸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어떻게 알지? 너는 그의 뱃속의 회충도 아니지 않는가?" 헌원삼광은 그의 말을 상관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연남천은 지금 소어아를 애타게 찾고 있는데 잔치술을 먹을 경 황이 있을까?" 백개심이 말했다. "잊지마라. 사람을 찾으려면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서 찾아야 돼. 결혼잔치에는 가장 사람이 많지. 내가 연남천이라면 필시 결혼 잔치에 갈 것이야." 헌원삼광이 말했다. "너 이자식아, 잊지 마라. 지금 연남천의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누구인줄 아느냐?" 백개심은 놀라면서 말을 하지 못 했다. 도교교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 연남천의 길을 안내하는 사람은 강옥랑이지. 강옥랑은 절 대로 연남천을 모용가(家)로 데리고 가지는 않을 거야. 비밀이 탄 로나기가 쉬우니까." 도교교가 웃으면서 말했다. "틀림 없지. 이 도박꾼이 이토록 영리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합합아가 날뛰면서 말했다. "정 그렇다면 무엇을 기다리느냐. 빨리 가자. 하하, 나는 떠들 썩한 것을 좋아하니 사람이 많을수록 좋지." 이때 화무결은 자기가 왜 이 세상에 죽지 못 하고 있는지를 생 각하며 비통해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자기와 철심난에게 할 일 을 생각하자 그는 마음이 깨어지는 것만 같았다. 소어아와 이화궁주는 이 산 속에서 매장된 채 영원히 햇빛을 보 지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보다 철심난이 더욱 애태우고 있을 것을 생각하자 그는 그 녀를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 철심난은 이제 눈물마저 말라 있었다. 이미 소어아가 산굴 속에 묻힌 지 육일이 지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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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ㅎ늘 감사 히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