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명 ‘한평생 호국’ 불꽃같은 의지로 참여
40~50대 꽃중년들 외줄 잡고 거침없이 ‘쑥쑥’
공수지상훈련선 ‘안되면 되게 하라’ 정신 여전
2017년 특전예비군훈련의 막이 올랐다. 육군1공수특전여단에서 지난 주말인 3~4일 1박2일의 입소훈련을 진행한 것. 특전사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예비군 의무까지 다 이행한 뒤에도 ‘한평생 호국에 동참한다’는 불꽃같은 의지를 가진 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특전예비군훈련은 2012년 처음 시작됐다. 특전사 출신 예비역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참가 인원도 지난해 906명에 이어 올해는 1100명으로 크게 늘었다. 모래 먼지 자욱한 연병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애국심을 꽃피우는 꽃중년들을 만났다.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1공수특전여단에서 특전예비군훈련이 실시된 가운데 참가자가 타워에서 레펠을 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ookbang.dema.mil.kr%2Fnewspaper%2Ftmplat%2Fupload%2F20170606%2Fthumb1%2FBBS_201706060243118670.jpeg)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1공수특전여단에서 특전예비군훈련이 실시된 가운데 참가자가 타워에서 레펠을 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
“선배님들! 우리가 여기 설명만 들으러 왔습니까? 해보러 갑시다!!”
특전요원 체력단련 방법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설명을 듣던 중년의 특전예비군들이 체력단련장으로 달려갔다. 40~50대 선배들이 외줄을 붙들고 왕년의 실력을 발휘해 5~6m를 거침없이 올라가는 모습을 본 20대 초반의 현역 조교들이 놀라 나직한 탄성을 내질렀다.
조교로 훈련을 지원한 22살의 박승현 하사는 “모든 훈련을 거뜬히 소화해 내시는 선배님들이 정말 멋지다”면서 “엄청나게 힘든 시기에 군 복무를 하시고, 병역의 의무가 끝났는데도 애국심으로 후배들을 보러 와주시니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왔다”고 말했다.
외줄타기 실력에 현역도 ‘감탄’
일요일인 지난 4일, 육군1공수특전여단에는 1박2일 훈련 중 2일 차를 맞은 특전예비군 60여 명의 활력 넘치는 함성이 계속 이어졌다.
특전예비군훈련은 평소 생업에 종사하는 민간인인 특전예비군들을 배려해 주말에 진행된다.
외줄을 잡은 특전예비군들의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 드러난 구릿빛 팔뚝에는 여전히 두툼한 근육과 힘줄들이 불끈거리고 있었다. 후배들 앞에서 녹슬지 않은 외줄타기 실력을 선보인 이재철 씨는 “현역들이 우리를 볼 때는 아버지뻘을 넘어서 할아버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린 아직 살아있다”며 “평상시에도 매일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100회 이상씩 하며 유지한 체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풋살장으로 자리를 옮겨 실시된 특공무술훈련에서는 과거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룬 단검 공격에 대한 회피술 교육이 있었다. 1여단은 특전 선배들이 전시 백병전은 물론 칼을 든 강도를 만나는 때 등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교육을 마련했다.
교육에 나선 1여단 사자대대 권태진 상사는 “과거의 특공무술이 시범 성격이 강했다면 오늘날은 본격적인 살의를 가진 전투무술로 변화했다”면서 단검 공격에서 몸의 주요 장기가 위치한 급소 부위를 지키는 방법에 관해 설명했다.
훈련은 직선으로 들어오는 공격을 빠르게 몸을 돌려 피하는 1단계 회피, 칼을 숨긴 상대의 기습공격을 순간적으로 피하며 손을 쳐내는 2단계 회피와 차단, 10초간 무작위로 쏟아지는 단검 공격을 막아내는 3단계로 진행됐다.
1대1로 진행된 훈련에서 특전예비군들은 여유 있는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칼날이 들어오자 날랜 몸동작이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맨몸인 사람 30명과 칼 든 사람 30명의 살아남기 대결 중에서는 수십 개의 칼날을 피한 뒤 풋살장 펜스 꼭대기로 올라가 생존을 쟁취한 특전예비군의 기지에 모두가 감탄하기도 했다.
권 상사는 “교육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선배님들께서 즐겁게 잘 따라주셨다”면서 “많은 분이 교육 의도대로 확실한 회피 요령을 익히신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특전예비군훈련 첫해부터 쭉 참석 중이라는 안산의 박동철 씨는 특공무술교육을 마친 뒤 “훈련이 재미있고 체력단련도 된다”며 “현역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오늘날 특전사에서 하는 것들도 배울 수 있어서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될 때까지 반복훈련
이번 특전예비군훈련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공수지상훈련은 위험성 때문에 지원자 중심으로 진행됐다.
11m의 높이지만 20여 명의 지원자는 현역시절 강도 높은 훈련으로 몸이 기억하는 요령을 살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매끄럽게 지상으로 내려왔다. 물론 조금 빠르게 내려오기도 하고, 달라스 타워에서 레펠을 하다 벽에 부딪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자신의 하강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특전예비군들은 자세가 제대로 나올 때까지 자발적으로 훈련을 반복하며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특전사 정신을 보여줬다.
“예비역 하사 김미자!! 하강!!”
1여단 훈련 참가자 중 단 2명뿐인 여성 특전예비군인 김미자 씨도 두 번째 시도에서 현역시절 못지않은 멋진 착지를 선보일 수 있었다. 휴일이 따로 없는 병원에 근무해 공가를 신청하고 훈련에 참가했다는 김씨는 “28년 만에 하늘을 가르니 상쾌한 기분”이라며 “특전예비군 훈련을 받으면 과거 현역시절이 생각나 삶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1여단 신진호(중령) 사자대대장은 “특전예비군 선배들은 자발적으로 훈련에 참가하신 것이라 언제나 현역들에게 모범이 되는 행동을 보여주셔서, 오히려 교관·조교 요원들에 대한 교육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신 대대장은 또 “현역 못지않은 군 기본자세와 특전사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주시는 것을 보면 특전사의 피가 함께 흐르는 전우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며 특전예비군훈련이 갖는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1958년생으로 이번 훈련 참가자 중 최연장자인 지경선 씨는 “우리는 특전사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국가 유사시에는 망설임 없이 전선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역하는 후배들이 특전예비군훈련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