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 고개를 너머서
12월 29일. 오늘은 재영이가 입영 109일 만에 첫 휴가를 나오는 날이다. 나는 가게영업을 마치고 새벽 5시30분에 아이가 있는 부대로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감시카메라가 있는 곳은 잠시 속도를 줄이며 시속100km로 달린다.
어두웠던 새벽이 홍천을 지나자 밝아오기 시작했다. 국도 44번. 확장공사가 말끔히 끝나있었다. 아들의 눈물과 땀방울로 얼룩진 그리움의 땅 인제에 들어섰다.
원통. 나는 차에서 내렸다. 원통고개에서 마을을 바라보며 사진 한 장 을 찍었다. 여기는 나에게도 못 잊을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다.
바람이 몹시 차갑다. 눈 덮인 벌판에서 떨고 있는 작은 마을 원통. 머물며 스쳐지나가며 그렇게 남겨놓은 수많은 이야기는 이제 내 가슴에 묻었다.
그랬다.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날 들을 나는 가슴에 묻고 겨울의 이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낮 설지 않은 거리. 그날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거리. 나는 여기를 지나서 아이가 있는 전방 쪽으로 가고 있다. 나무도 풀도 꽁꽁 얼어붙은 눈 덮인 산골. 보이는 것은 철조망으로 가려진 군부대와 얼룩무늬복장의 병사들뿐이다.
차 창문을 열었다. 여기의 기온은 오늘 영하 20℃는 되는 것 같다. 혹한의 바람이 차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나는 다시 차 창문을 올렸다. 그리고 얼마를 지나갔을까.
아~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말았다. 길가에 새워진 파란 바탕에 하얀 글씨의 표지판. 제3250부대 1대대 신병교육대대.
내 아이가 여기서 6주라는 시간을 인내하며 보낸 곳이구나. 저 산 너머 저 멀리에 있는 고향을 그리며 가족을 떠올리며 날마다 그리움으로 범벅이 되었을 그 곳 이구나. 그렇구나.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나는 한참을 여기서 떠나지 못했다.
거리 230km. 소요시간 3시간20분.
나는 아이가 여기까지 부대차량으로 이동하여 나온다는 서화리 버스종점에 도착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이 작은 낮선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그래. 부대를 보고가야 해. 눈이 하얀 벌판을 지나고 몇 군데의 군부대를 지나서 아이의 부대를 찾았다.
제1862부대 수색대대.
눈물이 핑 돈다. 여기구나. 여기가 내 아들이 2년이라는 날들을 머물 곳이구나. 그렇구나.
내가 어두운 새벽을 달려 찾아온 여기는 들판에도 산등성에도 눈이 하얗다. 향로봉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위병소를 지키는 어린병사의 볼이 빨갛다. 콧물도 흐른다.
얼마나 추울까. 얼마나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가 머물고 있는 부대를 바라보고 있다. 저만치에서 병사를 실은 군용트럭이 나를 향해 오고 있다.
오전 10시. 서화리 버스종점에 덥게도 없는 뒤 짐칸에는 병사가 20여 명씩 타고 온 군용트럭 2대가 멈췄다. 그중에서 키가 제일 큰 아이가 일어서며 나를 향해 우렁차게 소리쳐 경례를 한다.
“충성!”
아이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2006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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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군인도 사람인데 짐만도 못하게 ㅋㅋㅋ칼바람 온몸으로 가슴아프다
며칠후면 저도 아들 휴가마중 갑니다 부대앞으로....
저길을![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리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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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 오월![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까지 야전잠바 입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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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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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많소![!](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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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육년의 세월이 흘러갔네요
칼바람
고생하는 아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