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이 앞으로 레거시 디램과 낸드는 다 쳐먹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는데. 현재 상황이 그대로 흘러가는 것 같음. 그렇게 보면 현재 CAPA 증설이 가장 시급한 게 바로 디램임. 바로 HBM 때문임. 올해 말 디램 3사 HBM CAPA가 월 27만 장 정도 될 것 같은데, 올해 말 예상되는 마이크론 DRAM CAPA와 비슷한 수준임. 즉, 이번 사이클을 거치면서 거의 마이크론 전체만한 레거시 디램 CAPA가 HBM 때문에 삭제되었음. 여기에 내년에 또 십 수만장의 HBM CAPA가 더 늘어남. 정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임. 그래서 디램 설비투자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 상황임.
여기에서 경쟁사들의 상황을 보면 우선 하닉도 지금 급한 대로 낸드 FAB에 디램 장비 쑤셔넣으면서 디램 CAPA 증설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긴 한데, 워낙 지금 하닉이 목표로 하는 HBM CAPA가 많고, 또 하닉이 가진 역량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올해 말로 갈수록 하닉의 레거시 디램 CAPA 비중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 하닉이 최선을 다해도 상황이 역부족임.
특히 마이크론의 상황은 정말로 큰일난 게 그동안 계속 이야기했듯 지금 대만과 일본의 디램 FAB에 증설할 공간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임. 더욱이 25년 가동 예정인 미국 아이다호 FAB 건설 일정이 미국의 극심한 인플레와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으로 많은 공장들이 미국에 지어지면서 인력과 자재 부족 등으로 계속 딜레이되어서 이대로 가면 내년 말이나 되어야 디램에 신규 클린룸 공간이 확보 가능한 상황임. 그 동안 마이크론은 손가락만 계속 빨고 있어야만 함.
이제 슬슬 마이크론 클린룸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 삼성증권 리포트에서도 마이크론 클린룸 부족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삼전만 해도 디램 월간 웨이퍼 CAPA를 23년 말 45만 장에서 25년 말 75만 장까지, 하닉은 33만 장에서 50만 장까지 둘 다 크게 늘리는 동안, 마이크론의 CAPA는 30만 장 수준에서 2년 동안 별로 늘지 않음. 23년 말 이후 2년 동안 가동률 정상화와 증설까지 합쳐서 전체 디램 웨이퍼 CAPA가 월 50만 장 가까이 증가하는데, 마이크론의 증가분은 3만 장 정도밖에 지나지 않음. 겨우 6% 수준임. 마이크론은 증설 대신 미세공정 전환으로 수요에 대응한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제는 디램 미세공정 전환효율(빗그로스)이 낸드보다 훨씬 더 안 나온다는 사실임. 특히 디램에서는 미세공정 전환만으로는 절대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음. 그게 가능했으면 경쟁사들도 이처럼 증설을 엄청나게 안 하지. 그래서 삼성증권 리포트에서도 신규 증설의 생산 효율성 개선 효과가 매우 크기에 디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전공정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신규 전망을 제시한 것임.
이게 다 마이크론의 클린룸 공간 부족 문제가 극심하기 때문임. 이러한 클린룸 부족 문제를 더더욱 심화시키는 게 마이크론이 그동안 그토록 자랑하던 글로벌 분산 FAB 운영 전략임. 각 FAB별로 남는 클린룸 공간을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임. FAB간 서로 거리가 너무 멀거든. 이로 인해 마이크론의 디램 점유율은 내년 말이면 거의 10%대 중후반까지 하락하지 않을까 생각함. 디램 점유율의 거의 80%를 한국 기업들이 차지하게 될 것임. 삼전이 코코넛 때 경영 의사결정 실패로 기술력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면, 마이크론은 투자에서의 의사결정 실패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임. 거의 코코넛 급의 대재앙이라고 생각함. 그 정도로 마이크론은 심각하게 경영 의사결정에 실패한 상황임. 투자와 인프라 구축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서 급변하는 반도체 시황과 미래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음. 업황 초호황기에 남들 다 팍팍 투자하고 증설할 때 혼자서만 아무것도 못하는, 어찌 보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거든. 말 그대로 지금 키옥시아의 남는 클린룸이라도 갖다 써야 하는 건 하닉이 아니라 마이크론임.
이처럼 경쟁사들, 특히 마이크론의 레거시 디램 CAPA의 유의미한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삼전이 증설을 하면 증설하는 대로 경쟁사들과의 점유율 경쟁 없이 디램 점유율을 그냥 다 쳐먹을 수 있는 상황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땅 짚고 헤엄치기에 가까운 상황임. 그리고 올해 말이 되면 레거시 디램 수익성도 예전 호황 사이클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오게 될 것임.
낸드의 상황도 비슷함. 우선 하닉은 낸드 FAB에 디램 장비들 쑤셔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기적으로 낸드 FAB으로 예정되었던 M15X를 디램 FAB으로 돌리게 되면서 용인 클러스터 가동 전(27년 중순)까지는 낸드 FAB에 증설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음. 그래서 용인 클러스터 가동 전까지 하닉은 CAPA 확장 보다는 eSSD 비즈니스 집중과 더불어 기술 리더십 우위를 지키기 위해 선단공정 전환 위주로 낸드에서 보수적인 경영을 할 것으로 예상함. 마이크론의 경우도 비슷함. 싱가폴 낸드 FAB에 여유 공간이 있다고 해도 마이크론이 그동안 그렇게 딸딸이치던 선단공정 경쟁력도 이번 다운턴을 거치며 다 따라 잡혔고, 또 이제 본격적으로 디램에 EUV를 적용하면서 EUV 인프라 구축, 가뜩이나 뒤쳐지는 HBM CAPA 투자, 그리고 아이다호와 뉴욕 주에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낸드에 투자할 돈이 별로 없음. 하닉(솔리다임)과 달리 eSSD 경쟁력도 열위임. 그래서 하닉과 비슷하게 낸드에서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함. 마지막으로 키옥시아/WDC는 그나마 다운턴 직전에 키타카미에 K2 FAB을 완공해서 클린룸 공간에 여유는 있지만, 문제는 돈도 없고 기술력도 부족함. 또한 지금 가장 중요한 eSSD 비즈니스에서 경쟁력 업계 꼴등임.
한편 삼전은 이번 다운턴을 거치면서 (혼자만 투자하면서) 낸드 선단공정 비중에서 가장 치고 나가게 되었고, 또한 지금 가장 핫한 eSSD에서 AI 서버 전용인 하이엔드 제품과 QLC 제품 모두에서도 제품 라인업과 경쟁력이 가장 강한 게 바로 삼전임. 낸드 ASP와 원가경쟁력, 그리고 CAPA 모두에서 압도적인 1등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함. 가동률 원복과 CAPA 증설에 가장 부담이 덜할 수밖에 없음. 수익성이 가장 좋기에 낸드 가격이 하락해도 손해를 가장 덜 보기 때문임. 그래서 지금 당장 운전자본마저도 부족해서 자기 손 짤라먹는 식으로 가동률 무지성으로 끌어 올리는 키옥시아/WDC를 제외하면 디램 3사 중에서 낸드 가동률 원복에 가장 적극적인 게 바로 삼전임. ASP는 eSSD로 방어하고, 원가경쟁력과 점유율은 선단공정 물량으로 커버함.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삼전이 낸드 시장 점유율을 거의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낸드 매출액과 이익률 모두 독보적인 실적을 낼 것이라고 생각함. 낸드는 그 정도로 상황이 좋아 보임.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번 사이클에서 디램과 낸드 모두 레거시 메모리에서 삼전이 점유율을 아주 크게 늘리게 될 것으로 생각함. 재작년과 작년에 욕 그렇게 쳐먹으면서 연구개발과 건설 인프라, 그리고 FAB 장비 투자에 돈 들이부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음. 디램 선단공정 경쟁력과 HBM에서 하닉에 뒤쳐지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다른 부분(특히 낸드)에서 경쟁력을 많이 끌어 올린 건 많이 다행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삼전을 앞서 나가는 게 외국 기업도 아닌 하닉이라는 게 국가적 측면에서는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함.
이렇듯 이번 메모리 사이클을 거치면서 디램과 낸드 모두에서 한국 기업들의 지배력은 압도적으로 높아지게 될 것임. 기존의 1강 2중 2약(삼전 > 하닉, 마이크론 > 키옥시아/WDC) 체제에서 2강 1약(삼전, 하닉 >> 마이크론) 체제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고 생각함. AI용 고사양 디램 최강자 하닉과 레거시 디램과 낸드의 최강자 삼전, 이렇게 각 분야 절대강자들의 양강 체제로 재편될 것임. 디램과 낸드 모두 한국 기업들이 80% 가까이 점유율을 쳐먹게 될 것 같음. 말 그대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사실상 독점하게 될 것임.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인텔 파운드리의 상황을 보면 미국 정부가 업계 구도를 뒤흔들 정도로 마이크론에 대규모 지원을 해 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임. 한국 기업들과 마이크론과의 격차는 더더욱 벌어지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봄. 원래 이 업계라는 게 특히 후발주자일수록 한번 삐끗해서 미끄러지면 그 스노우볼링이 계속해서 커지게 됨. 선도 업체들은 놀고 있는 게 아니거든. 키옥시아/WDC는 감히 범접조차 불가능한 버러지 업계 최약체니까는 언급할 필요조차도 없고.
PS. 지금 반도체 업계 외부 사람들이 클린룸 부족이 얼마나 심각하고, 또 치명적인 문제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음.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이제서야 좀 주목하는 것 같고. 지금 반도체 업체들에 클린룸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또 그것 때문에 업체들이 얼마나 난리났는지는 관련 업무를 하는 업계 현직들이라면 충분히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함. 글 쓴것 이외에도 대외비라서 대놓고 이야기하긴 어렵긴 한데 지금 특히 디램 업체들은 추가 클린룸 확보를 위해 진짜로 가용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죄다 동원하고 있음. 괜히 하닉이 M15X 이후에도 용인 클러스터 가동 전까지 디램 FAB 하나 더 지으려고 한다고 기사가 나오는 게 아님. 실제로 게시판을 눈팅하다 보면 투자나 CapEx 등 관련 업무를 하는 것 같은 현직들이 조금씩 댓글을 달고 있는데, 그것들만 봐도 현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함. 그러니까 이번 사이클에서 클린룸 확보 못하는 업체들은 ㄹㅇ 좆될 일만 남았음.
첫댓글 tjssu 얘는 왜 남이 쓴 글을 본인이 쓴 척 하는가
클린룸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