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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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하늘품
그렇게 지옥같기만 하던 시간들이 점점 지나가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는 결국 이혼을 하셨고, 나는 마지막 아빠의 만나자는 말에
끝까지 무시한 체 아빠를 떠나 보냈다.
잊고 살것이다. 나에겐 이제 아빠란 존재는 더 이상 없다.
내겐 엄마, 그리고 늘찬이 밖에 없다.
수능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나는 시험을 봐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무척이나 고민되기 시작했다.
늘찬이 녀석은 꼭 대학을 가야 하고, 본인도 가고 싶어 하지만
나는 공부보다는 돈을 벌고 싶었다.
아무래도 맏딸이기 때문에.. 그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생산직이긴 하지만 연봉은 좋단다. 어떡할거니?”
담임 선생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면접 보러 갈게요”
“그런데 지방인데 괜찮겠어? 기숙사 생활 해야할텐데..”
“괜찮아요^^ 돈 벌어야죠”
내 웃음에 선생님도 덩달아 웃으셨다.
돈.. 돈 엄청 벌고 싶었다.
그래야 우리 엄마, 우리 늘찬이가 편해질 수 있으니까..
한달 전부터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우리 때문에 그렇게 고생하는데 남들 다 간다고 해서
나까지 꼭 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 이제 버리기로 했다.
“면접은 이번주 금요일이야..”
“네.. 선생님^^”
“..늘품아 대학은 정말 포기할거니?”
“네.. 지금은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나중에 정 가고 싶을 때
가죠 뭐.. 하하”
교무실을 나왔다.
교실 앞에 일권이가 서 있었다.
“뭐해”
“교무실 갔다 왔어?”
“응. 늘찬이는 뭐해?”
“공부해..”
“정말+_+??”
“응.. 성공할거래.. 그래야 엄마랑 누나가 편해진데..”
“아싸!!! 혹시 우리 늘찬이 때문에 나 편해지는 거야? 하하하”
순간 늘찬이 때문에 울컥했다.
착한새끼..ㅠ_ㅠ
그래.. 늘찬아 공부 열심히 하거라! 누나가 팍팍 밀어 줄게+_+
“수능시험 얼마 안 남았네.. 공부는 잘 돼?”
“..”
“뭐야.. 왜 아무 말이 없어?”
“응! 잘 되고 있지! 하하하”
차마 금요일날 면접보러 간다고는 말 할 수가 없었다.
아무도 알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리고 싶지 않았다.
“늘품아..”
“..응..”
“우천이라는 놈이랑은 정말 사귀는 거냐?”
“..응.. 하하.. 얼마나 잘해주는지 모르겠어.. 으하하..”
일주일 전.. 우천이와 사귀기를 했다.
그것은 어쩌면 성하를 잊지 위한 유일한 방패막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습게도 아직도 성하에게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것은
나 조차도 어쩔 수가 없었다.
다만 우천이에게 미안할 뿐이다.
나 같은 애가 잊지 위한 이유로 너무나도 착한 우천이를 이용한다는 것에..ㅠ_ㅠ
“얼른 가셩~ 나 교실에 들어 갈란다”
“하늘품!”
“응?”
“..왜 하필 김우천이냐? 씨팔.. 왜 하필 사귀냐..?
차라리 그냥 있지.. 그냥 혼자라도 있지.. 왜 나 같은 놈 전혀 기대 같은 거
못하도록.. 너 왜 사귀고 있냐?”
강일권.. 정말 미안..
너한테는 내가 미안한 마음 밖에 없네..
“밥팅.. 얼른 가셩..^o^”
교실로 들어왔다.
여간 마음이 싱숭생숭 하다. 씨퐁..
“늘품아! 우리 학교 근처에 헬스클럽 오픈했다~ 알지?”
“아.. 거기 7층짜리?”
“응! 장난아니게 좋은가봐.. 거기 특별 이 근처
고등학생들한테는 3만원으로 해준데.. 우리 다니자+_+”
“3만원-0-? 진심인 가격이뉘?”
“그렇다니까!!!! 다니자!!! 살도 뺄 겸!!”
“오호! 좋아좋아! 다니자! 우리 방학동안 다녀서 살 빼자!! 으하하”
거기 수영장도 있던데.. 으흐=_=
다녀야지! 이뻐져서 우천이한테 잘 보여야지-
“달래야! 우리 이 앞에 있는 미래스포츠센타 다니기로 했어!
거기 고등학생들한테는 3만원이래. 특별할인 가격이래! 같이 다니자!”
“..아..”
“왜 싫어??? 같이 다니자.. 응???”
“…그..그래..”
“아싸! 우리 셋이 오늘 끊으러 가자! 당장!”
수업이 끝나자 마자 달래와 선영이와 함께 미래스포츠센타로 향했다.
선영이 말대로 정말 3만원이었다.
우리는 내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수영으로 다져진 멋진 몸매를
내가 꼭 만들어 주마.. 꺄하하>_<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우천이에게 전화가 왔다.
보고싶다면서 온다고 했다.. 자식.. 벌써 보고 싶기는=_=
“성하한테도 전화 해볼까?”
달래는 홍조를 띄며 말했다.
성하.. 보고 싶지 않은데.. 보고 있으면.. 안되는데..
얼른 딴 짓을 해보지만.. 달래는 전화를 걸고 있었다.. 닝기미-_-;;;
“나.. 달래.. 어디야? 아직 학교야?
나 여기 롯데리안데.. 오면 안돼? 응? 와라~~~ 응??
늘품이도 있어.. 응??? 와~ 정말 올거지? 응! 얼른 와!! 응~~~”
함박웃음인 달래..
욕심이다. 그런 달래가 부러운 것이..
“성하 지금 온데.. 우리 오늘 재밌게 놀자.. 알겠지??”
성하가 온다는 말에 바보같이 진정 못하는 내가 왜 이렇게 병신같을까-_-a
햄버거를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우천이가 왔다.
아니 그런데 저 인간은 밤사이 왜 저렇게 귀여워 졌을까..
알다가도 모를 인간이다.. 마술을 부리나-_-a
“늘품아>_< 우리 늘품아>_<”
“어 그래-_- 우천아-_-”
내 옆으로 슬쩍 오더니 생글생글 웃는 우천이가
나도 모르게 참으로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귀엽단 말야-_-
“성하야 여기야^-^*”
..성하가 왔다..
“왔냐?”
성하는 내 옆에 앉아 있는 우천이를 한참을 쳐다보더니
빈 의자에 앉았다.
저 자식 원래부터 무표정인건 알지만 오늘따라 살벌하다-_-
“성하야 햄버거 뭐 먹을래? 내가 사올게”
“됐어. 왜 불렀냐?”
“그냥.. 우리 같이 놀자고..”
“젠장..”
-0-!!!!!!깜짝 놀랬다.
저렇게 싸가지 없게 대답하는 조성하 오랜만이라서-_-;;;
저 인간이 미쳤나.. 달래 무안하게 저 따위로 나오기는..
“얘들아 나 승태랑 오늘 만나기로 했거든.. 나 먼저 간다~~~~
재밌게 놀아~~~~”
선영이가 사라지고, 왠지 분위기 적응 안되는 우리 넷만
덩그라니 남아서 롯데리아에 앉아 있었다.
“우리 나가자..”
어색한 분위기 깰 겸 먼저 나가자고 했다.
이렇게 썰렁한 분위기-_- 무지 감당안된다.
롯데리아를 나와서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해서
성하가 자주 가는 단골집 호프집으로 갔다.
어차피 우리 학교는 수능까지 사복을 입기로 했고,
우천이 또한 사복이었다.
성하만 교복이었는데 그리 교복 같지도 않았다-_-;;;
마이 벗고 있으면 완전히 사복-_-
니트도 못 입게 하는데 맨날 입고 다니는 저 뻔뻔한 조성하-_-
하지만 니트 안에 있는 넥타이- 멋있을 뿐이다..하하
“아줌마! 소주 5병이요”
5병-_- 우리 오버 아닌가-_-?
미친 성하-_-;;
여하튼 조성하 덕분에 소주가 테이블 위로 다섯병이나 놓여졌고,
자작을 해대는 성하 새끼 덕분에 나 또한 연실 자작을 했다. 냅둬-_-+++
시간은 점점 무르 익어 가고 있었고,
테이블 위로 늘어 나는 것은 빈 소주병들이었다.
조성하 요즘 술 쎄졌다.. 미친..
예전같았으면 눈 풀렸을 텐데.. 절대 안 풀리고 있는 저 팽팽한 눈동자!
도저히 말릴 수 없는 초특급 플레이 상태였다-_-b
그런데 성하는 왜 자꾸 우천이를 쳐다보는 걸까..
나 무안하고 심히 민망할 뿐인데..
저 자식이 미쳤나-0-??
# 72편
승부차기
첫번째, 조성하
늘품이가 있다는 말에 그 말 한마디 덕분에 롯데리아까지 왔다.
만약에 달래만 있었더라면 난 오지 않았다.
그런데 롯데리아에 들어온 순간 마음에 안 드는 새끼 덕분에 기분 잡쳤다.
씨팔.. 저 새끼.. 김우천.. 저 새끼도 있었던 거야?
젠장.. 정말 젠장이다.
늘품이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고 있을까?
나는.. 너무나도 화가 나는데.. 늘품인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을까?
그런 늘품이가 너무나도 야속하다.
“아줌마!! 소주 5병이요”
내 말에 동그랗게 눈을 뜨곤 나를 쳐다보는 늘품이..
늘품이 손을 꼭 잡고 있는 우천이 새끼가 나는 지금도 싫다.
하찮은 욕심 많은 조성하 새끼.. 후..
“성하야 괜찮아? 그만 마셔.. 이러다가 속 버리겠어.. 응?”
“괜찮아. 신경 꺼”
“아우.. 성하야.. 응?”
“신경 끄라고 했지?!”
순간 감정조절이 안됐다.
언성이 커지고야 말았다.
깜짝 놀라하는 늘품이의 눈빛에 내가 실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 나 괜찮으니까 걱정마라”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달래는 웃고 있지만..
알고 있다. 상처를 받은 것을..
우천이 새끼가 전화가 왔는지 밖으로 나갔고, 달래도 화장실 간다며
나갔다. ㅇ ㅏ.. 젠장..
“왜 그랬어.. 달래한테”
늘품이.. 화가 나 있는 눈치였다.
너도 화나냐..? 나도 화난다.
너도 나 때문에 화가 나냐..? 나도 너 때문에 화가 난다..
“그러면 안되냐?”
“좀 잘해주면 안돼? 달래가 너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좋아하면 다 잘해줘야 하냐? 나 그렇게 친절 베풀고 싶지 않아!
나는 내 식대로 해! 알았어?”
“뭐든지 니 뜻대로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달래 마음도 좀 이해해 주면 안돼?
너 좋아하잖아!”
“그럼 너도 나 이해해”
“뭐라고? 무슨 뜻이야?”
빌어먹을..
말이 잘못 나왔다..
어떡하지.. ㅇ ㅏ.. 되는 일 하나도 없다.
“무슨 뜻이냐고!”
“됐어..”
“조성하! 너 정말 왜 그래?”
왜 그러냐고..
너도 한번 생각해봐.. 하늘품..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옆에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과,
그리고 지켜 봐야 하는 것.. 너도 한번 생각해봐..
그럼 알게 될 거야.. 얼마나 화가 나는지를…
“알고 싶어?”
그래.. 이건 술 기운 덕분이야.
내가 이렇게 나오는 건.. 그래.. 그래.. 술 덕분이야.
“응.. 알고 싶어”
“..나..
나.. 말이다.. 나..”
ㅎ ㅏ.. 빌어먹을..
왜 이렇게 입이 안 떨어질까..?
그냥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그냥 한마디만 하면 되는 건데..
좋아한다는 말이.. 가지말라는 그 말이..
왜 이렇게 하기 어려운 거지?
“그래.. 너.. 너 뭐?”
“하늘품.. 나 말이다.. ..너..”
“성하야!!!”
달래였다.
달래는 내 팔을 잡더니 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젠장 타이밍도 잘 맞추는 군.. 하필이면..
계단 앞에 서서 내 팔을 잡고 있는 달래..
그리곤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눈동자가 틀려졌다. 가게 안에서의 온순했던 그런 눈동자가 아니었다.
뭔가.. 뭔가 틀려졌다.
“너 늘품이 좋아하지?”
“..”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럼 늘품이가 상처 받는 거 싫겠네?”
“무슨 말이야”
“늘품이 상처 받게 하기 싫으면 내가 하자는 대로 해”
“뭘?”
“나랑 사귀자”
어이가 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왔다.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거지?
“내 말대로 하는게 좋을 거야. 나 너 아무한테도 뺏기지 않아.
내가 가질거야.”
“누가 너한테 간데?”
“오게 될걸? 아니 올 수 밖에 없어. 너한테 선택의 여지가 없거든”
“무슨 근거로 그 따위로 말하냐 너?”
“이렇게 나오고 싶진 않았는데.. 나도 이제 어쩔 수가 없어.
나 처음이야. 이렇게 가지고 싶어서 안달 난 적은.. 한번도 없었어.”
“그래서 어쩌라고”
계단 위로 올라 선 달래는 갑자기 내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황당해서 밀쳐 버렸다.
지금까지 봐오던 달래가 아닌 듯 싶었다.
“뭐가 니 본 모습이냐? 말해봐”
“나? 나 말이지. 가지고 싶은 건 가져야 하는 성미야.
그리고 아주 욕심이 많지. 나보다 못한 것들이 행복하는 거 절대 보기 싫어”
“뭐라고?”
“까 놓고 말해서 하늘품이 나보다 더 행복해지는 거 보기 싫어”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에 손이 들어갔다.
“넌 나한테 함부로 못해.
그 이유를 지금부터 말해줄게. 이 말을 들으면 넌 어쩔수 없이
나한테 오게 될 거야”
친구가 생겼다며..
잘해줘야 겠다는 늘품이가.. 자꾸만 생각난다.
거봐.. 거봐.. 하늘품.. 착하게 살지마.
세상은 너처럼 그렇게 착하지만은 않아.
“이 근처 새로 생긴 미래스포츠센타 우리 아빠거야.
그런데 황당한게 뭔지 알아? 새로온 청소부 아줌마가 말이지.
바로 늘품이 엄마라는 거야^-^ 어때? 놀랍지 않아?
늘품이네 엄마는 밤 늦은 타임이고 해서 아무도 없을 때 와서 수영장
청소를 하기로 했어. 거기에 말이지. 늘품이 엄마가 우리 집 가정부라는거
아니니.. 어때? 이만하면 대충 이해 되지?”
찰싹..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너 미쳤냐?”
“미쳤다고 해도 좋아. 그 만큼 너한테 욕심이 생기니까”
“뭘 믿고 이 따위로 잔인한 거냐?”
“원래부터 이렇게 살아왔어.”
“소문이 사실이었군?”
“후.. 민규희가 병신이야. 그러니까 누가 뺏기래?”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조금전까지 순진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그 애 맞는지 의심이 간다.
어쩌면 이렇게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지..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늘품이 부모님 이혼 문제로 가뜩이나 상처 받았을 텐데..
거기에 자기 엄마가 친구네 집 가정부에, 친구네 가게 청소부라면..
기분이 어떨까? 매우 절망적이겠지? 그렇지?”
나한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절대로 말하지마. 절대로.. 늘품이한테 상처주지마.
하늘품이 널 얼마나 생각하고 믿고 있는지 알아?”
“믿어 달라고 한 적 없어”
“.. 절대로.. 상처주지마.
그 녀석.. 상처 주면 그땐 너 가만 안 둬”
“너가 잘만 따라 오면 절대로 상처 주지 않아.
늘품이한테 지금껏 그대로 할 생각이야. 너만 따라주면 말이야”
..
천하의 조성하가 이런 엿 같은 제의를 받아 들여야 한다니..
씨팔..
“진달래 사귀자.”
..
…..이건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늘품이를 위해서다.
이런 개 같은 덫에 내가 피하지 않는 단 한가지 이유는..
하늘품 때문이다.
그애를 위해서다..
“늘품이한테 상처 주는 날 너와 내 관계는 끝이야.
끝일 뿐더러 너 가만 안둔다”
“걱정마. 절대 그런 일 없어.
나 널 엄청 좋아하거든.. 니가 나한테로 왔는데..
내가 널 놓치겠어? 걱정마. 니가 좋아하는 하늘품 절대 상처 줄 일 없어.”
진달래.. 정말로 악한 년이다.
“성하 니가 이렇게 결심한 걸 보니 정말 늘품이를 좋아하는 구나^-^? 후..
하지만 이제 좋아하면 안되는 거 알지?”
“늘품이 더 이상 상처 받게 안 할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해.
알겠어? 나한테 하늘품은 그런 사람이야.”
“..조성하.. 그러니까 날 화나게 하지마..
나는 한다면 하는 성미거든^-^?”
….
아주 무서운 덫에 걸리고야 말았군..
..늘품아.. 넌 걱정마.
까짓껏.. 마음 없어도 어떠니..
너만 상처 받는 일 없으면 되는 건데..
그치? 그러니까 너는 니가 좋아하는 녀석과 행복해.. 이 바보야..
다음부턴.. 다음부턴..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악해져.. 바보야..
..
두번째, 하늘품
고개를 푸욱 숙이고 있는 우천이..
왜 이렇게 고민이 있어 보이는 걸까..?
“우천아.. 술 많이 마셨지? 괜찮아?”
“…”
“우천아..”
“응.. 응 나 괜찮아^-^”
“에이..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집에 갈래?”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는 우천이..
오늘따라 이거 쫌 무개잡네-_- 영 안 어울리게..
“늘품아..”
“엉 그래..”
나를 한참동안 바라보는 우천이는 왠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큰 두눈 가득 눈물이 잔뜩 고여지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있잖아..”
“응.. 뭔데 말해봐”
“…”
우천이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 손바닥에 자신의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써 내려 가기 시작했다.
뭐지..?
네모를 그리는 걸로 보아서.. 미??
..
우천이가 쓴 말은 다름 아닌..
‘미안해’였다..
“..뭐가..?”
“그냥.. 그냥.. 다..^-^”
니가 미안할게 뭐가 있어..
사실은 내가 더 미안한데.. 니가 나한테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나 너 엄청 속이고 있단 말야..
조용한 분위기 속에 성하와 달래가 나란히 들어왔다.
달래는 나를 보더니 V자를 그리며 성하 옆에 팔짱을 꼈다.
뭐지-_-?
“늘품아 축하해죠..”
“뭘?”
“우리 사귀기로 했어.. 히히..”
쾅!
정말 머리가 일순 폭발하는 듯 했다.
침이 꼴가닥 넘어 가고 있었다.
성하를 차마 볼수가 없네..
“이야.. 축하해.. 달래 좋겠네^o^”
달래는 기분이 정말로 좋아보였다.
괜히 내가 걱정했나 보구나.. 쿡..
기분이 좋은지 술을 마시는 달래.. 나도 좋아해야 하는데..
..
앗..
“잠깐 화장실 좀 다녀 올게^-^”
얼른 화장실로 갔다.
..
“흡.. 흑.. 흐..”
머래.. 이거 정말 머래-_-;;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거지..? 허 참나.. .. 웃겨 죽겠네..
하늘품 진짜 웃겨 죽겠다..
쾅..
화장실 문이 열렸다.
깜짝 놀란 얼른 눈물을 닦는데.. 문을 연 사람을 다름 아닌 우천이였다.
아니.. 우천아.. 여기 여자화장실이란다-_-
내딴에는 급하게 딲는다고 딲았는데 잘 안됐나 보다.. 허긴.. 어설펐다.
“어..어라.. 어라 우천아!!”
우천이는 내 팔을 잡고 호프집에서 나갔다.
아무리 불러도 우천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엄청 빠른 속도로 내 팔을 잡고 걷기만 했다.
오늘 정말 우천이가 이상하다.
너무 이상하다.
그동안 알고 지낸 귀엽기만 했던 그런 우천이가 아니었다.
마치 딴 사람 같았다.
우천이가 멈춘 곳은 한적한 공원이었다.
공원 의자에 앉은 우천이는 담배 하나를 꺼내 피기 시작했다.
처음본다. 우천이가 담배피는 모습은..
너무나도 조용한 분위기-_-
이 분위기가 30분동안 유지됐다면 그 누가 믿겠는가..
“어릴적부터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어..”
우천이는 조용한 목소리로 담배를 계속 피며 말했다.
오늘따라 우천이가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0-?
“엄청 좋아했다..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해 달라는 거 모두 들어 주고 그랬어..
그것부터가 잘못이었을까..?
그 사람은 점점 달라졌어.. .. 내가 좋아하던 모습이 아닌..
너무나도 악하게 변해져 가고 말았어.
왜냐하면.. 그 사람의 아빠가 엄마를 버리고 엄마의 친구를 선택했거든..
그 사람은 자신의 엄마보다 더 미친 듯 날 뛰었고,
그게 더욱 심해져서 결국엔 정신병원까지 가야만 했어..
그 사람.. 그때 나이 14살이었다..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충격이었던 거야..
두달만에 정신을 차렸고, 그 뒤로 무척이나 난폭해졌고, 달라졌어.
남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예민해져서 꼭 뭔가를 해야만 했지.
그게 바로 방해였어..
사귀는 사람들을 보면 어느 세 해방을 놓기 시작했지..
그리고 남자가 자신한테로 오면 언제 좋아했냐는 듯 버리지..”
나로선.. 사실.. 나로선..
공감이 되고 있었다.
나 또한 내 아빠란 작자가 그랬으니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 또한 이해가 조금 가고 있었다.
“그 사람의 엄마는.. 재혼을 했어.. 돈 많은 나이 많은 사람과..
..남들은 나쁘다고 손가락질 하는데..
나는 그 사람 이해해..
그 사람은 아직도 어릴 적 그 충격에서 벗어 나지 못했다는 증거니까..
늘품이는 이해할수 있어..?”
“..응.. 응.. 나는 이해해.. 정말 이해해..”
“고마워.. 이해해줘서..
..그 사람.. 말야..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
내가 너무너무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 누군지 알아..?”
“..-_-a 글쎄..”
내 표정에 우천이가 웃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우천이 눈동자에서 떨어지는 하얀.. 눈물..을..
“..내 누나야..
내 쌍둥이 누나.. 내 쌍둥이 누나..
친 누나..
나는 아빠를 따라 가야 했고, 내 누나는 엄마를 따라 가야 했거든..
헤어지면 안되는 거였는데..
돌아와보니 내 누나.. 너무 변해져 있어서.. 감당이 안됐어..
얼마나 예쁘고 착했는데.. 더 이상.. 더 이상.. 흡..”
“..우.. 천…아..”
우천이의 어깨가 심하게 떨렸다.
우천인 고개를 푹 숙인 체 흐느꼈다.
밝아 보였는데.. 너무나도 밝아서 이런 슬픔 없을 줄 알았는데..
얼마나 힘들었고, 마음이 아팠을까..
“누나가 가여웠어..
방황하는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서 나도 모르게 뭐든 걸 들어 줘 버리기
시작한거야.. 그러면 안되는데.. 그러면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괜찮아.. 우천아.. 너도 누나를 위해서 그런거잖아..
괜찮아..”
“나 너무 큰 죄를 지어서..흑..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우천아.. 너 지금 나한테 미안하다는 거야? 왜?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그냥.. 그냥.. 다 미안해..
나.. 나 그런데.. 너 정말로 좋아해.. 진짜야..”
뭐가 문제인 걸까..
우천이 뭐가 이렇게 힘들어 보이는 걸까..
왜 이렇게 혼자 감당하려 하는 것 같은거지..?
너무나도 애처롭다..
“지금 누나가 아주 착하고 좋은 사람한테 엄청난 실수를 하고 있거든..
너무나도 나쁜 짓을 하고 있거든..
그 사람은 누나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데.. 말야..
누나와 내가 그렇게 착하고 좋은 사람한테 엄청난 나쁜 짓을 해버렸어..
용서 빌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될 것 같아.
나 역시도 용서하지 못할텐데.. 어떻게 그 사람이 용서하겠어..
..이제는.. 그만하고 싶어..
더 이상.. 더 이상.. 그 사람 아파하는거 보고 싶지 않거든..
..정말로 .. 정말로.. 좋아하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천이가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렇게 안아주고 돌아가는 우천이의 뒷 모습이 이상하게도..
꼭 마지막 일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조성하, 두번째
현란한 음악소리에..
눈앞에 있는 여자 아이를 무조건 잡아 끈 체 벽으로 밀어 붙혔다.
여자아이.. 처음에는 놀라더니 나를 보더니 곧 미소를 짓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내 목을 감싸 안은 체 나를 휘감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오겠지.. 그리고 보겠지.. 이런 나를.. 후..
“몇 살이야?”
짙은 화장에 긴 속눈썹이 인상을 구겨지게 만들지만..
얼마 있으면 오게 될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조금 참겠다.
“너 내 애인 할래?!”
“조용히 해”
“응?”
입구쪽에서 나를 찾는 그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제 빨리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자가 키스하려는 찰나에 그 아이가 나를 붙잡았다.
..그 아이.. 진달래가..
“조성하! 뭐 하는 거야! 지금???”
달래의 등장에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더니..
화가 난 달래는 내 팔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역시 내 생각대로다.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그 여자 누구야?”
“그냥 좀 아는 사람”
“뭐? 그냥 좀 아는 사람이라고? 알면 알았지 방금 그 행동은 뭐야?
너 여자친구 있는 사람이야. 버젓이 내가 있다구!!! 나 무시하는 거야 뭐야?”
“왜 이래? 나 너 무시한 적 없어..”
“싫어.. 나 싫어. 아무 여자하고도 다시는 그러지마! 알겠어?”
진달래가 나를 좋아한다면,
나는 그 마음을 이용할거다.
그 마음으로서 내게 상처 받기를 원한다.
늘품이가 받을 아픔만큼 나는 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잔인하다고 해도 괜찮다.
두고 봐.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봐.. 진달래.
.
.
.
.
.
나는 너를 죽어도 용서할 수가 없으니까.
“너도 운동 다니냐?”
“응.. 늘품이랑 선영이가 하자고 하는 바람에..”
“늘품이랑 선영이는 모르지? 거기 너네 아빠가 사장이라는 거?”
“응.. 아직 몰라.. 그냥 말하지 않으려고..”
“왜?”
“그냥.. 가르쳐 주기 싫어..”
진달래.. 보면 볼수록 놀라울 만큼 뛰어난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이런 아이가 어떻게 늘품이 앞에서는 그렇게도 태연한 척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
하지만.. 이제 곧 저 아이의 양면성을 파괴시켜줄 것이다.
“성하야.. 나 진심이야..
내가 늘품이 일로 인해 너한테 반 협박적으로 사귀자고 하긴 했지만..
나 정말 이번처럼 사람이 좋아서 이런 적은 처음이야..
나 정말로 너 좋아하고.. 그리고.. 그리고..
.. 사랑해..”
나는 너의 사랑에 감사 할 뿐이야.
나를 진정 좋아해 줘서 감사하다고 오히려 무릎이라도 꿇고 인사하고 싶어.
그래야 네가 곱절로 상처를 입을 수 있을 테니까.
그것이 내가 너의 사귀자는 말에 스스럼 없이 받아 들인 이유거든..
“나 먼저 가 본다.”
“왜?”
“어디 좀 갈 때가 있어서”
“어디?”
“나중에 얘기해 줄게.. 얼른 집에 가라”
“전화 할 거지?”
“그래..”
8시까지 면접을 보기로 했으니까..
아직 시간은 여유로웠다.
눈 앞에 ‘미래스포츠센타’라는 큰 간판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 사무실을 찾았다.
“정주임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어떤 일로?”
“아르바이트 건 때문에요..”
“아.. 잠깐만 기다려요..”
10분 정도 의자에 앉아 있었더니 정주임이라는 사람이 왔다.
나를 여기저기를 훑어 보셨는데 어색해서 한번 웃었더니
덩달아 웃으셨다.
“아직 고 3이라고 했지?”
“네”
“스포츠 센터 청소하는 일인데.. 가능하겠어?”
“그럼요..”
“응 그래.. 여기 아줌마 한 분이 또 있거든..
그 아주머니랑 같이 수영장을 청소를 맡으면 되겠구나.. 시간은 9시부터
하면 된다. 니가 어디 학교라고 했지?”
“제일고등학교요”
“아.. 제일.. 제일 옆이 대덕상고지?”
“네..”
“여기 사장님 딸도 거기 3학년 이거든..”
“아.. 예..”
“자.. 아줌마 오실 시간 됐으니까 인사 겸 같이 올라가자꾸나..”
주임님을 따라 수영장으로 올라갔다.
아줌마.. 분명히 날 보고 놀래시겠지..?
수영장 입구쪽으로 가니 늘품이네 엄마가 청소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줌마.. 몇일 사이에 너무나도 많이 야위셨다..
“아줌마.. 오늘부터 같이 수영장 청소할 학생이에요..
글쎄 이 녀석이 대학 간다고 등록금 마련한다길래 마음이 좋아서
바로 오케이 했어요.. 하하”
“아.. 네.. 엇..”
생각대로 아줌마는 놀라셨고,
나는 아줌마에게 정주임이 보지 못하도록 얼른 윙크를 살짝 했다.
아줌마 내 뜻을 아셨는지 조용히 있으셨다. 다행이다.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깨끗하게 청소해주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주임님..”
“성하야! 아주머니 도와서 열심히 하거라!”
“네!! 안녕히 가세요”
정주임이 나가자 아주머니가 대뜸 내 팔을 잡으셨다.
“어찌 된 일이야? 성하야.. 니가 여긴 웬일이니? 어? 등록금이라니?”
“힘드셨죠? 다른 사람이랑 같이 일하는 것보단 저랑 같이 하는 게 훨씬 낮잖아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혹시 우리 늘품이도 아니? 응?”
“늘품인 몰라요..”
“그래? 다행이구나.. 말하지 말아 줘.. 그 녀석 알면.. 마음 아파 할 거야..”
“아줌마.. 여기 늘품이 친구네 아버지가 하는 곳이에요..”
내 말에 두 눈이 커지는 아줌마...
역시 모르셨던 눈치다.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지..? 그만 둬야 하나? 어쩌지.. 어쩐담..”
“그래서 제가 왔잖아요..”
“응?”
“제가 알아봐서 아줌마랑 같이 일하는 거라 말하면 되잖아요..
요즘에 이렇게 목욕탕이나 헬스장 청소하는 알바 구하려고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대요. 짧게 일하고 돈을 많이 받잖아요..”
“그래.. 이곳도 수입이 꽤 짭짤하거든.. 세 시간 일하면서 그렇게 버는 곳
흔치 않거든.... 그래서 대뜸 하겠다고 한 건데..”
“계속 하세요. 대신 저랑 같이요..”
“성하야.. 너 그럼 일부로..?”
눈물을 글썽이시는 아주머니를..
살짝 안아드렸다..
“걱정 마세요. 제가 늘품이랑 늘찬이 지켜줄게요..
그러니까 아줌마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세요..”
“고마워서 어쩌니..”
“뭐가 고마워요.. 그 동안 저희 엄마랑 저 지켜 주신 분은 바로 아줌마잖아요..
그거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에요..”
“..너만 믿을 게.. 성하야..
우리 늘품이랑 늘찬이 부탁 좀 하자..”
“네!! 우리 얼른 청소하러 가요!!!”
진달래.. 모든 것이 네 뜻대로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마.
내가 절대로 그렇게 안 되게 만들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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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봐.
세번째,하늘품
이런-0- 하마터면 늦을 뻔 했다-0-
오늘이 면접 날인데-_-;;; 난 미친 거야.. 으휴..
일어나자 마자 재빨리 머리를 감고, 정장으로 쏘옥 빼 입었다.
아무리 봐도 이쁘단 말이야.. 꺄하하..
“아니 늘품아. 웬 정장을 입었어? 학교 안가?”
“응! 엄마 나 오늘 회사 면접 보러 가?”
“뭐라고?”
“엄마 나 늦었어! 얼른 밥 줘”
“늘품아! 회사라니!!! 너 대학가야지!!!!”
식탁에 앉아서 대충 밥을 먹는데.. 자꾸만 목이 메여서
죽을 뻔 했다.. 엄마 미안.. 그런데 나 정말 대학 가고 싶지 않아..
그래서 그런 거니까.. 그렇게 나 쳐다보지마..
“너 당장 교복 못 입어? 얼른!!!! 학교 가!
무슨 회사야! 무슨 면접이냐고!! 다음 주면 수능 보러 가는 녀석이! 응?
그럴 시간 있으면 집에서 공부 나 하란 말이야!”
“연봉이 기가 막혀.. 엄마! 장난 아니라니까.. 하하.. 나 간다!”
“늘품아! 하늘품!!!”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이미 결정했다.
엄마랑 늘찬이랑.. 떨어져 지내 게 되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리지만..
친구 말로는 몇 년만 고생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 몇 년만 고생하자! 하늘품+_+!!!
한가지 더 슬픈 건.. 성하 녀석.. 이다..ㅜ_ㅜ
#
“합격자 발표는 2주에서 3주 후에 모든 학교로 공고 될 예정입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구요. 조심해서 돌아 가시길 바랍니다.”
모든 면접이 끝이 났고,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그날 이후로 우천이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전화해 보았지만 전화기를 몇 일째 꺼진 상태였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면접을 보아도 찹찹하긴 마찬가지네-_-
이제 몇 일 후면 수능이라서 그런건가..? ㅎ ㅏ ㅎ ㅏ
집 앞으로 와 보니 아니아니-0-!
왜 제가 여기 서 있는 거지..?? 내가 잘못 본 건가??!( ..)
“오랜만이네.. 잘 지냈니? 병원에 입원했다며? 그땐 미안했다.”
“너 지금 날 보러 온 거야-0-?”
민규희였다.
그렇게도 치를 떨게 만들던 민규희-_-^
아니 니가 나와 무슨 볼 일이 있다고 우리 집까지 왔다니-_-^^^
“이뻐졌네?”
“야! 나한테 할 말이 뭐야? 또 싸우러 왔냐?
웬일로 혼자 왔어? 체-_-^”
“너 걱정돼서 왔다.”
“뭐어-0-?? 너 지금 제 정신이니-0-??”
민규희가 살짝 돌은 것이 분명했다..
이거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지..
그것도 나한테.. ㅎ ㅏ-0-
“너 아직도 진달래랑 같이 다니냐?”
“당연하지! 친구니까!”
“니가 단단히 미쳤구나? 아니면 돌았던가!”
“내 생각에는 니가 미친 거 같은데-_-a”
“야! 하늘품! 나 진심으로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정말이다!
진달래는 절대 너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 거야! 진짜로! 너 혹시 너랑 친하거나
아니면 니가 좋아하는 남자애 있어?”
“…있지.... 그런데.. 왜?”
“너 혹시.. 그걸 달래도 알고 있냐?”
“..”
몹시도 흥분한 민규희-_-
적응 안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남들이 알면 우리가 친한 줄 알 거야. 그렇게 생각 할까봐 살짝 어이없어지려 하네-_-;;;
“진달래! 그게 얼마나 사람 뒤통수 치는지 아냐?
정말 정말 진심인데 제발 그 년이랑 다니지 말아 줄래???!!!!”
“저기 침 튀었거든.. 흥분은 금물이야ㅡ_ㅡ”
“너 이리와!”
갑자기 민규희는 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살짝 오버해서 어이없네-0-!
민규희 대낮부터 술 한잔 하셨나-_-;;
민규희는 씩씩하게 앞서 가더니 내게 물었다.
“너 혹시 미래스포츠 센터라고 아냐?”
“알지! 나 거기 다닌다^o^”
“그래? 진달래가 암 말도 없든?”
“뭘?”
“거기 진달래 아빠가 운영하는 곳이거든”
“뭐어-0-???”
“역시 몰랐구나.. 하긴 그 년은 비밀 투성이거든..”
“야! 민규희! 나 집에 갈래!”
“너 몰랐지? 그치? 진달래가 항상 그 따위야.
친한 듯.. 모두 말해 주는 듯 하지만.. 사실은 자기에 대해선
아무 것도 가르쳐 준 건 없어. 개가 그런 애야”
“됐어됐어! 니가 알고 있는 달래는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가 알고 있는 달래는 그런 애 아니야! 난 집에 갈 거야!”
민규희 뭘 믿고 힘이 이렇게도 쎈지는 모르겠지만ㅡ_ㅡ^
암튼 날 꽉 잡고 끌고 가는 민규희를 살짝 꼬집어 보았다.
하지만 이게 웬일 꿈쩍도 안 하는 민규희..
아니 도대체 뭘 먹고 이렇게 강한 여자인지-0-
그런 민규희가 사거리 신호등에서 갑자기 뚝 멈췄다.
“야! 갑자기 서면 어떻게 해!”
“야.. 니가 좋아한다는 놈이 혹시 재냐?”
“뭐?!”
“저기 좀 봐! 이 병신아!”
병..병신-0-!!!!
여러부운! 지금 민규희 이것이 제게 병신이라고 했습니다-0-!!!
“뭐라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아니.. 황당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이상해.. 이상해..
“저기.. 보이냐? 신호등 앞에? 저거 진달래 맞거든?
보아하니 남자애가 진달래 팔을 붙잡고 안 놓고 있네? 진달래가 가려는 모양인데..
남자애는 못 가게 하는 것 같네? 그렇지? 그치?”
왜..
왜.. 달래랑 같이 있는 거지..?!
“저거 봐! 하늘품! 진달래가 저런 년이라니까!
저걸 확! 죽여 살려? 야 너 이번에는 그냥 나 둬라? 엉?
내가 저 년 반은 죽여 놓을 테니까!!”
신호등을 건너려는 민규희를 붙잡았다.
그리고..
“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민규희.. 니가 틀렸네? 그치? 잘못 짚었다.. 너..”
“뭐라고? 너 확실해?”
“당연하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 애 아니야..
너가 오버 한 거야..-_-;;; 괜히 뛰어 가서 소리 지르면 넌 개쪽이야ㅡ_ㅡ”
“씨펄!!!”
“나는 집에 얼른 가 봐야 해서 이만 간다! 안녕 민규희ㅡ_ㅡ”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 뒤 돌아 섰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충격이 컸다.
..달래와 같이 있었던 사람은.. 달래를 붙잡으려 애를 썼던 사람은..
다른 아닌 우천이었으니까..
.. 김우천이었으니까…
[지금 누나가 아주 착하고 좋은 사람한테 엄청난 실수를 하고 있거든..
너무나도 나쁜 짓을 하고 있거든..
그 사람은 누나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데.. 말야..
누나와 내가 그렇게 착하고 좋은 사람한테 엄청난 나쁜 짓을 해버렸어..]
아니겠지.. 아니겠지..
설마.. 그럴 이가.. 쿡.. 나도 참.. 미친 거 아니야?!
그럴 이가 있겠어?
어떻게 달래랑 우천이랑 형제일 수가 있겠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있겠어?
만약 그렇다면.. 달래가.. 달래가.. .. ㅎ ㅏ.. 아니야..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늘품.. 너 오늘 상당히 오버한다?!
달래 니 친구야!
니가 안 믿으면 누가 믿을 껀데?! 오버쟁이ㅡ_ㅡ
그런데 왜 이렇게 신호등에서의 달래와 우천이의 모습이
눈 앞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일까..?
분명히 달래는 화를 내고 있었고, 우천이는 매달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정말 나도 모르게..
다시 신호등쪽으로 뛰어 가고 있었다.
내 발을 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신호등 앞에 서 있는 우천이와 달래가 보였다.
코트를 푹 뒤집어 쓴 체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가슴이 두근두근..
마치 도둑질이라도 하는 것 마냥.. 웃긴다..
.. 조금씩 달래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 이거 못 놔? 나 지금 성하 만나러 갈 거야!!”
“그만하자! 응? 제발 그만 하자! 이럴수록 상처 입는 건 자신이라는 거 몰라?”
“야.. 김우천! 뭘 그만해? 웃겨! 정말?! 성하도 날 사랑해!”
“아닌 거 알잖아!!
알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성하가 좋아하는 거.. 니가 아니란 거 알잖아.. 너가 아니잖아!”
“김우천! 다시 한번 그 딴 소리 지껄여 봐! 그때 다시는 널 안 봐!”
무슨 이유 때문에 저 둘이 저럴까..?
우천이는 어떻게 달래를 알까?
나 때문에 둘이 알게 된 거 아닌가..? 이상해.. 분명히.. 뭐가 있어..
그래 뭔가가 있어..
우천이는 달래를 놓아졌고,
달래는 다시 걸어 가기 시작했다.
..
“제발 정신 차려! 우리 이제 그만하자! 응?”
달래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우천이..
.. 도대체 뭘..? 왜..?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우천이 말에 나는 이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 하잔 말야!! 누나!!!!!!!!!”
심장이 마치 폭발할 것 같았다.
손 발이 떨리고 떨려서..
..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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