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신화의 천국에 해당하는 발할라는 전투중에 사망한 전사들의 혼이 발키리의 인도에 의해 안착하게 되는 바이킹의 이상향이다. 헤임달이 경비를 서는 그곳에서는 매일밤 연회가 이어지며 불멸의 신체를 가지고 부활한 바이킹 워리어들은 오딘과 토르가 지켜보는 앞에서 라그나로크가 올 때 까지 영원한 전투의 향연을 벌인다.>
오버를 조금 보태서 말하자면, UFC 166은 지상으로 내려온 발할라였다.
징조는 언더카드에서부터 강하게 나타났다. 언더카드의 8경기 중 5경기가 선수들 스스로의 힘에 의해 마무리 되었다. 4차례의 KO극과 한번의 서브미션 승부, 그리고 세번의 판정 경기도 모두 치열한 난투극이었다. 메인카드의 첫 경기에서 부터 휘발유를 들이 부은 선수는 존 닷슨이다. 원래 스피드 레벨이 가장 높은 플라이급에서도 최고의 운동능력을 가진 닷슨에 대해 현지 해설진은 '상대가 토요타 코롤라 라면 닷슨은 페라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해설진의 언급은 사실 그대로였다.
닷슨은 왼손잡이이고 상대였던 대럴 몬테규 역시 마찬가지였다. 몬테규의 신장은 167cm로 닷슨에 비해 7cm가 높았다. 신장이 높은 선수를 상대로 뒷손의 단발을 그냥 맞추기는 쉽지않다. 그렇지만 존슨의 스피드레벨은 극도로 높았고 몬테규는 초장부터 닷슨의 대놓고 치는 롱펀치를 연거푸 허용하며 캔버스의 맛을 보았다. 경기시작 4분 10초경 양선수의 뒷손이 크로스 되었다. 몬테규의 펀치는 허공을 갈랐고 닷슨의 것은 정확히 적중되었다. 앞으로 떨어지는 몬테규를 보고 주심은 즉각 KO선언을 했다.
'마술사' 닷슨의 크로스카운터 매직
바통을 이어받은 선수는 가브리엘 곤자가였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의 오버사이즈 파이터 션 조단을 맞이한 그는 상대의 라이트 잽을 허용하고 물러나면서 뒤따라나오는 조던의 레프트를 자신의 오른손으로 커버한 후 그손으로 바로 카운터를 돌렸는데 그것이 정확하게 적중되면서 KO승을 거두었다. 상대의 공격을 막은 손으로 바로 카운터를 하는것은 하이테크닉이다. 커버링한 손의 반대손으로 카운터를 하는것이 일반적인데, 이런식으로 역수를 던지면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의외의 공격이 되므로 굉장한 효과가 있다. 이것의 구사에는 물론 섬세한 반사신경과 높은 타격 경험치가 필요하다. 복싱에서는 아드리안 브로너가 이런식의 카운터에 능숙하다. 물론 곤자가가 이것을 성공시킨것은 곤자가의 리플렉스가 뛰어나거나 실력이 좋았다기 보다는 조던이 너무 성급했던것이 주요인일 것이다.
곤자가는 콧수염을 기르고 나왔는데, 이에 대해 팬들은 그의 외모가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호평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뵌 분 같기는 한데....??
메인카드의 3경기는 길버트 멜렌데즈와 디에고 산체스전이었다. 멜렌데즈는 전 스트라이크포스 챔피언이고 굉장한 실력자다. 벤 핸더슨과의 타이틀전을 보신분들은 잘 알겠지만 그와 핸더슨은 대등한 실력이었다. 레슬링 베이스이지만 주먹이 워낙 빠르고 정말 강하게 후려치는 스타일로 유명한 멜렌더즈를 상대로 한물 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디에고 산체스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것인지, 세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일방적인 경기가 될것이라는 예상이 난무했던 것.
경기의 내용은 그러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대회 후 기자회견에서 데이나 화이트는 이경기를 두고 'That was the Fight of the....I don't know what'이라고 말했다. 흔히 1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하는 경기를 파이트 오브 더 이어 라고 말하고, 1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경기는 파이트 오브 더 데케이드, 100년이면 센츄리, 이렇게들 표현한다. 정찬성-가르시아 1차전에 대해서 해설진은 파이트 오브 더 센츄리 라는 표현을 썼고 화이트는 데케이드라고 표현했다. 화이트의 언변은 훌륭하다. 그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런 화이트 조차 멜렌데즈 산체스전을 놓고서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테크닉이라든지, 경기의 흐름같은것 보다는 분출하는 선혈과 강철의 턱, 그리고 전사의 심장으로 설명될 수 있는 그런 대경기였다.
UFC 166 메인카드의 무게중심, 산체스의 투혼이 대회의 질을 우주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mmafighting.com>
코메인 이벤트는 다니엘 코미어와 로이 넬슨간의 헤비급 매치였다. 코미어는 경기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들은 넬슨이 터벅 터벅 걸어들어오고 제가 빠르게 움직이며 그를 두들겨 패는것을 보게 되실거예요, 경기가 그라운드로 갈때는 제가 그를 테이크다운 시켰을때입니다."
이정도면 예언급이다. 코미어의 말은 한치의 틀림도 없이 그래도 실현되었다. 전 경기의 박력이 워낙 대단했고 또한 텍사스 터프가이들의 고상한 안목과 천진난만한 인내력 덕에 야유가 상당히 나왔지만 코미어의 신체능력 및 테크닉은 굉장한 수준으로 그의 경기력의 구조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코미어는 초반, 레슬링으로 선수를 두었다. 그리고 타격으로 체인지 오브 페이스를 걸었는데, 타격간에 코미어는 계속 레슬링 페인트를 섞어준다. 손을 슬쩍 다리쪽으로 뻗었다가 상단 펀칭을 구사하는 식이었는데, 이런식으로 상대방의 의식에 부담스러운 상황을 먼저 인식시켜놓은 후 그것을 중심으로 역공을 거는것은 상당한 고단수다. 게다가 코미어는 킥을 이용한 제3의 패턴도 매우 능숙하게 구사했다. 가장 놀라웠던 장면은 2라운드에 나온 스위치킥-브라질리안킥 연속기. 비록 적중되지는 않았지만 경기의 흐름상 그런것을 보고나면 넬슨의 머리가 복잡해 질 수밖에 없고 경기중에 머리가 복잡해진다는것은 집중력이 떨어진다는것과 같은 의미다. 넬슨은 사실 아무것도 못해보고 속절없이 모든 라운드를 내주며 쓸쓸히 짐을 쌌다.
갈때 가더라도 넌 오늘 좀 맞자, 대신 살려는 드릴께
코미어는 데뷔후 13전을 치르는 동안 아직까지 단 한라운드도 내주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그의 체중은 224파운드(101.6KG)였다. 넬슨전에서 이기든 지든 그는 라이트 헤비급으로 내려간다고 선언했는데, 그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그가 라이트 헤비급으로 내려가면 당체급의 젊은 맹주 존 존스에게는 굉장한 도전이 될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코미어, 존스, UFC, 그리고 팬들과 AKA 모두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좋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있다. 무엇보다도 케인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헤비급에서는 당하지 않아도 되는 감량이라는 고통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코미어의 모습은 꽤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그는 UFC의 특집 영상을 통해 케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케인이 없었다면 전 오늘 이자리에 있지 못했을겁니다. 제가 왜 그를 상처입히고 그의 타이틀을 빼앗으려 하겠습니까. 그렇게 많은 도움을 준 친구와 싸운다는것은 정말 바보짓이예요."
로이 넬슨이 코미어의 오른발에 흡성대법을 시전하고 있다 <mmafighting.com>
메인 이벤트였던 케인 벨라스케드 대 주니어 도스 산토스 3차전은 처참한 난투극이었다.
산토스는 경기전 케니 플로리안이 지적한 대로 케이지를 이용해 케인의 테이크다운을 방어하려 했다 철망을 등지고 기댄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상대를 넘기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것이 테이크다운에 대한 대비책이라면 좋은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케인은 경기전 '그가 레슬링을 생각할 때 타격을 , 타격을 생각할 때 레슬링을 사용하겠다' 라고 말했다. 레슬링 방어에는 케이지가 도움이 되었지만 타격의 방어에 케이지를 등진 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 움직임이 너무 심하게 제약되기 때문이다. 산토스는 기동력을 포기하고 레슬링을 대비했지만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케인의 타격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무리였다. 케인의 타격능력은 굉장히 우수하다. 그의 복싱은 산토스만큼의 파워를 뽑아내지만 못할 뿐 기교적인 면에서는 원래 매우 수준이 높았다. 괜히 그를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헤비급 파이터라고 부르는것이 아니다.
또한 케인은 이번경기에서 짧고 테크니컬한 펀치를 전략적으로 구사했다. 원래 케인의 펀칭이 컴팩트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점을 더욱 강화시킨것인데, 이 전략으로 케인은 산토스의 스윙아크 내각으로 적중률높은 펀칭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런식이면 같은 타이밍에 펀치를 뻗어도 케인의 공격이 먼저 적중된다.
지구 최강자의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두선수가 일으킨 피보라 <mmafighting.com>
산토스의 특기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커다란 스윙아크를 그리며 목표를 타격하는 호쾌한 펀치다. 그런데 케이지를 등지고 있으면서 케인에게 접근 및 클린치를 계속 허용해서는 그 기술을 쓸 찬스를 잡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테이크다운의 저지에는 그럭저럭 성공적이었지만 그 하나를 얻으면서 너무나 많은것을 내주어 손해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케인은 케이지를 등지고 선 산토스를 넘기기가 쉽지 않자 더티복싱을 위주로 산토스를 공략헸다. 집요하게 달라붙어 짧은것을 계속 찔러넣는 케인의 공세는 끝없이 이어졌다. 케인을 상대하는 선수들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중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지구력이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에 쉴틈이 없고 웬만하면 지쳐서 오히려 주도권을 넘겨줄법한 시간대가 되어서도 케인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에 떨어지며 틈이 만들어졌을 때는 위에서 설명한대로 케인은 짧은것을 던지고 산토스는 큰것을 시도하기 때문에 그순간의 상대성 역시 케인이 우세했다. 산토스의 펀치가 닿기전에 케인의 공격이 반박자씩 빠르게 산토스의 안면을 흔들었다.
초반부터 승부의 흐름은 케인이 주도했다. 그리고 3라운드에 결정적인 그림이 나왔다. 산토스의 왼손잽을 케인이 라이트 오버핸드로 카운터 한 것이다. 1차전 당시 케인이 산토스에게 당했던 것과 같은 기술이었다. 이것의 적중 이후 산토스는 빈사상태에 몰렸다. 산토스는 이번에도 초인적인 맺집과 정신력으로 버텨내었지만 이미 너무 심한 충격을 입은 후 였다. 상황을 주시하던 레프리 허브 딘은 거의 TKO선언의 일보직전까지 갔지만 경기를 속행시켰다. 아마도 산체스의 투혼에 반응한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이 대결의 역사적 의미가 그로 하여금 경기를 속행시키는 쪽을 선택하게 만든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데이나 화이트는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3라운드에 TKO선언을 했어야 하는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했고 팬들의 일부도 산토스의 후유증을 걱정하며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허나 그 상황에서 경기를 중단시키는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케인도 쉽게 승리를 거둔것이 아니다, 다만 산토스의 베는 깊이가 약했던 것 <mmafighting.com>
산토스도 좋은 펀치와 근거리에서 팔꿈치공격을 몇차례 적중시켰고 끝까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던 5라운드,중반, 산토스가 케인의 목을 붙잡고 조르기를 시도하던 중 케인이 몸을 회전시켜 빠져나갔는데 그 와중에 산토스의 머리가 매트에 충돌했다. 이미 머리에 충격이 너무 많이 누적되어 있던 산토스는 그것으로 전투불능상황에 빠졌고 경기는 그제서야 종료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케이지를 등진 산토스의 선택이 패착이라고 조심스럽게 보고있다. 넘어가지 않기 위해 본인의 장점까지도 포기한 셈이기 때문이다. 테이크다운이 안통해도 케인에게는 클린치의 더티복싱과 컴팩트한 타격이라는 훌륭한 무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기동력과 레인지 파이트를 봉인한 산토스는 케인의 내구력을 넘어설만한 일격을 낼 수 없었다. 간간히 터지는 짧은것과 팔꿈치 카운터로는 케인의 살점을 조금씩 떼어낼 수 있었을 뿐 뼈를 자를 수는 없었다. 콩고전에서의 예를 보면 알지만, 케인은 웬만큼 맞아서는 떨어지지 않으며 상당한것을 당해도 금방 회복한다. 그를 이기기 위해서는 힘있는 딜리버리(타격을 위해 앞발을 내딛는 동작, 강력한 체중이동을 일이키기위한 것이다)를 동반한 100% 출력의 빅샷이 필요했다. 케이지를 등진 상태에서 코앞에 달라붙어있는 케인을 상대로 그런 딜리버리는 불가능했다. 케인에게 유효한 타격을 적중시키기 위해서는 산토스가 들어오는 케인보다 다 빨리 빠져나가며 좌우로 움직여주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만약 산토스가 그렇게 했다고 해서 케인을 이겼겠느냐는 부분에서는 또 의문이다. 산토스가 그런전략을 구사했다면 케인의 테이크다운이 성공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계속적인 테이크다운 및 집요한 그라운드 & 파운드에 5라운드 내내 당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산토스라고 해도 일발장타를 적중시키는데는 운이 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지 두 전략중 그나마 가능성이 높으쪽이 기동략과 파워를 살리는쪽이 아니었겠는가 한다는 얘기인데, 물로 결과론일 뿐이다.
결국 다양한 옵션과 경기력의 입체구조가 케인이 승리한 원동력이다. 타격과 레슬링, 그라운드 어택이 모두 뛰어나기 때문에, 또 무한체력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안에 상대의 연료탱크를 완전히 바닥내 버리기 때문에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답이 없다.
갓므마의 기사에 따르면 병원으로 후송된 산토스의 상태는 나쁘지 않다고 한다. 물론 휴유증이 아예 안남을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큰 걱정은 안해도 되는 분위기다. 경기에서 보여준 산토스의 정신력을 보면 그가 금새 회복하고 다시 전선으로 복귀할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도 좋을 것같다.
데이나 화이트는 산토스에 대해 다음과 같은 트위터를 남겼다.
"그는 남아메리카 대륙만한 심장과 지옥에서 만들어진 턱을 가지고 있어"
MMA 헤비급의 왕관은 효도르가 쓰러진 이후 땅바닥을 굴러다녔다. 2010년부터 그것을 집어들기 위해 수많은 파이터들이 피투성이의 격전을 벌여왔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효도르의 후계자가 정해졌다. 2013년 10월 20일은 헤비급에 케인 벨라스케즈의 시대가 도래한 날로 MMA의 역사에 기록 될것이다.
2인자의 축복과 함께 New Emperor 의 대관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mmafigh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