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동료들과 함께 쓴 책이다>
나도 이따금 아내에게 ‘천명에 한 명 있을법한 별종' 취급을 받지만 여기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유니크한 면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을 한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산다. 생태미술 연구가 한길순씨(58)
<작은산과 동료 김영석씨가 꾸민 생태 숲놀이터>
생태미술, 그게 뭐람? 사람마다 해석은 다르겠지만 뭐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다. 흙, 풀, 꽃, 나무 등 주변에 흔하게 널린 자연물을 소재로 체험과 놀이 활동을 하는 행위다. 조금 멋지게 표장하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술교육인 셈이다.
그리고 본명보다 자연 이름 작은산이 더 익숙한 그니는 23년간
이런 활동을 해왔다. 작은산이란 별칭이 말해주듯 평지보다
숲놀이를 더 좋아해 2006년 도시(오류동)를 떠나 시골로 왔다.
<2007년에 보일러실에 비가 샌다는 요청에 자재를 싣고 달려가 보일러실을 만들어줬다. 기름통위에 앉은 이가 필자>
<완성된 보일러실, 100% 재활용 자재다>
홍동에 내려와서 손수 키운 밀로 빵을 만들고 직접 빚은 토기에
음식을 담아 먹는다. 현대적 장비에 의지하지 않는 그니의 삶은 영농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
<2012년 집주변의 갯버들. 오른쪽 굴뚝에 가리워진 게 간이 도자기 가마다>
그 뿐만 아니다. 자투리 땅에서 키운 목화솜으로 베갯속을 만들고 대나무로 만든 타악기는 아들이 연주하니 가히 자급과 자족의 삶이다. 이 즈음 그니의 교육관은 ’엄마가 너희에게 줄 것이 부족해 자연에 맡긴다. 자연이 너희에게 부족치 않게 줄거야‘로 요약할 수 있다.
<작은산의 설치작품중 하나. 오로지 플라스틱 전선관과 철사만으로 만들었다>
워낙 자연과 더불어 살다보니 지금 사는 일곱평 집도 흙부대로 지었다. 2013년 봄에 얼뚝 생태건축협동조합 회원들과 두 달 가량 어우러져 지었는 데 화장실에 그 흔한 위생기조차 없다. 이 또한 그이만의 고집이다.
<작은집앞의 비오톱이라 불리는 생태연못. 아주 작다>
홍동에 내려와서 생태미술연구가로서의 활동은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홍성 전역을 일터로 방과후 생태미술교육 활동을해오다 어느 순간 떠돌이 같은 강사 말고 ‘아이들이 찾아오게 만들자’라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집가까운 곳에 작은 숲이 있어 주인의 허락을 받아 놀이터로 꾸몄다.
<홍동면 금평리 얼뚝 동료의 흙부대집 외벽에 작품을 만드는 작은산님 가족>
<동료의 흙부대집과 같은 기법으로 자신의 7평 집도 지었다>
목재 팔레트, 자연목을 재활용하고 시중의 자재는 가능한 최소한도로 숲이 주는 어메니티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놀이터를 만들어갔다. 차츰 입소문이 나서 체험이 이어지고 교육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한 가지 고민은 계약만료를 앞두고 부지매입을 협상중이나 녹록치않다. 할 수만 있다면 폐교 등 안전하고 너른 부지에 그간의 경험을 살려 아이들이 뛰놀며 배울 수 있는 학교밖 학교인데 그니의 푸른 꿈이 언제 제대로 펼쳐질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
<무지개 숲놀이터 방향을 알려주는 픽토그램을 도로 곳곳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