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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을 결정하기 까지..
오랜 갈망이었던 어학연수를 급하게 결정하면서 연수국가와 지역에 대한 고민의 비중이 제일 컸습니다.
어학연수 하면 흔히 영국과 미국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고 저 또한 런던과 뉴욕을 놓고 고민을 했었는데 런던과 맨하탄에서 연수를 한 지인들이 하나같이 했던 말이 나름 한국에서 공부를 했다 했는데 스피킹에 대한 말문이 자연스럽게 트이지 않아서 2달 정도는 그냥 지나가버린게 안타까웠으니 맨투맨 수업을 하는 필리핀에서 2~3개월 정도 영어공부를 하며 스피킹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서 가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심지어 교수님 조차도 아는사람이 뒤늦게 미국박사를 갔는데 필리핀에서 6개월 영어공부하고 바로 입학했다면서 필리핀 연수의 최대 메리트인 맨투맨 수업 때문에 그렇게 짧은 시간에 곧바로 입할 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조언과 함께 필리핀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는 말에 저 또한 필리핀에서 어느정도 스피킹 능력을 쌓은 다음에 런던으로 가기로 제 어학연수 계획을 셋팅하였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평소때 문법이나 단어는 물론 영어회화가 4단계정도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들은 곧장 영미권으로 가셔도 무방하겠죠. 하지만 저는 영어책에서 손땐지 몇 년 지나버렸고 연수오기전에 공부좀 미리 하려했지만 10시를 넘기기 일쑤인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에 녹초된 몸을 이끌고 퇴근 후 공부를 한다는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5년전까지만 해도 언어교육원에서 4단계 수료증을 받았었고 학창시절에 영어공부를 안한 것도 아니었는데.. 쓰지 않았더니.. 거짓말처럼 정말 다 잊어버렸습니다. 출국하기전 영국 학교로 부터 레벨테스트지를 미리 받아서 시험을 봤는데 제 점수는 충격 그 자체였어요 정말.
필리핀.. 마닐라.. 그리고 APC..
마닐라 공항에 처음 발을 내딛자 마자 필리핀을 선택한 저의 과오에 속이 상했습니다.
공항이라고는 하지만 어릴적 터미널을 연상하게 하는 시설정도의 공항, 케케묵은 역한 냄새, 재래시장에 서있는 듯한 소음, 습하고 더운 기후.. 공항앞의 거지들, 공항에서 학원으로 오기까지의 차속에서 느끼는 금방이라도 교통사고 날 것 같은 끔찍한 교통체계.. 저는 바로 패닉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브로셔에서 봤던 학원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학원을 가면 괜찮을꺼라 애써 위안했것만 학원과 기숙사는 새마을운동 시절의 병원과 시설급이고 그나마 그 앞에는 거리의 아이들이 맥도날드 처마밑에서 돈을 구걸하는데.. 필리핀을 추천했던 저의 지인들이 매우 원망스럽기도 하면서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니 며칠만 지켜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첫날 신입생들만 데리고 학원사무실에서 오리엔테이션과 레벨테스트를 하고 그 레벨에 따른 교재와 함께 선생님을 추천하며 본인만의 시간표를 짜줍니다.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긴하지만 어떤 선생님이 좋고 어떤 교재를 해야하고 나의 영어상황은 어떠한지 전혀 알 수가 없으므로 저는 그냥 다 맡겼습니다.
첫 주는 입도, 마음도 얼어서 말도 거의 나오지 않고 머릿속은 온통 취소해버릴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만 이 주차 접어드니 이제야 제 지인들의 추천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퀘존이 낡은 동네이기도 하고 학원앞 환경도 그다지 좋은 건 아니지만.. 이곳을 한국하고 굳이 비교하자면 신림동 고시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싶습니다.
수업이 보통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루어지고 수업끝나도 예습, 복습 하기에 바빠 학원앞 나갈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학원과 기숙사가 붙어 있어서 교통비며 기회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필요한 간식 등은 학원 바로 앞 미니스톱에서 구입하시면 됩니다. 학생들도 한 공간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서 그런지 트레이닝 복장에 슬리퍼 신고 매우 편하게 수업에 임하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기숙사에서 세탁에 다림질, 나아가 방청소는 물론 욕실 변기청소까지 다 해주고 1층 구내식당에 대학교 구내식당밥 수준의 한식이 매끼 제공되므로 공부외에 신경써야 할 게 전혀없는게 정말 편합니다. 버스를 기다릴 필요도, 요리를 위해 장을 볼 필요도, 빨래와 청소를 해야할 일도, 오늘은 무얼 먹어야 하는식의 끼니때마다 고민도 전혀 없습니다.
가끔 구내식당 밥이 질릴때 3천원 정도의 택시비로 가까운 띠목이나 웨스트우드에 가서 학생들과 외식하는 정도이고, 학원앞에 스타벅스가 없다는게 여전히 아쉽긴 하지만 기숙사 1층에 한국 커피와 맛, 가격이 비슷한 자판기를 2주차 되는 이 시점에 발견하게 되어 고시원 들어온 심정으로 나름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럴꺼면 그냥 조용한 시골 소도시 아닌 마닐라를 선택한 이유에 의문이 들겠지만 한 나라의 수도이니 만큼 필리핀 모든 문화의 집합소이기에 주말에 시내에 나가면 대부분 다 누릴 수 있다는 것이죠. 호텔, 리조트, 다양한 고급레스토랑, 명품샵, 쇼핑몰, 클럽.. 모두 다 있습니다. 도시이기 때문에 공부하다가 가끔 답답하면 시내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마닐라를 선택하였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 늘 전제되는게 가격대비 입니다. 가격이 싼데 서비스를 최상으로 바라면 그건 날강도 이겠죠. 런던 어학원에도 물론 내가 돈주고 요청하면 일대일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사랑방 신문같은 곳에 오래된 유학생이 이제 막 공부하러 온 학생에게 영어회화 과외를 해주겠다는 광고도 많이 봐왔지만.. 맥도널드 알바비가 한 시간에 3만5천원이라는 그 나라에서 일대일 튜터를 고용하거나 과외를 받으려면.. 돈이 얼마가 들지 모르겠습니다.
런던같은 경우는 거리의 예술가도 수준이 높고 유명한 미술관부터 이름모를 미술관까지 문화체험시설도 다양하고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그 사람들의 시민의식이나 문화수준은 필리핀과 비교할 바 못되겠지만, 그러한 이유로 그곳에서 제가 지불하는 방값만 해도 한달에 2백만원 입니다. 방값만요.. 듣자하니 대학교 구내식당 밥이 2만원 꼴인데, 그것도 힘들어 유학생들은 한국음식점 많이 찾아다닌가 보더라구요. 학교 구내식당 밥이 2만원인데 밖에 나가 사먹는 한식은 도대체 얼마일까요.. (ㅠㅠ) 10년전 유럽여행 하면서 런던생활 한달째, 맨날 베이컨에 계란후라이, 스테이크 이런게 너무 지겨워 유학생들에게 물어 갔던 한식집에서 예약안했다는 이유만으로 한시간 떡볶이 조그만 접시 1인분에 14,000원, 물 3,000원, 단무지 3개 1,000원, 잡채 분식집만한 조그만 접시 16,000에 사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거기에 팁까지!
이렇게 놓고 봤을때 어짜피 문법, 리스닝, 스피킹 모두 안되는 제 상황이니 일대일 수업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필리핀이라는 나라와 답답할 적이 경제적인 구애없이 먹고 싶은 음식 마음 놓고 사먹을 수 있는 마닐라가 제게는 적격인 듯 합니다.
영국대학교 부설 어학원에 학비를 미리 송금한 상태이긴 하나 학비가 정말 후덜덜 입니다. 수업의 퀄리티가 제가 투자한 값만큼의 가치가 있을지는 가서 겪어봐야 아는 것이구요..
- APC 수업
다른 학원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이 학원이 나름 꽤 괜찮다는 말을 주변사람들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공부도 자신만의 방식이 제각각 틀리듯 선생님 또한 캐릭터들이 다 틀려서 자신과 잘 맞는 선생님을 찾아가야 하구요, 교재 또한 선생님과 상의하여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책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저도 처음에는 선생님이든 교재든 전혀 아는바가 없어서 이쪽에서 정해준대로 했는데요, 기숙사 복도 테이블에서 학생들과 정보를 교환하다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선생님들 캐릭터 및 추천 교재 등..
누구나 원하는 인기강사는 먼저 수업을 듣고 있는 친구들이 거의 다 컨택해놓은 상태라 복도 게시판에 그 학생들이 수업끝나고 한국들어가는 스케줄표를 참고하시어 선생님을 바꾸실 수가 있는데, 그게 경쟁이 치열해서 아침 5시부터 사무실앞에서 줄서는게 보통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저도 6시45분에 갔더니 9번째..
참고로 APC 최고 인기강사는 핸리, 오디, 리아, 크리스... 등입니다. 새벽같이 온 학생들이 제일 먼저 선택하는 선생님들이니깐요.. 그런데 선생님들마다 성격이 모두 틀리고 학생들 또한 공부하는 방식이 틀리니 결국에는 남들 얘기는 참고일 뿐 본인에게 맞는 선생님을 본인이 찾아내어 그 선생님께 교재와 수업방식을 요구하시면 됩니다.
선생님들은 좋습니다. 필리피노이기 때문에 물론 네이티브 처럼 발음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선생님과 내가 직접 대화하며 선생님이 그때그때 틀린 문장을 잡아주고 중간중간 단어설명이라든가 문법을 알려주니.. 이게 필리핀 연수의 매력이겠죠.
- 잠깐의 슬럼프
학원에 한국학생들은 거의 90%입니다. 한 건물에서 공부하고 생활하고 학원밖을 나갈일이 거의 없으니 가끔 이곳이 외국인 것 조차 잊어버릴때가 있습니다. 현지생활은 물론 학원수업과 공부에 대한 정보를 얻는답시고 저 또한 일주일 동안은 기숙사 엘리베이터 앞 테이블에서 수다떨기 일쑤고, 밤에 친구들과 맛집 찾아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예습, 복습을 뒷전이고.. 여기가 런던이었으면 학교 오가며 외국생활에 대한 긴장감과 함께 영어만 사용했을텐데, 나름 어학연수라고 와서 수업시간에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는 영어를 더듬더듬 말하고 내가 한 말이 문법적으로 어떻게 틀렸는지 조차도 모르면서 수업끝나면 오로지 한국말만 하는 이 상황에 또다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카톡 보이스톡 전화서비스 때문에 친구들에게 전화며 문자도 많이 오고..
선생님들과 얘기하다 보면 영어가 늘 줄 알았는데 기본 문법이나 단어가 없으니 그 영어 자체도 한계가 있고, 밤에 문법책을 펴들고 공부를 하며 단어를 외우다 보니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고 한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걸 내가 지금 이러고 있구나 싶은게 스스로 반성도 많이 하고.. 하지만 이런식의 고민들은 영국이나 미국으로 간 친구들도 많이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공부좀 하고 올 것을... 하는.
이 주차 부터는 학원생들에게 공부방법도 물어보고 나름 저만의 공부법을 위한 고민을 해보며 저 또한 선생님도 바꾸고 교재와 수업방식도 어떤식으로 해달라 요구하여 몇 일간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공부말고는 다른 곳에 전혀 신경쓸 필요가없는 이곳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수업 들으며 방과 후에는 기숙사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정리하며 내일은 선생님들과 무슨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이야기할지 공부하는 이 패턴이 좋습니다. 저만의 공부 포맷도 찾아가고 있구요.
마치며..
공부에 집중하고 마음 먹으니 학원 앞 시설이나 이런 것들은 전혀 신경쓸 대상이 아니었던습니다. 보통 주말에 맛있는 것 먹고 쇼핑하는 정도일텐데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라 택시타고 조금만 나가면 명품관은 물론 고급레스토랑도 많고 서울만큼의, 어쩌면 서울보다도 더 큰 시설들이 많습니다. 물론 필리핀의 GNP는 한국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사람사는 곳 어딜가나 빈부차가 있듯이 이곳에서도 거지부터 벤츠타고 다니는 사람까지 다양하다는 것이죠.
저는 이제 이 곳이 편하고 좋습니다. 선생님들 발음이 완벽한 영어발음이 아닐지라도 한국학원의 영어선생님 발음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문화시설이나 학원 커리큘럼이 명문은 아니더라도 어짜피 지금 제 영어 수준이 높지 않아서 일대일로 하나씩 공부해나가는 이 상황에 만족합니다.
필리핀에서는 영어공부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저에게 같이 고민하며 상담해주시는 선생님과 칠판말고 노트에 직접 적어달라할때 내 노트정리를 대신 해주시는 선생님, 내가 모르는 단어를 알 때까지 설명해주시는 선생님, 내가 요구하는 수업방식 그대로 다 맞춰주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이것이 바로 필리핀 어학연수만의 매력이겠죠.
평일에는 수업듣고 예습, 복습하랴 바쁘고.. 주말은 주말대로 부족한 문법공부 스스로 보충하느라 시간이 빠듯합니다.
나머지 생활들은 앞으로 차차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쯤되면 영어로 글쓰고 싶을 만큼 제 영어실력이 향상되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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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한편의 수필을 보는 듯했어요~~수고하셨어요
와!! 정말 정성껏 지금의 심정과 느낀점들을 연수일기에 담으셨네요!! 좋은 정보감사해요^^
너무 상세히 써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