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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테라로사’ 내부, 주요 구조물과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넓은 공간에 기계 설비들을 인테리어 소재로 배치했다.
<영남일보/ 최상대의 시간을 담은건축-7>
옛 공장의 재생- 복합문화공간 ‘F1963’ ’키스와이어 센터‘
최 상 대
‘F1963’ 다소 추상적 이고 쉽게 기억되지 않을 듯한 이름의 복합문화공간 공간이 부산에 생겨났다. 철제 와이어를 생산을 하던 고려제강의 옛 공장이 복합문화공간 'F1963'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팩토리(factory)의 스펠링 F와 고려제강 설립년도 1963을 더해 ‘F1963’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하였다. 54살 나이의 공장건물은 2008년 이후 생산기능이 종료되며 ‘2014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사용되면서 재탄생 하였다.
- 키스와이어 센터, 기념관
과거 공장을 철거하지 않고 복합문화공간 공간으로 재생하면서 미래지향적 형태의 기념관과 사옥을 조화롭게 망미동 언덕지형에 스며들 듯 배치하고 설계하였다. 건물들의 출입동선은 지형과 기능에 따라 각각 분리되어 있다. 옛 공장을 지나서 본사사옥의 출입동선이 있고 옛 공장을 내려다보는 서측 언덕 위 별도의 분리된 동선에는 ‘키스와이어 센터(Kiswire Center)’ 이름의 기념관, 홍보관, 기업 연수원이 만들어졌다.
‘고려제강 기념관’으로도 불리는 키스와이어 센터는 철제 와이어 생산 회사의 특성을 설계 컨셉(concept)으로 반영하였다. 기념관 파사드는 입구에서부터 노출 콘크리트 벽을 지탱하는 듯 와이어의 텐션(tension) 구조를 디자인으로 적용하여 긴장감을 준다. 광안대교의 케이블을 제작한 회사답게 와이어의 장점과 특성을 건축 구조에 적용하여 기둥이나 보 없이 28개의 와이어만으로 지붕이 지탱하는 설계로 지어졌다. 내부 나선형 계단중력은 와이어 구조에 매달려있다. 야외 테크 물의공간에 올라보면 수영만과 해운대 선템시티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 복합문화공간 ‘F1963’
옛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한 ‘F1963’은 도로에서는 깊숙이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방문객의 눈에는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미류나무와 맹종죽 숲으로 길게 조성된 150여 미터 길은 도시가 아닌 전원적 힐링을 주는 사이길이다. 길의 바닥은 공장의 폐 콘크리트 조각을 박석처럼 거칠게 깔았고 작은 벤치 부재들도 공장 폐자재들을 사용하여 진입에서부터 공장 재생의 흔적들을 보여주고 있다. ‘F1963’ 은 공장건물 측면으로 진입하기에 전면은 전체 규모에 비해서는 작고 외소하게 나타난다.
‘F1963’은 국비 포함 총 32억원을 투자하여 탄생한 도시재생사업이다. 부산시와 문화재단, 고려재강의 마인드가 탄생의 주역이다. 그리고 이러한 건축과 공간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건축가의 열정과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었으리라. 옛 공장 형태와 기본골조 이외의 나머지는 공간 운영 목적에 맞게 벽을 세우고 다시 디자인됐다. 그러나 여느 재생건축보다도 인위적인 느낌이 적다는 것이다. 공장은 시차를 두고 지어진 듯, 길다란 여러 개의 공장건물이 연결되어 내부 기둥간격(SPAN)이 다르고 공간크기 구조 지붕형태가 다르다. 콘크리트 바닥은 일부 깨어지고 균열이 갔다. 불안한 기둥과 오래된 지붕은 철골구조로 보강을 했다. 과거 기계 설비들을 그대로 1963년부터 54년간 생산 흔적이 그대로 배어 있는듯하다. 가운데의 외부 공간을 두고 공장건물들이 둘러싸는 전체적 배치이다. 비어진 중정은 이벤트와 공연 시상식을 행하는 다목적 기능 공간이다. 중앙부의 건물을 철거하여 옥외 빛의 공간을 구성했으리라고 추측해본다.
‘F1963’은 두 가지 유형으로 사용된다. 행사시에는 공장 전체가 대형 전시공간이요, 평상시에는 일부의 상업공간이다. 당연히 공장의 공간들은 대형 전시행사가 아니면 가용성이 없으며 일상적 발걸음과 활동성이 없는 공간은 생명력이 없는 시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입구 홀 건너 햇볕이 잘 드는 중정이다. 그 중정을 면하여서 좌우로 카페 가게 매장들이 배치되어있다. 전시행사가 없을 시, 나른한 일상의 한낮 휴식의 분위기이다. ‘카페 테라로사’ 수제 막걸릿집 ’복순도가’ 수제 맥줏집 ‘프라하 994’ 등 다양한 매장들이 입점 되어 있다. 중고서점 ‘예스24 F1963점’도 둥지를 틀었다. 서점에는 문학, 인문, 역사, 경제 등의 분야별 중고도서 약 20만권을 갖추고 있다. 특히 ‘카페 테라로사’의 인테리어는 낯설지 않은 격조를 나타낸다. 폐공장의 구조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서 넓은 공간에 낡은 원동기 모터 기계 설비들을 인테리어 소재로 배치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커피와 책과 내부 분위기에 취하여 오랜 시간을 머물면서 여유롭다.
- 건물과 땅의 재생, 그 가치의 발견
되돌아보면, 우리 도시 주변에는 오래되거나 용도와 기능이 폐기된 그러한 공장이나 창고가 흔하게 있어왔다. 불과 십 수 년 전에는 넓고 큰 공장과 부지일수록 효용성과 땅값에서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했었다. 고층아파트가 지어지고 상가 할인매장 멀티플렉스가 생겨나면서 부터 넓은 공장 큰 창고의 부지들은 시행사와 건설사의 타깃이 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땅값이 오를수록 과거의 건물과 땅들은 남아서 존재하기란 불가능했다. 지금에 와서는 오랜 세월의 땅과 건물의 사라져버렸음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재생의 노력은 존재하고 있을 때에만 유효한 것이다.
전국의 구 연초제조창들이 문화 예술 공간으로 거듭 태어난 사례는 대구의 ‘예술발전소’를 비롯하여 여러 도시들에서 볼 수가 있다. 연초제조창은 민영이 아닌 관영이었던 탓에 수익을 따라 곧 바로 매각되지 않고 존속되어 있었을 것이다. 민영 고려제강은 공장부지를 매각하거나 철거 신축하지 않고 지켜온 기업이 있었고 지방자치단체와 문화행정이 눈여겨서 살펴보고 실 문화적 마인드의 실천 협력이 있었기에 ‘F1963’는 가능했을 것이다.
깨끗함과 밝음에 익숙한 도시현대인들에게 낡고 칙칙한 폐공장이 새로운 공간으로 가치를 발휘하기 시작했을까? 컨벤션 등의 대형 고급시설과 깨끗한 갤러리 공간에는 충분히 익숙해져 있다. 귀중한 예술작품이 허술한 판자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공장 창고, 균열이 나간 거친 바닥에서 전시 수 있다는 것도 신선한 감상거리인 것이다. 사라져 버릴 수 있었던 과거의 건축공간은 앤틱 가구보다도 더 희귀한 건축 희귀품일 수 있는 것이다.
옛 공장 산업시설의 문화 예술 공간화의 대표적 사례로 베이징 ‘따산즈 198’지역을 이야기한다. 군수 무기 공장이었으나 냉전이 끝난 후 공장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쇠퇴하였다. 대기업이 공장지구를 인수해 고층 아파트 개발예정이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공장건물을 임대하여 2001년 작업실과 화랑으로 개장, ‘북경 Floating World’라는 전시를 개최하면서부터 세계적 문화 예술지구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따산즈 198’의 매력은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문화혁명의 붉은 선동 문구가 그대로 남아있고 배관 물탱크 모터 터빈 공장 부속품들이 독특한 설치미술이며 독특한 예술 공간들이다.
‘F1963’ 입구 왼편에는 도시 소비생활 기능의 대형할인매장 건물과 주차장이 버티고 서있다. 오른쪽 언덕위에는 미래를 지향하는 코끼리 로고마크의 ‘키스와이어’ 새 건물이 길게 나타난다. 그 중심부, 보이지 않는 미류나무와 맹종죽 숲길로 들어서면 오십여 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과 공간과 건축이 함께 공존하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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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963’ 진입로는 미루나무 대나무 숲길로 조성된 150여 미터 힐링 길이다. 바닥 벤치들도 공장 폐자재를 사용 공장 재생의 흔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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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중고서점에는 분야별 도서 약 20만권을 갖추고 있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격조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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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와이어 센터’에는 고려재강 기념관 본사사옥이 있다. 철제 와이어 생산 회사의 특성을 컨셉(concept)으로 설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