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일 컬렉션] 26. 최승희 신작 발표회 리플릿 | ||||||||||||
“조선이 낳은 일급 인물” 칭찬 일색 1935년 두번째 신작 일본 문화계 극찬… 여운형 등 후원단체도 확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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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리플릿은 일제 강점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무용가 댄스 리사이틀’(Korean Dancer Dance Recital)이란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끈다. 또 당시 일본 문화예술계를 이끌던 9명의 명사들이 최승희의 무용을 극찬한 무용평과 프로그램 등을 담고 있다. 최승희는 지난 33년 일본 ‘이시이 바쿠 무용연구소’로 다시 돌아가 다음해 제1회 신작발표회를 갖고 일본 무용계로부터 ‘무서운 신인’이 등장했다는 호평을 받는다. 제2회 무용발표회는 1935년 10월 22일 최승희가 평소 공연무대로 동경하던 도쿄 히비야 공회당에서 열렸다. 사료를 공개한 박민일 전 강원대 교수는 “히비야 공회당은 궁성 인근에 위치해 당대 최고의 공연장으로 최승희는 재도일 2년 만에 꿈을 이뤘다”며 “영문제목의 경우 세계로 향한 꿈을 담은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리플릿 뒷면을 장식한 무용 평은 화려함 그 자체다. 최승희의 스승인 이시이 바쿠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보통사람의 두 배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소설가 가와바다 야스나리도 “훌륭한 체구, 춤의 크기, 힘과 두드러진 민족의 마음은 일본에서 제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연출가이자 평론가인 소노이케 칸나루는 ‘최승희 시대’를 예견했으며 무용비평가 니가다 다츠오의 경우 “경박한 겉치레로 꾸며진 예술이 만무한 시대에 최승희 같은 여성이 있어 든든하다”고 극찬했다. 연출가 무라야마 도모요시는 “그녀의 육체적 천분과 오랜 시간에 걸쳐 다져온 근대무용의 기본적 훈련이 조선의 무용을 되살렸다”고 표현하고 있으며 음악·무용평론가 우시야마 미츠루도 “최승희의 춤은 향토무용의 소재를 자기 예술 속에 녹여 새롭게 주조한 창작으로 창작 무용가들이 배워야 할 것”이라고 일본 무용계를 독려하고 있다.
현대 일본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 무희로 표현한 아동문학가 미츠요시 나츠야의 평을 비롯해 ‘미완성의 미’로 표현한 무용평론가 에구치 히로시, 평론가 스기야마 헤이스케는 ‘조선이 낳은 일급인물’이란 수사로 최승희를 표현했다. 신작무용발표회 15편의 레퍼토리는 △조선풍의 듀엣 △무녀의 춤(조선 고곡) △세개의 코리안 멜로디 등 향토성 짙은 프로그램과 베토벤, 쇼팽 같은 작곡가들의 곡을 주제곡으로 사용하고 있어 최승희의 글로벌 지향도 엿볼 수 있다. 무용발표회 티켓은 1원·2원·3원 등 세 종류이며 여운형과 송진우 등이 참여한 ‘백십자회’가 새로운 최승희 후원단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박민일 전 교수는 “스승 이시이 바쿠의 몸값이 500원 정도였을 당시 최승희는 출연료로 5000원을 받았다”며 “제2회 신작무용발표회 이후 독립해 일본 전국 순회공연, 영화출연, 광고모델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 1935년은 최승희의 성공신화 원년”이라고 말했다. 윤수용 ysy@kado.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