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개요 ...
쥬세피나 카를로타 챤페로니 (토스카나 고고문화유산관리국)
(General Introduction ... by Giuseppina Carlotta Cianferoni)
로마와 로마 미술에 초점을 맞춘 본 전시회는 고대 이탈리아의 위대한 문명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소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물 전시를 통한 시각적 메시지 전달이 과거 문명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본 전시회는 고대 로마 문화의 가장 독특한 측면들에 초점을 두어 로마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윤곽을 큰 어려움 없이 잡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이런 방법이 로마 문화를 알고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대 로마 관련 고고학 연구 성과로 이제 방대한 예술 유산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러한 예술품들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작품들을 선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선된 작품들을 전시하여 로마 문명의 일반 추이와 특성을 가장 특징적인 예술 측면에 집중해 다루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전시회가 고대 로마세계를 개괄하고 고대 로마 문명이 배출한 최고의 예술품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본 전시회에 출품된 유물들은 대부분 토스카나 주(州) 박물관들과 그중에서도 특히 피렌체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들입니다.
고대 로마 예술과 로마인들의 본질적인 삶을 쉽게 묘사하고 전달할 수 있는 유품들을 선택했습니다. 유물 전시 방법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으며 전시 순서도 논리적 구도를 이뤄 보는 이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예전에 빛을 발하지 못했던, 대단한 관심 대상이 되어야 마땅한 중요한 유물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로마의 세력이 절정에 달한 황제들의 시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기원전 1세기~ 기원후 3세기 중반). 기원전 27년은 “로마(Urbe)” 역사에서 진정한 전환점으로 인정되는 해입니다. 이 해에 로마 원로원이 옥타비아누스에게 아우구스투스 칭호를 수여하고 최초의 황제로 선출하였습니다. 이게 로마의 황금시대를 연 사건이었습니다. 반면 원로원이 선출한 마지막 황제 고르디아누스 3세가 사망한 기원후 244년에 로마의 헤게모니가 막을 내렸고 로마는 쇠퇴기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로마와 이탈리아는 더 이상 제국의 경제력과 정치력의 중심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쇠퇴 현상은 공공생활과 사회생활에 관한 새로운 생각과 방식이 로마 사회에 작용하기 시작한 세베루스 왕조 시대에 이미 나타났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치세에 이러한 변화가 제국의 정치구조와 사회구조의 기반을 흔들어 심각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만족(barbarians) 국가들이 강력해졌고 훗날 중세 유럽을 형성하는 국가들의 모태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 전시회는 토스카나 박물관들이 소장한 거의 400점이나 되는 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대리석 조각상과 동전, 도자기, 질그릇, 초상, 음각세공보석, 항아리, 석관, 소형 청동상, 은그릇, 귀중한 세공품(로마의 금속세공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석, 카메오, 유리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유물을 각각 "사람(MEN)"과 "신(GODS)"이라 명명한 두 파트로 나누었습니다.
1. 사람(MEN)
이 부분에서는 공공 생활과 다양한 측면의 사생활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테마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A 공공 생활과 사생활 - 이 부분에 진열된 유물과 초상은 로마 황제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포함한 로마의 위대함에 기여한 인물들에 관한 것입니다. 로마인들의 생활 방식을 제대로 보여주고 로마인들이 개인 복지와 의술에 대해 보인 관심도 강조했습니다. 의류와 보석 이외에도 화장품과 의료 도구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마인들의 삶터와 일터에 대해 개관하고 특히 "도무스(domus, 주택)"에서 "빌라(villa, 농촌 가옥)"까지 일반 가옥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로마 황제들과 후손들의 모습이 여기 전시된 수많은 초상과 동전, 음각세공보석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 전차경기장, 극장, 원형극장에서 공연하는 검투사들과 배우들을 묘사한 유물도 모아 놓았습니다. 많은 유물이 로마인들의 생활방식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공중목욕장에 가는 습관을 다룹니다. 사실 로마인들은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목욕장에서 서로 만나곤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다루는 또 하나의 주제는 장인 작업장과 작업장 운영에 초점을 맞춘 로마 경제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의 끝에서는 로마의 기념물과 장례 의식을 다루었습니다.
B 로마와 로마제국 - 이 부분은 로마의 영토 확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군사 정복과 무역 활동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로마의 지배 아래 지중해 연안과 중동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문화와 풍습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결속을 이루었습니다. 효율적인 도로망 덕분에 아주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도 쉽게 여행할 수 있었으며 "팍스 로마나(Pax romana, 로마의 지배에 의한 평화)" 덕분에 무역 활동이 매우 활발했으며 제국의 많은 속주들이 완벽한 로마화를 성취했습니다.
2. 신(GODS)
이 두 번째 부분은 로마의 신들과 이 신들을 숭배한 자들의 모습을 담은 대리석 조각상과 작은 청동상을 진열하여 로마 신들을 조명합니다.
그 어떤 군사 정책이나 이데올로기보다 더 효과적으로 거대한 로마제국을 통합한 소위 로마 예술 문화의 위력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품 선정에 신중을 기했음을 여기서 한 번 더 강조합니다. 특히 제정 시대에 로마 예술은 로마만의 예술 표현이 아닌 제국 내의 다양한 문화의 융합을 통한 제국 전체의 문화유산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로마 문화의 특징은 오늘날에 와서도 유럽 전체의 예술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로마 예술 그 자체의 위대한 가치 이외에도, 제국 내 여러 문화의 다양한 특성들을 보존하고 융합함으로써 범 대륙적인 예술성 완성과 지역적 예술 문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로마 예술은 보편적 역사적 의미가 큽니다.
로마 예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양한 문화를 완벽하고 독특한 스타일로 융합해낸 (크게 이탈리아, 에트루리아, 그리스 문화의 융합) 로마 예술의 절충 혼합성에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과다한 이상주의나 상징주의, 표현주의를 경계한 균형 잡힌 사실주의에 있습니다. 로마 예술의 유형과 스타일의 다원성은 시간 흐름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예술 발전에 기인하기보다는 로마인들의 팽창 욕구를 반영합니다. 사실 로마 군단들이 전 서구 문명 세계에 로마 헤게모니를 전파하면서 영토를 확장하는 동안에 로마 문명은 접촉하는 모든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여 더욱 더 풍요롭고 다양한 예술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로마인들은 순수 예술지상주의를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경계하는 것이 보편적인 분위기였습니다. 호화로운 공예품들조차도 예술성 이외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정교한 문양 패턴으로 장식한 귀금속이나 청동으로 만든 병과 이런 병을 본떠서 만든 도자기, 소형 조각상, 보석, 카메오를 많이 발굴하였습니다. 로마인들은 이런 물건들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그것들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지위나 부의 과시) 때문에 그것들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제정 시대 전반기에는 보석조각, 금속세공, 부조도예 같은 소위 기예(技藝) 분야의 예술적 성취도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특히 아레초 작업장에서 생산된 세련되고 우아한 도자기는 간과할 수 없는 걸작품입니다.
조각과 저부조(低浮彫)에 관해 말하자면, 초상들은 로마 사회의 요인들을 기리거나 장례식과 관련된, 로마 미술 특유의 개성을 보여 줍니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전시회에 출품된 유물들이 모두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높으며, 게다가 그 중 일부는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에 암시장에서 찾아내 제자리에 돌려놓은 유물이라는 점입니다. 이탈리아 세무 경찰(Guardia di Finanza), 이탈리아 국가 경찰(Polizia di Stato), 특수 기동 경찰(Carabinieri) 내 문화유산 보호과의 노고 덕분에 매년 수백 개의 고고학 유물이 빛을 보게 됩니다. 본 카탈로그의 부록에 실린 두 개의 유물은 세무 경찰의 문화유산 보호과에 의해 회수되었으며 라치오의 고고학 유산 감독기관의 협찬으로 이 전시회에 출품될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수꾼이나 문화재 도둑들이 국가적인 고고학 유산을 파손하거나 훔쳐가는 일이 비교적 흔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탈리아 경찰과 국립 문화재 관리소가 이탈리아의 예술적 고고학적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들의 전반적이고 헌신적인 수고가 그런 범죄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유일한 수단이고 이탈리아의 역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역사를 아는 것이고, 이런 이유로 우리는 앞으로 우리 문명의 여러 단계를 생각하고 재건하는 데 필요한 유물을 보호하고 보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