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까이 지내는 후배와 안부 문자를 나누다가 졸업 30주년씩이나 된 고교 동창회란 데를 참석하고 왔다는 후배에게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말을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남의 밑에 삼류 문사 노릇이나 하면서 기획 일이나 봐주고 있는 후배는, 자기와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승승장구한 기라성 같은 동창들의 모습에 심각한 자괴감과 우울을 금치 못한다는 얘기였다. 언제가부터 곧잘 술자리 같은 데서 자신의 인생은 '루저'라는 식으로 탄식하는 모습을 보여온 후배에게 나는 따끔한 충고를 한답시고 "충분히 '거리 두기'를 하지 않고 동창회에 참석한 자네의 잘못이야. 물질적인 성공은 꼭 필요하지만 결코 행복의 잣대가 될 순 없어." 따위의 언사를 거침없이 내뱉었으니 위로는 커녕 상심해 있는 후배에게 '언어의 폭력'을 행사한 듯해, 나중에 후회가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 이제 와서 나의 언사를 취소한다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상불 그것은 나의 신조이기도 하니까...일찍부터 철저히 제도권과는 담을 쌓고 지내온 나 같은 위인에게는 동창회 같은 얘기가 애시당초 해당 사항이 없는 것이다. 후배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많은 생각 하게 된다. 나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소회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바야흐로 고령화 시대가 도래한 요즘은 '복지'가 화두이고 노후 대비가 관심사로 대두했다. 누구나 노후에 받을 연금을 계산해 보는 것이 마치 유행병처럼 번진 것이다. 니체가 일찌기 간파했지만 복지 사회는 더 이상 할일이 없어진 '최후의 인간'이 도래한 시대인 것이다. 마치 인생은 통계 수치나 연금 숫자로 가늠되는 듯하다. 나 역시 '복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복지를 요구하는 사람이지만 복지 사회가 개인의 행복까지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앞으로 도래할 고령화 시대에는 복지와 상관 없이-아니 그 때문에-'삶의 의미' 문제가 화두가 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철저히 궁구하는 개인이 진정 행복한 사회, 그것이 나는 고령화 시대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여기는 것이다. 최상위 계층도 최하위 계층도 그것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고 보면 하위 계층일수록 어쩌면 삶의 의미 문제에 있어서 유리할지도 모른다. 삶의 의미는 결코 계량화 될 수 없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상위로 올라갈수록 삶의 의미 문제는 그 본질이 왜곡되고 희석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럼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그것을 사회나 매스콤이 선전하고 마치 쇼윈도우에 전시된 상품처럼 건네 준다면 그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다. 삶의 의미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사적이기에 각 개인의 삶 속에 찾을 수 밖에 없다. 삶의 의미는 철저히 개인의 몫이고 내면의 문제이다. 여담이지만 복지사회는 인류의 악몽이다. 아주 낯익지만 낯설고 공포스러운 것이 복지사회이다. 왜 그런가. 프로이트가 갈파했듯이 그것은 혼신을 다해 바라온 것이지만 동시에 억압된 무엇의 현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지사회를 초래하는 동안 우리가 억압한 것이 무엇일까. 억압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고 무의식 속에 잠재한 것은? 스웨덴의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작품 중에 '산딸기'라는 영화가 있다. 고령이 된 노의사가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러 가는 중에 고향 마을을 들러 자신이 지나온 길을 되새겨 보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노의사는 자신이 성공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러가야 할 아침에 자신이 죽어 있는 꿈을 꾸고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애초에 비행기를 타고갈 생각을 포기하고 자동차로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고향 마을을 거치는 경로를 택한다. 그 과정에 그는 어린 시절 온 가족의 여름 휴양지였던 별장을 들르기도 하고 동승한 며느리와 가족 얘기를 나눈다. 그는 사촌 누이를 사랑했으나 형에게 그녀를 빼앗겼다. 그의 우유부단하고 일견 성실한 기질이 숲속의 산딸기 같은 첫사랑 처녀를 눈앞에 보고도 놓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서서히 자신이 감춰놓고 있던 실패의 기억과 만난다. 며느리에게 듣는 아들 이야기를 통해 그는 자신이 인자한 척 하지만 터무니없이 완고하고 이기적이고 냉담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죽은 아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외간 남자와 통정까지 한 아내였지만 그런 아내조차 자신의 냉담함이 죽음으로 몰고간 것이다. 그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자기처럼 의사로 성공했지만 아내가 임신한 자신의 자식을 인정하지 않을 만큼 염세적이고 냉혹한 괴물이다. 그런 아들과 결국 노의사는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화해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나는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거기에 등장하는 노의사처럼 그것은 새롭게 발견되어야 할 무엇이라는 암시를 받을 수 있었다. 모르지. 턱없이 서툴고 엉성했지만 언젠가 그대와 나누었던 춤이 나의 인생에 깊은 잔영을 드리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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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호회
삶의 의미: 잉그마르 베르히만 <산딸기>
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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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9
24.06.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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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따가 다시ㆍㅎ
한국판 산딸기랑
많이 다르네요 ㅎㅎ
저도 지금 보고 그 생각이 ㅋㅋㅋ 아무래도 서양 산딸기니 많이 다르겠죠 가객님~~??
@커피트리 산딸기뿐이겠어요? '꿀단지'도 있어요.
@커피트리
저도
비슷한줄 알았다가 ㅋ
@지솔 ㅎㅎ
서양이라고 다를 건 없쥬?
'목구멍 깊숙히'도 있고.
뽕 1.2.3.4도 있쥬?
@지솔 하여튼 지솔님도 만만치 않으신 위트쟁이 지솔님 ㅎㅎㅎㅎ~~ㅋㅋ^^
@커피트리 아 나는 위트 싫어합니다~
@지솔 ㅋㅋㅋㅋㅋ
목구멍ᆢ이것도요???
@가객 어디까지나 팩트.
@지솔 싫어라 하심에도 이미 댓글에 위트가 드러나는 지솔님 ㅎㅎㅎ^^
아니시라면 정중히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
@지솔 오~~~~!!매우 긍정적인 쿨~~~^함이 폴폴 묻어나는 대답에 환호셍이 저절로 ㅎㅎ 감사 드립니다 지솔님~~~^-----^*
지솔님...
영화평 올린 글 계속 잘 읽고 있습니다...
제가 팬이됐다고 하면 믿으실라나요?.~~~
완전 멋지십니다..
지솔님께서 책을 내시면
저 무조건 사서 읽겠습니다.....
이렇게 푹 빠져서
읽으며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지솔님 글에
요즘 행복을 느끼는 1인입니다..
얼마전에도 감명깊게 읽었지만 차마 댓글을 달수 없어 그냥 갔는데,
오늘은 한글자 남기고 가요..~~~
완팬(완전한 팬)...입니다..ㅎ
감사합니다.
별 거 없지만요 ㅎㅎ
'책'은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내놓게 되면 알려드리지요.
완팬도
좋지만 찐팬도 굿!!~~~^^
그중에 저도 속하는 1인 이랍니다 다소미님^♡^
@지솔
ㅎㅎ
네..
꼭 알려주세요~~~^^
이왕이면 사인도 부탁드려요
.ㅎ
@커피트리
아...
그럴것 같아요..
팬이 많으실것 같아요..ㅎㅎ
@다소미 사인은 미리 해 드릴게요.
@지솔
ㅎㅎ
어떻게 받는지가 문제지만..ㅎㅎ
큰 성의에 암튼 감사합니다...
다소미님.
한창 활동하고 커리어를 쌓아야 할 시기에 제 인생에 큰 공백이 있었습니다.
후회는 없지만요.
(삶 자체에 저는 무게를 더 두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의 남은 인생은 그 공백을 메우는 일에 바쳐질 듯합니다.
그 과정에 다소미님이 함께 하신다면 큰 행복이 되겠죠.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지솔
네..늘 응원하겠습니다~~^^
헐~ㄸㄸㅇ라는 용어를 썼더니만 규제 됐다는군요.
엥??
ㄸㄸ ㅇ?
또띠아 피자 ㅎ
아마 다음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그런 듯해요
@룰루라라 그런듯..괜히 했네 풋~
규제된 글에 대하여~~!!
가끔~~!! 그럴 경우도 있으니 넓으신 맘으로 지솔님께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간혹 운영진에서 그런 것이라 오해하는 분들이 있으시나 분명히 이것은 다음 시스템에서 걸러진거 같으니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지솔님께 댓글로써 전해 드립니다^------^*
@커피트리 네..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짱구가 아니니까요 ㅎㅎ
@지솔 저녁이나 밤에 커피 드시면 못 주무시고 까만밤을 하얗게 지새우실 우려가 있어서 지솔님께 아보카도 음료 한잔 드립니다~~^^
더웠던 오늘하루 수고많이 하셨고요 평온함만이 가득한 좋은 밤이 되시길요 지솔님~~~^^
@커피트리 요거이 무슨 쥬스인가 했드만 아보카도주스군요~^^건강쥬스~^
저테도 한잔 주셨지요~^^
아는게 힘~^^ ㅋ
@룰루라라 일 하시느라 피곤 하실텐데 얼른 꿀잠 주무시어요 룰라 영자님~~^^오늘 하루도 수고많이 하셨어요~~~^^
@커피트리 옴마야 저텐 초저녁이어요~^^
그래두 커피트리님이 언능 자라하니 조금 일찍 자볼게요^
회원님들 말씀 잘들어야니께~^
@룰루라라 ㅋㅋㅋ 몇시에 주무시나 몰라도 얼른 눈 좀 붙여 보시길~~^^룰라 영자님 올빼미족~~~??
아직도 쌩쌩한 젊음이 있으신 룰라 영자님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