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편-------------------------------------------------------------------------------
16. 시련
내가 원하는 소원 하나는
그대와 함께 걷는 것
내가 원하는 소원 또 하나는
그대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것
내가 원하는 마지막 소원하나는
그대의 손을 잡고 온기를 느끼고 싶은 것
하지만
오직 하나만 바랄수 있다면
나 없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부디 그대가
내내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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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버튼을 눌러
영원이의 접속상태를 확인해 보았지만
이미 오프라인이다.
석달을 하루 같이 기다렸건만
고작 한시간정도의 기다림이 부족해
나는 영원이를 볼 수 없었다.
'바보.... 바보..... 바보......'
아무짓도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도 싫다.
다시한번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흐르는 물을 주워담을 수 없는 아픔이
이리도 큰 것이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
.
.
.
채팅창을 클릭하고 마우스를 움직여 본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먼데 갔나보네 ㅠ_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빨리오세효. 보고싶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올때까지 이러구 있어야지. 헤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우와!! 그동안 안왔더니 파란색 칸이 대게 많아졌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쫌만 하면 영원이두 금방 삼춘만큼 크겠다. 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쳇쳇... 이만큼 떠들었으면 올때도 됐는데!! ;ㅁ;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너를 힘들게 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흥!!! 그런다고 내가 좌절할 줄 알아욧!?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럴때 쓰는 비장의 비법!!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짜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고냥이 불러냈지효!! ㅎ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이구~~ 우리 현이 잘 이써쪄?? ;ㅁ;
자기 멋대로 내 이름중에 한자를 따서
샴고양이 이름을 붙여놓고
자기도 소환수가 있다고 박박 우기던 영원이.
'삼춘!! 얘도 계속 랩업 시키면 이담엔 삼춘 소환수처럼 커져서 같이 싸워요? 'ㅁ')/'
'................-_-;'
애완동물과 소환수의 차이도 몰랐던 녀석.
'영원아, 네가 무슨 냥꾼이니? -_-'
'.....;ㅂ;)a'
이런날이 올줄 알았다면
그때 그렇게 타박하지 않을 것을 그랬나보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현아~~ 엄마 보고 싶었찌~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도 우리 현이 너무보고 싶었어~ ;ㅁ;
시집도 아직 안간 녀석이다.
그래도 꼬박꼬박 현이 엄마가 자기라고 우겨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그동안 못 놀아줘서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많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정말 항상 잊지 않구 생각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럴수가 없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우리 현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정말 잘못했어...ㅜㅜ
이상하게 현이란 말이 내 귓가에서 방망이질 친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일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도.... 엄마 너무 미워하지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보러오지 못하는 마음은 더 아픈거란다..ㅠㅠ
갑자기 안구에 습기가 찬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이제 가야될 시간이에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 삼춘 쉬는 날이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꼭 볼 수 있을줄 알았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난 정말 운이 없는 아이인가 봐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삼춘..
가지마, 제발.
이렇게 날 두고 멀리 가지 말아줘. 부탁할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맞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진짜 중요한 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사랑하는 우리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와~~~ 짝짝짝짝짝짝!!!! 유후~~!!! >ㅂ< //
.......
기억하고 있었구나.
정말... 날 보러오지 못하면서도 잊지 않고 있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앞에서 춤추면서 불러주려구했는데.ㅠ0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칫칫!! 이건 다 삼춘 책임이에효!! -_-)+
정말 미안해.... 정말.
이말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진짜 가효...ㅠ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안녕.............
가지마... 부탁할께. 제발...
"'영원의나라'님이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
.
.
.
.
언제나처럼 시간은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에
지나가 버린다.
내가 놓쳐버린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영원이는 그렇게 내게 잊지못할 생일 선물만을 남겨둔 채
쓸쓸한 흔적만을 남기고 떠나가버렸다.
내 손에 사진위로
눈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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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몸이 너무 않좋고
회사일이 갑자기 터져서 자정에야 겨우 집에 들어왔네요. ㅠㅠ
원래 길었어야 할 내용이라
후반부의 프롤로그 부분만 먼저 올립니다.
제가 진짜 해야할 이야기는
내일 이시간에 추가로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제17편-----------------------------------------------------------------------------
17. 시련 Ⅱ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속에서
당신과 마주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내 삶은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기적은
당신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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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의 소식이 끊겼던 5월 이후로
매번 가위에 눌린채로 잠을 깨었고
나는 내내 밤잠을 설쳐야했다.
마치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그렇게 마구 방방이질쳐서
한번 깬 잠은 더이상 오질 않았다.
"후........"
시계를 본다.
새벽 두시...
억지로 눈을 붙인지 겨우 한 시간 남짓,
담배가 부쩍 늘었다.
한숨이 크게 늘었다.
그래도 가슴 한구석의 빈자리는 채워지지가 않는다.
더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잠시 옷을 챙겨입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복도 창문을 열고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내 마음속의 답답함도
이 연기와 함께 흩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이라곤 하나 여전히 차가운 새벽공기사이로
나의 시름도 함께 흩어진다.
하지만,
내뱉고 또 내뱉어도
가슴속의 응어리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언제쯤이면
나는 다시 꿈을 꾸며 잠이 들 수 있을까....
=======
다시 내방으로 들어와 본다.
밤새 켜져있는 모니터 불빛때문에
방 한켠이 환하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어제 이후로 컴을 종료 할 수가 없었다.
무법항 은행, 바로 그 앞에서
어제 영원이에게 귓속말을 받았던 그곳에서
그대로 한발자욱도 움직이지 않은채
나의 흑마는 서있었다.
이렇게 망부석처럼 있다가
그대로 돌이 되어 굳어도 좋다.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아니,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행여 하늘이라도 감동하여
내게 단 한번의 기회라도 준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이자리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가져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무도 비참했기에.
=====
또 하루가 지났다.
나 역시 컴앞에 앉은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하염없이 멍하게만 있었다.
밥도 먹을 수 없었고
물도 마실 수가 없었다.
오로지 섭취하는 것이라곤
담배연기뿐...
지금이 휴가 기간이란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못했다면 아마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고작 화요일.
아직도 휴가는 닷새가 남아있다.
.
.
.
.
.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데다가
수면이 너무 부족했으니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다.
'오후 3시라...'
눈앞이 뿌옇다.
그래도 습관처럼 모니터를 본다.
이러고 있으면 언젠간 영원이가
금새 '삼촌~!!' 하며 나타날 것만 같다.
"..........!!"
나는 어느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모니터 채팅창위에
거짓말처럼 영원이의 귓속말이 보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ㅁ;
나는 마우스를 잡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맞죠??!! 우리 은빛삼춘 맞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운!!! ;ㅁ;ㅁ;ㅁ;ㅁ;;ㅁ;;ㅁ;ㅁ;ㅁ;;ㅁ;
.....
왔구나...
정말 와 주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어디에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회사는 왜 안나간거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 아무말도 안해요 삼춘!!! ;ㅁ;ㅁ;ㅁ;
목구멍까지 올라온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나는 3일만에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힘들게 한자한자 써내려갔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우리 영원이.... 왔구나.
잠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나는 그대로 있었다.
=======
만약 이게 꿈이라면
나는 신을 저주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지금 모니터의 건너편엔 영원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이 너무 늦게 왔지...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또 영원이라고 불렀네.;; 우리 연희 화났겠다...ㅎㅎ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 머릿속 지우개는 여전한가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ㅁ;ㅁ;ㅁ;ㅁ;ㅁ;ㅁ;ㅁ;
하고싶고, 묻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나타나 준 것만으로도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기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어디게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응....?
아... 영원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할 내가
여전히 무법항 은행앞에 있다니
이렇게 멍청 할 수가......
급하게 친구목록을 열어본다.
'영원의나라 - 그늘숲'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헉... 그늘숲?
나와 영원이의 귀환장소는 아이언포지 여관이다.
그런데...
그동안 접속도 못했던 아이가... 그늘숲이라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지금 삼춘한테 가고있어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엇그제 삼춘 기다리다가 가시덤불 골짜기가 어딘지 몰라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서 찾아가지두 못한게 너무 후회되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지금 열심히 뛰고 있어효. ;ㅂ;)/
맙소사...
아직 말도 타지 못하는 아이가
아이언 포지에서 이곳까지....
나를 만난 이후론 한번도 혼자 다녀본 적이 없는
겁많던 녀석이..
멀고먼 동부왕국의 최남단까지...
영원이는 그렇게 나를 찾아서 뛰고 있었다.
=================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러지말구, 삼춘 귀환할께. 아포에서 보자.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ㅂ;)a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그냥 이렇게 삼춘한테 뛰어가면 안되효? ;ㅂ;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영원이의 말이 이어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동안 언제나 삼춘이 날 델러 여관으로 왔었지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은 내가 삼춘 마중가면 안되효.....? ;ㅂ;)a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도 너무너무 빨리 삼춘 보고 싶지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있는데까지 뛰어가서 만나고 싶어효.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허락.... 해줄꺼죠? ;ㅂ;)/
너란 아이는 정말...
날 얼마만큼 더 울리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내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 삼춘이 파티해주면 위치 나오잖아효. ;ㅂ;
더이상 이아이를 말려서 무엇하겠는가.
파티에 초대하여 위치를 보니.. 어느새 가시덤불이다.
아마도 그늘숲까지는 그리핀을 타고 온 모양이다.
임시주둔지를 막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몹들 조심히 피해서 길만 따라서 쭉 내려와.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알았어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 벗어나면.... 랩 높은 몹들이 우글거리니... 조심해!! ;ㅁ;
왠지 걱정이 된다.
이곳은 몹들랩이 워낙 높아서 애드가 되면
아무리 사제라도 금새 누워버릴텐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헉!!!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왜그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표범한테 누웠어효...ㅠㅠ
어느새 회색으로 나타나는 영원이의 모습.
아직 네싱워리 근처도 채 못왔기에
이렇게 하다간 평생가도 항구까지 못올것만 같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저기..... 연희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네!! 'ㅁ')/
조금... 망설이다가 이야기를 꺼내본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춘이.... 조금만 마중나가면 안될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_-)+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냥.... 조금만 나가서 마법으로 샤샤샥 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안돼욧!! ;ㅁ;ㅁ;ㅁ;ㅁ;
영원이의 말이 이어져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없이두 내가 혼자서 잘 갈 수 있다는 거 보여줄래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리구... 항상 나한테 삼춘이 뛰어왔잖아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한번쯤은 나도 찾아가구 싶었어요.
하지만...
네가 그렇게 눕게되면... 난 가슴이 너무 아픈데 어떡하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은 그거 모르죠??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어떤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렇게 누웠을때.... 시체찾으러 갈 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바로 그자리에서 부활하지 않구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저 만큼... 멀리 가서 부활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계속 조금씩 더 앞으로 갈 수 있어효!! 'ㅁ')/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몹들이 아무리 쎄두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가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언젠가는 삼춘한테 갈 수 있어효!! >ㅅ<
시체끌기를 알아내고서
마치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듯 의기양양해 하는 녀석.
그렇게 계속 죽으면 부활딜은 어쩌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삼춘은 그거 몰랐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헤... 그러니까 삼춘은 거기서 한발짝두 움직이지마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내가 금방 달려가서 뽀뽀해 줄께효. ;ㅂ;ㅂ;ㅂ;ㅂ;ㅂ;ㅂ;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자리에서 3일을 기다렸는데
고작 30분을 더 못기다리겠니.
삼촌 여기있을께.
이자리에 꼭 있을께.
어서 오렴...
네가 올때까지 삼촌도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을께.
=========
얼마간을 계속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던 영원이가
이상한 메세지를 내게 보낸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이상한 괴물이 자꾸 쫓아오면서 죽여효.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뭔가 예감이 이상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긴건 몹같은데 생겼는데... 꼭 사람같아효.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이번엔 막 날 못움직이게 하고 계속 웃어효..ㅠㅠ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름도 이상해. 꼭 사람이름 같아...
맙소사....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 앉힌채
영원이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빨간글씨로 뭐라고 써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혈투사 XXX'라고 써있어요. 길드란것도 있구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또 죽었다...ㅠㅠ
호드였다.
나는 왜 이곳이 가시덤블인 것을 잊고 있었을까.
서로 보이면 죽이고 죽는, 악명높은 가덤이란 것을
며칠전에도 공대로 필드쟁을 했었던 이곳을..
왜 생각지 못했을까.
======
영원이는 아직 호드를 만난적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썹이 무엇인지도
호드가 무엇하는 존재인지 조차 모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우리앞에 펼쳐진 현실이었다.
나는 무엇인가 해야만 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연희야, 삼촌말 잘 들어. 삼춘 금방 재접할테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절대 로그아웃하면 안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효....ㅠㅠ
잠시면 될꺼야.
금방 모든것이 잘 해결 될거야.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게 이야기 할 시간은 없구.. 어쨋거나 금방 다시 올께.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ㅅ;
그때.... 내게 있어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방법이
돌이킬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올 줄 알았다면
나는 결코 그런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버리고 말았다.....
제18편-------------------------------------------------------------------------------
18. 나비효과
장난으로 던져진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무심코 집어던진
작은 돌맹이 하나가
때론,
누군가에게
지울수 없는 절망이 된다.
==========================
나는 게임을 종료시키자마자
타계정으로 접속하여 호드캐릭을 하나 만들었다.
예전에 같은 주민번호를 누군가 도용할지 모르니
3개의 계정을 미리 만들어두란 충고를 듣고
그대로 해두길 잘했던 것 같다.
급하게 결재를 하고 타우렌으로 접속을 했다.
멀고어 넓은 초원화면이 로딩을 한다.
재빨리 Esc버튼을 누른다.
한가하게 풍경을 감상할 시간따윈 없다.
지금 이시간에도 영원이는 괴로워하고 있으리라.
-/누구 XXX
급하게 키보드를 쳐봤다.
-XXX 도적 언데드 60 가시덤불골짜기
'있다.'
이제.. 그를 설득시켜야 한다.
=========
"누구시죠?"
"아.. 저는 얼라흑마 은빛나래라고 합니다."
다짜고짜 귓말을 보내서
저랩사제니까 제발 죽이지 말아 달라고 하자
조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참내"
"부탁드려요."
여기서 말리지 못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랩사제에요. 죽이셔봤자 명예점수도 없잖아요...."
"........."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그냥 보내주세요...."
갑자기 잠시 아무말도 없던 언데도적이
흥분한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X, 그래서 얼라는 내가 저랩때 그렇게 학살을 했나?"
".......네?"
뭔가 심상찮은 말투다.
"랩 갓20 넘었을때부터.. 내가 샤쇼에서 죽은 횟수가 몇번인지 아슈?"
"........."
불안하다.
쉽게 영원이를 보내줄 것 같지가 않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썅, 내가 지금 당신 사과받자고 이러는 줄 알아!!!"
갑자기 분위기는 더 험악해져버렸다.
"하루에 무덤에서 50번씩 뛰었어. 씨X, 만랩씩이나 쳐먹은 X끼들이 매일 깽판치는 바람에..."
"........"
"30분동안 양변당하면서 다구리 맞아본 적 있어? 엉?"
"........"
갑자기 반말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어떤 개X끼들은 장비다벗고 맨주먹으로 때리는데... 그때 비참한 심정 니까짓게 알아!!"
"우린 타렌밀 퀘는 다 포기해야돼. 시X, 왜냐면 너같은 개X끼들, 바로 얼라때문에!!!"
"개X끼들.... 얼라는 다 죽어야돼!!"
군을 제대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제대 이후로 내 앞에서
이런 욕설을 내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들어간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정 반대의 글이 올라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드릴말씀이 없어요."
"아썅!! 넌 죄송합니다 소리밖에 모르냐? 시X새꺄!!"
"........."
젠장...
"내가 가덤에 처음왔을때도... 샤쇼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어."
"........."
"한달을 내내 무덤에서 뛰기만했어. 썅!!"
"........."
잠시 사이가 흐른다.
영원이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너, 얼라캐 이름이 뭐라구?"
"...은빛나래."
"기지배냐?"
".........."
참는것도 한도가 있다.
주먹에 점점 힘이들어간다.
"킥. 휴먼오타쿠 새끼구먼. ㅋ"
".....그만하시죠."
점점 말이 더 험해진다.
"그만하긴 뭘 그만해. 쟤가 니 깔이냐? 응??"
"........"
"오.... 깔따구 맞는 모양이지?"
갑자기 속에서 욕지기가 올라온다.
개자식....
"내가 오늘은 특별히 더 잔인하게 밟아주지. 킥킥.."
계속되는 욕설을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다.
바로 로그아웃을 하고 본캐로 접속을 했다.
============
접속하자 마자 맵버튼을 눌러
영원이의 현위치를 파악해봤다.
아까.. 내가 접종을 했을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움직일 수가 없어효....ㅠㅠ
이젠 참을만큼 참았다.
영원이의 부탁이라 이자리에 있었지만
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
무법항에서 뛰어나가며 영원이의 상태를 본다.
아직 무덤을 가지는 않은상태.
놈은 지금 영원이를 묶어놓기 위해서
무한 기절을 시키면서 놀리고 있는 모양이다.
도적을 키워본적이 없어서
어떤기술로 어떻게 메즈를 시키고 있는지모르겠지만
아마도.. 스턴기가 맞겠지.
'치사한 녀석....'
마음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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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항입구의 작은 동굴을 벗어나자마자
공포마를 소환했다.
영원이와 같이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거의 불러본적이 없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갈기를 보니
내 마음도 같이 흥분이 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얘가 나 못움직이게 하고 막 이상한짓 해효..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막 침흘리고... 킬킬거리고.... 입맛다시고...
개X식.... 그게 만랩이 할 짓이냐.
속에서 울분이 치솟는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얼굴도 가까이 대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너무 무서워효....ㅜㅜ
뛰어가는 내 마음은 조급했다.
하지만... 가시덤블은 너무도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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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가 시체상태로 변했다.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인 모양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영원이가 무덤에서 뛰어오기 전까지..
반드시 놈을 끝장낼 것이다.
잠시만 참으렴... 삼촌 거의 다 왔어.
.
.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악!! 삼춘!!!
갑자기 외마디 비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채팅창에 메세지가 뜬다.
ㅡ영원의나라가 접속을 종료하였습니다.
"..........!!!"
시체상태이던 영원이가
갑작스럽게 접종을 했다.
무슨일일까. 왜?
"띠리리~~ 띠리리리~"
멍할새도 없이 핸드폰이 울린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번호를 본다.
'010-XXX-XXXX'
처음보는 번호다.
전화기를 막 집어던지려는 찰나,
뒷자리 번호가 영원이의 핸드폰과 같다는 생각이 났다.
"연희야!! 무슨일이야!!"
"사..... 삼춘......"
수화기너머 멀리서
영원이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나.... 너무 무서워요.... "
얼마만에 듣는 목소리인가...
내가 얼마나 그리워하던 음성이던가...
"괜찮아... 이제 삼춘이 있잖아. 괜찮아."
"나...... 너무 무서워서......"
얼마나 놀랬는지 말을 채 있지 못한다.
"나 누워서.... 암짓도 못하고 누워서 멍하니 있는데....."
"응... 그랬구나.. 잘했어..."
조금만... 조금만 빨리 도착했다면...
"그런데... 갑자기 그 괴물이... 내 시체를 막 난도질 했어요...."
"....!!!!!"
놈이 언데드였다는게
생각이 났다.
시체먹기가 있었구나..
"그러더니.... 나를 막 먹어...."
"여.. 연희야."
"내 시체를.... 막 뜯어먹어요...."
"............."
추한 용모의 호드지만 좋은점이 하나있다.
자신의 시체가 난도질 당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흐....흑흑.... 삼춘...... 내가.... 죽었어...."
"그냥 게임일 뿐이야. 괜찮아."
뭐라 달래줄 말이 없었다.
나역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시체먹기에 당했을때
그 가슴떨림은 얼마나 컸었던가.
"나... 죽기싫어요 삼춘... 나 죽기 싫어....."
"연희야...."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처절함을...
"아아아아아아악~~~~~~~~~~"
"연희야!!!"
갑자기 외마디 비명소리가 난다.
그리고 누군가가 수화기를 뺏는다.
"저 연희 언닌데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께요"
"딸깍!!"
.
.
.
.
.
이미 내 모니터는 회색으로 변해있었고
나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낯선이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온다.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분노도 미움도 없었다.
오로지 영원이에 대한 걱정뿐..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다.
나만 여기에 남겨둔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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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글을 남기기란 쉽지가 않네요.
연초라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터지는 것도 한몫하구요..
며칠동안 늦게들어가다 보니
집에서도 글 몇자 적을 시간조차 부족하네요;;;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인용되는 인물과 이름은 모두 허구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제19편----------------------------------------------------------------------------
19. 영원의나라
이것은 이야기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이잘의 어느 곳에서
사람들을
스쳐지나갔을지 모르는
어떤 두사람의
가슴아팠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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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네...."
영원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
하얀블라우스에 회색 정장을 입은채로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사람은
영원이의 작은 언니였다.
.
.
.
.
.
.
.
영원이와 그렇게 전화통화가 끝난 이후로
나역시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아직도 귓가에 메아리치던 영원이의 비명소리.
그리고 수화기 저편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그 아비규환의 소리속에서
나는 의사를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곳은 분명 병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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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니터는 여전히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의 흑마는 온통 회색인 세상속에서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 영혼의 치유사 앞에
언제까지나 그대로 서있었다.
"띠리리리~~"
전화기를 집어들고 누구인지 확인해본다.
아까 영원이가 걸었던 그 번호다.
"여보세요."
"............"
아까 영원이의 언니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
나는 잠시 아무말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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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희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
눈매가 영원이와 많이 닮았다.
"많이 놀라셨었죠...."
내가 자리에 앉자 연희의 언니가 말을 건넨다
"말씀도중에 죄송합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께요. "
본래 말을 짜르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인삿말보다
내 마음속에 영원이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다.
"연희.... 지금 어디에 있는거죠?"
"아......"
지금 내 머릿속엔 영원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괜찮은 건가요?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내게 나지막한 말투로, 하지만 너무도 또렷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했다.
"연희가 많이 아파요...."
"........."
"벌써... 꽤 오래됐네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였으니..."
"........."
"그때부터 지금까지... 5~6년동안 병원신세를 졌죠..."
병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어떤병이죠....?"
내가 처음으로 영원이를 보았을때
그 해맑은 모습과 눈부신 기억은
정말이지 아픈사람의 그것이 아니었었다.
"........."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희...... 백혈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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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머리속이 멍해져 온다.
"집에서 항상 요양을 하면서... 밖에도 나가지 못했죠."
"........."
"녹즙, 상황버섯, 구운통마늘에 죽염, 그런것들이 연희의 식사였어요."
젠장...
"....림프구성 인가요, 아님 골수성인가요...."
"네??"
한참만에 나는 입을 열었다.
"벌써 5~6년이상됐다면 만성일테고..... 아마 골수성이겠군요."
"....어..... 어떻게?"
빌어먹을 운명.
더러운 하늘의 장난.
"....글리벡 투여한지는 오래됐나요..."
"아... 한 4~5년정도...."
운명의장난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일까.
하늘의 무책임함에 또 한번 치를 떤다.
젠장...젠장...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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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고있듯이 백혈병은 불치병이다.
그리고 연속극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고.
하지만...
그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백혈병은 한가지가 아니다.
그 증세에 따라 급성이 있고 만성이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뉜다.
전부 치유가 어려운 병들이고, 그 모든것이 백혈병으로 불리운다.
피가 하얗게 되어 죽게된다는 병.
한마디로.. 백혈병은 그러한 난치병의 총칭이다.
"후......."
연희의 언니라는 사람과 헤어져 나오면서
담배를 하나 피워물었다.
더러운 운명의 장난.
오래전에 기억에서 지웠던 아픈기억이 있다.
.
.
.
.
.
.
"...어쩌면 좋니...."
".........?"
수화기를 내려놓던 어머니의 음성이
파르라니 떨린다.
"현진이가.... 백혈병이라는구나..."
".....마... 말도 안돼."
내가 대학 신입생시절,
나는 이모할머니를 백혈병으로 잃었다.
어머니께서 내내 할머니의 수발을 드시다가
만 1년여의 투병을 거치시고
끝내 어머니의 품안에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모할머니ㅡ 외할머니의 동생ㅡ 이긴 하셨어도
워낙 우리어머니를 아껴주셨던 분이고
나를 친손자 만큼이나 아껴주셨기에
어린시절부터 내 기억속에는 그분의 기억이 항상 존재했었다.
항상 잔잔한 미소를 짓고 계셨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홀로 딸을 훌륭하게 성장시키셨으며
이모역시 그런 할머니 밑에서 아름답게 자라
어느새 시집을가고, 예쁜 딸쌍둥이까지 낳았던 터였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가 지병으로 가신지 채 1년이 되기전에
그 하나 남은 이모까지 백혈병에 걸린것이다.
"그게... 말이 되요? 할머니가 백혈병으로 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게나 말이다."
"백혈병이 그렇게나 흔한병이였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어...."
어머니는 아무말없이 이모네댁으로 향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내 이모의 병수발을 들었고...
이모는 갓난쟁이 어린 쌍둥이 두 딸을 두고
병을 앓은지 반년이 채 되기전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
.
.
.
.
"흑.... 현민아..... 이모가 오늘 하늘나라로 갔단다...."
"........"
젊으셨던 시절... 간호사일을 오래하셨던 관계로...
많은 분들의 임종을 지켰던 어머니셨지만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리라.
"엄마... 괜찮아요. 현진이 이모는 좋은 곳으로 갔을꺼에요...."
"흑....."
"할머니도 먼저가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잘됀 일인지도 모르죠..."
"흐흑...."
내 눈가에도 이슬이 맺힌다.
"이모하고 할머니가 워낙 사이가 좋았잖아요. 할머니도 이젠 적적하지 않으시겠다..."
"흑흑....."
이모가 하늘나라로 떠나던 그날 낮에 이모가 그랬단다.
"언니.... 나 시원한 수박 한쪽이 너무 먹구 싶어...."
때는 아직 이른 늦겨울과 초봄사이.
시기상으로 제철수박이 나올때가 되지 않았다.
"수박은 아직 나올때가 안됐어. 백화점껀 비싸니까.. 좀만 참아..."
그리고 저녁을 차려놓고
이모에게 밥먹자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때 이모는 조용히 숨을 거둔 뒤였다.
"흑.... 그깟 수박한쪽이 뭐라고.... 백화점 지하에가면 항상있는게 수박인데...."
어머니는 내내 이모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걸 가슴아파 하셨다.
분명, 어머닌 다음날 이모댁에 갈때 수박을 사가시려 했을것이다.
내가 봐왔던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으니까.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도... 평생 남을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신분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모에게 마지막에 참으라고 말했던
그 말한마디가 그리도 한이 맺히셨나보다.
"...먹고싶다던 수박도 못먹였는데... 현진아.. 언니가 잘못했어....흑흑....."
이모의 관이 불속으로 들어가던.. 화장터에서... 어머니는 내내 그렇게 오열을 하셨다.
그때 바로 사러 나가셨다고 한들, 이모가 먹었을 수나 있었을까..
쌍둥이 어린애기 둘을 집안에 두고
멀리 떨어진 백화점까지 갔다올 수도 없는 상황이셨으면서도
그것이 가슴에 그리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할머니와 이모, 그 둘을 1년만에 모두
백혈병이라는 악마에게 빼앗겼었다.
.
.
.
.
.
.
지나가던 길가 레코드샵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은 샵이 많이 사라졌건만... 아직 신촌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이사오 사사키의 오버 더 레인보우....
영원이의 핸드폰 벨소리.
"........제기랄...."
그동안 희미하게 지나쳤던 모든일들이
하나둘씩 오버랩되며 모든것이 뚜렷해진다.
영원의나라...
에버랜드...
오버 더 레인 보우....
유난히도 피부가 하얗던 아이.
조금만 뛰어도 숨이차서 힘들어 하던 아이.
연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홀로 힘겹게 버텨내 왔던 것이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저 높은 곳에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자장가에 가끔 나오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어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하늘은 푸르고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네가 감히 꿈꿔왔던 일들이 정말 현실로 나타나는 나라.....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모든 것이 지어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제20편-------------------------------------------------------------------------------
20. 기억
살아있다는 것은
때론 기억 한다는 것.
추억은 언제나
그리움에 비례한다.
하늘이
무너져 내릴것만 같은
아픔이 있다해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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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유난히 하얀 피부라 느끼기만했다.
병으로 인한 창백함임을 몰랐던 나의 착각이
너무나 미안하기만 하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쁜아이를
그저 여자아이라 그런가보다 했었다.
영원의나라... 그 닉을 보고도 아무 생각을 못했다.
롯데월드도 못가봤다 하면서도
꼭 멀리있는 에버랜드에 가고싶다고 하는 이유를
그땐 몰랐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
이따금 타오르는 갈증만 있을 뿐
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쩜, 먹는다 해도 그대로 다 쏟아버릴지도 모르겠다...
.
.
.
.
.
.
.
"그럼 골수 기증자는 있는 상황인가요..."
어쩌면 물으나 마나한 질문.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했던가.
나역시 행여 하는 마음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개를 가로젓는 응답 뿐이었다.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무슨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연희가 처음 백혈병이란 걸 알았던 건... 고등학교 2학년때였어요."
뜨겁던 커피가 식어갈 무렵, 그녀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언제부턴가 많이 힘들어하고... 코피가 나도 쉽게 멎지가 않아 병원엘 갔었죠.
그때 알았어요. 우리 연희에게 그런 무서운 병이 있었는지...."
만성골수성은 급성과는 달리 병의 진행속도가 느리다.
처음에는 하이드레아를 복용했을테고... 나중엔 글리벡을 투여했겠지.
"학교도 그만두고 그렇게.... 5년동안을 매일 투병을 했어요."
그리고... 행여 나타날지도 모르는 골수기증자만을
매일같이 기다렸을테고...
"매일같이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였었죠."
"....항암치료는 하지 않았나요?"
"네.... 입원조차 싫어해서 집에서 통원치료만 했었거든요...."
속이 매스꺼워져서 모든 것을 다 토해버리고
너무도 독해 부작용으로 머리카락까지 다 빠져버리는... 최후의 방법.
"그렇게 매일같이 창문밖만 바라보고 살던아이가... 그렇게 집에서 책만보던 아이가....."
"..........."
그녀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돈다.
"어느날 갑자기 생기가 돌더라구요."
바보....
"그렇게 먹기 싫어하던 음식들은 먼저 찾는가 하면... 심지어....."
"......."
"...쑥뜸뜰때도 울지 않고 꼬옥 참더라구요...."
엷게 웃는 미소사이로 눈물이 맺히는 것이 보인다.
"항상 뜸을 뜰때면 아파서 몸부림치던 아이가... 오빠를 알게되면서부터 많이 달라졌어요."
"........"
아.....
"내 방에 들어와 나를 쫓아내고는 컴퓨터를 하면서.... 자긴 꼭 나을꺼라구.
그래서 연애도 하고 시집도 갈꺼라구....."
"........."
"언제나 오빠이야기를 할 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가 돌았었죠..."
코끝이 시큰해져 온다. 젠장..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아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한동안 진행이 멈췄던 연희의 병이...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급성기라더군요.... 더이상 약으로는 진행을 늦출수가 없었어요.....
연희는... 항암치료를 받기로 하고... 마지막 소원으로 외출을 하고 싶댔어요..."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오빨... 참 많이 좋아했어요. 바보같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도....."
참았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하늘이 너무도 가혹하기만 하다.
.
.
.
.
.
'그럼 넌 뭐가 싫은데??'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바보같이...
난 영원이가 그말을 왜 했었는지... 여태 몰랐다.
내품는 담배연기 사이로
눈물도 함께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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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다듬어 본다.
면도를 하고 샤워를 하면서
거울에 이곳저곳을 비춰본다.
밝고 말쑥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다.
조금이라도 초췌한 모습은 들키고 싶지않다.
.
.
.
병실문을 들어서기 전에 심호흡을 한다.
"후우...."
이 문을 들어서면 영원이가 있다.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있다.
꽃다발을 든 내 모습이 많이 어색하지만, 용기를 내본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있는 영원이가 보이고
그 주변에 영원이의 가족들이 보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현민이라고 합니다..."
"반가와요. 내가 연희 애비되는 사람이에요."
인자해보이는 모습의 가족들.
캐나다에 있다는 큰언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희곁을 지키고 있었다.
따뜻해보이는 사람들..
이런 가족들이라 다행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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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춘..... "
고개를 돌려서 침대에 누워있는 영원이를 본다.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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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가.... 오래 못버틸 것 같아요..."
창밖을 내다보며 영원이의 이야기를 하던 작은언니가
갑자기 힘들게 입을 연다.
"....폐렴이 왔어요. 흑...."
".....!!!!"
백혈병에 걸렸을때 가장 무서운 것이 열이다.
일시적으로 나는 열이 아닌경우에는
몸속 어딘가에 염증이 생겼다는 이야기므로
그것이 곧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하.... 항생제는요? 항생제로도 나을 순 없는 건가요?"
"흐흑...."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인간의 의술로는 해결하지 못할 선을 넘어간 상태...
"내일... 병원에 와주실 수 있으세요...? 연희가 많이 보고싶어해요...."
영원이는 벌써 하늘나라에 한발을 들여놓은 상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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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진 않았는데...."
아이보리색 모자를 눌러쓴 영원이.
아마 저 모자밑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을것이다.
여전히 하얀 피부에 수줍은 미소.
낯선 환자복이 조금은 민망한듯 담요를 가슴까지 끌어올린다.
"괜찮아.....? 아직 많이 아퍼...?"
"응... 많이 좋아졌어요."
영원이의 곁으로 다가서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금새라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엄마... 잠깐 할말이 있어요."
어제 보았던 연희의 작은언니라는 그녀.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는 나를 배려하듯이
부모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간다.
"삼춘......"
"응..."
"많이 보고싶었어요...ㅎㅎ"
.....나도.
목구멍까지 울음이 솟아 입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는다.
"삼춘이랑 또 에버랜드 가야되는데.... 헤....."
"으응... 또 가면 되지......"
그럴수 없을거란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밖에 위로하지 못하는 내가 싫다.
"에.... 삼춘 울어효?"
"아냐... 울긴 누가...."
바보같이.. 눈물이 멈추지가 않는다.
"우리삼춘은... 참 바보에요. 정말....."
영원이의 손길이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내 눈물을 가만히 닦아준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영원이에게 입을 맞춰줬다.
이마.
콧잔등.
그리고 입술.
너무도 그리워했던 영원이의 모습.
"헤... 우리 삼춘, 이제 보니 선수네. ㅎㅎ"
애써 농담으로 슬픔을 감추려 하지만
나보다 영원이의 가슴이 더 아플 것이란 것이
피부로 느껴져 그것이 더욱 슬프다.
===========
"삼춘!!! 아니아니 그렇게 말구요!!"
"음....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잠시 그렇게 영원이와 있다가
영원이의 부탁으로 캐비넷 뒷쪽에있는 노트북을 꺼내왔다.
병원에 컴퓨터가 없었기에
지난번에 내내 언니를 졸라서
노트북을 가져오게 한 모양.
그리고 아픈몸을 무릅쓰고 병원에서 힘들게
와우에 접속을 했었을 것이다.
내 생일 축하해 주기 위해...
"와... 이러면 정말로 와우에 접속이 되는거야?"
"그러엄요!! 'ㅁ')/"
무선랜 카드 같은것일까.
조심스럽게 와우를 실행시켜 본다.
"아이디 불러봐."
"for*******"
한자한자 영원이의 아이디를 입력해본다.
"패스워드는?"
"안대욧!! -_-)+"
힘들어서 대신해준다는 말은 들은체만체
자신이 직접 입력해야한다고
노트북을 자신의 다리앞에 놓는다.
그리곤 한자한자 힘겹게 패스워드를 입력을 한다.
로그인을 하자 보이는 회색빛 풍경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에 영혼의 치유사 앞에
영원이의 모습이 보인다.
"헤..... 무덤부활 해야지."
영혼의치유사에게 무덤부활을 시켜놓고
아이언포지로 귀환을 탄다.
그리고 곧바로 로그아웃을 한다.
"삼춘, 아이디 불러봐요."
"응...? 내꺼?"
"네에!! 'ㅁ')/"
"싫은데... -_-"
짐짓 안가르쳐주려고 하자
영원이의 커다란 눈동자에 장난기가 돈다.
"흐음... 진짜 안가르쳐 줄꺼에요?"
"내가 그걸 왜 말해주냐. -_-"
갑자기 심호흡을 하듯이 숨을 크게 들여마시고는
무언가 큰소리로 이야길 하려고 한다.
"언니~~!! 삼춘이 나한테 막 이상한 짓 하려고~~~ 웁웁!!"
"....뭐든지 다할께.... ㅠㅠ"
약간 오버하듯이 영원이의 입을 막고는
설득을 시켜본다.
영원이가 원한다면 와우를 접어도 상관이 없다.
아니, 두번다시 인터넷이며 게임따위 안해도 좋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을 치고 싶었다.
"된다.ㅎㅎ"
아까 영원이의 영혼이 서있던 바로 그자리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나의 흑마도 온통 회색빛으로 서있다.
무덤부활을 하고 귀환을 탄다.
"이렇게 여관에 세워놔야 경험치를 먹죠!! 'ㅁ')/"
만랩이라.. 더이상 경험치바가 오르지 못한다는 것은
내겐 아무런 이유가 되지 못했다.
"아... 삼춘이 깜빡 잊고 있었어."
"피이.. 이래서 남자는 항상 여자가 돌봐줘야 한다니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영원이.
이렇게 내 눈앞에 있는 영원이가
언제 숨이 멎을지 모르는 그런 상태란 것을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
"삼춘.... 나 쉴래효...."
"응.... "
조심스럽게 침대 등판각도를 움직여본다.
앉은자세로 세워져있던 베드의 머리부분이
조심스럽게 수평이 되어 내려져간다.
"불편하지 않아....? 베개 다시 베여줄까?"
"괜찮아효....ㅎㅎ"
어느새 영원이의 부모님과 언니가 병실에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고 병실 밖으로 나섰다.
"삼춘!!! 내일도 올꺼죠??"
휴가라는 것을 확인한 영원이는
그 기간만이라도 매일 보고싶은 모양이다.
"그럼.. 당연하지. 이쁘게 하고 있어야돼!! "
"헤..... ㅎㅎ"
언제나 영원이는 내 눈에 예뻤다.
머리가 길때나 짧을때나
화장을 했을때나 하지 않았을때나
언제나 눈이부시도록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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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바로 와우를 실행시켰다.
사람은 누구나 연기자라 했던가.
나는 오늘 태어나서 가장 힘든연기를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아무눈치도 채지 못한듯 그렇게 멀쩡히 대꾸했지만
심장이 조여드는 아픔에 미칠것만 같았었다.
로그인 화면에 영원이의 아이디를 넣는다.
그리고 몰래 훔쳐봤던 패스워드도 입력한다.
잠시 후 스톰윈드를 배경으로 한 영원의나라 캐릭이 보인다.
목구멍까지 울음이 찬다.
"크흑......."
로그인을 하자 아이언포지 여관에 서있는 영원이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 눈물이 가득차 모니터가 온통 뿌옇게 보인다.
애써 울음을 참고
키보드를 움직여 이곳저곳을 다녀본다.
경비병에게 말도 붙여보고
길가는 엔피시에게 빵도 하나 사본다.
마치 내가 영원이인것처럼
점프도 폴짝폴짝해가며 이곳저곳을 배회해본다.
하지만...
영원이는 지금 낯선 병원침대에 누워
이곳에 올 수가 없다.
저만치에 경매장다리와 은행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본다.
방학때라 그런지 저녁도 아닌데 사람들이 많다.
엔피시에 말을 걸어 영원이의 사물함을 열어본다.
"............"
절반이상이 비어져있는 영원이의 사물함.
그리고 그 한쪽구석에
차곡차곡 놓여져있는 작은 가방들.
마우스를 움직여 가방에 갖다대본다.
<6칸가방 - 제작자: 은빛나래>
맨처음 내가 선물했던 가방이었다.
이미... 더 큰가방이 있어
아무런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음에도
영원이는 소중하게 간직해두고 있었다.
"크흑.... 흑......."
아마도 내가 만들어 준것이라 차마 버릴 수 없었으리라.
참았던 눈물이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린다.
쏟아내도 쏟아내도 폭포수처럼 설움이 북받친다.
더이상 참아낼 수가 없어서 컴퓨터 플러그를 잡아빼버렸다.
영원아.. 미안해...
네가 이렇게 아팠는지...
삼촌은 정말 하나도 모르고 있었구나.
"아아악!! "
침대 베개맡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질러본다.
이대로 울다보면 이 슬픔이 조금은 가실까.
"엉엉엉.... 영원아... 죽지마..... 제발....."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내가...
병실에서 훔쳐본 영원이의 패스워드였다.
'tkfrhtlvek'
첫댓글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