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三章
雷音三寶
삼경(三更).
스스스……!
야풍(夜風)이 스치며 갈대가 운다.
흐릿한 신월(新月)이 스산하게 갈대밭을 흐른다.
“……!”
종리자강은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고오오…… 스스스!
갈대가 바람을 맞아 우는 넓은 강변에 찬연한 불광(佛光)이 안개같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불광은 마치 생명을 지닌 듯이 유연하게 번져나가 방원 백 장을 가득 메웠다. 만사(萬邪)와 만마(萬魔)를 깨치는 지극히 장엄한 기운이 서려 있는 광채였다.
“……!”
종리자강은 심연한 시선으로 불광의 가운데를 주시하였다.
그림자(影)!
하나의 장엄한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다. 만파(萬波)와도 같은 갈대의 머리 위로 둥실 떠올라, 찬란한 불광으로 태양같이 사위를 밝히는 그림자였다.
번---- 쩍! 츠츠츠----!
문득 월광(月光) 속에서 한 쌍의 찬연한 광휘가 번져 나왔다.
불광보다 백 배는 더 밝은 그 광휘는 흡사 천신(天神)의 눈동자와도 같았다. 만상(萬像)의 실체를 관통하여 진실을 보며, 천 년(千年) 만 년(萬年)의 시공(時空)을 날아넘어 겁(劫)을 보는…… 신(神)의 눈동자와도 같은……
(평범한 분이 아니라고는 여겼으나…… 신(神)과도 같은 분일 줄이야……)
유심한 종리자강의 시선이 미미하게 파동을 일으켰다.
그림자의 주인이 누구인지 종리자강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적미불존(赤眉佛尊)!
바로 그 적미불존이었다.
석양무렵에 보았을 때 적미불존은 다만 노쇠한 노승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지금 적미불존의 모습은 천신의 그것과 같았다.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시다. 어찌 저같이 될 수 있는가? 영(靈)과 육(肉)으로 이루어진 인간이……)
종리자강의 시선이 흔들리고, 그에 따라 그의 마음도 경이와 신비감으로 흔들려갔다.
“헛허…… 오셨는가?”
그때 한 소리 장엄한 불음(佛音)이 불광(佛光) 속에서 울려나왔다. 그 음성도 인간의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모든 어둠과 사악을 깨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예! 자강이 왔습니다.”
종리자강은 공경한 어조로 대답했다. 어느덧 그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헛허! 좋은 밤이지 않은가? 인간의 마음은 그렇지를 않으나 진실만이 가득한 밤이 아닌가?”
스스스……
적미불존은 흐르듯 종리자강에게 다가오며 온화하게 말했다.
스르르…… 쏴아아……
불광에 익숙해진 종리자강의 시선은 그제야 적미불존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서기로운 불광에 싸인 적미불존의 모습은 흡사 성불한 석존(釋尊)의 모습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
“헛허! 나와 주어서 고맙네.”
스스스……
적미불존은 종리자강과 일 장을 격하고 마주 앉았다.
“별말씀을……”
종리자강이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헛허! 노납의 눈이 틀리지는 않았다. 허허…… 이 모두가 천하를 걱정하시는 세존의 은혜이시니…… 아미타불……)
적미불존의 입가로 염화시중의 미소가 흘렀다. 종리자강의 다정한 미소 뒤에서 하늘에 이르는 강인한 사자(獅子)의 기(氣)를 읽은 때문이다.
“노납은 한 가지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껏 세속을 전전하였다네. 소시주에게ㅔ 그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은데……”
“세이경청하겠습니다.”
종리자강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
적미불존은 그런 종리자강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백 년…… 아마도 그 이전이겠지! 중원에 마세(魔勢)가 돌연(突然)하여 천하를 뒤덮은 때가 있었네.”
“……!”
종리자강은 마치 먼먼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이 적미불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군마천하(群魔天下)!
이렇게 불려진 희대의 마도천하(魔道天下)가 백 년 전에 시작되었다.
모든 진리가 마도로 통하고, 이전의 기성질서는 마(魔)의 바람(風)에 휩쓸려 산산이 부서졌다.
군마(群魔)의 무리가 천하를 뒤덮고, 마의 바람이 천하에 가득 하였다.
그 많은 군마(群魔) 중에 특히 우뚝 솟은 하나의 거봉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이러하였다.
-대천강종(大天罡宗) 을목척(乙木尺)!
군마일천종(群魔一天宗)으로 불리는 이 희대의 패웅 앞에서는 거치는 것이 없었다.
군마 중의 별군인 그는 모든 바른 것을 깨뜨리는데 선봉이 되었다.
그는 정(正)이란 말을 혐오하였고, 그것을 이름으로 지닌 모든 것을 깨뜨려 버렸다.
그가 정파백도를 깨뜨리는데는 달리 이유가 없었다.
-내가 정(正)이란 말을 싫어하고, 정파백도가 존재할 시대가 지났으므로……
이것이 그가 천하를 깨뜨리는 이유였다.
그는 정파라고 이름난 모든 세력을 깨뜨렸다.
구대문파가 풍지박산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고, 세외오패(世外五覇), 구주십종(九州十宗), 사해세가(四海勢家)로 이름지어지는 정파백도의 기둥이 모두 부서졌다.
그리고 마침내 대천강종의 그림자는 변황(邊荒)에까지 이르렀다.
변황은 본시 거친 땅이다. 그러나 그 어떤 거칠고 험난함도 대천강종 을목척의 걸음을 막지 못했다.
변황을 정(正)의 이름으로 지배하던 변황십정(邊荒十鼎)이 차례로 괴멸되었다.
전통과 능력으로 무적이라던 변황십정이었으나 그 천년(千年)의 전통도, 그 하늘을 울리는 기개도 모두가 모래성같이 허무하였다. 그 모든 것이 단 일 인(一人)의 고독한 파괴의 행로 앞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단 하나의 솥(一鼎)만이 변황무림에 남았다.
-천축(天竺) 대뢰음보전(大雷音寶殿).
이것이 변황무림 최후의 보루였다.
세존(世尊)이 그 법(法)을 천하에 편 지 이천 년(二千年), 그 오랜 세월 동안 세존의 법은 끊임없이 사마(邪魔)의 도전을 받아왔다.
그 끊이지 않은 사마의 도전을 막아온 법의 방패(盾)가 바로 대뢰음보전인 것이다.
모든 불(佛)의 강한 이치가 이에서 났다.
모든 극마(剋魔)와 극사(剋邪)의 이치가 이에서 났다.
그러나,
***
“아미타불……”
적미불존은 조용히 눈을 감으며 불호를 외웠다.
“불법의 강함도…… 대천강종의 패천지기(覇天之氣)를 완벽하게 능가하지 못했네!”
조용히 말을 하고 적미천존은 눈을 떴다. 전같았으면 고뇌로 가득하였을 그의 노안에…… 이제는 깊이 침잠하고 관조하는 빛만이 가득하여 무심하기까지 하였다.
“당시 대뢰음보전의 전주(殿主)는 그때 막 전주의 지위에 오른 아직 혈기(血氣)를 채 떨치지 못한 젊은 중이었지.”
종리자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이 누구였는지 알것 같다!)
종리자강의 눈을 바라보며 적미불존은 미소를 지었다.
“짐작했겠지만 노납이 바로 당시 대뢰음보전의 전주였다네.”
적미불존의 말에 종리자강은 비로소 입을 열었다.
“대천강종에게 패하셨군요?”
“패배…… 헛허…… 그렇지.”
적미불존은 소탈하게 웃었다. 그렇게 웃을 수 있음은 그가 세사(世事)에서 완전히 해탈하였음을 뜻했다.
“삼주 삼야를 쉬지 않고 싸웠다.”
적미불존은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말을 이었다.
“창공(蒼空)이 강풍(罡風)으로 뒤덮여 백 리까지 이르고 대지가 뒤흔들려 수백 리 안의 뭇 짐승들이 놀라 소란을 피울 정도였다네.”
“……!”
종리자강은 두 절대강자(絶代强者)가 충돌한 장면을 연상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인세(人世)에 있었던 일이 아닌 듯이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적미불존은 종리자강의 사자같은 눈을 들여다 보며 말을 이었다.
“본시 대뢰음보전의 기예는 웅장함이 특징이네. 웅장하고 육중함에 있어서 대뢰음보전의 절기를 능가하는 것은……”
언뜻, 적미불존의 눈가에 자부심이 스쳤다.
그러나 이내 적미불존은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빛이었다.
(아미타불…… 세속의 욕심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다니……)
적미불존은 조용히 불호를 외며 말을 이었다.
“단연코 천하에 존재하지 않네. 다른 분야에서 능가하는 정예라면 모를까……”
(자부심이 강하신 분이다!)
종리자강은 착 가라앉은 시선으로 적미불존을 바라보며 염두를 굴렸다.
(그만큼 대뢰음보전의 절기가 뛰어남을 뜻하는 것이다!)
종리자강의 생각은 적미불존의 말로 끊어졌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다만 파괴를 목적으로 창안된 천강마맥(天罡魔脈)의 천강패천절기(天罡覇天絶技)이네.”
“천강마맥……”
“그것은 중원 어딘가에 있다는 사자천(獅子天)과 함께 천지쌍패천(天地雙覇天)에 드는…… 마(魔)의 한 흐름이라네.”
적미불존은 말을 이었다.
***
-천지변색(天地變色)!
이 말이 어울릴 정도로 대천강종과 적미불존의 격돌은 엄청났다.
그도 그럴 것이 한쪽은 패도제일(覇道第一)이며 천하제일마(天下第一魔)라 불리는 절대마종(絶代魔宗)! 다른 한쪽은 세존(世尊)의 후예인 불문제일인(佛門第一人)인 것이다!
그들 양 절대자의 격돌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승부는 어떻게든 난다.
삼주삼야, 일만 팔천 초를 겨루었을 때 적미불존은 통한의 일장을 허용하고 만다.
승부는…… 적미불존의 패배로 막을 내린 것이다.
-그대 외에…… 천하의 강자(强者)는 없다.
그 자신도 지칠대로 지친 대천강종은 이 한 마디를 남기고 표연히 천축을 떠났다.
변황십정 중 유일하게 대뢰음보전만이 적미불존의 분전으로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 어쩌겠는가? 패배는 패배인 것을……
그것도 전 문하제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뢰음보전의 전주로서 패배한 것을……
이것은 적미불존 개인뿐만 아니라 이천 년을 내려오는 대뢰음보전의 치욕이 되는 일이었다.
-천강마맥의 절예가 불법보다 강하지 않음을 보이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적미불존은 제자들 앞에 피눈물로 맹세했다.
뇌음절기의 웅장함이 결코 천강마맥의 패도절예의 하수가 아님을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패한 것은 절예의 강하고 약함 때문이 아니라 본좌의 수련이 대천강종만 못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적미불존의 고행은 시작되었다.
그는 천축 전역을 돌며 불존의 고행을 답습하였다. 그럼으로서 강해질 것을 믿은 때문이었다.
그의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점차 적미불존은 완벽의 경지로 접근하였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이천 년 내에 다만 전설로 내려오던 뇌음삼천절(雷音三天絶)이 적미불존의 몸 안에 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뇌음삼천절(雷音三天絶).>
뇌음(雷音), 천수(天手), 대승(大乘)으로만 알려진 뇌음일맥 최강절예가 바로 이것이다.
적미불존은 그때까지 전설로 전해오던 이 삼대천공(三大天功)을 완성시켜낸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나 컸다.
일백 년(一百年)!
적미불존은 무려 일백 년이라는 생(生)을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막대한 타격이었다.
적미불존은 죽음이 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하여, 그는 늙고 쇠약한 노구를 이끌고 수십만 리 중원까지 사력을 다하여 찾아왔다.
목적은 단 하나, 대천강종 을목척에게 빚진 일격을 갚기 위해서……
그러다가 적미불존은 종리자강을 만나게 되었다.
그로 인하여 그는 비로소 해탈의 때를 만나게 된 것이다.
***
“노납은 이제 대뢰음보전으로 돌아가려 하거니와……”
적미불존은 조용히 말했다.
“……!”
종리자강은 알듯 모를 듯한 시선으로 그런 적미불존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접한 적미불존은 나직이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그렇다고 복수를 잊은 것은 아니라네. 뇌음절기가 천강마맥 이상임을 믿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고……”
번쩍!
적미불존의 두 눈에서 더할 수 없이 강렬한 광휘가 내뻗쳤다.
종리자강은 두 눈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피하지 않고 적미불존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미타불! 마음을 깨뜨리는 항마쇄심안(降魔碎心眼)을 견디어내다니…… 과연 천강성체(天罡聖體)……!)
적미불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납은…… 소시주를 통하여 뇌음절기가 천강절기 이상임을 천하에 보여줄 것이네. 도와주겠는가?”
적미불존은 휘황한 시선으로 종리자강을 주시하였다.
눈동자가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담담히 견디어 내며 종리자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길이 바른 길이고 대사님을 편히 해드릴 수 있는 길이라면……”
“아미타불……”
적미불존은 눈을 내리감으며 합장을 하였다.
(노납이 그대에게 대공(大功)을 전하는 진정한 이유는…… 훗일에야 알게 되리라!)
적미불존은 눈을 감은 채 손을 내밀었다. 그런 적미불존의 손안에는 세 가지 물건이 들어 있었다.
첫 번째 물건은 열여덟 개의 검은 광채가 도는 구슬로 엮은 묵주(墨珠)였다.
“항마묵주(降魔墨珠)라는 것이지. 천수(天手)의 인연(因緣)이 이중에 있다네.”
두 번째 물건은 황금빛 찬란한 륜(輪)인데 직경이 반 자정도라 소매에 들어가기 적당한 크기였다.
“금강범천륜(金剛梵天輪)! 뢰음(雷音)의 극강(極剛)함이 이중에 있네.”
쩌---- 엉!
금강범천륜이 종리자강의 손안에 들리며 만상을 으스러뜨리는 음(音)을 떨쳤다. 새로운 주인에 대한 인사인가?
(범어(梵語)가…… 금광(金光) 속에 감추어져 있다!)
종리자강은 금강범천륜의 표면에 일만 자구의 범어가 새겨져 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마음이 바르고 기가 강한 자만이 볼 수 있도록 금광(金光)에 감추어져 있었다.
그 글의 제목은 이러했다.
<금강범천뢰음후(金剛梵天雷音吼).>
<금강삼천륜(金剛三天輪).>
마지막 물건은 볼품없는 칙칙한 철불(鐵佛)이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녹이 슬어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여래입상(如來立像)인데 크기는 오 척(五尺)가량 되어보인다.
“가장 중요한 대승(大乘)의 비밀이 이 천존철불(天尊鐵佛)에 있네. 노납이 백 년을 살폈으나 겨우 머리카락 정도의 깨달음이 있을 뿐이네.”
적미불존은 경건한 자세로 천존철불을 종리자강에게 건네주었다.
(천존철불……)
종리자강은 지극히 공경한 태도로 천존철불을 받아 들었다.
“아미타불……”
천존철불을 건네준 적미불존의 입에서 편안한 불호성이 흘렀다. 만가지 사념이 이로써 그에게서 떠난 때문인가?
“천존철불에 대뢰음(大雷音)의 진정한 힘이 들었네. 그것을 깨닫기 전에는 감히 천강(天罡)과 맞서지 마시게……”
“명심하겠습니다.”
위---- 이이잉! 스스스스----!
종리자강이 대답한 직후 걷잡을 수 없는 거창한 광휘가 적미불존의 몸에서 쏟아졌다.
(우웃!)
종리자강은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전신이 말라 부서지는 고통을 느낀 까닭이다.
“천강마맥과 맞설 힘을 주겠네!”
장엄한 목소리와 함께 적미불존의 손이 종리자강의 백회혈에 닿았다.
우르르…… 콰르르……
그와함께 거창한, 지극히 강하고 바른 기운이 폭포수같이 종리자강의 몸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종리자강은 금방이라도 전신이 터져나갈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천지지간에 가장 강한 천강지기(天罡之氣)를 몸안에 지닌 때문이다.
“아미타불! 뇌음범천금강류(雷音梵天金剛流)라는 힘이고…… 이는 뇌음, 천수의 바탕이 되며 만사(萬邪)와 만마(萬魔)로부터 소시주를 지켜줄 것이오.”
적미불존의 음성이 천둥같이 종리자강의 귓전을 울렸다.
(뇌음범천금강류!)
종리자강은 꿈속인 듯이 적미불존의 말을 되뇌었다.
우르르르르르…… 콰르르르르……!
종리자강의 몸 안으로 흘러드는 뇌음법천금강류의 큰 힘은 더욱 강해져만 갔다.
우르르르……!
(천축으로 돌아갈 만한 힘만 있으면 된다. 허허! 삼 갑자의 힘이면 천강마맥을 극(剋)할 충분한 바탕이 되리라! 아미타불……)
힘을 쏟아내며 적미불존은 입가로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 자신의 세속(世俗)에서의 의무를 다한…… 지극히 만족스런 미소였다.
“아미타불! 마(魔)와의 인연이 있다면…… 굳이 그를 끊으려 마시게. 진정한 강함이란 피하는 것이 아니고 부딪쳐 포용하는 것임을 기억하고……”
우르르르…… 콰르르르르르……!
뇌성벽력같이 터지는 굉음이 종리자강의 내부에서 일어나 그의 전신에 맺힌 탁함과 거침을 모조리 무너뜨렸다.
그와 함께 종리자강은 하나 가닥 붙들고 있던 이상한 끈을 놓치고 있었다.
우르르르…… 콰르르르르!
새롭게 태어나는 종리자강의 발 아래에는 세 가지 물건이 가지런히 놓여 신월(新月)의 월광에 빛나고 있었다.
-항마묵주(降魔墨珠).
-금강범천륜(金剛梵天輪).
-천존천불(天尊鐵佛).
이것이…… 그것들이었다.
***
(꿈(夢)이었는가?)
스스스스……
상쾌한 아침 강바람이 종리자강의 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종리자강은 표표히 선 채 동천(東天)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천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어느 덧 아침인 것이다.
(하룻밤 사이건만…… 꿈에도 생각 못한 변화가 내게 일어났다!)
종리자강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우두두두둑!
힘을 주자 그의 손 안에 들어 있던 돌덩이가 으스러져 모래로 변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상상도 못할 엄청난 힘이 자신의 몸 속에 휴화산(休火山)같이 웅크리고 있음을……
지금 종리자강은 무엇이든지 부수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그가 하룻밤 사이에 얻은 힘은 무서운 것이었다.
(분명…… 꿈은 아니었다.)
종리자강은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그의 발 아래는 항마묵주, 금강범천륜, 천존철불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것으로써 종리자강은 자신이 꿈을 꾼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
헌데 뇌음삼보(雷音三寶)를 집어 들던 종리자강은 멈칫 손을 멈추었다. 세 보물 옆에 한 줄기 글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대공(大功)을 이루기를 바라네. 후일 천하가 평안해 지면 천축(天竺)에 들려 노납의 신위에 촛불이나 하나 밝혀 주게나……>
이 같은 내용이었다.
종리자강은 그 글이 누가 쓴 글인지 알 수 있었다.
“대사님……!”
종리자강은 망연히 중얼거리며 적미불존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나머지 글을 다 읽어 보았다.
<노납이 천축과 서장, 중원을 여행하며 보고들은 내용과…… 노납의 무공수련의 요해를 남겨두네. 무림(武林)이라는 실체를 아는데 도움이 되겠기에 함께 남기네. 갈길이 바빠 이만 줄이겠네.
赤眉.>
땅바닥에 쓴 글은 여기서 끝이 나 있었다. 그리고 검은 빛이 도는 피낭이 하나 그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종리자강은 조심스레 피낭을 집어들었다. 무엇인가 장방형의 물체가 그 안에 들어 있음이 손 끝의 감촉으로 전해졌다.
종리자강은 피낭을 열어 안에 든 내용물을 꺼내 보았다. 그것은 꽤나 두툼한 비단 책자였는데 두꺼운 표지에 제목이 적혀 있었다.
<구천뇌음경(九天雷音經).>
“구천뇌음경……”
종리자강은 유현한 시선으로 비급을 넘겨 보았다.
구천뇌음경은 적미불존이 대천강종에게 패한 뒤, 석존(釋尊)의 고행을 답습하며 적은 비급이었다.
이에는 천축(天竺), 서장, 그리고 중원에 이르기까지의 기사(奇事)가 기록되어 있었다.
또한, 백 년의 고행을 통하여 적미불존이 깨닫고 새로이 첨가한 대뢰음보전의 뇌음절기와, 이미 오래 전에 잊혀진 천축과 서장의 상고기학(上古奇學)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종리자강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아직 천하를 알지 못하기에……
“범어(梵語)를 읽을 줄 알아 다행이다.”
종리자강은 구천뇌음경의 몇 구절을 읽어보았다.
-대천강종 을목척의 변황에 대한 파괴행로는 변황무림을 일대혼돈에 빠뜨렸도다. 변황십정중 본 뇌음보전만이 남아 정(正)은 쇄하고 군마(群魔)가 크게 일어났도다. 삼백 년 이전에 절문된 팔황마세(八荒魔勢)가 부활하여 변황십정을 대신하도다.
-구정(九鼎)의 패허가 된 그늘에서 한 명의 기재(奇才)가 자라나고 있다. 그가 용(龍)인지 봉(鳳)인지는 알 수 없으나 변황이 그로 인하여 다시 안정될 것이다. 그는 천황지존(天荒至尊)이라 불린다. 천황지존은 구정을 다시 세울 것이고…… 변황이 정리되면 중원으로 복수의 검(劍)을 돌리리라.
-대과벽(大戈壁)에서 천마(天魔)의 기운이 흐르도다. 천 년(千年)을 묻혀 있던 천마의 마령(魔靈)이 잠에서 깨어났음은 천마지존(天魔至尊)이 당세에 탄생하였음을 나타낸다.
천마지존의 탄생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듯이 보인다. 천 년 전에 천마를 천외(天外)로 쫓아버린 중원 사자천(獅子天)과 신선부(神仙府)가 힘을 합해야 이를 막을 수 있겠으나…… 이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노납이 열반에 든 후, 누가 있어 천마를 막을지 걱정이도다. 아미타불……
“천마?”
종리자강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로서는 도무지 알 까닭이 없었다. 천마가 무엇을 의미하고, 또한 그것이 천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천마가 바로 지존마맥(至尊魔脈)이라 불리는 저 군마팔대천(群魔八大天)의 최강 세력을 의미함을 중리자강이 알 까닭이 없었다.
“이런! 넋을 잃고 있었군!”
종리자강은 문득 실소를 터뜨렸다.
어느 덧 동천 위로 찬연한 일륜(日輪)이 솟구쳐 자광(慈光)을 강파(江波)에 흩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종리자강은 뇌음삼보와 구천뇌음경을 피낭에 집어 넣고 허리춤에 찼다.
“잉어가 입질을 잘할 때다. 집에 들를 필요 없이…… 곧장 병서보검협을 한 번 훑어보고 와야겠다.”
종리자강은 집이 있는 쪽을 흘깃 바라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헌데 종리자강이 십 보를 못 움직였을 때였다.
“보기(寶氣)가 이곳에서 치솟았는데……”
한 소리 중후한 목소리가 그의 귓전을 울렸다.
종리자강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그이 눈에 언뜻 이채가 서렸다. 삼 장 밖의 갈대 위, 한 명의 중년인이 갈대를 밟고 서서 종리자강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푸른 장삼을 멋들어지게 걸친 호감 가는 인상의 인물인데, 등 뒤로 붉은 수실이 달린 보검(寶劍)의 손잡이가 보였다.
“아이야! 너는 이곳에 언제부터 있었느냐?”
중년검수는 빠르게 눈을 굴려 종리자강의 아래 위를 훑어보며 물었다.
종리자강의 초라한 차림새를 살펴본 중년검수의 입가로 언뜻 비웃음 같은 것이 스쳤다.
순간 종리자강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겉 모습은 번지르하나…… 마음은 지저분한 사람이다!)
종리자강은 이내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수함만을 보아 온 그는 한눈에 옳고 그름을 판별해 내는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
“어……!”
종리자강이 아무 대답도 않고 다시 걸음을 옮기자 중년검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스---- 윽!
중년검수는 선풍같이 허공을 지나 종리자강의 앞으로 내려섰다.
“감히 나 신검제(神劍帝)에게 불경하다니……”
중년검수는 검미를 치뜨며 종리자강을 노려보았다.
(쉽게 노하는 자…… 경박하여 결코 절정(絶頂)에는 이르지 못하겠군.)
종리자강은 걸음을 멈추며 팔짱을 끼고 섰다.
“갈길이 바쁘니…… 귀찮게 하지 마시오!”
종리자강이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무어라고……?”
신검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흐흣! 나 신검제가 너 같은 어린놈에게 욕을 당하다니……!”
쩌---- 엉!
신검제는 벼락같이 보검을 빼들었다.
스스스----!
보검이 뽑히자 일시에 십 장 방원이 뼈를 깎는 듯 삼엄한 검기로 뒤덮였다.
“쿡쿡! 구천여제(九天女帝) 매약빙(梅若氷)을 잡기 전에는 검을 들지 말라는 명을 들었으나……”
위---- 이이잉!
신검제는 폭발하듯이 검기가 일어나는 보검으로 종리자강을 겨누었다.
우르르르르……!
검기가 거세지며 주위에 서있던 갈대들이 거친 바람을 만난 듯이 사방으로 휩쓸려 넘어졌다. 가공할 만한 검기(劍氣)였다.
“구천여제 매약빙!”
그 검기 속에서 종리자강의 안색이 흔들렸다. 매약빙이라는 이름을 두 번째 들은 때문이다.
휘---- 이이잉!
“흐흐! 매약빙을 베기 전에 네놈의 팔다리를 하나 베어 본제에게 불경한 죄를 묻겠다!”
신검제는 음산하게 웃으며 종리자강에게 다가왔다. 새파란 검기에 얼굴이 가린 선검제의 모습이 그렇게 음산해 보일 수가 없었다.
“난 당신과 다툴 이유가 없소! 물러서시오!”
종리자강은 팔짱을 끼고 선 채 신검제를 노려보았다.
(사자(獅子)의 눈(目) 같다니……)
부르르……
종리자강의 시선을 접한 신검제의 검끝이 부르르 떨렸다.
(이런 어린놈의 기도에 눌리다니……)
그러나 이내 신검제의 안면은 모멸감으로 더욱 흉측하게 이지러졌다.
“흐흐! 팔다리가 끊어져 나가면서도 그렇게 태연한가 보자!”
츠츠츠……!
신검제는 보검을 번쩍 쳐들었다. 금방이라도 내려칠 흉흉한 기세였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건방진 애송이놈!”
한 소리 쩌렁쩌렁한 폭갈이 갈대 밭을 뒤흔들었다.
“헉!”
폭갈에 접한 신검제의 안색이 새하얘져서 급히 사위를 돌아보았다.
(고…… 고수(高手)가 이 주위에 있다!)
당당하던 기세는 어디로 가고 신검제의 모습은 겁에 질린 강아지꼴이 되었다.
위---- 이이잉!
그 직후 한 소리 웅혼한 파공성이 일며 허공일각이 찬란한 금광(金光)으로 물들었다.
“저…… 저것!”
금광이 날아오른 방향을 바라보던 신검제의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촤---- 아아! 고오---- 오오!
선풍이 장내를 휩쓰는 중에, 황금(黃金)으로 만든 한 마리 독수리(鷹)가 장내로 내려 꽂히고 있었다.
“황…… 금천웅(黃金天鷹)!”
후들후들 떠는 신검제의 입에서 공포에 찬 신음성이 흘렀다.
(황금천응? 누구의 신물(信物)이기에 이 자가 이리도 자지러지는가?)
종리자강은 의아한 기색으로 황금천응이라는 황금의 독수리를 바라보았다.
츠츠츠츠---- 고오오오!
황금천응은 기이한 소성을 발하며 곧장 날아와 종리자강에게로 쇄도하였다.
종리자강은 흠칫하였으나 피하지 않고 날아드는 황금천응을 바라보았다.
스---- 윽! 고오오오----!
황금천응은 마치 살아 있는 진짜 독수리같이 유연하게 종리자강의 오른쪽 어깨에 내려앉으며 날개를 접었다.
(대단하다. 누구의 솜씨이기에 이렇게 정교한가?)
종리자강은 감탄의 빛으로 황금 독수리를 바라보았다.
날개를 접은 황금천응의 길이는 한 자 남짓, 다리마저 접으면 접으면 소매속에 들어가기 알맞은 크기였다. 황금조각을 정교하게 세공하여 독수리의 깃을 만들었으며, 두 눈은 타는 듯이 붉은 홍옥(紅玉)으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두 발과 부리를 만든 새파란 청강옥(靑罡玉)은 칼날같이 예리하게 다듬어져 있어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황…… 황금대마제(黃金大魔帝)이십니까?”
신검제는 땀을 뻘뻘 흘리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의 사부 금검존(金劍尊)이라 해도 본마제 앞에서는 경거망동을 하지 못하거늘……”
콰---- 릉!
직후 어디선가 한 무더기 강기가 날아와 신검제를 후려쳤다.
“케---- 에엑!”
강기에 얻어 맞은 신검제는 피를 토하며 삼 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으으…… 용…… 용서를……!”
신검제는 오공에서 선혈을 줄줄 흘리며 엉금엉금 기어 일어났다.
“처음이니…… 이 정도의 징계로 끝낸다. 다시 한 번 이 주위에 얼씬거리다간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그와 함께 흉흉한 일갈이 신검제를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다.
“으…… 명…… 명심하겠습니다.”
스스스스----!
신검제는 더듬거리며 보검을 주어 들고는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저러고도 무인(武人)이라니……)
종리자강은 탄식을 하며 신검제가 달아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헌데 그 직후였다.
“크으……!”
우측의 갈대 밭에서 괴로운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이 정도…… 내공을 사용했는데도 내상이 도지다니……”
와사사삭!
갈대가 흔들리며 한 명의 거구의 노인이 비실비실 걸어나오고 있었다.
“사…… 사자천존(獅子天尊)! 그놈의 사자천강(獅子天罡)은…… 너무도 지독하다!”
거구의 노인은 입가로 한 가닥 선혈을 흘리며 괴로운 신음성을 흘렸다.
“만노(萬老)! 당신이 황금대마제……?”
종리자강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만금천(萬金天)!
그 노인은 강룡폭(降龍瀑)에서 군마지존부(群魔至尊符)라는 것을 찾던 만금천(萬金天)이란 노인이었다.
“크크…… 황금대마제라……!”
만금천은 자조섞인 웃음을 흘렸다.
“그렇지! 노부도 한때는 군마십이존(群魔十二尊) 중에 들던 황금대마제란 이름이 있었지!”
쿠---- 웅!
만금천은 괴로운 표정으로 말하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강맹한 장력에 이지러진 그의 얼굴이 찡그러지자 소름이 오싹 풍기는 형상이 되었다.
-황금대마제(黃金大魔帝)!
그 이름은 십수 년 전 사자(獅子)의 강한 바람에 부서져 버린 이름이다.
-천하제일부(天下第一富)!
이것이 황금대마제란 이름 뒤에 반드시 붙는 또 다른 칭호였다. 황금마궁(黃金魔宮)은 그대로 황금(黃金)의 산(山)이라고 알려졌으며, 황금대마제는 바로 그 황금마궁의 주인이었다.
그의 휘하에는 황금에 미친 칠십이재신(七十二財神)이 있었고, 천하에 일만분궁(一萬分宮)이 있어 미친 듯이 천하의 황금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황금마궁에는 천하의 황금 중 팔 할이 모여 있다. 그것은 중원 전체를 사기에 충분한 양이다.
이런 말이 공공현하게 인구에 회자하였다.
그 정도로 황금마궁의 재력은 무서웠고, 그 무엇으로도 황금마궁의 야성은 무너지지 않을 듯이 보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모래성과 같았다.
사자천존이란 초강자가 천하에 나타난 후, 황금마궁은 칠십이재신과 함께 괴멸되었으며, 황금대마제란 영광의 이름도 모래성과같이 흩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군마십이존? 사자천존?”
종리자강은 의아한 표정으로 황금대마제를 내려다 보았다.
그의 시선을 접한 황금대마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몰라도 된다. 무림이라는…… 몹쓸 세계에서 알려지는 이름이니……”
말을 하며 황금대마제는 손을 들어 황금천응을 가르켰다.
고---- 오오!
그러자 황금천응은 살아 있는 독수리같이 길게 울음을 토하며 둥실 떠올라 황금대마제의 손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바라보며 종리자강의 눈빛이 언뜻 빛을 발했다.
“그것이 만노의 신물인 모양이군요. 아주 정교하게 만들었던데……”
종리자강이 흥미있는 표정으로 황금천응을 바라보자 황금대마제는 씽긋 웃었다. 웃음이라고는 하지만 얼굴이 으스러진 그의 웃음은 차라리 처연하게 보였다.
“크크…… 이것은 노부가 천병마존(天兵魔尊)이라는 괴짜에게 백만금을 주어 만들게 한 것이다.”
황금대마제는 황금천응을 들고 일어섰다.
종리자강도 나이에 비해 체격이 큰 편이지만 황금대마제는 그보다 머리 세 개는 더 있을 정도의 거구였다.
“크크! 이놈은 다만 장식용이 아니다. 이놈의 몸에는 천병마존의 칠십이장의 암기와…… 황금마궁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
황금대마제는 형형한 눈빛으로 황금천응을 주시하였다.
그런 황금대마제의 눈에 언뜻 이채가 흘렀다.
(황금천응을 이녀석에게 주어 버릴까? 무림과는 인연이 많은 녀석이라 어차피 무인이 될 녀석인데……)
황금대마제는 심각하게 눈빛을 번뜩였다.
그러다가는 그는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서라! 황금천응은 이녀석에게 복(福)보다는 화(禍)를 주기 쉽다. 그렇잖아도 짐이 많아 뵈는 녀석인데…… 노부의 한까지 쥐어 줄 필요는 없다!)
황금대마제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며 종리자강은 크게 기지개를 켰다.
“하하! 이러다간 태양화리라는 놈이 날 잡아가려 해도 잡지 못하겠는 걸!”
종리자강은 긴머리를 쓸어 넘기며 걸음을 옮겼다.
“만노! 어머니께 잘 말씀드려줘요. 걱정하지 않으시게!”
걸음을 옮기며 종리자강은 황금대마제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오냐! 어서 태양화리나 잡아 네어머니에게 효도를 하거라!”
황금대마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웃는다고 웃는 것이 허연 이가 드러나 흉측스럽기 그지 없었다.
(무림이라는 곳에서 어떻게 불리셨는지 모르나…… 좋으신 분이다.!)
하지만 종리자강에게는 그 미소가 그렇게 따뜻해 보일 수가 없었다. 황금대마제의 흉측한 미소에 어찌 되었든 진심이 담겨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하! 돌아올 때 싱싱한 횟감을 갖다 드리겠습니다.”
종리자강은 환히 웃으며 황금천마제에게 손을 들어보였다.
“크큿! 이녀석아! 괜히 노부의 침만 흘리게 만들면 볼기가 터지도록 맞을 줄 알아라!”
황금천마제도 손을 들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종리자강은 그런 황금대마제를 돌아보며 갈대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알지 못하였다. 자신의 일보 일보가 대풍운(大風雲)의 도원지로 다가가고 있음을……! 인간이고, 아직은 그저 평버만 소년이기에 그것을 알 까닭이 없는 것이다.
스스스……
종리자강은 갈대 사이로 사라지고, 스산한 강바람만이 갈대 밭을 훑고 지나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역시 짱입니다. 감사합니다.
막강무공의 길이 보이는군요.
읽어 갈수록 그 옜날의 기억이 새롭게 회상이되어 가는군요.
다름없이 기연을 얻어가고 있군요. 감사합니다.
즐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ㄳㄳ
감사합니다
또하나의 기연이 기다리고 있을것 같은데요..과연..
앞으로얼마나많은기연이남않는지
즐독 ~~^*^
감사
즐독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ㄱㅅ^*
감사합니다
즐감
잘 읽었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읍니다
잘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