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부터 엄마와 벌이던 실랑이는 방금 전에 끝이 났다.
항상 튕기지만 결국엔 들어주고 마는 것을 보면 나의 완패이다.
그러나 들어주기 전에 투덜거리는 건 약간은 귀찮은 엄마의 요구를 조금 더 줄이기 위함이다.ㅋ
몰라 안해.
그럼 요만큼만.
아네 안해안해.
아따 가시네 그럼 요만큼만.
몰라몰라.
징징징.
그러다가 해주면 효과가 크다.는 걸 알아가는 것일까.ㅋㅋ
첨엔 진짜 해주기 싫었는데 조금 지나 엄마가 끙끙대고 있는 걸 보고 만다.
그럼 안해줄 수가 없다. 난 마음이 약하다.
흠흠.
엄마가 중등 검정고시를 합격했다.
엄마는 동네 챙피하다고 어디가서 아뭇소리도 말라고 하시지만
언니와 오빠와 나는 엄마가 자랑스러웠다. ^^
고입을 통과하고 그 확인증을 몇 날 몇 일 팔락이면서도 밖에서는 아무소리를 안했다는 것이
신기하긴 하지만 쨋든 엄마는 해냈었지.ㅋ
이젠 엄마가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방통고를 다닌다.
아무래도 검정고시는 무리인 듯 싶은지 착실히 나가면 졸업이 되는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선택한 것이다.
근데 난 가끔 엄마의 학습지를 들여다보며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일주일에 한 번 가서 저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풀어서 내면, 내면 어째 졸업이 되는 걸까.
물어본 것이 화근이었을까.
엄마 잘되가?
엄마 이런 것도 배워?
우와 장난이 아닌데.
아줌마 아줌마 이런거 풀어져?
나도 어려워.@.@
그럼 엄마는 안경을 들썩이면서 한숨을 폭폭 내쉰다.
긍꼐 어려와 죽것단 말이다.
느그들은 가르쳐주도 않고.
아이고.
눈이 빠져불라고 그래서 책도 못보것고 환장하것다잉.
쯔쯔.
하다가 결국 난 덜미가 잡혔다.
걱정이 팔자인 우리 엄마가 저 어려운 문제지를 안푼건지 못푼건지 방치할 떄 부터 난 사실 그 것이 내 몫이 되리란 것을 육감적으로, 이 오온 몸으로~~감지 했었단 말이지.
결국 김미니와 포항으로 일출을 보러가겠다는 애정의 도피 행각 계획은 무산되고
이 저녁 나는 온통 집합 문제와 삼한, 동맹이 어쩌고, 심지어 칸타타에서 유산소 운동까지.
전과목의 문제에 답을 달아야 했다.
ㅇㅣ래가지고 졸업만 하면 대수냐는 말은 솔직히 엄마 나이 앞에서 무안하고,
정말 시키는대로 하기만 하면 졸업 시켜주는 건지 의심스럽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대체적으로다가 아리송하다.
엄마는 계모임이다 친구 만난다 놀러다니는 중에 내가 방구들 짊어지고 앉아서 문제를 풀고 앉아서 생각하니 뭔가 심히 이상하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밖에서도 전화해서 나에게 심통을 부렸다.
아줌마......
그래도 엄마를 돕고 싶다.
엊그제 kbs아침 뉴스에 해설 위원 "이준삼"기자가 나왔다.
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돌아봐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구체적인 실례까지 들어가면서
한마디 한마디 힘줘서 말하는 그 아저씨의 머리에도 흰머리가 성성하더라.
그 아저씨는 엄마으 ㅣ동갑내기 조카다.
여기서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엔 나도 심히 이해가지 않는 그림이었다.
그 오빠?
캬캬. 오빠 되는 그 분은 큰 외삼촌 아들.
서울 명문 신방과를 졸업하고
그 이름도 반짝반짝.
kbs기자.
같은 핏줄인데 심히 비교되는.
큰외삼촌은 칠성리 유지.
큰외삼촌은 내게 할아버지 뻘.
큰외삼촌은 교장선생님.
우리 엄마는 국졸인가 중학교 중퇸가.
뼈대~~깊은 양반가의 막내딸이 될려다 만 엄마는 항상 내가 30대만 됐어도 공부한다고 큰 소리 쳤었다.
사실 엄마으ㅣ 30대는 생활고와 천식으로 뒤덮혔지 않았나...
몰라도. 아무튼.
엄마의 컴플렉스 아닌 컴플렉스를 극복시켜주기 위해 맨 만만한 나만 볶아진다.
지글지글......
오빠는 엄마 대학 등록금 예약됐다.
아빠는 잔소리 안하는게 도와주는 거다.
언니는 방관자.
나는 정신적, 물리적 조력자.
엄마는 낭중에 합격수기 뭐 이런데다
"막내딸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네요.
우리 막둥이가 없었으면 이자리에 저도 없었을 거여요.. 흑흑."
이렇게 발표하지 않을까.
크크.
엄마 다했어~!
쉿~이거 비밀이다잉.
어디가서 엄마 검정고시 말도 꺼내지말아라 알았냐?
잉잉?
첫댓글 나 방금 돌아왔어...니 없어서 술도 안먹고 밤새 자는둥 마는둥..흐려서 해도 안뜨고...십원짜리 동전에 나오는 탑 좀 봐주고...엄청 피곤햐...삼박사일동안도 잘수있을만큼...담기회를 노리자...하반기에 또간데....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