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집 속의 집
김명희
-할머니
저기 천장에 거미집 있어요.
내가 걷을까요?
-놔둬라, 외딴 집에
거미집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할머니 집엔
개집, 닭집, 토끼집이 있잖아요.
-그려! 그려!
집 속에 집들이 아주 많은데,
모르고 살았구나.
-할머니 집은
절대 외딴 집이 아니라고요.
내가 큰소리로 말하자,
빙그레 웃는
할머니 얼굴에 걸려 있는
거미집 한 채.
[대전일보]
툭.툭.톡.톡.카.톡!!
권 근
집에 비가 내린다
툭. 툭.
톡. 톡.
푸른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장단 맞춰
아이는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친다
투투투투
거세게 내리는 빗소리 사이로
투. 툭.
카. 톡. 카. 톡.
카톡 메시지가 쏟아진다
ㅋ ㅋ ㅎ ㅎ
친구들 웃음소리 화면에 흐르지만
아이는
빈 집 푸른 지붕 위 내리는
톡. 톡. 톡.
빗소리만 듣는다
창을 열고 손 내밀어
떨어지는 빗물을 잡아본다
손을 타고 흐르는
따스한 비처럼
친구들 손을
아이는 잡고 싶다
툭. 툭. 카. 톡. 카. 톡.
빗소리에 묻히는 카.톡.소.리.
2017 조선일보[동시 당선작]
햇무리 아이들
신수진
뻥 뻥
하늘 머얼리 공이 달아나고
우르르르
아이들이 공을 쫓아 솟아오르면
한낮의 둥근 태양도 갈 길 잊고
공을 따라 뛰어간다
아이들 함성이
이리 콩 저리 콩
발끝에서 발끝으로 날아다닐 때
데굴데굴
온종일 흙강아지들은
축구공과 하나되어 바람을 만든다
밥 짓는 냄새가
둥실둥실
마을을 들어올리고
아이들의 빨개진 얼굴 너머
바쁜 해가 후다닥 뛰어갈 때
흰쌀밥 소복한 엄마 웃음
지구를 짊어진 듯 무거운 학원 가방
줄넘기도 과외받는 1등 아이
달빛 싣고 달리는 엄마 차에 이끌려
책에서 책으로만 굴러다녀도
까무잡잡한 햇무리 아이들은
시험지의 동그라미보다
더 큰 동그라미를
하늘 높이 햇무리에 그린다
[부산일보 당선작]
나무
문근영
땔감도 되고
팽이도 되고
빨랫방망이도 되고
대들보도 되고
배도 되고
썩은 후엔
거름이 되는 나무
그런 나무도
흑심을 품는구나
연필이 되기 위해서
[매일신문 신춘 당선 동시]
태양 셰프
김동원
나는 우주에서 제일 어린 태양 셰프
황소별을 통째로 구워 메인 요리로 낼 거야
지구의 모든 어린 친구들 다 불러올려
달 위에서 콘서트를 열 거야
K팝 아이돌 형아들 초대해 힙합을 추게 하고
걸그룹 누나들 샛별과 댄스를 추게 할 거야
수천 대 인공위성은 녹여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고
달빛 속에서 친구들과 손잡고
싸이 아저씨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출 거야
화성에겐 북극 오로라 빛을 섞은
달콤한 아이스크림 천 개쯤 만들어 오게 하고
물고기별과 고래별은 밤하늘 바닷속에 헤엄치게 할 거야
아! 그 새벽 만약 내가 오줌이 마려워
꿈만 깨지 않았다면,
나는 우주에서 제일 멋진 태양 셰프
[한국일보 동시 당선작]
서산마애불
박경임
삼국시대부터
바위 속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는
부처님
아직도 나오고 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 뒤쪽은 못나왔는데
그래도 좋은지
웃고 있다
출처: 한국불교청소년문화진흥원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첫댓글 역시 다릅니다잘 읽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첫댓글 역시 다릅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