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장 21세기의학은 맞춤의학으로 가야
미국의 유명한 식물학자출신의 의사인 앤더슨 웨일(Anderson Weil)교수는 인체의 독자적 적응성
은 1+1=2가 아니고 3, 4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예로, 코카콜라의 원료인 코카 잎이 어떤 사
람에게는 설사를 멈추게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변비를 치료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
체는 독특한 독자적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약물에서도 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 있
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장내 박테리아가 사람마다 조금은 다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
라고 본다.
서양의학에서는 사람을 물질의 집합체로 보고 질병은 부분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육체를
장기, 세포, 단백질, 유전자 등으로 세분화해서 어디에, 어떻게 이상이 있는지를 혈액검사나,
영상 등으로 진단하여 병명을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 병명에 맞추어 특정부위에
작용하는 약을 처방하여 치료하게 된다.
그에 반해 한의학에서는 환자를 있는 그대로 외부에서 관찰하고 평가해서 질병을 전체의 이상
또는 균형(balance)의 붕괴로 인식한다. 즉 환자를 보고 듣고 혀를 보고 배를 눌러 보고, 맥을
보아 환자의 체질과 유형을 분류하고 정보를 취합(辨證)하여 처방과 치료를 결정(施治)한다.
예로 갈근이 감기에 좋다고 하지만 태음에게만 감기초기에 코가 맹맹하고 뒷목이 뻣뻣한 증상에
기가 막히게 잘 듣지만 다른 체질에게는 별로다. 또 한약은 같은 성분이지만 양의 많고 적음에 따라 전혀 반대 방향으로 작용(拮抗作用)을 한다.
따라서 한약은 조합과 용량을 환자에 따라 엄격하게 잘 맞는 것을 찾아 처방해야 한다. 그래서
한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출 때 정확하게 재단하고 재봉질을 잘 해야
하는 것처럼 ‘맞춤의학’이라고 본다. 한약재는 대부분이 신경계통, 면역 계통, 내분비대사계
통에 체질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한약은 환자가 앓고 있는 국소부위
의 질병 한가지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식욕, 수면, 대변, 소변 등의 자율신경계의 기능도 개선하기 때문이다.
한약이 ‘증(證)’에 딱 맞는 경우에는 서양의학적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러 가
지 증상이 하나의 처방으로 광범위하게 개선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체의 장내 박테리
아의 생태계와 두뇌시스템의 적응성이 관여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태음인은 내분비⦁대사 계통의 문제점으로 고혈압, 고지혈, 비만, 심장병, 당뇨계통의 질
환에 잘 걸린다. 그래서 ‘청심연자탕’같은 처방을 내분비 ⦁대사 질환에 쓰면 긴장성 심장증후
군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하고 답답하며 진땀이 나는 증상이나 변비, 과민성 대장증후군, 두통,
생리불순 등의 자율신경증상도 개선하게 된다.
소음인은 신경계통의 문제점을 잘 일으키어 신경성 불면증, 우울증, 소화불량, 장 궤양, 위경
련, 설사 등에 잘 걸리기 쉬운데 ‘보중익기탕’을 쓰면 피곤한 것도 개선되고, 저혈압, 냉증을
해소 시킬 뿐만 아니라 뇨의 빈삭, 비염 같은 것도 개선시킨다.
소양인은 면역계통의 문제점을 잘 일으키어 암이나 바이러스 등의 병원균에 약하다. 여기
에‘팔미지황환’을 처방하면 면역을 증진시켜 피로 권태를 개선시킬 뿐만 아니라 요통, 야간
빈뇨, 발기부전, 백내장, 편도선염 등에 다양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처럼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약은 하나의 기관이나 장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계통적 ⦁ 시스템적 기능인 신경 ⦁내분비⦁면역 등 전체적인 통제 기능에 영향이 하부 조직이나
기관은 유기적 시스템을 가동하여 균형을 맞추어 질병을 물리치고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이끌어
가도록한다. 그래서 만약 암병동 같은데서 의료사고와 원내감염을 양방에서 주력하며, 양양지원
과 심리적 지원을 한방과 협력하고, 다양한 육체적 정신적 증세에 대하여 증상을 한의약적으로
도 완화시키면 환자의 기운도 찾게 해주는 환상적 조합이 될 것이다.
결국 21세기에는 서양의학의 구조적분석과 한의학의 시스템적 분석을 잘 조화시킨 새로운 통합의학적 맞춤의학의 출현을 전 세계의 환자들은 갈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