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빌리 엘리어트
춤을 왜 추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몸 전체가 변하는 것 같고
불이 붙어 한 마리 새가 된 것 같아요.
11살, 어린 꼬마 빌리는 영국 북부의 가난한 탄광촌에서 파업 시위에 열성인 아빠와 형, 그리고 치매 증상이 있는 할머니와 함께 낡은 피아노 한대로 어머니의 기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당시 남자아이들은 주로 권투나, 축구를 하고 여자아이들은 발레를 했다. 빌리(제이미 벨)가 사는 가난한 탄광촌 동네 체육관 한쪽에서는 권투를 하고 한쪽에서는 발레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발레를 구경하던 빌리는 자연스럽게 발레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권투보다 음악과 함께하는 발레 수업을 재미있어하는 빌리. 권투수업에 내야 할 코칭 비용으로 아빠 몰래 발레 수업을 다닌다.
발레 선생 윌킨슨(줄리 월터스)은 빌리에게서 재능을 보았다. 빌리의 허벅지, 무릎 그리고 발가락으로 연결되는 쭉 뻗은 건강한 선이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윌킨슨은 하루에 한 번씩 수업할 때마다 받던 발레 수업료도 받지 않고 빌리가 로열 발레 스쿨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일대일 개인 레슨을 시킨다.
춤에 영감을 얻기 위해 빌리의 소지품들을 가지고 오게 한 윌킨슨은 빌리의 소지품에 들어있는 사연들을 하나씩 듣는다. 여러 가지 소지품이 가방에서 쏟아지고 그중 돌아가신 엄마가 빌리에게 쓴 편지를 찾아 손에 들고 천천히 읽는 윌킨슨. "항상, 매 순간,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는 거 잊지 마라." 윌킨슨이 편지를 읽는 동안 동시에 따라 읽는 빌리. 얼마나 많이 편지를 보고 또 보았으면 편지 내용을 따라 읽을까, 라는 생각에 11살 빌리가 안쓰러웠다.
엄마의 사랑을 가슴에 안고 아빠 몰래 오디션을 위한 맹훈련을 받는 빌리. 특히 "아이러브투부기"라는 음악에 맞춰 윌킨슨과 빌리가 체육관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빌리는 턴 동작에서 중심을 잘 못 잡고 자꾸만 넘어졌다. 그때마다 윌킨슨은 "집중해, 노력을 안 해서 그래"라며 기본적인 기초를 더 열심히 가르쳤다.
거울을 보며 턴 동작을 연습하는 빌리. 빌리의 재능을 보고 제자로 키우는 윌킨슨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발레 선생님의 권유로 레슨을 받게 된 빌리. 점점 발레의 매력에 빠져들지만, 힘든 탄광 일을 해야 먹고 살아갈 수 있는 탄광촌 광부인 아버지와 형에게 발레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것은 수치스러움의 대상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까지나 비밀로 할 수는 없는 일. 윌킨슨은 빌리의 가족을 설득하러 집을 방문하지만 심한 논쟁만 벌이게 되고, 빌리는 아버지와 형의 반대에 마음이 아파 심장이 터질듯하여 밖으로 뛰쳐나와 거리에서 춤을 춘다.
빌리가 이때 혼자 추는 탭댄스는 최고였다. 빌리의 춤은 담장에 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 인생에 대한 절망과 안타까움으로 폭발했다.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젠 희망이 없는 건가! 어쩌면 좋단 말인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들을 몸으로 길 위에 새기고 또 새겨졌다.
시간이 흐르고, 크리스마스 저녁. 빌리는 친구에게 발레를 보여주고 싶어 텅 빈 체육관에서 발레를 같이 춘다. 이를 지켜본 아빠의 친구가 아빠를 체육관으로 데리고 오고 아빠를 만난 빌리는 아빠 앞에서 반항하듯 강하게 춤을 춘다. 빌리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본 아빠는 말을 이을 수가 없다. 빌리가 탄광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발레라는 사실을 깨달은 아빠는 빌리를 런던으로 보내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동료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히면서 까지 광산 파업을 포기하고 탄광으로 일을 하러 들어간다.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던 큰 아들은 철조망을 뛰어넘어 막으려 하자, 울부짖으며 아빠는 큰 아들에게 "그 애 인생을 위해, 그에게 기회를 주자, 너하고 나는 망했지만, 빌리마저 우리처럼 그렇게 살게 할 순 없어."라고 말을 하는데 눈물이 났다.
아빠는 빌리 엄마의 시계며 반지들을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마련해 빌리와 함께 오디션을 보러 버스를 타고 런던으로 가는데 "보고 싶을 거야"라며 차창 밖에서 입을 뻥긋거리는 형의 모습에 또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런던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빌리의 아빠는 태어나서 한 번도 런던에 가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런던에는 탄광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에 살짝 웃음이 났다.
아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 그래서, 그 사랑하는 아들의 꿈에 날개가 되어주고 싶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아빠였다. 런던에 도착한 빌리.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면접관으로부터 춤을 추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포기하고 나가려던 빌리가 망설이더니 뒤돌아서서 대답을 한다.
"춤을 왜 추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추다 보면 모든 걸 잊어버려요. 그리고 사라져버려요. 몸 전체가 변하는 것 같고 불이 붙어 한 마리 새가 된 것 같아요. 마치 전기처럼."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빌리와 아빠는 결과를 기다리지만 가족들은 떨어졌다는 생각을 하며 발레보다 더 나은 어떤 것을 찾고 있었다.
매일매일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 날, 빌리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 로열 발레 스쿨로부터 결과가 담긴 편지가 도착했다. 아빠는 편지를 식탁 위에 놓고 형과 할머니와 함께 식탁 주변에 앉아 빌리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학교에서 돌아온 빌리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받아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문 앞에 서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가족들,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리가 없자 문을 열고 '떨어지면 어때 힘내'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빌리가 울면서 "저 합격했어요."라고 한다. 동시에 눈물이 흘렀다. 아빠도 형도 할머니도. 자식을 위해 마음을 졸이고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디든 다 똑같으리라.
합격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즉시 어디론가 뛰어간다. 그리고 어느 집 문을 열고 들어가 감사 인사를 하는데 그 집은 빌리에게 발레를 가르쳐준 윌킨슨 선생의 집. 감사가 몸에 배어있는 사람, 다음날 가도 될 텐데, 즉시 뛰어가서 감사를 하는 빌리 아빠의 모습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빌리를 런던으로 보내며 작별 인사하는 할머니, 아빠 그리고 형의 행복한 포옹 장면은 가족의 사랑이 스크린을 가득 채워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빌리는 그동안의 아픔을 이겨내고, 청년이 되어 무대에 오르고, 아빠와 형이 참석한 무대 위에서 새처럼 날아올랐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잠시도 쉴 틈 없이 뛰게 만들더니 마지막 빌리가 무대 위를 뛰어오르는 모습에서는 함께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빌리가 내 아들인 것처럼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영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가난하지만 빌리 가족의 훈훈한 사랑과 빌리와 윌킨슨 선생의 아름다운 만남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아름다운 만남은 서로에게 행복한 기쁨을 주고받으며, 삶이 함께 성장해 나가고 주변을 밝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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