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의정부 문학’ 전국 공모전 심사평>
“현대시의 현대적 접근과 감동을 위하여”
김 선 용 (시인)
만추(晩秋)입니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 어제와 다른 일몰(日沒) · 일출(日出) 돌아보고 둘러보면 뭐 하나 시(詩)가 아닌게 있나요. 이번 ‘제16회 의정부 문학’ 전국 공모전 시(詩)부문에 응모한 작품편수는 중등부 53편, 고등부 94편, 일반부 197편이었습니다. 총344편을 5명의 심사위원이 돌아가며 보고 또 봤습니다. 양도 양이지만 수작을 대하는 설렘과 감동, 다양한 색깔, 농익음과 설익음 사이에서 선자(選者)들도 눈이, 얼굴이, 마음이 달아올랐습니다.
우선 일반부 응모작 197편 중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14편이었습니다. 고심 끝에 유지호 씨의 ‘다시 그리는 자화상’이 각 심사위원 모두 최고의 평가를 받았으며 이에 대상에 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총 4연으로 된 다소 산문시 양식을 띠고 있는데 깊고 넓고 공력(功力)이 느껴졌습니다. 오랫동안 시(詩)를 앓아온 흔적이 보였습니다. 이 시는 전통적 시의 기교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젊은날의 고뇌와 갈등과 아픔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노래하고 이야기합니다. ‘스물 네 시간을 셈했지만 내 몫은 없었다’, ‘황금의 칼 끝에 익숙한 허기진 위장’, ‘아침을 막아서는 검은 그림자’ 등의 상황과 표현에서 절박함과 안쓰러움도 느껴집니다. ‘신념으로 땜질을 해 박으며’, ‘내 몸에 버짐처럼 번진 이방인의 세포를 밤새 도려내는 아픔을 뚫고서야 정갈한 이빨이 새로 돋는다는 사실을’ 등에서는 삶과 한가닥 희망을 향해 발버둥치며 절규하는 소리와 몸짓에 귀를 모으고 시선을 두게 합니다. 다소 난해한 쪽으로 기우는 벌거숭이 현대시에 피가 돌게 하는 수작(秀作)임이 분명합니다. 장원으로 선정된 서울예술대 방송영상과에 재학중인 김기현의 ‘찬란’, 차상을 수상하게 된 황현아 씨의 ‘담쟁이’ 또한 손 놓을 수 없었고 가뿐 숨을 쉬며 읽어야했음을 고백하며 모두들 더욱 정진하여 한국 현대시사(現代詩史)에 한 획을 긋는 시인으로,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합니다.
고등부 총 응모작 94편 중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13편이었습니다. 안양예술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정하현 학생의 ‘주름’을 장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보통의 10대답지 않은 눈과 마음을 가졌다는 점이 대견하하고 범상치 않았습니다. ‘차게 젖었다가 뜨겁게 말라야 하는’, ‘거실 한 구석에 놔둔 다리미의 등’, ‘다리미가 다려놓은 자리마다 / 주름이 오래 진통을 견뎠는지 / 비행운이 갈라놓은 초저녁 하늘에 / 물집처럼 낮달이 태어난다’ 등 응시(凝視)와 관조력(觀照力)이 탁월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객관적이고 담담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곱씹고 의미를 캐게하는 수작(秀作)입니다. 차상으로 뽑힌 이지성 학생의(경남 진주 명신고 1학년) ‘어머니는 빨래 중’과 차하로 선정된 김진아 학생의(전남 목포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 ‘나물, 된장국’도 돋보이는 작품으로 시의 싹이 힘있고 빠르고 무한(無限)이 성장할 수 있는 탄탄한 작품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들 작품 모두 ‘빨래’와 ‘부모님(어머니)’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인데 사랑과 정(情)과 효(孝)의식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시였습니다. 청소년문학의 희망으로 거듭나는 작품, 꾸준히 쓰기를 당부합니다.
중등부 총 응모작품 편수는 53편. 상대적으로 적은 편수입니다. 조금 씁쓸하고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온갖 감각적 매체에만 몰입하는 어린 중학생들 틈에 이슬 머금은 ‘새순’처럼 설익고 풋풋하지만 제법 시(詩)의 이름을 달고 이쁘게 올라온 친구들은 8명이었습니다. 장원으로 뽑힌 김영웅(서울 장평중 3학년) 학생의 ‘노란 리본’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자신만의 시각과 현실을 냉철하게 보는 학생의 시각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차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남혜인(충북 충주 충주북여자중학교 2학년) 학생의 ‘틈’도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사는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형상화한 시로 그 감동이 결코 만만치 않은 작품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어떤 꽃이든 피울 수 있습니다.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심사 위원 : 안태현 신성수 김생자 나윤희 김선용
제16회 의정부 문학 전국 문학 공모전 입상작
일반부 대상 유지호(인천, ‘다시 그리는 자화상’)
장원 김기현(서울예술대학 방송영상과, ‘찬란 )
차상 황현아(경기 파주, ‘담쟁이’)
차하 이남용(광주, ‘감빛소리’)
장려 김태리(호주, ‘호미’)
장서영(‘폭포’)
정지영(경기 하남, ‘단풍’)
송종관(경기 양주, ‘사패산 등반기’)
남정률(서울 강서, ‘사실래요’)
최병규(서울 노원, ‘천장에 이는 물결’)
이타린(경기 시흥, ‘싸이드여 안녕’)
김성권(서울 서대문, ‘잎새 하나’)
고두환(경기 의정부, ‘수평선의 눈물’)
고등부 장원 정하현(경기 안양예술고 3학년, ‘주름’)
차상 이지성(경남 진주 명신고 1학년, ‘어머니는 빨래 중’)
차하 김진아(전남 목포 혜인여자고등학교 3학년, ‘나물, 된장국’)
장려 박정환(인천, ‘아버지의 호수’)
한주헌(경기 의정부 경민고 3학년, ‘버찌씨의 약속’)
김연수(인천 세원고 2학년, ‘호수’)
백종은(대전 성모여고 2학년, ‘허수아비와 철새’)
전대원(전남 목포 덕인고 3학년, ‘전대원’)
김나윤(경기 수원 동우여고 2학년, ‘가뭄’)
김재희(충북 충주 예성여고 1학년, ‘매일 밤’)
고은비(경기 안양예고 1학년, ‘저수지의 초상’)
곽남경(경북 영주 선영고 2학년, ‘지갑’)
조형준(서울 장충고 2학년, ‘약속’)
중등부 장원 김영웅(서울 장평중 3학년, ‘노란 리본’)
차상 남혜인(충북 충주 충주북여자중 2학년, ‘틈’)
차하 이예원(충북 충주 충주여중 2학년, ‘손수건’)
장려 이정주(대왕중 1학년, ‘노을’)
이재상(충북 청주 가경중 3학년, ‘들꽃’)
곽인영(대구 신명여중 3학년, ‘사랑동화’)
이정은(충북 충주 예성여중 3학년, ‘별’)
전대산(전남 목포 덕인중 2학년, ‘나를 부르는 바다’)
첫댓글 김선용 선생님 심사평 쓰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작품 정리하고 심사평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운문 고등부 장려상 수상 학생 김재희 소속학교 충북 충주 예성여고입니다.
대상, 장원, 차상, 차하 입상자 분들께서는 상금 받을 계좌번호를 010-9036-0388로 보내주십시오. 상장이 제작되어 발송하면서 상금도 보내드릴 것입니다. 한 분 한 분씩 상금 보내드리지 못함을 헤아려 주시고 몇날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