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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글쓴이:<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1o 감독: 프레드 귀올
o 제작: 록킹햄 프로덕션
o 배역: 더블데이 병장(William Tracy), 에임스 병장(Joe Sawyer), 버크 대위(Robert Shayne), 록우드 대령(Russell Hicks), 잭슨 상병(Frank Jenks), 여가수(Margia Dean), 김 중위(Wong Artarne)
o 상영시간: 65분
o 색상: 흑백
o 배급: 리퍼트 픽처스
o 제작연도: 1952년
필자에게 영화라는 얘기가 나오면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함께 항상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홀쭉이, 뚱뚱이 논산훈련소에 가다”(1959·김화랑 감독)가 그것이다.
1959년 구정 때 부모님과 대전의 영화관에서 난생처음으로 본 영화인데, 지금껏 살면서 이보다 더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본 영화는 없는 듯하다. 또한 그해 6·25전쟁 사생대회에서 이 영화를 소재로 그림을 그려 상도 타고,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튼 1950년대에 코미디 영화는 우리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장르였다. 전쟁이라는 참화를 견뎌내기는 했지만, 폐허·가난·굶주림, 그리고 부정과 부패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코미디는 유일한 위안이었고 살아가는 힘이었다.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인 깡마르고, 왜소한 ‘홀쭉이’ 양석천(1921~1984)과 비대하고 모자란 듯 보이는 ‘뚱뚱이’ 양훈(1921~1992)은 당시 그러한 위안의 대명사였고, 국민배우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영화는 임화수(1921~1961)가 제작하고, 김화랑(1912~1976)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잘 알려졌듯이 임화수는 정치깡패였다. 그는 자유당 정권 아래에서 정부를 움직여 영화 관련 법률을 개정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으나, 5·16 후 형장의 이슬이 된 인물이다.
그러나 제작자나 감독의 이력이 이 영화의 대중적인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못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더구나 아무리 재미를 유발한다고 하더라도 군사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익살스러운 행동들을 영화로 다뤘다는 것은 그 당시 우리 사회의 정치적인 분위기로 봐서 놀라운 발상이자 수수께끼다.
굳이 대답을 찾자면 ‘자유’가 아닌가 한다. 적어도 반세기 전에 우리는 미국식 자유를 향유하고 있었다. 또한 그것이 오늘 우리를 세계에서 남부럽지 않게 잘살게 만든 바탕이기도 했다.
‘홀쭉이, 뚱뚱이 논산훈련소에 가다’의 원조는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 ‘Tanks a Million(1941)’이 아닌가 한다. 이 영화는 미 육군훈련소에 갓 입영한 훈련병 ‘더블데이’가 천재적인 기억력 덕분에 병장으로 특진돼, 군 생활을 오래 한 즉흥적이고 다혈질인 교관 ‘에임스’ 병장과 벌이는 기상천외의 코미디다.
훈련병 ‘더블데이’ 역은 윌리엄 트래시(William Tracy·1917~1967), 병장 ‘에임스’ 역은 조 소이어(Joe Sawyer·1906~1982)가 맡았으며, 감독은 프레드 귀올(Fred Guiol·1898~1964)이었다. 참고로 프레드 귀올은 감독으로보다 오히려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 제임스 딘 주연의 ‘자이언트(Giant·1956)’의 시나리오 작가로 더 유명하다.
아무튼 이 코미디물이 흥행에 성공하고, 아카데미상 음악부문 후보에 오르자, 이후 속편이 무려 7편이나 제작됐다. 총 8편의 작품 모두를 귀올이 감독했으며, 두 주인공 ‘더블데이’와 ‘에임스’ 역은 트래시와 소이어가 맡았다.
흥미로운 것은 제작자와 작품의 배경이다. 총 8편 중 앞의 7편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당시 미국 코미디 영화의 대부 핼 로치(Hal Roach·1892~1992)가 제작했다.
그런데 1952년에 제작된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은 6·25전쟁을 소재로 한 것이며, 제작자도 그의 아들(Hal Roach Jr.·1918~1972)이다. 이 영화가 바로 오늘 다뤄지는 ‘미스터 워키토키(Mr. Walkie Talkie)’다.
‘미스터 워키토키’의 내용을 소개한다.
미국 육군훈련소. 버크 대위가 에임스 병장을 나무란다. 이유는 강인하며, 성깔 있는 건장한 에임스 병장이 논리 정연하지만 지루할 정도로 말이 많은 더블데이 병장을 혼내줬기 때문이다.
이후 에임스 병장과 더블데이 병장은 가상 전쟁연습을 한다. 에임스 병장이 이끄는 분대원들은 실제 메추라기 울음소리를 호루라기 소리와 혼동해 더블데이 분대원들에게 생포된다. 또다시 꾸지람을 들은 에임스는 버크 대위에게 전출을 건의한다. 버크 대위는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에임스를 데리고 위험한 6·25전쟁 지역인 한국으로 간다.
한국에 도착한 에임스는 더블데이의 장광설을 듣지 않고, 얼굴을 보지 않으니 살맛이 난다. 에임스 병장은 작전 중에 적군 저격수들이 총알 세례를 퍼부어도 휘파람을 불며 희희낙락한다. 에임스는 오리 한 마리를 발견하며, 키워서 잡아먹을 생각을 하고 매번 자기 휴대식량의 반을 오리에게 먹인다. ‘클래런스(Clarence)’라는 이름도 지어준다.
미군이 수일째 중공군의 공격을 받게 되며, 에임스와 부하인 잭슨 상병은 참호에서 오리와 함께 지원군을 기다린다. 공수부대원들과 보급품이 마침내 도착하는데 그들 중에 더블데이 병장이 끼어 있다. 더블데이는 바로 에임스의 참호로 낙하한다.
다음날 에임스는 더블데이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데 더블데이가 상부의 명령을 어긴다. 에임스는 더블데이가 명령 불복종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명령을 어긴 더블데이 때문에 부대원들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 것을 알게 된 록우드 대령은 더블데이를 칭찬하고, 에임스를 꾸짖는다.
다음날 에임스는 록우드 대령과 버크 대위를 초청해 오리 ‘클래런스’를 구워 먹으려고 오리를 죽이려 한다. 그러나 엄두가 나지 않아 더블데이에게 부탁하지만, 그도 차마 오리를 죽이지 못해 결국 오리가 도망갔다고 둘러댄다.
그날 밤, 더블데이는 미군 위문협회에서 온 여가수의 노래 반주를 한다. 버크 대위는 에임스 병장에게 망을 보도록 한다. 그러나 여가수에게 홀린 에임스는 망은 보지 않고 공연을 관람하며, 미군으로 변장한 중공군이 옆에 앉아 있는 것도 모른다. 적이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는 것을 본 더블데이가 수류탄을 낚아채 위기를 모면한다. 에임스는 병장 계급을 박탈당하며, 오리 ‘클래런스’에게 병장 계급이 주어진다.
한국군 김 중위가 이끄는 부대가 적에 포위됐다는 무전을 보낸다. 에임스와 더블데이가 이들을 구출하러 간다. 오리가 앞장서서 이들을 인도하다가 중공군에게 잡힌다.
에임스는 적을 사살하고 오리를 구한다. 에임스와 더블데이는 합심해 한국군 부대를 찾아낸다. 더블데이는 적이 풀지 못하는 복잡한 무전을 버크 대위에게 보내며, 모두가 안전하게 적의 포위망을 벗어난다.
록우드 대령은 에임스에게 병장 계급을 회복해 주며, 미군 최고의 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상신하는 서한을 쓴다. 에임스가 더블데이에게 ‘명예훈장’을 받게 된다고 자랑하자, 더블데이는 명예훈장의 내력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참다못한 에임스가 더블데이에게 달려든다. 도망가는 더블데이와 쫓는 에임스는 결국 록우드 대령의 막사를 무너뜨린다. 록우드 대령은 훈장 추천서한을 찢어버린다.
2.
(윌리엄 홀덴·그레이스 켈리가 주연한 ‘도곡리 다리들’ 포스터)
o 감독: 마크 롭슨
o 제작: 펄버그 시턴 프로덕션
o 배역: 해리 브루베이커 중위(William Holden), 낸시 브루베이커(Grace Kelly), 조지 태런트 제독(Fredric March), 마이크 포르니(Mickey Rooney), 웨인 리 전투비행단장(Charles McGraw)
o 상영시간: 102분 o색상: 컬러
o 배급: 파라마운트
o 제작연도: 1954년 12월(개봉 1955년 1월)
1954년 3월 25일, 제2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날 모든 이들의 시선은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에 집중돼 있었다. 예상대로 이 영화는 최우수작품상·감독상 등 아카데미 8개 부문에서 수상했지만,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지는 못했다.
여우주연상은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에서 호연을 보인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1929~1993)에게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포로수용소에서의 비리와 암투의 일상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다룬 ‘제17 포로수용소(Stalag 17)’에서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준 주인공이 차지했다. 그가 바로 윌리엄 홀덴(William Holden·1918~1981)이다.
1955년 3월 20일, 제2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날 시상식에서는 모든 시선이 ‘워터프런트(On the Waterfront)’에 집중됐다.
이 영화는 12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라 최우수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러나 여우주연상은 ‘갈채(The Country Girl)’의 주인공에게 돌아갔다. 남편을 재기시키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시골처녀 역할을 한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1929~1982·1956년 모나코 왕세자와 세기의 결혼)가 그 주인공이었다.
흥미롭게도 이날 아카데미상에서는 윌리엄 홀덴과 그레이스 켈리 주연의 ‘도곡리 다리들(The Bridges at Toko-ri)’이라는 영화가 특수효과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이 오늘 다뤄지는 6·25전쟁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는 ‘원한의 도곡리 다리’라는 제목으로 개봉됐고, 현재 DVD로 시판 중이다.
윌리엄 홀덴은 ‘도곡리 다리들’ 외에 또 다른 6·25전쟁 배경 영화에도 출연했다. 제니퍼 존스와 공동주연한 ‘모정(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1955)’이다. 이 영화는 1956년 3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으며,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는 명화로 남았다.
할리우드의 6·25전쟁 영화 중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드물다. 그러나 윌리엄 홀덴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두 개의 영화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윌리엄 홀덴은 6·25전쟁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연기자로 기억돼도 좋을 듯하다.
아울러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논할 때,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미치너(James Michener·1907~1997)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저명한 작가로서 소설과 영화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6·25전쟁 참여의 당위성을 알린 인물이다. 원래 ‘도곡리 다리들’은 미치너가 1953년 발간한 136페이지 분량의 소설 제목이다. 이 베스트셀러가 동명의 영화로도 크게 성공을 거둔 것이다.
미치너는 1954년 6·25전쟁을 배경으로 ‘사요나라(Sayonara)’라는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를 추가했다. 이 소설이 1957년 같은 이름의 영화로 제작됐다.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1924~2004) 주연의 이 영화는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수상뿐만 아니라,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뒀다.
또 미치너는 항공모함 ‘요크타운’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다룬 영화 ‘항공모함의 사내들(Men of the Fighting Lady)’이라는 6·25전쟁 영화와도 깊은 인연을 맺는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추후 연재물에 소개하고자 한다.
‘도곡리 다리들’은 할리우드가 큰 제작비를 투자해서 만든 최초의 6·25전쟁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한국의 동해안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세이보(Savo)’에 4대의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3대의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하지만, 해리 브루베이커 중위가 탄 비행기는 엔진이 멈춰 바다에 불시착한다.
헬리콥터 조종사 마이크 포르니가 브루베이커를 구조한다. 브루베이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조종사로 참전했고, 전후 변호사로 활약 중이었다. 그런데 6·25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하게 된 것이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부인과 두 딸이 있다.
항공모함에서 조지 태런트 제독을 만난 브루베이커는 왜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린다. 제독은 공산주의를 저지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도곡리의 다리들을 폭파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독은 브루베이커에게 처와 두 딸이 오키나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과 항공모함이 그곳에서 얼마간 기항할 것이라고 말한다.
부인 낸시와 딸들을 만나 일주일간의 휴가를 시작하던 날 밤, 브루베이커는 자신을 구해준 헬기조종사 포르니가 폭행사건으로 연행되자, 문제해결을 위해 호텔을 나선다. 한편 태런트 제독은 브루베이커의 부인에게 남편이 바다에 불시착한 이야기와 조만간 전략적으로 중요한 다리들을 폭파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준다.
한밤중에 브루베이커가 돌아오자, 잠에서 깨어난 아내는 남편에게 위험한 작전에 참가하는 데 대한 불안감을 말하지만, 남편은 아내를 안정시킨다. 휴가를 끝내자, 브루베이커는 아내와 딸들의 전송을 받으며 전쟁터로 떠난다.
브루베이커는 웨인 리 항공모함 비행단장과 정찰비행을 한 후에, 성공리에 귀환한다.
이후 3개 편대 12대의 전투기가 도곡리에 가설된 교량들의 폭파작전에 나선다. 조종사들은 4개의 교량을 성공적으로 폭파한 후, 적의 탄약고로 추정되는 목표물을 공격한다.
이때 브루베이커의 전투기가 적의 포탄에 맞는다. 브루베이커는 바다에 불시착하려 하지만, 연료가 부족해 적지에 불시착한다.
미국 전투기들이 브루베이커를 엄호하지만 적들의 집중포화로 돌아간다. 포르니와 일행 한 명이 헬리콥터로 브루베이커를 구조하기 위해 오지만, 브루베이커와 구조요원 모두가 전사한다.
제독은 브루베이커를 구출하지 않고 귀환한 항공모함 비행단장을 꾸짖으나 비행단장은 작전이 성공적이었다면서 브루베이커가 제독의 부하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부하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제독은 비행단장도 브루베이커와 같이 훌륭한 조종사라는 것을 깨닫는다. 제독은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들이 이륙하자, 브루베이커를 회상하며 말한다. “어디서 우리가 저렇게 훌륭한 사내들을 얻을 수 있을까?”
‘도곡리 다리들’은 본 연재물 제4화 ‘당신을 원해요’를 감독했던 마크 롭슨(Mark Robson)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제작자는 윌리엄 펄버그와 조지 시턴(Geroge Seaton·1911~1979)이다. 시나리오 작가·제작자·감독으로 활동했던 시턴은 6·25전쟁 영화의 문제작 중 하나인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후크(The Hook·1963)’를 감독한 인물이기도 하다. 미군 병사 3명의 포로가 된 북한 전투기 조종사의 처리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추후 본란에 소개될 것임을 알려둔다.
3.
앤드류 마턴 감독의 `수중전사(水中戰士)'
불가능을 모르는 `미국판 한주호 준위'
● 감독 : 앤드류 마턴
● 제작 : 언더워터 프로덕션
● 배역 : 데이비드 포레스트(Dan Dailey), 앤 윈모어(Claire Kelly), 윌리엄 아놀드 (James Gregory), 조 오브라이언(Ross Martin), 애쉬턴 제독(Raymond Bailey)
● 상영시간 : 91분
● 색상 : 흑백
● 배급 : MGM
● 제작연도 : 1958년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46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데 대해 우리 국민 모두가 큰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또한 실종자 2명의 시신 발견은 그들의 생존과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구조작업에 나섰던 한주호 준위와 민간인 어부들의 불행은 우리의 비통함을 더해줬다.
그렇지만, 이러한 아픔과 좌절감 속에서도, 우리는 큰 감동과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한주호 준위의 투철한 사명감, 고귀한 희생정신을 통해서다. 그는 우리 군의 자랑이었고, 특히 우리 해군특수전여단(Underwater Demolition Team : UDT)의 자부심이었다.
필자는 오늘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미 해군 UDT의 활동에 관한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UDT의 전설이 된 한주호 준위의 일생을 영화로 제작할 것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 ‘사나이 UDT’라는 영화가 제작됐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1958년에 ‘수중 전사(Underwater Warrior)’라는 제목의 수작이 제작돼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UDT의 전설 프란시스 페인(Francis D. Fane)의 영웅적인 삶을 영화화한 것이다.
페인은 전직 미 해군 탄약수송 보급함 장교였지만 수영을 못 했다. 그런 그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 해군 UDT에 자원입대했다. 투철한 국가관과 UDT 발전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는 혹독한 훈련을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6·25전쟁 중에는 작전 중에 중상을 입어 미국으로 후송됐으며, 이후 1958년까지 미 해군 UDT 지휘관으로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이러한 그의 극적인 인생역정을 다룬 영화가 ‘수중 전사’다. 이 작품은 극영화라기보다 오히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화는 6·25전쟁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즉, 미 해군 UDT가 6·25전쟁을 통해 발전하고 변모했고, 특히 페인이 한국에서 다른 UDT 대원을 제쳐 두고 혼자 작전을 하다가 중상을 입어 죽을 고비를 넘긴다는 대목이다. 그것도 한주호 준위가 순직한 우리나라 서해 상의 인천상륙작전에서!
이러한 점에서 한주호 준위의 드라마틱한 삶은 페인의 인생과 비교되며, 좋은 영화의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 준위의 35년 UDT 경력은 페인의 그것에 비해 거의 3배나 되며, 살신성인의 자세는 페인에게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감동을 우리에게 준다.
이제 영화제작자들과 독자들을 위해 ‘수중 전사’라는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미 해군 애쉬턴 제독과 의무관 아놀드가 잠수작업 중인 데이비드 포레스트(프란시스 페인의 역할)와 수병 조 오브라이언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곧 오브라이언이 의식불명 상태의 포레스트와 함께 물 위로 나타나고, 포레스트는 감압챔버로 옮겨진다.
의무관 아놀드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바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플로리다의 해군 수중폭파학교. 징집관이던 아놀드에게 전직 해군 탄약수송 보급함 장교 데이비드 포레스트가 UDT에 자원입대하겠다고 찾아온다.
포레스트는 UDT 대원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지만, 아놀드는 포레스트가 나이가 많고 더구나 수영을 못 한다는 말을 듣고 망설인다. 그러나 결국 포레스트의 조국애와 열정에 감동해 입대를 받아 준다.
다른 대원보다 나이가 많지만, 포레스트는 훈련에서 최고 성적을 받을 뿐만 아니라, 오브라이언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포레스트와 UDT 대원들은 일본 해안에서의 작전을 위해 출동 준비를 하지만, 일제의 패망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몇 개월 후, 포레스트는 애쉬턴 제독에게 UDT 대원들의 작업에 긴요한 수중호흡기 개발계획을 제안하며, 시험을 한다. 가상 전투에서 포레스트와 오브라이언은 수중호흡기를 이용해, 상대방의 전함에 폭발물을 은밀히 설치하는 성과를 보여준다.
한편 포레스트와 오브라이언은 각각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고, 포레스트는 여자 친구 앤 윈모어에게 청혼을 한다. 그러나 앤은 UDT 지휘관으로서 포레스트의 안전이 걱정되고, 더구나 6·25전쟁에 언제 파병될지 모르기 때문에 청혼을 거절한다. 상심한 가운데서도, 포레스트는 오브라이언과 함께 프랑스가 개발한 신형 산소탱크를 시험한다.
어느 날, 앤은 포레스트의 제안으로 잠수를 배우게 된다. 잠수 중에 포레스트는 앤에게 다시 프러포즈를 해, 승낙을 얻어낸다. 결혼여행 중에 포레스트는 캘리포니아 코로나도로 전출명령을 받았으며, 그곳에서 전쟁이 시작된 한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포레스트는 앤을 캘리포니아에 정착시킨 후 한국에 파병된다. 포레스트가 지휘하는 미 해군 UDT는 대규모 상륙작전의 사전준비 작업을 위해서 적이 해안에 설치한 기뢰들에 폭발물을 설치한다. 그 후 포레스트는 부하대원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혼자 해안선으로 다가갔다가, 적의 사격을 받아 의식을 잃지만 가까스로 구조된다. 이윽고 설치된 폭약에 의해 기뢰들이 폭발하고, 상륙작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
포레스트는 미국으로 후송되며, 아내 앤과 갓 태어난 아들과 재회한다. 6·25전쟁에서의 성공적인 작전 수행으로 미 UDT는 이후 몇 년간 해군의 정예부대로 성숙하게 된다. 한편, 애쉬턴 제독은 포레스트에게 마샬 군도에서 인간과 상어의 상호관계에 대한 영화 촬영을 요청한다. 포레스트는 상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보호철망 밖으로 나와서 촬영을 한다.
부인 앤은 동네 영화관에서 이 장면을 보고 기겁을 하며, 남편에게 둘째 아이를 가졌으니 제발 위험한 일을 그만두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곧 다른 사건이 터진다. 일급 비밀장비를 탑재한 미 공군 제트기가 바다에 추락한 것이다. 국가 기밀을 제거해야 하지만, 조류가 거세서 포레스트와 그의 대원들의 임무 수행이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애쉬턴 제독은 포레스트가 프랑스제 산소 장비로 수중 200피트(약 60미터)에서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작전을 요청한다. 포레스트는 오브라이언과 함께 잠수해, 오브라이언은 200피트 지점에 대기시키고 자신은 300피트까지 내려가 작전을 완수한다. 그러나 산소 호스가 찢어져 오브라이언에 의해 간신히 구조되지만,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포레스트는 1주일간 감압챔버 신세를 지다가 가까스로 회복하고 부인을 만난다.
참고로 페인은 1956년 ‘알몸의 전사들(Naked Warriors)’이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으며, 1942년 창설된 미 해군 UDT는 1983년에 미 해군 정예특수임무부대(United States Navy SEALs : SEALs는 SEa, Air, Land Teams의 약자)로 확대 개편되었음을 알려둔다.
4.
조셉 루이스 감독 `후퇴라니, 천만에!
● 감독 : 조셉 루이스
● 제작 :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픽처스 프로덕션
● 배역 : 스티브 코벳 중령(프랭크 러브조이) 폴 한센 대위(러처드 칼슨)이등병 제임스 맥더미드(러스티 탐블린)노박 중사(네드 영)한센 대위 부인(애니타 루이즈)이등병 앤디 스미스(폴 스미스)
● 상영시간 : 94분
● 색상 : 흑백
● 배급 : 워너 브라더스
● 제작연도 : 1952년
올해로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할리우드에서 3D 입체영화가 제작된다는 뉴스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17일간의 겨울(17 Days of Winter)’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는 3D 영화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에릭 브레빅(Eric Brevig, 1957~ )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오는 2012년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영화가 다루는 ‘장진호 전투’란 1950년 겨울,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의 하나인 함경남도 장진군의 인공호수인 장진호 주변의 산악지대에서 벌어진 겨울 전투를 말한다.
미 해병 제1사단 제5연대 및 7연대는 1950년 11월 24일부터 맥아더 장군의 ‘크리스마스 대공세’ 작전계획에 따라 장진호 부근의 유담리라는 마을에 진출한다. 그러나 중공군에게 포위된 것을 알게 되고, 사단장은 곧 철수 명령을 내린다. 이들은 20도가 넘는 혹한과 적의 포위공격을 이겨내고 유담리에서 하갈우리, 고토리, 진흥리 등 눈 덮인 산악지대를 넘어 함흥으로 철수한다. 이들이 함흥에 도착하기 시작한 것은 12월 10일이다. 17일 동안의 악전고투 끝의 기적 같은 생환이었다.
함흥에 집결한 이들은 다시 흥남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12월 12일부터 24일까지 그 유명한 흥남철수작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 미 해병 제1사단, 미 육군 제10군단, 한국군 제1군단 병력 10만5000명이 차량 1만7500대, 35만 톤의 각종 전투 물자와 함께 선박 편으로 흥남 부두를 출발해 북한 지역을 벗어나게 된다. 자유를 찾아 고향을 버리고 대한민국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9만1000여 명의 피란민과 함께!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보다 슬프고 처절했던 순간의 기억이 인간에게는 더 생생한 것일까? 미국인들에게 인천상륙작전보다도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작전이 더 자주, 그리고 더 진지하게 논의돼 오는 것은 그러한 이유가 아닌가 한다.
특히 장진호 전투는 그 극적인 요소 때문에 미국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많은 책자와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다. 장진호 전투에 관한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는 ‘후퇴라니, 천만에!(Retreat, hell!)’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B급 영화감독으로 1940~50년대에 명성을 얻은 조셉 루이스(Joseph Lewis, 1907~2000)의 야심작이다.
우선 201㎝ x 103㎝ 크기의 초대형 영화 포스터를 보기로 하자. 포스터 중간의 하얀 직사각형 박스 안에는 영화제목의 출처가 밝혀져 있다.
미 해병대 제1사단장 올리버 스미스(1899~1977) 장군이 장진호 전투 당시 행한 “후퇴라니, 천만에!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공격할 것이다(Retreat, hell! We're just attacking in another direction)”라는 발언이 그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국방부에서는 고위관리들이 해병대 1개 사단 병력을 파견하는 논의를 한다. 17세의 청년 맥더미드는 ‘해병 찬가’를 휘파람으로 불며, ‘해병 가족’이란 팻말이 붙은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한편 코벳 중령과 폴 한센 예비역 대위가 캘리포니아 캠프 펜들턴에 있는 미 해병 훈련소에서 만난다. 코벳 중령은 대대장으로 3개 중대를 지휘한다. 그는 한센 대위에게 베이커 중대를 맡아 주도록 설득하고, 전투 경험이 풍부한 노박 중사를 같은 중대에 배속시킨다.
맥더미드 이등병도 베이커 중대에서 열심히 훈련을 받는다. 그는 애국심에 불타는 젊은이다. 나이를 속여서 입대했으며, 해병 중위로 6·25전쟁에 이미 참전하고 있는 친형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훈련을 받는다.
이들은 인천상륙작전에 맞춰 한국으로 파병되며, 성공적인 상륙작전 후에 서울 수복작전에도 참가한다. 이때 맥더미드 이등병은 자기 형을 찾아 나서지만, 형의 시체를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형이 전사해 가족 중에서 유일한 아들이 된 이등병 맥더미드에게 대대장 코벳은 귀국을 종용한다. 그러나 맥더미드는 전쟁터에서 싸우겠다고 고집한다.
코벳이 지휘하는 해병 대대는 38선을 넘어 북한 지역으로 진격한다. 부대원들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전쟁이 종료될 것이라는 소문을 듣는다. 북한 장진호 부근의 유담리까지 진격한 이들은 눈길에 탱크가 지나간 자국을 보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적군과 탱크 한 대의 공격을 받는다.
코벳은 즉시 바주카포 팀을 보내지만, 사살된다. 코벳·한센·맥더미드는 바주카포를 발사해 탱크를 파괴하고, 적들을 포로로 잡는데, 이들이 북한군이 아니라 중공군인 것을 알고 의아해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한센 대위는 병사들에게 참호를 깊게 파도록 지시한다.
중공군이 나팔과 호각을 불면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지만, 코벳 부대원들의 격렬한 저항을 받고 퇴각한다. 코벳은 탄약과 보급품의 공중지원을 받아 부대를 재정비하는 동안, 중공군이 다시 공격을 감행하지만, 미 공군기들의 폭격으로 물러간다.
코벳은 사단장으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는다. 옆에 있는 어느 병사가 “후퇴하는 것입니까?”라고 말하자, 코벳이 대답한다. “후퇴라니, 천만에!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공격할 것이다. 장군의 지시는 바로 이것이다.”
중공군들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가운데, 코벳 부대원들은 눈 쌓인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동쪽으로 행군한다. 한센은 정찰대를 인솔한다.
노박 중사가 병사들에게 동상에 걸리지 않게 움직이고 발을 구르라고 지시한다. 중공군의 박격포 공격으로 노박이 의식을 잃고, 병사들이 사망한다. 맥더미드는 상처를 입고, 비행기로 공수된다. 한센은 다행히 부상을 입지 않고 나타나 대대장을 찾는다.
코벳은 팔에 부상을 입지만 상처를 붕대로 감고 부대를 재정비한다. 미 공군기들이 해병들의 진로를 열어주기 위해 중공군에게 무서운 폭격을 가하며, 코벳 부대원들은 함흥이 4마일 남았다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 다다른다. 함흥에 도착해 부상병들은 지프로 흥남부두로 후송되고, 노박 중사·맥더미드 이등병 등 해병들은 모처럼 푸짐한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후퇴라니, 천만에!’는 할리우드가 사실 관계에 기초해 제작한 최초의 6·25전쟁 관련 극영화다. 바로 미 해병 제1사단 제7연대 제1대대장 레이먼드 데이비스 중령(Raymond Gilbert Davis, 1915~2003, 대장으로 예편)의 장진호 전투 경험담을 다룬 것이다. 그는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미국 최고의 무공훈장(Medal of Honor)을 받았다.
이 영화는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극한상황에서도 명령에 절대복종하며 용감하게 싸우는 미 해병대 불굴의 전투정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형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전선에 남아 싸우는 병사의 이야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우리 장병에게 추천하고 싶은 명화다.
5.
<B급 영화로 대성공을 거둔 사무엘 풀러 감독의 `철모' 포스터>
10%의 제작비 10일만에 완성 10만 달러 투입 10배 대박 터져
o 감독 : 사무엘 풀러
o 제작 : 데퓨티 코퍼레이션 프로덕션
o 배역 : 잭(Gene Evans) 중사, 드리스콜(Steve Brodie) 중위, 흑인 의무병 톰슨(James Edwards) 상병, 다나카(Richard Loo) 하사, 볼디 (Richard Monahan) 이등병, 한국 소년 쇼트 라운드(William Chun), 북한군 소령(Harold Hong) 등
o 상영시간 : 85분
o 색상 : 흑백
o 배급 : 리퍼트 픽처스
o 제작연도 : 1951년
A급과 B급으로 영화를 구분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때가 있었다. 미국 대공황기인 193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 후, 이른바 끼워 팔기 전략이 선보여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즉, 동시상영으로 관람하는 두 편의 영화 중 인기스타와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를 A급 영화, 무명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저예산 영화를 가리켜 B급 영화라고 불렀다.
따라서 B급 영화는 예술성이 떨어지는 영화로 평가받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영화 비평가들이 B급 영화들에 대한 연구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새삼 주목받기 시작한 감독이 바로 사무엘 풀러(Samuel Fuller·1912~1997)다.
풀러는 B급 영화의 대명사처럼 됐으며, 논쟁의 소지가 많은 이슈들을 다룬 그의 B급 영화들은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평가를 받게 됐다. 풀러는 비평가들뿐만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오늘의 거장 감독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었다. 또한 풀러는 2009년 1월, 우리나라에서도 ‘사무엘 풀러 회고전’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작품 10편이 소개될 정도로 우리 영화팬들에게 친숙해졌다.
특기할 것은 풀러가 B급 영화 감독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6·25전쟁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철모(The Steel Helmet·1951년 2월)’ ‘총검장착!(Fixed Bayonets!·1951년 12월 제임스 딘이 단역으로 출연했으며, 국내에 DVD로 출시됐음)’이라는 두 편의 6·25전쟁 영화가 그것이다.
‘철모’는 풀러의 대표작이자, 6·25전쟁 영화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영화는 당시 할리우드 평균 제작비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10만 달러의 예산으로, 단 10일 만에 제작해, 제작비의 10배 수익을 올린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작품이다.
우리가 이 작품을 보면, 풀러 감독이나 배우들이 전쟁 중인 우리와 우리의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불만이 생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6·25전쟁에 대한 당시 미국인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므로 영화 내용 소개가 필요하다.
영화가 시작되면, 인물자막(Opening Credits)이 흐르는 동안 구멍 뚫린 철모가 정지 상태로 배경화면에 나타난다. 자막이 끝남과 동시에 서서히 철모가 올라가며 잭 중사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는 왼쪽 다리에 부상을 입었으며, 두 손이 몸 뒤로 묶인 채 기어가다가 인기척이 나자 멈춘다.
소총을 든 맨발의 소년이 나타난다. 그는 잭이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묶인 손을 풀어주고 자기가 한국인이라고 영어로 알려준다. 고아인 소년은 잭과 동행하려고 하나, 거칠고 퉁명스러운 잭은 호의를 거부한다. 절뚝거리며 가던 잭은 소년의 도움이 없으면 힘들다는 것을 안다.
잭은 소년에게 쇼트 라운드(Short Round · ‘인디아나 존스와 마궁의 사원’이라는 영화에도 같은 이름의 중국인 고아가 나오는데, 이는 스필버그 감독의 풀러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음)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그리고 소년에게 죽은 미군 병사의 구두를 신고 철모를 쓰고 자기를 따라와도 좋다고 한다.
시골길을 지나던 잭과 소년은 흑인 의무병 톰슨 상병을 만난다. 톰슨은 짙은 안개가 낀 숲속에서 자기 소대원 생존자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잭은 자기의 소대원들도 적군에게 떼죽음을 당했다며 톰슨과 함께 가기로 한다.
이들은 드리스콜 중위가 이끄는 분대원들을 만난다. 드리스콜은 함께 행동할 것을 요청하지만, 잭은 전쟁 경험이 없는 장교를 따르기를 거부하고, 소년 및 톰슨과 함께 떠난다. 잠시 후 잭 일행은 총성을 듣는다. 드리스콜과 분대원들이 적의 기습을 받은 것이다. 잭은 돌아와 적을 사살한다.
이후 잭은 분대원들을 지휘해 인근의 사찰에 감시초소를 만든다. 드리스콜은 병사들에게 사찰에 피해를 입히지 말라고 지시한다. 미군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절에 숨어 있던 북한군 소령이 망을 보던 미군 병사를 살해한다. 다른 미군 병사가 절을 수색하지만 침입자를 찾지 못한다.
북한군 소령은 법당 안으로 수류탄을 던지지만 핀이 뽑히지 않아서 폭발하지는 않는다. 잭은 적이 불상 뒤에 숨어 있는 것을 알고, 불상을 향해 총을 쏜다. 총상을 입고 잡힌 소령은 흑인 의무병과 일본인 미군병사에게 인종 차별을 하는 미국을 위해 싸우지 말라고 선동하지만, 그들은 조용히 하라며 따르지 않는다.
한편 드리스콜은 잭이 쓰고 있는 구멍이 난 철모가 재수가 있을 것 같다며 자기 철모와 바꿔 쓰자고 제안하지만 잭은 거절한다.
이때 밖으로 나간 쇼트 라운드가 저격을 당해 사망한다. 쇼트 라운드는 기도문에 잭이 자기를 좋아하게 해 달라고 적어 놓고 죽었다. 그런데 북한군 소령이 쇼트 라운드가 써놓은 기도문을 조롱하자, 잭은 격분하며 그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의무병 톰슨은 소령을 살려보려고 하지만, 거대한 불상 앞에서 그는 죽는다.
갑자기 공산군들이 탱크를 앞세워 사찰로 다가온다. 드리스콜은 포병지원을 요청하고, 미군 포병들이 적군에게 포격을 가한다. 적이 감시초소를 발견하고 사격을 가하자 사찰은 화염에 싸인다. 미군과 북한군 간의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진다. 잭은 불상의 무릎 위에 서서 사격을 가한다.
아름다운 사찰은 포와 소총 사격으로 큰 피해를 입는다. 잭은 탄약이 떨어진다. 이때 폭발이 일어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죽을 뻔했던 기억을 되살린다. 드리스콜은 기관총을 쏘다가 복부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다. 최후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잭 중사, 톰슨 상병, 다나카 하사, 볼디 이등병 등 4명이다. 미군이 도착해 4명의 생존자들을 절에서 구출한다. 잭은 죽은 드리스콜 중위와 철모를 바꾼다. 그리고 맨 뒤에서 절면서 절을 빠져나간다.
이 영화의 주연이자 가장 개성이 뚜렷한 인물은 잭이다. 그런 그가 인종 차별적인 언사와 태도를 견지하고, 포로로 취급받아야 할 북한군 소령을 사살한 것은 미국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풀러는 미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 실제 참전했던 풀러 감독은 군인이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인하고 철저한 자기 무장이 돼 있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었고, 그러한 군인을 묘사하는 데 잭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인물은 한국인 고아 쇼트 라운드다. 그는 천진난만하고 미래의 희망을 가진 소년이었다. 풀러 감독은 그의 죽음을 통해 전쟁의 비정함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전쟁이란 순수함과 미래의 희망을 빼앗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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