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지인여행은 회원들과 함께 괴산의 충청도양반길을 걸었습니다.
덕평리 운교부터 산막이 마을을 거쳐 산막이 옛길까지 걷는 총10km구간입니다. 여행 전부터 비가 오락가락해 살짝 걱정도 했지만 여행당일 적당히 흐린 날씨에 강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 기분좋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산막이옛길 구간은 예쁘고 걷기 편하지만 사람이 붐비는 반면 초반에 걸은 운교부터 산막이 마을까지 달천을 따라 걷는 충청도양반길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강변과 숲이 어우러져 최고였습니다. 걷는 내내 달천강이 우리 옆으로 따라 흐르는 코스라 전체 10km를 다 걷기가 부담스런 분들은 부분적으로 유람선을 이용해 여행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운교리 마을을 지나 아름다운 나무다리를 건너면서부터는 온통 초록세상이 펼쳐집니다. 왼쪽으로 아름다운 달천강이 잔잔히 흐르고 물가에는 사모바위 족두리바위가 기묘하고, 숲길에는 하얀 안개같은 개망초 군락이 펼쳐지고, 보랏빛 산수국꽃이 인사를 건네옵니다. 산딸기가 지천이라 산딸기 따먹느라 길이 지체되기도 합니다. 산딸기와 오디, 보리수 열매를 따먹으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함께 걸으며 한 회원이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산딸기, 오디 다 맛있지만 최고는 이 맑은 공기라고. 옆에서 듣던 다른 회원이 그럼요 그럼요 맞장구칩니다, 이 맑은 공기는 맛만 좋나요. 얼마든지 먹어도 살 찔 걱정 없고, 게다가 돈도 안 들고, 많이 먹는다고 남 신경 안 써도 되니 얼마나 좋나요. 모두 머리를 끄덕이며 함께 맑은 공기를 실컷 마셔봅니다.^^
산수국 군락지가 멋진 숲길을 지나 출렁다리를 건너면 이제 작은 배를 타고 달천강을 건너야 합니다. 배를 기다리며 강변에 앉아있는데 강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모두들 간식을 나눠먹고 물장난을 치며 여유로운 한 때를 보냅니다. 10명씩 구명조끼를 입고 작은 배로 강을 건넙니다. 배타는 건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선장님이 읊는 시 한 수에 여행의 흥이 더해집니다.
점심식사는 산막이 마을로 시집와 60년을 넘게 살아온 토박이할머니댁에서 올갱이국으로 먹었습니다. 올갱이에 아욱을 넣고 끓인 시원한 된장국과 나물반찬에 김치로 먹는 시골밥상이 꿀맛입니다. 직접 만든 손두부와 더덕순을 넣고 무친 도토리묵도 일품이었죠. 회원들 모두 맛있게 점심만찬을 즐겼습니다.
식사 후에 산막이옛길 4km를 가뿐하게 걷는 것으로 오늘의 충청도양반길 트레킹은 끝이 났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는 괴산 시내에 있는 홍범식생가를 들렸습니다. 역사를 전공하는 회원님의 즉석 제안으로 이루어진 깜짝 방문이었습니다. 홍범식선생은 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 선생의 부친입니다. 괴산의 명문가인 홍씨 집안이 괴산에서의 3.1만세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야기며, 월북한 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홍명희 선생의 뒷이야기와 중부지역 전통가옥의 배치까지 유익하고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장선생님 감사합니다.^^
여행 전까지 날이 너무 더울까,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울까 조바심도 났던 여행이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선물같이 멋진 여행을 했습니다. 코스도 최고였고 날씨도 걷기 딱 좋았고, 무엇보다 함께한 분들이 친절하고 유쾌하고 서로서로 배려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충청도양반길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지친 일상에 활력과 기쁨이 되길 기대합니다.
첫댓글 와우~
이 맛깔스러운 후기~~몇번을 읽었네요..
걸으면서 나누었던 대화와 그 아름다운 길들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지인님! 후기들을 모아서 나중에 책자한번 내보시지요?
저도 덕분에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다음달도 시간이 맞아 함께 하면 참 좋겠네요^^
수고 많으셨어요^&^
배꽃공주님 한층 건강해보이셔서 좋았어요. 늘 격려와 지지해 주셔서 힘을 얻습니다.
좋은 길 자주 걸으며 우리 모두 맘도 몸도 건강하고 행복해졌음 좋겠어요.^^
아 함께하지 못해 그날하루가 참길더군요
역시나 멋있었네요. 가볍게 삐큿한거라 당연히 갈 수 있을줄 알았는데 아직도 시원찮네요 나이의 맛을 즐감합니다
7월에는 꼭 갈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