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 송씨 송해 선생님은 ‘국민 오빠’라는 별명대로 오랫 동안 KBS의 ‘전국 노래 자랑’사회를 보면서 사람들의 가슴 속에 가장 깊이 새겨진 온 국민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연예인입니다. 해주 음악 전문학교에서 닦은 노래 솜씨로 아흔이 가까운 지금도 노래 실력은 여전하고, 정(情)이 듬뿍 담긴 특유의 유머를 구사하며 출연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치 자기의 자식이나 손자, 손녀처럼 대하며 사회를 보는 그는 현재 최고령 연예인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조선일보 만물상에 올라온 인간 송해에 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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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조선일보 萬物相에서
서울 을지로 공구 상가 뒤 ‘을지 면옥(麵屋)’엔 혼자 오는 실향민이 많다. 그래서 소주 반병, 돼지 편육 반 접시도 판다. 입구에 북한 지도와 옛 사진을 붙이고, 쉬는 의자도 뒀다. 평양 출신 아버지의 냉면 맛을 물려받은 여주인의 배려다. 재작년 여름 사무실 동료 서넛과 점심 먹으러 갔다. 주인이 빈자리에 합석시켜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한다. 잠시 후 작달막하고 차림이 평범한 노인이 슬며시 앉는다. 송해 영감님이다. 1950년 스물 셋에 단신 월남(越南)한 황해도 연백 사람이다. 모두 그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와 함께 금강산 관광을 갔던 이가 소주도 한 잔 권했다. 그는 조용히 냉면 한 그릇을 비웠다. 송해는 닷새 전 여든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최고령 스타다. 운전사 딸린 차쯤 굴릴 법 한데 수발하는 로드매니저(road manager)도 없이 혼자였다. 엊그제 나온 평전(評傳) ‘나는 딴따라다’를 읽고 궁금증이 풀렸다. 그의 건강 관리법은 'BMW[bus, metro(영어는 the metro, 프랑스어는 station de metro 이며 지하철을 뜻함---naver), walking]이다. 버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되도록 많이 걷는다. 그는 늦은 밤 집에 가다가 봉변당하기 일쑤다. 취객이“당신 같은 사람이 지하철 타니 만원이지”하며 삿대질 한다. 그 때마다 “죄송합니다”하고 내려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그는 낙원동 뒷골목 대중탕에서 냉온탕을 즐긴다. 탑골 공원 뒤 이발소에서 3,500원짜리 이발을 한다. 어떤 바지를 입든 혁대가 하나다. 일정도 손수 관리한다. 그렇다고 깍쟁이도 아니다. 낙원동에 ‘원로 연예인 상록회’를 꾸린지 30년 됐다. 은퇴해 잊힌 연예인들이 소일하는 사랑방이다. 저녁이면 대폿집으로 몰려가고, 술값은 으레 송해 몫이다. 그는 “소주 두 병 반쯤 마시면 아쉬운” 애주가다. “날마다 마시면 건강에 안 좋아. 일주일에 서 너 번이 딱 좋지”라고 한다. 그는 술잔 사양하거나 몰래 술 버리는 꼴 못 본다. 평전은 시인이자 단국대 교수 오민석이 썼다. 작년에 낙원동 목욕탕에서 벌거벗은 채 송해와 마주쳤다. 얼결에 시집을 건넸다가‘인간 송해’에게 매료돼 1년을 따라 다녔다. 오민석은 송해가 정(情) 많은 울보라고 했다.65년전 생이별한 어머니 예기만 나오면 펑펑 운다고 한다. 얼마 전 TV에서 송해가 ‘유랑 청춘’이라는 노래를 어머니에게 바쳤다. ‘전국 노래 자랑’악단장 신재동이 짓고 오민석이 썼다. 아흔을 앞둔 이의 구성진 목소리와 정확한 음정에 놀랐다. 알고 보니 해주 음악 전문학교 성악과에서 닦은 솜씨다. 냉면집에서 잠깐 만난 그는 경계심 강하고 무뚝뚝해 보였다. 다시 뵈면 진심 담은 술 한 잔 드리고 싶다.
끝.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내가 기어코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시도해 볼랍니다. 취재하여 우리 여산송씨종보에 인터뷰 기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연세도 많으신데 참 대단한 분입니다.
6월12일 낙원동과 을지로 공구상가 뒤 을지면옥집을 찾아 송해 종친을 수소문해 볼 예정입니다.
나도 딴따라다 를 읽고 싶은데 책을 찾지 못해 못읽었네 그리고 송해씨는 절대로 유명한 고관이나 제벌 등 목에다 힘주고 얼굴마담 노릇하기를 원하는 사람하고는 어울리거나 술이나 식사자리를 하지 않는 서민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 삶이다고 오민석씨가 샘터인가 좋은 생각 7월호 에 써 놓았더군 홍섭 오늘 모처럼 자네카페 탐방 좀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