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애증(愛憎)과 사랑시학의 진실
-- 김세경 시집 『구슬을 꿰는 시간』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1. ‘그대’에게 보내는 애증의 메시지
현대시에서 빈도수 높게 다루어지는 소재나 주제의 취택 경향을 살펴보면 두 가지의 분류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는 외적(外的-external) 요소인 사물을 직접 거론(擧論)해서 발상하거나 주제가 투영되는 경우와 내적(內的-internal)인 관념의 깊은 흐름으로 자신의 진실을 토로(吐露)하는 경우로 대별(大別)해서 시를 창작하거나 감상하는 시법(詩法)을 이해하게 하는 특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시법들은 누구에게서나 감지(感知)할 수 있는 시적 상황의 설정과 전개에서 흔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이지만, 유명한 시론(詩論)에 의하면 사물과 관념의 이미지가 상호 융합할 때 좋은 작품이 창조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형이상시(形而上詩)라는 개념으로 우리들에게 흡인(吸引)하는데 대체로 많은 시인들이 이를 원용(援用)하거나 직접 도입하는 경향을 볼 수 있게 한다.
여기 김세경 시집 『구슬을 꿰는 시간』을 일별하면서 이러한 사념(思念)에 잠시 잠기는 연유(緣由)는 그가 작품의 소재나 주제로 취택하는 이미지나 상황들이 보편적인 사유(思惟)의 범주(範疇)에서 행해지는 사랑이라는 대전제를 설정하고 화자(話者) ‘그대’를 통한 자신의 진실을 메시지로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시인의 사랑법이나 사랑시학은 심중(心中) 내면에 깊이 잠재한 그리움과 기다림 등의 애절한 메시지가 발현하는 특징이 있는데 김세경 시인도 이러한 정황(situation)을 다양하게 적시(摘示)함으로써 그가 염원하거나 갈구(渴求)하는 사랑의 진솔한 메지시가 시적으로 승화하는 그만의 시법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그리워하는
그대 홀로 두고
훔치며 돌아서던 밤
하늘도 슬픈 듯
흐느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
망설임과 휘청거림 속에서도
앞으로 향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떼지 못한 발걸음
왜 그대에게만
너그럽지 못하고
더 많이 베풀지 못했는지
인색하기만 했던 것은
아마, 그대보다도
내 사랑의
뿌리가 깊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 「그대 홀로 두고」 전문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간절하게 심취(深醉)한 것은 ‘그대’라는 화자와의 헤어짐이 정감으로 현현되고 있는데 ‘그렇게 그리워하는 / 그대 홀로 두고 / 훔치며 돌아서던 밤 / 하늘도 슬픈 듯 / 흐느꼈습니다’라는 어조(語調)에서 우리는 작품 전체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는 다시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망설임과 방황의 전조(前兆)가 여실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아마, 그대보다도 / 내 사랑의 / 뿌리가 깊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라는 결론적인 의문의 어조는 그가 그대에게서 사유한 정감의 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
힘들다 아우성 말아요
내 몸부림이 그대에게까지
보이지 않는다 하여
그대 사랑보다 작지는 않아요
내 사랑도
그대가 사랑한 만큼
그리워한다는 걸 잊지 말아요
사랑은
비교하지 않는 거래요.
김세경 시인은 다시 작품 「그대 잊지 말아요」전문에서도 ‘그대’를 향한 애증의 메시지는 계속되고 있다. ‘내 사랑도 / 그대가 사랑한 만큼 / 그리워한다는 걸 잊지 말아요’라는 간곡(懇曲)한 어조는 오매불망(寤寐不忘)의 사랑에 대한 염원이며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적 상황이나 어조는 ‘마주하던 그곳에 / 그때의 열병으로 / 아직도 나, / 그대만의 열꽃으로 피어 있네.(「아직도」중에서)’라거나 ‘그대 앞에 선 날들 / 그대가 미웠습니다 / 나를 향한 그대 마음 / 그 어떠한 언어로도 대변할 수 없다 하겠지요(「가을 길목에서」중에서)’, ‘그대 은빛 행복을 위해 / 내 삶 / 글렁이는 설움 / 강물로 바다를 채워도 / 그대 보내 드릴 수 있기를……(「은빛 일렁이는 강」중에서).’ 등등과 같이 ‘그대’와의 애증의 메시지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그의 내면의식은 그가 일상적이거나 시적인 상황에서 항상 그 영향이 이탈할 수 없는 강렬한 심성(心性)의 단정으로 사랑학을 구명(究明)하고 있어서 그가 결행(決行)하는 진정한 ‘그대’에게로 향하는 시적 원류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작품은 「서로 알아간다는 것은」과「더는 머물지 못하고」「듣고 싶은 목소리」「해와 달」「자운영」「겨울과 이별」「가을 햇살」등등에서 ‘그대’와의 밀접(密接)한 감응(感應)과 교감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2. 기다림과 그리움, 그 사랑의 이중주
김세경 시인은 지금까지 ‘그대’라는 화자와의 정감에서 사랑의 시적도입을 시도(試圖)했다면 이제 좀더 구체적인 화법(話法)으로 사랑학에 몰입하고 있다. 그가 다양하게 구사한 어조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심정(心情)에서 창출된 이미지의 집합이 시적 근간(根幹)으로 발양(發揚)되고 있다.
①죄에도
유효기간이 있듯이
피고 지는 꽃도
계절이 있지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도
기다림의 끝이 있을까요
미치도록 갈망한
초롱초롱하던 그 눈빛
죽도록 함몰하고 싶은
그 품속의 그 향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배회하는 까만 눈동자
홀로 지새우는
이 밤이 왜 이리 섧게 울고 싶나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전문
②기다림의 미덕은
환희의 만남이 안 되는 걸까
벙어리 심정에 벌집을 안고 걷고 있나 보다
쉽지 않았지
보고 싶음의 그림도
힘겹게 내민 아린 그리움 하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짓궂은 한마디가 날갯짓한다
붉은 와인글라스 속 흐느끼는 파문
내 가슴 속에서 숨죽여 살던
그대의 진물이 물결로 떨어진다
알량한 자존심 와르르
그리움의 날개를 달아보고 싶다
이 밤이 데려다 줄 것만 같아서.
--「날개」 전문
우선 이 두 작품을 보면 ①에서 사랑은 ‘누군가를 / 애타게 기다리는 / 마음도 / 기다림의 끝이 있을까요’라는 ‘기다림’에 대한 연민(憐憫)이 적나라(赤裸裸)하게 현현하면서 우리들의 공감울 유로(流路)하는 하면 ②에서는 이 기다림을 미덕으로 결론짓고 있다.
그는 이 기다림의 정체가 바로 그리움과 연결하는 매체가 되고 있음을 실감(實感)하게 된다. ‘내 가슴 속에서 숨죽여 살던 / 그대의 진물이 물결로 떨어진다’거나 ‘그리움의 날개를 달아보고 싶다 / 이 밤이 데려다 줄 것만 같아서.’라는 열망(熱望)이 넘쳐나고 있어서 이 기다림과 그리움은 불가분의 상관성을 동반하면서 김세경 사랑학의 이중주를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미 ‘시인의 말’에서 적었듯이 ‘나의 그리움은 영원토록 미완성일 것이다’라는 말을 상기해보면 그의 진솔한 기다림과 그리움이 수반(隨伴)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향기를 내뿜고 있다.
-우리의 인생 / 마지막 울림이라 여기며 / 후회하는 마음 없기로 해요 / 우린 서로의 주 위 서성이며 / 문 밖 기다림 / 만들지 않기로 해요.(「진정 사랑이라면」중에서)
-서로의 가슴에는 / 애달픈 봉오리로 목마름만 남긴 채 / 침묵의 시간만이 기다리고 있 었는지도 모릅니다.(「진정 사랑이었다면」중에서)
-보고 싶었던 / 그만큼의 거리에 / 그리움을 걸어 놓고 / 앞뜰을 바라보다가(「오늘」중 에서)
-아픔으로 슬픔으로 / 아물던 상처 헤집고 떠나지만 / 쪽빛 하늘에 걸어 놓은 그리운 얼 굴(「가을 서막」중에서)
-송이 송이마다 / 그리움 일렁이는 추억 하나(「만남」중에서)
-어찌하여 그대는 / 세월 속에서 기다림과 애증을 엮어 / 그리움의 시를 짓게 하시는지 요.(「어찌하여 그대는」중에서)
-내 사람이라 부르지도 / 어쩌지도 못한 목석 되어 / 오가는 길섶마다 / 그리움만이 출 렁입니다(「길섶에 나부끼는」중에서)
이처럼 ‘그대’를 향한 애절한 사랑의 메시지는 이 시집 전편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친근감을 유발하게 되고 한 사람의 내면에 흐르는 의식의 물결이 종식(終熄)이 없이 진실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작품 「만남」에서 ‘몇 해가 바뀐다 한들 / 그날의 울림 / 그 추운 겨울날의 잉걸 / 잊힐 일 없겠지요 / 보고픔으로 남은 사람 /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와 / 그리움 심어 놓고 / 말없이 떠나갔지만 / 우리 서로 / 모르는 타인처럼 / 살아가지는 말기로 해요 / 세월은 / 무정하게 아주 잊으라며 / 침묵으로 덮으라 했지만.’이라는 어조는 떠나간 사람에 대한 연민이 시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그가 처해 있는 현재의 심의(心意)를 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많은 작품에서 이 기다림과 그리움을 창조하고 있는데 작품 「3월」과「가을과 호수」 「같은 마음 닮은 영혼」「자아」「겨울 그리고 봄」「경계선」「사랑은 그런거예요」등에서 우리는 그가 생활 속에서 심저(心底)에 묻어둔 사랑을 연주하고 있음에 동감(同感)하고 있는 것이다.
3. 기원의식과 ‘그대’의 사랑의 공통분모
김세경 시인의 시적 사유에는 ‘그대’라는 수사적인 인칭대명사에 대한 민감(敏感)한 정서로 교직(交織)하고 있다. 그는 이 ‘그대’가 시적 화자의 모태(母胎)로 작용하는 특성이 작품에서 다변적(多變的)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가 체험했거나 현재의 현실적인 상황이 그대 투영되면서 불망의 심적(心的) 현상이 현현되고 있다는 예감을 하게 된다.
아파하지도
슬퍼하지도 마세요
함께 나누었던
두꺼운 세월 속에 묻혀
이젠 추억의 바람에
떨어진 꽃잎이잖아요
석양을 바라보는
파고 속에서도
단 하나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기쁨이 되고 격려가 되는
벗이 되고 싶습니다.
--「그대」전문
이 작품에서 주시(注視)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 기쁨이 되고 격려가 되는 / 벗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어조에서 확연하게 그의 감성(感性-sensibility)을 이해하게 되며 이 감각적인 인식이 ‘싶습니다’라는 기원(祈願-prayer)의 의식이 포괄하고 있음을 간과(看過)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감성은 오성(悟性-판단을 행하는 자연적인 사유 능력)과 달리 대상에 촉발되어 표상을 낳는 능동적인 능력이다. 그가 이처럼 ‘그대’를 지향한 감각적 인식은 현실이 지니고 있는 인간들의 불합리와 모순에 대한 하나의 항거(抗拒)로서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시법에서의 이러한 감성은 이지적이거나 논리적인 것이 아니고 감각적이어서 시인의 명민(明敏)한 날카로움과 격렬함을 생명으로 여기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김세경 시인의 기원의식은 예리한 감성의 침전물이(沈澱物) 영원히 부상(浮上)하지 않기 위한 내면의식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층과 2층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눈 마주침이 멀어지는
우리의 별거 생활 언제부터였던가
당신은 나보다 하늘이 조금 가까운 곳에서
난 당신보다 덜 가까운 곳에서 자리를 펴
하루의 피로를 잠재우지요
인생 몸살을 앓는
피할 수 없는 갱년기
마음마저 당신 곁을 떠나야 했지만
나,
한 사람의 여자
내 남자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내 남자 품으로」전문
여기에서도 동일한 감정의 감동을 흡인하고 있는데 다만 시적 상황 설정이 외적인 요소 즉 ‘1층과 2층을 사이’를 설정하고 ‘나’라는 화자가 대입하면서 전개하는 시법이 약간 다르게 현현하고 있다. ‘마음마저 당신 곁을 떠나야 했지만 / 나, ’ 한 사람의 여자 / 내 남자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요.’라는 절규(絶叫)같은 애증의 기원을 발현하고 있어서 그의 애절한 간구(懇求)의 기도가 적시되고 있다.
이러한 자의식(self consciousness)의 생성은 그가 ‘당신’이나 ‘내 남자’라는 타자(他者)가 ‘나’와 교감하면서 성립된 시적 상황이 ‘우리의 별거 생활 언제부터였던가’라는 의문의 직접적인 상관성이 그의 사랑시학을 정점으로 유도하고 있어서 우리의 공감을 유로하고 있다.
또한 그는 ‘얼굴로 읽고 / 눈빛으로 알 수 있는 / 우리를 성숙시키는 시간 / 창 밖에 눈을 바라보고 / 감성마저도 노을을 보듯 / 어느 사이 반백을 헤아리는 나이 / 삐걱거림이 무서워 늘 용기만 세웠던 내게 / 시작을 부추겨 주던 고마운 사람 /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 서로 인정하며 걷고 싶다. (「눈 내리는 아침에」 중에서)’는 기원도 상당한 감응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설움이 바다에서 / 바닥이 보이도록 / 바닷물을 말리고 싶다 / 무정한 파도는 / 피지 못한 봉우리의 영혼들을 / 달래기라도 하듯 / 하늘에 닿을세라 철썩 철썩여 봐도 / 神은 무정하게 돌아누웠다(「4월과 5월」 중에서)’는 그의 기원이 ‘영혼들’과 ‘神’에게까지 통섭(通攝)하는 시적 영원성을 여운(餘韻)으로 남겨주고 있다.
그리고 김세경 시인의 언어에서 특이한 표현이 있는데 ‘실바람에 실린 당신의 고운선 / 떨림조차 허용할 수 없어 / 숨 고르고 있습니다 / 석양빛 인연 이대로 희망 꽃이지 싶습니다.(「스치는 인연이라도」 중에서)’라거나 ‘우리는 / 살아가면서 / 넘어지지 않도록 / 헛디딤이 없기를 / 좌우를 살피며 / 안테나를 세우지 싶습니다’ 혹은 ‘깨달음 있을 그때 / 후회 없이 궤도를 바꿔야 하지 싶습니다(이상「우리는」 중에서)’와 같이 ‘싶습니다’라는 어조로 기원의 문맥(文脈)을 종결짓는 특성도 발견하게 된다.
그의 기원은 ‘이대로 그대의 안락의자로 / 언제나 곁에서 / 가을의 숨결을 들으며 / 영원한 쉼이 될 수만 있다면……(「가을과 호수」 중에서).이라는 갈구(craving)의 여망이 가득 넘치고 있어서 그가 시적으로 탐색하고 추구하려는 의식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4. 계절적인 감응과 서정시학의 탐색
김세경 시인이 마지막으로 탐색하는 것은 시간성에서 추출하는 친자연적인 감응이 시적으로 환원되는 경향을 엿보게 하는데 이는 누구에게서나 감지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이 시적인 감각으로 창조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시적현상을 서정시(lyric) 또는 서정적 자아(自我)라고 명명(命名)하는데 이는 서정과 감정을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 서정시는 주관적 정서나 내적 세계를 묘사한다. 어느 시론에 따르면 서정시는 객관 세계에 일어나는 사건을 모두 자아 속에 흡수해서 내면화(內面化) 혹은 주관과 객관의 융합을 추구한다. 또한 세계의 자아화, 주관과 객관의 일치, 자아로의 회귀(回歸) 등을 구현한다고 했다.
남은 조각 주워 모아
놓을 수 없는 끈을 잡고
날개를 펴 봅니다
보풀만
하늘을 날고
햇살 뒤로 홀로 걸어요
서투른 그리움
침묵을 그림자로 키우고
아쉬움만
주저앉아
쌓인 먼지를 털어
나뭇가지에 걸린 잎을 셉니다
영롱한 구슬 빛이
부르는 소리로 이명처럼 들리고
구름은 여전히 물들어 있네요
파란 하늘이 얼룩져 보이고
아직도 구슬은 눈빛인데
묶지 않아도
정지되어 있고
먼 곳 기적 소리만 봄으로 흐르네요.
이 작품은 이 시집의 표제시가 되는 「구슬을 꿰는 시간」전문인데 여기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시간성(‘먼 곳 기적 소리만 봄으로 흐르네요.’)에서 탐색하는 자연 경관(景觀)이다. ‘아쉬움만 / 주저앉아 / 쌓인 먼지를 털어 / 나뭇가지에 걸린 잎을 셉니다’라거나 ‘영롱한 구슬 빛이 / 부르는 소리로 이명처럼 들리고 / 구름은 여전히 물들어 있네요’라는 어조에서 ‘나뭇가지에 걸린 잎’과 ‘구름’과 ‘파란 하늘’ 그리고 ‘햇살’ 등이 친자연의 환경을 조감(照鑑)하는 서정성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자연 현상은 시간과 동행하지 않으면 생물이 아니다. 그리고 다양한 변화와 그 양상(樣相)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시인들은 봄과 가을의 시편들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세상은
오염되었지만
내가 바라보는 하늘은
코발트빛
평화로운 정원
잠시 토닥토닥 이는 꽃들
잿빛 세상을
구름으로 가리는 바람
그런데
여전히 파란 하늘을 두고
어우르지 못할 너와 나.
그는 이 작품 「봄」전문에서는 봄에 대한 서정적 자아를 분사(噴射)하고 있다. 화자 ‘너와 나’는 ‘하늘’과 ‘평화로운 정원’과 ‘꽃들’과 ‘구름’이 어우러지는 자연환경에서 분리되지 않고 ‘그런데 / 여전히 파란 하늘을 두고 / 어우르지 못할 너와 나.’라는 부정적인 어조로 종결하고 있다.
봄을 노래한 것은 작품 「봄보다 먼저 오신다더니」「봄은 이렇게」등이 있고 가을에서는 ‘봄으로 온 그대 / 한 번 더 그대 모습 보고 싶어 / 보내는 가을이 오가는 길섶에 앉아 봅니다 / 이루지 못한 애달픔에 / 하늘도 주르륵 / 풀벌레 소리는 왜 그렇게 울컥거리는지.(「가을이 가까이 옴은」중에서)’라는 등의 작품들이 보인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 하나의 언약도
아스라이 멀어졌다 해도
솔잎 꿈
창가에 걸어봅니다
유수와 같은 인생
어둠 속 빛이었고
단단하게 옹이지는 우리
거센 비바람에
흔들린 작은 몸짓은 잊어버려요.
여기 작품「소나무」에서는 자연 사물에서 획득하는 이미지가 잔잔한 언어의 그림(心象)으로 현현되고 있어서 서정성을 충만시키고 있다. 이러한 작품은 「풀꽃」「꽃들과의 대화」「튤립」과 「흐르는 비」「폭설」등에서 서정적 자아를 탐색하고 있어서 김세경 시인은 서정시인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김세경 시집 『구슬을 꿰는 시간』의 읽기를 마무리해야겠다. 그는 그대라는 화자와의 교감을 통해서 애증의 극복을 위한 상황에서 기다림과 그리움의 사랑학, 그것의 성취를 위한 기원의식 그리고 서정시학의 자아 탐색으로 한 권의 시집을 묶게 된다.
그는 ‘나’라는 자아가 나아가서 존재 인식과도 상응(相應)하는 시법으로 발전하는 광활한 예지(叡智)에 젖어 있다. 다음 작품「세상의 눈을 보자」에서 명징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자신을
세상이 호감 산대도
나를 평가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지켜보는 사람들
세상에 나만 사나
판단도 내가 하나
결정도 네가 하고
존재 인식도 그들이 하는데
잊은 이는 나인가보다.
그렇다. 일찍이 철학자 하이데거 말했듯이 시는 우리들이 익숙해서 믿어버리고 손쉽게 가깝고 명백한 현실에 비해 무엇인가 비현실적인 꿈같은 느낌을 일으킨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뒤바뀐 것으로서 시인이 말하고 시인이 이렇다고 긍정한 것 그것이 현실이라는 언지에서 알 수 있듯이 나를 인식하고 성찰하면서 자아를 투영하는 시법이 가장 좋은 작품을 창작하는 요건이 될 것이다.
김세경 시인의 사랑시학은 불변의 진리를 지향하는 숭엄(崇嚴)한 현실적 사유의 정점에서 영원히 활활 타오를 것이다.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