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대리운전 낮에는 택배 일하는 목사 ▲ 밤늦은 시간, 박종배 목사는 대리운전을 나간다. 술 취한 승객들을 상대하며 하루 버는 돈은 5만 원 정도다. 술에 절어 반말·막말하는 무례한 고객을 만날 때도 잦다. 그럴 때마다 '사회생활이 이런 것이구나'를 깨닫는다. 자연히 일상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교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일하면서 교인들의 삶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사진 제공 박종배 목사) 생계 위해 일과 목회 병행하는 미자립 교회 사역자들…"이중직 목회자는 한국교회 현실" 미자립 교회 목회자 절반 이상이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등 기초적인 생활 문제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예장통합 교회자립위원회 2013년 6월 자료). 최근 <목회와신학>이 목회자들에게 설문 조사해 보니, 절반 이상이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4월 호). 자연스레 생계를 위해 목회 외에 직업 활동을 하는 목회자들이 늘어 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팀별 기획으로 내놓는 첫 열매입니다. 목회자들이 생활 전선으로 떠밀리는 현상(1),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주요 논점(2), 이중직 목회의 자발적 사례(3), 이중직 목회의 불가피 사례(4)를 하루에 하나씩 올립니다. -편집자 주 2년 전 강원도 강릉시 교2동에 순복음영동교회를 개척한 박종배 목사는 밤에는 대리운전을, 낮에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루 평균 10시간 일하면서 받는 월급은 160만 원 남짓. 보건복지부가 정한 4인 기준 최저생계비 163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돈이다. 보통 점심은 편의점에서 해결한다는 그는, 식비부터 교통비까지 지출을 최대한 아껴야 한 달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 목사는 아이들까지 합해 30명이 모이는 작은 교회에서 충분한 사례비를 받을 수 없어 자비량으로 사역하고 있다. 교인들의 헌금은 교회 임대료와 운영비로 사용한다. 2008년 서울시 송파구 오금동에서 새들녘교회를 시작한 박태순 목사는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세차를 한다. 개척을 준비하면서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혔고, 목회자가 돈을 벌면 교인들에게 부담을 덜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자비량을 선택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헤븐교회를 담임하는 유병철 전도사도 무급으로 사역하고 있다. 10여 명이 모이는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을 형편이 못 되어서다. 2년째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서 일을 구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기자와 직접 만나거나 통화로 인터뷰한 이들은, 목회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직업을 찾기부터 쉽지 않았다.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목회자가 구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고, 목회에 지장을 주는 일은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중에 할 수 있는 대리운전이나 세차, 단기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목회 시간 부족…사역 자체에 회의 들기도 일하는 목회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교회 운영과 목회 그 자체다. 박태순 목사는 고된 노동과 업무 스트레스로 목회에 소홀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세차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일이 능숙해지기 전에는 까다로운 고객들에게 '차 상태가 왜 이러냐', '제대로 청소한 것 맞느냐'는 항의를 많이 받았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아무래도 목회에 신경 쓰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새들녘교회는 교인과 목회자의 형편을 고려해 수요 성경 공부와 주일예배만 집중하고 있다. 기성 교회처럼 새벽 기도와 수요 예배, 금요 기도회, 주일예배를 다 하는 박종배 목사의 하루는 더 분주하다. 새벽 기도가 끝나는 아침 6시부터 택배를 시작하는 오후 12시까지가 유일한 수면 시간이자 휴식 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일하거나 예배를 준비한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살인적인 일과이지만, 박 목사는 하나님이 건강한 몸을 줘서 이렇게라도 목회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일이 목회에 지장을 줄 때마다 사역 자체에 회의가 들 때도 있다. 교회를 세우기 위해 돈을 버는데, 일이 본업이 되어 사역에 책임을 미루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유병철 전도사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 위축되고, 이렇게 교회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두고 고민한다고 했다. 교인 삶 이해·불신자 전도는 일하면서 얻는 이점 목회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만, 목회자로서 얻는 이점이 작지 않다. 생활 전선에서 힘겹게 사는 교인들의 삶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박종배 목사는 술 취한 승객을 상대하며 하루에 버는 돈이 5만 원 남짓이라며, 돈 버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 말로만 헌신을 강요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고 했다. 일하면서 예기치 않은 전도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도 큰 소득 중 하나다. 박 목사는 대리운전하면서 기독교 신앙에 관심 있는 고객을 만나 복음을 전했고, 지금까지 3가정을 전도했다고 했다. 목회자의 재정 비리, 권위적인 태도에 상처받은 교인들도 간혹 만난다며, 자신과 같이 열심히 일하면서 목회하는 목사를 통해 힘을 얻고 간다고 했다. 생계 위한 직업 인정해야…"교단, 노회에 마땅한 대책 없어“ 올해 2월 <목회와신학>이 904명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로는, 목회자 3명 중 1명은 생계를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교단에서는 직간접적으로 목회자 이중직을 금지하고 있다. (관련 기사 : [기획2] 교회법이 목회자 이중직 금지한다?) 이에 대해 박종배·박태순 목사와 유병철 전도사는 생계를 위해 목회자가 일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종배 목사는 과거에는 작은 개척 교회라도 목회만 열심히 하면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더 많다고 했다. 이런 현실에서 목회자가 가족의 생계를 도외시한 채 부흥을 외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유병철 전도사는 개교회를 벗어나 교단과 노회 차원에서도 목회자 생계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없는 점을 꼬집었다. 유 전도사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교단 지원책이 있지만, 큰 도움은 안 된다고 했다. 그나마 세례 교인이 15인 이상이 되어야 노회에 가입해 지원받을 수 있는데, 헤븐교회는 현재 그 조건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답답해했다. 일하면서 깨달은 교회 본질, '나눔'과 '낮아짐’ 가정과 교회를 위해 생계 전선에 뛰어든 이들은 교회 확장과 부흥이 목적이 아닌, 지역과 사람을 섬기는 진짜 목회를 배우고 있다. ▲ 유병철 전도사는 물질과 사랑을 나누고, 낮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여러 교회에서 사역했지만, 성경적인 교회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교회를 개척했다. 일과 목회를 병행하느라 팍팍하지만, 나눔과 낮아짐에 대한 목회 비전은 선명해지고 있다. (사진 제공 헤븐교회) 유병철 전도사는 10년 동안 여러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교회의 본질을 두고 고민했다. 물질과 사랑을 낮은 곳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섬기는 교회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차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고 싶은 열망이 커졌고, 목사 안수를 받기도 전에 교회를 개척했다. 일과 목회를 병행하느라 팍팍하지만, 나눔에 대한 목회 비전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대형 교회 교역자 출신인 박종배 목사는 경제 문제로 고민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한국교회에서 소위 '삼성'이라 불리는 ㅇ교회에서 연봉 5000만 원 이상 받았다. 대신 거대한 교회 체제에 충성을 다했다. 대형 교회를 떠나온 지금은 교회 확장과 부흥이 목적이 아닌, 지역과 사람을 섬기는 진짜 목회를 배우고 있다. '내 교회'·'내 교인'이 잘되는 것이 전부였던 생각은 완전히 깨졌다. 박 목사는 노동을 통해 기독교 복음의 본질인 나눔과 낮아짐을 경험하고 있다며, 권위주의에 물든 한국교회의 잘못된 점을 직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 생활 전선으로 떠밀리는 목회자들 "목회자 2명 중 1명, 최저생계비도 못 받아" ▲ 생계 위기에 직면한 목회자들이 경제활동에 뛰어들고 있다. 월간 <목회와신학>이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의식 및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목회자 66.7%가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있었다. 이중직을 찬성하는 목회자는 73.9%에 달했고, 사역 이외의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343명이나 됐다. 이 가운데 205명은 기관 사역이 아닌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장로교의 두 축을 이루는 예장통합(김동엽 총회장)과 예장합동(안명환 총회장)이 배출하는 목사만 1년에 1000명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군소 교단까지 더하면 한 해 수천 명의 목사가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수많은 목회자가 배출되면서 미자립 교회도 덩달아 늘고 있다. 예장통합은 8417개 교회 중 2880개 교회(2013년 기준)가 자립 대상 교회(미자립 교회)다. 5년 전인 2008년에 비해 330개나 늘었다. 예장합동은 1만 709개 교회 중 5058개 교회가 미자립으로, 자립 교회의 절반에 육박했다(2011년 기준). 재정 기반이 약한 미자립 교회 목회자는 노회와 총회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예장통합은 총회 산하에 교회자립위원회를 두고 미자립 교회 자립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교회와 노회가 미자립 교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박동일 총회장)는 생활 보장 제도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미자립 교회 목회자에게 최저생계비를 지원한다. 예장통합과 기장은 미자립 교회 목회자에게 각각 100만 원과 90만 원을 최저생계비로 책정하고, 교회에서 주는 사례비의 부족분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최저생계비(163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부 교단은 미자립 교회에 대한 지원이 미미하다. 교세가 가장 큰 예장합동은 2012년 교회 자립 지원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논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예장백석(장종현 총회장)은 미자립 교회를 위한 제도나 지원이 전무하다. 교세가 작은 교단일수록 미자립 교회 지원은 열악하다. 결국 미자립 교회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의치가 않다. 미자립 교회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목회자 생계 문제다. 교인이 적다 보니 목회자에게 지급할 사례비도 제한적이다. 이는 가족 부양과 생계 문제를 겪는 목회자들이 생활 전선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목회자 생계 문제는 철저히 목회자 개인 문제로 취급해 왔다. 최근 들어 미자립 교회와 목회자 생계 문제가 대두하면서 이와 관련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월간 <목회와신학>은 4월 호에서, 미자립 교회와 맞물려 있는 목회자 '생계' 문제에 주목하며 이중직을 특집으로 다뤘다. 바른교회아카데미(김동호 원장)는 미자립 교회와 목회자 생계 문제 공론화를 위한 군불을 지피는 중이다. 올 2월부터 월간 <좋은교회>에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생계형 목회 받아들여야" VS "목회에 충실해야"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바라보는 시선은 둘로 나뉜다. 생계형 목회는 경제문제 즉 먹고사는 일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과 목회자의 본분인 '목회'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생계형 목회를 찬성하는 이들은 목회자가 처한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 양재동에서 목회를 하는 김 아무개 목사는 5년 전만 해도 택시를 몰아야 했다.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로는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를 내기에도 벅찼다. 김 목사는 택시 운전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였다면서 목회자가 경제문제로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목회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3년 전 강원도 삼척에 교회를 개척한 신 아무개 목사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신 목사는 교회 재정이 탄탄하면 대리운전을 하겠느냐면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몸은 고되지만, 목회에 소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목사가 땀 흘려 교회의 곳간을 채우고, 일터에서 복음을 전하는 등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두 가지 일을 하다 보면 목회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오대희 목사(열두광주리교회)는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생계형 목회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목회자가 생계 문제로 일시적으로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설문 조사 결과, 사역 이외의 다른 일을 하는 목회자들 다수가 시간 활용의 어려움과 사역에 전념하지 못하는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목회자 73.9%, "경제 문제라면 이중직 찬성" <목회와신학>에 따르면 적지 않은 목회자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목회와신학>이 904명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목회자 66.7%가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있었다. 다시 말해 목회자 2명 가운데 1명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목회자들은 이중직을 지지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목회자 이중직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668명(73.9%)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미 사역 이외의 경제활동을 하는 목회자도 있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목회자는 343명에 달했다. 선교 단체와 신학교 등에서 근무하는 '기관 사역'이 아닌 일반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목회자는 205명이었다. 학원 강사부터 택배, 대리운전 등 직종은 다양했다. "생계형 목회자, 포용해야" 한신대 권명수 교수(실천신학)는 목회자 이중직은 목회자 수급, 교세 감소, 경제문제와 얽혀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단은 목회자 이중직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가족 부양과 생계를 위해 사역 이외의 일을 하는 목회자에게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권 교수는 목회자 이중직에도 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신학교 교수가 교회의 담임목사를 하는 것과 생계를 위해 목사가 자영업을 하는 것은 달리 볼 문제라고 했다. 전자는 이권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교단이 법으로 막아 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생계와 가족을 위해 다른 직업을 갖는 목회자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포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일과 목회, 두 마리 토끼 쫓는 목사들 자발적 병행, "둘 다 할 수 있어 만족한다"..."앞으로도 계속할 것" 미자립 교회 목회자 절반 이상이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등 기초적인 생활 문제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예장통합 교회자립위원회 2013년 6월 자료). 최근 <목회와신학>이 목회자들에게 설문 조사해 보니, 절반 이상이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4월 호). 자연스레 생계를 위해 목회 외에 직업 활동을 하는 목회자들이 늘어 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팀별 기획으로 내놓는 첫 열매입니다. 목회자들이 생활 전선으로 떠밀리는 현상(1),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주요 논점(2), 이중직 목회의 자발적 사례(3), 이중직 목회의 불가피 사례(4)를 하루에 하나씩 올립니다. 목사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갖는 목회자들이 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들은 각자 특별한 뜻을 갖고 있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이유도 있었고, 지역 주민을 직접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뉴스앤조이>는 자발적으로 일과 목회를 병행하는 목사들을 만나 봤다. 흩어지는 교회 추구하는 진정한교회, 목사도 평일에는 직장으로 진정한교회 최성윤 목사는 'HISWILL'이라는 마케팅 회사에서 경영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기독교인 사장이 사원들의 고충·갈등을 듣고 상담해 줄 수 있는 직원을 구하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최 목사를 만난 것이다. 5년 동안 러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최 목사는 직장인 선교사를 자처했다. 다른 직원과 똑같이 일도 하면서, 동료들의 갈등과 고민을 해소하는 것은 별도로 주어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직원들은 목사인 동료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열었다. 최 목사는 선교 단체 간사를 하면서 만난 이경석 목사와 함께 진정한교회를 개척하면서, 교회의 표어를 '흩어지는 교회'로 세웠다. 교인들이 일터와 가정에서 선교사적 마인드로 살아갈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함께 교회를 개척한 이경석 목사도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진정한교회는 마포구 합정동 허그인카페를 빌려 주일예배를 드린다. 올해 개척한 교회는 현재 네 가정과 싱글 두 명이 출석하고 있다. 목회자들이 모두 자비량으로 사역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 재정 중 장소 사용료 이외에 별다른 지출은 없다. 최 목사는 남은 재정은 선교 헌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 주 중에 학원을 운영하는 함께하는교회 김성률 목사는 김지희 간사, 이종수 전도사, 김보형 강도사(사진 위, 왼쪽부터)와 팀 목회를 하고 있다. 주일 예배 공간인 바오밥북카페(사진 아래)는 평일에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일반 카페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직업을 가진 사역자들이 함께하는 교회…사역도 유기적으로 분담 함께하는교회 김성률 목사는 평일에는 선생님이라고 불린다. 그는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 있는 좋은나무학원에서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3년 전, 김 목사는 교회를 개척하면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민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다. 김 목사를 비롯한 함께하는교회 사역자들은 모두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김보형 강도사는 인천에서 FM7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FM7은 차량용품·차랑/건물 썬팅 등을 취급하는 중소기업이다. 이종수 전도사는 좋은나무학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국어·수학·사회·과학을 가르치고 있고, 김지희 간사는 바오밥북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바오밥북카페는 함께하는교회가 작년에 비영리 목적으로 연 카페다. 주일에는 교회가 예배와 모임을 위해 사용하고, 평일에는 마을 주민들이 일반 카페처럼 이용한다. 비영리 카페라 녹색어머니 교통대, 학부모 모임, 주부 동아리 등 주민들이 무상으로 장소를 쓸 수 있다. 함께하는교회는 팀 목회로 운영된다. 모든 사역자들이 경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사역을 서로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팀 목회란 교회의 대표목사를 세우지 않고, 사역자들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사역을 분담하는 걸 말한다. 이들은 주일 설교와 새벽 예배, 금요 성경 공부를 돌아가면서 맡고, 유기적으로 사역을 돕는다. 김 목사와 이 전도사가 중간고사 기간으로 학원 업무가 많아지면, 김 강도사가 대신 새벽 예배와 주일 설교를 맡는다. 팀 목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역자는 자비량으로 한다'…무지개교회, '자비량' 정관 세워 자비량 목회를 아예 교회 정관으로 세운 교회가 있다. 무지개 교회의 얘기다. 박성진 목사는 2009년 은평구 구산동에서 무지개교회를 개척하면서 ‘사역자는 자비량으로 한다’는 조항을 교회 정관에 추가했다. 일명 '자비량' 정관이었다. 목회자가 돈 문제에 매이기 시작하면 온전히 사역할 수 없다며, 재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택배 일을 하는 박 목사는 단순 일용직만을 선택한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목회에 방해를 받지 않아서다. ▲ 산울림마을교회 조영권 목사가 운영하는 가족 카페 즐거운 반딫불이('즐;반')는 동네 사랑방이자 청소년 문화 쉼터다(사진 위). '즐;반'에는 청소년을 위한 통기타/가죽 공예 강좌가 열린다. 오후가 되면 '즐;반'은 학생들과 학부모로 가득찬다(사진 아래) (사진 제공 산울림마을교회) 지역 활동가 목사, 지역에 뿌리박은 교회 꿈 꿔 산울림마을교회 조영권 목사는 교회 개척을 준비하면서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라면파티'라는 음식점을 4년간 운영했다. 자비량으로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현재 은평구 녹번동에서 가족카페 '즐거운 반딧불이(즐;반)' 대표를 맡고 있다. 사실 '즐;반'은 학부모 모임에서 탄생했다. 한 동네에서 오래 알고 지낸 학부모들이 자녀 양육 문제로 모임을 가져오다, 작년 조 목사와 '즐;반'을 만들었다. '즐;반'은 카페 운영 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다. 모두 마을 주민들이다. 지역 활동가로 일하는 조 목사는 '즐;반'이 도시의 사랑방이자 청소년 문화 쉼터로 기능하길 기대하고 있다. '조 목사는 올해 산울림마을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는 '즐;반'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여기에는 조 목사의 철학이 담겨 있다. 산울림마을교회가 건물로서의 교회가 아닌, 마을 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조 목사는 산울림마을교회의 주요 가치로 △대안 경제 △변혁 △생명·평화 △수도사 영성 △공동체를 세웠다. 일하는 즐거움과 섬기는 보람 모두 느껴…앞으로도 일과 목회 병행할 것 <뉴스앤조이>가 만난 목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일과 목회를 동시에 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것이었다. 함께하는교회 김보형 강도사는 "사업을 하는 현장과 말씀을 전하는 교회 모두 하나님께서 부르신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을 하는 즐거움과 교회를 섬기는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진정한교회 최성윤 목사는 교인들이 직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알게 됐다며, 삶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목회와 일을 병행할 계획이다. 산울림마을교회 조영권 목사는 교회가 커지고 사역이 많아지면 다른 목회자와 동역하면 된다며, 지역 활동가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하는교회도 교회 규모가 커지면서 재정 규모도 넉넉해졌지만, 대부분은 목회자 사례비보다는 선교 헌금과 마을 지원 사역에 더 쓸 예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