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산행보고> 보고자 : 거촌 남기일
오늘은 大耶山을 오른다
-시산 2004년 夏期 정기산행 경과보고-
일시 : 2004년 7월 25일
장소 : 경북 문경 가은 대야산
참석인원 : 23명
산행코스 : (1)벌바위 주차장-용추-월영대-피아골-대야산-밀재-다래골-월영대-주차장
. (2)벌바위 주차장-용추-월영대-피아골-대야산-전망대-계곡-농바위골-주차장
시간이 어떻게 되었나..? 부지불식간 눈이 번쩍 띄여 시계를 보니 새벽3시. 겨우 세
시간 가량 눈을 붙인 셈이다. 다시 잠을 청했다가 깜빡 잠이 들면 대야산 산행은 완전
꽝이 된다. 예전에 몇번 그렇게 된 아픈 기억이 꼬리를 잡아 아예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나기로 했다.
7시20분경 잠실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너구리동상을 지나 우측의 롯데 호텔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벌써 낮 익어 반가운 몇몇 분들이 진을 치고 계신다. 김회장님께 오늘
산행예약자를 알아보니 총 26명. 아무래도 부족한 숫자다. 지난7월17일 산행예정을
비 때문에 1차 연기했는데, 일기예보는 오늘도 비가 올 것이라고 했어니 왠만한 산
<마니아>나 열혈 <시산인>이 아니고서는...
7시50분경. 외국인 한 커플이 우리 차량에 와서 영월 동강으로 리프팅 가는 버스냐고
묻는다. 그들을 너구리 동상 앞으로 안내해서 쭈~욱 줄지어 선 관광버스 행렬중에서
영월행 버스를 찾아 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아직 도착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좀
더 기다려 보라며..그들이 가지고 있던 메모지에다 <영월 동강 리프팅 가는 차량 찾
음>이라고 메모를 덧 붙여주고는 뒤 돌아 섰다.
그런데..어럅쇼.. 사람들이 없다. 무슨 음모가 진행된 듯 하다. 황당하게도 내가 타지
않았음에도 버스가 출발을 하고 만 것이다. 무정하게도 사람들의 안중에서 내가 사라
지고만 것이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차에 실린 임자 없는 배낭을 누군가가 유심히
보았드래도 이런 불상사는 미연에 방지될 수가 있었건만.. 택시를 타고 올림픽대교를
건너 선사유적지 입구까지 버스를 쫓을 수 밖에.
오늘 다시 大耶山을 오른다
成年이 된 어느 날
소문 없이 내 곁을 떠난
야속한 그님을 찾으러
오늘 大耶山을 오른다
언제나 위안처럼 힘이 되는
반가운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러
오늘 대화산을 오른다
첫 키스의 추억보다
벅찬 호흡으로 다가온 백두대간
그 記憶을 칭송하기 위하여
오늘 다시 대하산을 오른다
쑤근거림에 지친 바람의 귀를
용추계곡 맑은 물에 씻고
상대봉 山上에서 歲月의 귀에다
정겨운 밀어를 속삭이기 위하여
오늘 다시 大耶山을 오른다.
차중의 일행은 23명. 산행약속을 한 깜장바우(玄巖) 곽정탁 부회장님을 비롯한 의정부
팀이 안 보이고 정광섭씨 그리고 또 어느 분이 약속을 어긴 것이다. 반면에 우리버스
앞면의 산행지 안내표를 보고 생면부지 두분이 오늘 시산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경산
에서 향일화 전명숙 시인과 대원여고 교사로 재직 중인 청풍명월 임한율 시인이 <시
산동인>이 된 후 처음으로 산행에 참석하였다.
달리는 차중에서 간단한 자기소개에 이어서 차중 이벤트로 등산용 쿨맥스 양말이 각
기 한 켤레씩 전달이 되고 메인이벤트로 등산용 쿨맥스 팬티 추첨식이 있었다. 예의
등산용 팬티..동이씨가 무척 눈독을 많이 들이던데 당첨이 되었나보다 입이 찢어지는
걸 보면...부처님 가운데 토막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웃에서 등산용 매장을 운영하시는
분이 출연해 준거란다.
한상철 시인님은 이번에도 첫 출정하는 동인들께 자신의 시집 <山窓>을 獻呈하신다.
차는 도중에 음성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괴산 쌍곡계곡 옆구리를 지나 문경 가은
쪽으로 접어들고 있다. 길옆 계곡에는 피서 인파들이 벌써 진을 치고 물속은 아이들
세상이 되어 있다. 오늘 대야산(大耶山)산행의 시작점 벌바위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11시 조금 못 미쳐서다.
대야산. 해발 930.7m의 대야산은 속리산 산권에 속하고 충북 괴산군 청천면과 경북 문
경군 가은읍의 경계 역활을 하며 백두대간중 속리산과 희양산 구간에서 가장 잘생긴
산으로 계곡과 암릉이 빼어나다. 몇해 前 백두대간 뛰느라 장장 10시간 30분에 걸쳐
넘었든 늘재-청화산-갓바위재-조항산-고모령-밀재-대야산(상대봉)-촛대봉-곰넘이봉-
버리미기재의 추억이 오늘 새롭다.
김천수 사무국장 내외는 여기까지 와서 각별한 애정을 노출한다. 서로 오늘만큼은 풀
어 주겠다나... 밤낮 가리지 않고 서로 꼭 묶어서 살았나? 윗 龍湫 지나자 후미팀을 기
다릴 겸 아예 참을 먹고 가자는 분위기여서 모두들 배낭을 주섬주섬 끄른다. 이창기
동인이 주차장 입구 두부집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두부를 사가지고 온 모양이다. 이은
숙 동인이 분배를 하며 “다들 다시는 큰집에는 가지 마시오” 해서 한바탕 웃는다.
피아골에서 상대봉(대야산 정상)으로 오르는 이 길은 가파른 경사도를 밑천으로 해서
세인의 입에 오르내린다. 간밤의 수면 부족과 최근 전무한 산행기록이 이제 슬슬 하반
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山中忠告
배낭 가득
來日의 불안을 짊어지고
산속을 헤매지 말라
그 무게에 눌려 쉽게 지친다
지치고 나면 부질없이
往年이라는 옛 친구가 그립고
자포자기라는 숨겨둔 애인도
보고 싶어지는 법
그럴 때는 배낭을 열고
불확실한 未來를 끄집어내어서
길가 소나무가지에 걸어두고
뒤돌아보지 말고 남은 길을 가라
忍苦의 땀방울 끝에
희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바람의 향기가
위안을 얻는 지혜를 가르켜 주리니
끙차! 대야산 정상 바로 밑에 버티고 있는 바위를 올라서니 대야산 정상에는 사람들로
널~널하다. 두 번째 밟아보는 이곳이지만 감회는 새롭다. 사방을 둘러보니 각양의 산
세가 눈에 들어온다. 다들 경탄과 감흥에 빠져들기 바쁘고... 이팀저팀이 대야산 표석
을 중심으로 사진 찍기에 바쁜데 어느새 하늘엔 먹장 구름이 일렁거린다. 우리 팀도
서둘러 하산하기로 하고 표석을 중심으로 시산 플랫카드를 펴고 길게 늘어선다. 광각
렌즈를 달았건만 모든 분이 렌즈에 안 들어온다. 아차차 베스트 샷을 설정한 것이 광
각을 방해한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정계영씨 얼굴을 대하니 조금은 미안하다. 시산 카페에다 대야산에 바
위구간이 있냐고 물어온 그녀에게 대야산에는 바위는커녕 돌맹이도 없다고 공갈(?)을
쳤으니... (아마도 어느 산에서 암릉 구간을 통과하며 엄청 고생을 한 기억이 있는 모
양) 사진이나마 이쁘게 나오게 몇 컷 찍어 줘야 할 것 같다.
전망대바위에서 김경원씨 김회장 이은숙씨 이창기씨 정계영씨 소영미씨 사진을 찍어
줄 때 만해도 곧 들이닥칠 것 같았든 비구름도 어디론가 사라지고해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여유로웠다. 그런데 기실은 여기서 부터가 엉키기기 시작한 것도 나중에야
안일. 능선을 향해 길을 찾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그 길이 아니라 이쪽길이라는
소리에 방향을 우로 틀어 계곡쪽으로 내려간 것이 오늘 몇몇 분들에게 아르바이트의
추억을 선사.(이 대목에서 고양규 전 회장님께 감사를 드려야 할지..)
이때까지는 계곡을 내려오면서 즐거웠다. 고양규 전 회장. 김택근 회장. 문영호 산악국
장 김천수 편집국장 이은숙 전 부회장 전상열 전회장 정계영씨 그리고 내가 간발의
차로 앞뒤를 서서 내려왔는데, 어느 정도 하산했다 싶은데.. 다들 어디로 가고 주변엔
전상열 전회장과 정계영씨 그리고 나 밖에 없다.
조금 더 내려오자 길섶에서 깨진 질그릇 조각을 들고 이은숙씨와 김천수씨가 나타난
다. 예전엔 이 산골에 질그릇 만드는 가마가 있었는지 여기저기 질그릇 깨어진 조각들
이 보인다. 조금 더 내려오는데 아차차 우측에 중대봉 안내 푯말이 보인다. 아뿔사 중
대봉이면...? 오늘 회귀 목적지와는 반대방향인데.. 흐흐 이제 어쩌랴. 이미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고 되돌아갈 여분의 체력은 없다. 쉿!
한국 속담에 아는 것이 病.. 모르는 것이 藥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 바로 지금 같은 경
우를 말한다. 내려오는 길가에 상서러운 향이난다. 보랏빛 꽃이 자욱이 핀 칡꽃 군락
지 옆을 통과하는 중이였다. 꺽어 달라는 이쁜 아즘씨 두분의 요청에 전상열 전 회장
과 김천수씨가 기꺼이 마당쇠(?)가되어 獻花歌를 부른다.
그날 남들은 경북 문경군 다래골로 내려갔는데 아르바이트 5인조는 충북 괴산군 청천
면 농바위골로 내려 간 것이다. 아..하늘 맑은 청천면 이건만 그날 하루는 하늘이 노랬
다. 어째 아침부터 일진이 사납더니만.. 그래도 아르바이트팀 홧팅! 알랴뷰~ (끝)
참고 : 7/25일 정기산행 참석자 명단
고양규.김택근.전상열.문영호.한상철.이창기.이은숙.소영미.장승수.김경원.김천수씨부부.
전명숙.임한율.권인.문영철.김복동.전호영.정계영.뱀띠아줌마.신참2분.남기일(계23명)
첫댓글두 번째 시 '山中忠告'가 참 좋다. 거촌님 作詩 수준이 본궤도에 올랐다. 그런데 첯 번째 시에서'對話山'(이야기 나누는 산) 은 뭐이고. 제3연에 나오는 '大霞山'(큰 노을산))은 또 뭐꼬? 禪問答中 이군요? 짙은 안개가 그대의 간 쓸어갔다.'문상철'이아니고 문영철씨(문 국장님 계씨) 아닌지?
첫댓글 두 번째 시 '山中忠告'가 참 좋다. 거촌님 作詩 수준이 본궤도에 올랐다. 그런데 첯 번째 시에서'對話山'(이야기 나누는 산) 은 뭐이고. 제3연에 나오는 '大霞山'(큰 노을산))은 또 뭐꼬? 禪問答中 이군요? 짙은 안개가 그대의 간 쓸어갔다.'문상철'이아니고 문영철씨(문 국장님 계씨) 아닌지?
남 시인님, 그날의 모습이 생생하외다.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다음 산행에는 한 분도 빠짐없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모든 분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ㅎㅎ 상철이가 뇌리에 맴돌아 자꾸 헷갈리네요 (죄송 ^^*)..대야산은 몇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즉 대야산.상대봉.대화산.대하산.등...(이제 다시 잊어버린 간 도로 찾아 왔습니다 ㅎㅎ ^^*)
전 시인님 그날 좋은 추억 만드심을 축하 드립니다.. 언제 그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서 알바 멤버들끼리만 이찌고뿌 해야하지 않을까요? ㅎㅎ
이찌 고뿌 좋지요. 시간 한번 만듭시다, 우ㅡ리.
용추에 왜 여자만 있나? 화 字가 華(花) 아니면 火?
참가는 못했지만, 이 산행기를 읽으니 그 분위기가 눈에 선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산행을 하신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몽골의 사막과 끝없는 광야에서 8박 9일동안 바람으로 다니다가 잘 돌아왔습니다.
울란바토르를 다녀 오셨군요.. 물론 잘 다녀 오셨겠지요? 뱅기 타고 가다보면 끝없는 평원이 보입죠.. 바람으로 다니다 돌아왔다..? 바람이 되어서..? 바람이 나서..? ㅋㅋ 8월8일 정약용선생 생가 및 인근 수정사 탐방일정이 잡혀있습니다. 빠지면 안 됩니다 ^^*
흰구름님! 몽골 좋지요? 저도 2년전 10박 11일정으로 서몽골 알타이 산맥에 있는 聖山 '뭉크하이안' 산 登頂후 카라코룸 까지 다녀왔답니다. 음!'바람'으로 스친 過客이라, 표현이 참 멋있다.
박 시인님, 고도원 팀으로 다녀오셨는가요, 아니면? 바람처럼 곳곳을 살피며 어루만지며 다녀오셨으니 아름다운 여행기 기대해도 되겠네요. 여독 잘 관리하기시 바랍니다.
남시인님 글 감상 잘 했슴다. 그 날의 산행일정이 눈앞에 쫘악 펼쳐지는군요. 감사합니다.
내일 모레면 입추이니.. 이제 바야흐르 청풍명월의 계절이 온 듯 합니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