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大爵) 제2권
지은이: 사마달
- 차례 -
第 十一 章 傳說보다 무서운 刀法
第 十二 章 담비라는 女人
第 十三 章 영원히 풀리지 않을 鐵幻四秘를 얻다
第 十四 章 白雲學堂의 大血風
第 十五 章 天軍十藝死皇
第 十六 章 天上美人車
第 十七 章 天上美人車와 白玉仙人車
第 十八 章 千年魔帝 冷武魂
第 十九 章 무너지는 천외도후
第 二十 章 그 만남의 의미는
第 十一 章 傳說보다 무서운 刀法
끼이이이익!
칙칙한 야공을 뒤흔드는 소름끼치는 괴음(怪音)과,
"흑흑흑!"
"아이고… 아이고…… !"
망자의 혼을 달래는 곡성(哭聲)이 구슬프게 이어졌다.
한밤의 적막을 뒤흔드는 이 괴이한 소음과 행렬.
관이 끌려가는 괴음이 사이하게 들려오고 그 뒤를 이어 두 소년 소녀의 애달픈 곡성이 이 적막한 야공에 은은히 퍼져 나갔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초라하기 그지 없는 장례 행렬이 아니고 무엇이랴!
헌데 바로 그 순간,
스으으으…… !
스스스!
어둠이 갈라지는 듯한 미세한 음향이 들려오는가 싶더니, 어둠의 화신(化身)인가?
밤의 빛깔보다 더 은밀하고 밤의 적막보다 더 음침한 흑의인들이 옥령 등을 완벽하게 에워싼 채 밀려 들었다.
빼꼼히 드러난 두 눈을 제외한다면 그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들은 이 괴이한 장례 행렬에 칼 끝같은 시선을 박았다.
'괴이한 놈들이다. 이 밤중에 관을 끌고 가는 것이며 하필이면 이 시각에 이곳을 지나다니…… !'
복면 속에서 감춰진 수 쌍의 눈들이 더욱 더 음냉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 계집이 갑자기 이곳에서 사라졌다. 혹시…….'
무엇을 생각했는가?
한 흑의인이 괴기스럽게 닫혀 있는 묵관을 싸늘하게 직시하는가 싶더니,
스슷! 무릎도 굽히지 않은 채로 옥령의 앞으로 안개처럼 스며들었다.
'놀라운 신법(身法)이다. 저 정도의 신법이라면…… 중원의 일류고수 대열에 낄 수 있는 그런 것이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내심일 뿐 그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린 듯 물결치듯 흔들렸다.
"저 관을 열어라!"
단 한 점의 감정도 없는 무심한 음성은 차라리 황량한 들판의 고목이 울부짖는 것 같았다.
"과… 관을 무엇 하시려고……."
"한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 놈은 죽은 사람의 관 속에 드러눕는 버릇이 있는 놈이라 확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 하지만 죽은 사람의 관을……."
옥령은 전신을 사시나무 떨 듯이 주체할 수 없는 공포로 떨고 있었다.
"네놈도 저 관 속에 드러눕고 싶지 않다면 썩 관의 뚜껑을 열어라!"
복면 속의 눈이 지옥의 염화같은 살기를 표출시키고 있었다.
부르르르…….
그 눈빛을 대하는 옥령의 전신이 서리맞은 갈대잎처럼 파르르 흔들렸다.
그리고는 주춤주춤 관을 향해 걸어가며 꺼림칙한 한 마디를 남기는 것이 아닌가?
"관을 여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죽은 사람이 너무도 오랜 세월을 나병(癩病)으로 앓은 데다… 죽을 때에는 살이 썩어 문드러지는 괴질에 걸려……."
아무렇게나 흘리듯이 해버린 옥령의 말인데, 그 말을 듣고 있던 흑의인의 눈빛이 무슨 못들을 것을 들은 듯 다급한 빛을 띠는 것이 아닌가?
"나병에… 살이 문드러지는 괴질!"
막 관의 뚜껑을 열려던 옥령이 자못 퉁명스런 어투로 대꾸를 했다.
"그렇다니까요… 보면 알 것 아니오."
그는 서서히 허리를 굽혀 관을 열어보일 자세를 취했다.
순간,
"되… 됐다. 빨리 꺼져라!"
흑의인은 옆으로 쭈욱 밀려나며 빨리 가라는 듯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제기… 관을 열라고 그럴 때는 언제고… 또 귀신을 대하듯 하니!"
그는 자못 못마땅한 듯 투덜거리며 다시 관을 끌기 시작했다.
금취운.
관 속에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그녀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옥령이 마치 장난을 하듯이 관을 열려고 했을 때 그녀는 아예 아득한 나락을 더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옥령의 번뜩이는 재치로 위기를 모면한 그녀는 한숨을 들이키기도 전에 한 가지 사실을 머리에 떠올리고 치를 떨었다.
'뭐라고… 내가 나병 환자에 살이 문드러지는 괴질에 걸려… 으으, 나가기만 해봐라.'
여심은 옥령이 상상치 못한 방향에서 거칠은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었다.
끼이이익!
멎었던 괴로운 음향이 다시 적막한 야공을 소름끼치게 도려내고.
"흐흐흐… 아이고… 아이고……."
또 다시 유계(幽界)로 전송하는 곡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헌데 바로 그때, 처음 길을 막아섰던 흑의인의 눈빛이 의문으로 신묘로운 예기를 머금었다.
'아니, 저 두 꼬마놈을 봐라. 분명히 소리내어 울고 있는데 슬픈 기색이나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실로 예리한 관찰력이 아닐 수 없다.
'후후후… 그랬었구나.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했더니…….'
흑의인의 검미 사이가 움푹 좁혀들며 비릿한 조소를 머금었다.
"잠깐만, 거기 서라!"
옥령은 두 눈을 싸늘하게 굳히며 우뚝 멈춰섰다.
이미 그도 사태를 흑의인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운 놈이다. 그런 세심한 곳에까지 신경을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러나 그는 끝까지 태연하게 돌아섰다.
"왜 그러시오."
서서히 옥령의 앞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속을 뻔했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멋진 연극이었다. 그러나 이 지상에서 수라부(修羅府)의 이목을 속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대단한 자부심이로군. 수라부라는 이름에 썩 어울리는……."
어느새 바뀌었는가?
옥령은 태연히 관의 줄을 어깨에서 풀며 흑의인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와 때를 같이 하며,
"거짓 울음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나는 하마터면 울음이 아니라 웃음이 나올 뻔했다."
두 마디의 치기어린 음성에 이어 소랑과 소애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흑의인을 정시했다.
"진작에 그렇게 나올 것이지……."
흑의인의 복면 사이로 득의한 음성이 흘러 나오고 그의 눈이 한 차례 사이하게 움직이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스으으으!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흑의인들은 미처 어둠의 사신(死神)인 양 일순간에 옥령 등을 완벽하게 에워싸 버렸다.
"누구냐? 겁없이 끼어든 너희 꼬마놈들은……."
무덤 속에서 흘러나온 듯이 지독히 음산한 음성이 흑의인의 입을 비집고 흘러 나왔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들이 꼬마라니… 네놈의 집 구석에서는 늙은 고목나무 하나도 없는 모양이로구나."
제법 위엄이 서린 소랑의 음성과 함께,
촤르르르르! 조화금선이 암암한 허공에 한 가닥의 찬란한 금광을 환상과 같이 뿌려냈다.
파파파팟!
무엇인가 섬칫한 음향이 들려왔다.
흑의인의 목에서 한 가닥 혈흔이 생기는가 싶더니 주르르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아닌가?
흑의인의 안색이 싹 돌변했다.
'무서운 꼬마 놈이다.'
'뭐가 지나가기는 지나가는 모양인데…….'
그들이 그렇게 한결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노부가 백 이십을 살아오면서 너같이 방자한 놈은 처음이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는데 그것을 어찌 백 이십 노인의 목소리라고 여길 사람이 있겠는가?
"으으, 저 꼬마놈이 감히 수라부를 건드려… 그 무서움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겠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었는가?
서서히 어둠을 좁혀오는 검은 무리들, 그들의 눈은 마치 어둠을 밝히려는 듯이 살광을 내뿜고 있었으며 비정한 살기가 미친 듯이 득실거렸다.
이러한 흑의인들을 지켜보고 있는 옥령, 그의 눈이 역천의 미모를 간직한 채 먹물같은 흑의를 걸치고 있는 소애를 향했다.
"소애!"
"예! 주인님."
소애는 유난히도 흰 목덜미를 살포시 숙이며 영롱한 음성으로 대답을 했다.
"소애, 너의 사인검예(死刃劍藝)는 지상 최강의 살인예술이라 하던데."
"그러하옵니다."
"그러면 너는 한 번에 몇 명이나 죽일 수 있나? 상대는 초일류 검객들이고 시간은 눈 깜빡할 사이다."
"그 정도라면 한 번에 열 명 정도는 가능합니다."
"열 명이라… 좋다. 지금 이곳에 모여 있는 놈들은 정확히 백여 명, 반각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합니다."
"좋다. 소애, 너의 옥훼(玉喙)가 피를 보고싶어 한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치고 서서히 고개를 드는 소애의 입가에 안개처럼 서리는 것은 심혼을 들끓게 하는 요악스런 미소가 아닌가?
도저히 십 이삼 세 소녀가 지을 수 있는 미소라 여겨지지 않는 그 미소가 소애의 입가로 사르르 번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소애만이 가지고 있는 죽음의 사악한 미소라는 것을 지금 흑의인들이 어찌 알았으리오.
쉬아아아앙!
일진의 파공음과 함께 소애의 자그마한 신형이 어찌 움직였는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간과 공간을 잇는 빛깔처럼 소애의 신형이 화려하게 야공을 누비고,
그녀의 애병 옥훼, 그것이 지금 허공에서 희번뜩한 죽음을 부르고 있었다.
"으악!"
"케에에엑!"
처절한 비명은 소애가 야공을 움직이는 순간에 일어났다.
소애가 허공에서 몸을 한 번 번뜩일 때마다 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목을 감싸쥐고 쓰러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인검예(死刃劍藝), 그것이 지금 거역할 수 없는 죽음의 가교를 놓고 있는 것이다.
금취운.
태어난 운명이 기구했던 탓으로 살아있는 몸으로 하나의 관 속에 몸을 누이고 있는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 그녀만의 공간에서 전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소애라는 소녀의 또랑한 음성이 채 그녀의 귓전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수라부의 흑의인들로 보이는 비명성이 연이어 그녀의 귓전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 이럴 수가?'
관 속에 들어있는 자신의 처지마저도 잊은 채로.
'내가 저들을 상대한다고 해도 삼 인 이상이라면 힘든 상대인데…….'
상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놀라움은 더욱 큰 것이었다.
'대체, 저들은 누구란 말인가? 한 밤에 관을 끌고 다닌다는 고수들은 들은 적이 없다. 더욱이 수하로 보이는 소녀의 무공이 저 정도라면…….'
주인이야 두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녀는 일시에 머리가 혼란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정확한 반각의 시간이 흘렀을 때 장내에는 정확히 백여 구의 시신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어느덧 소애는 옥훼를 소매 속에 갈무리하고 옥령의 뒤로 돌아와 있었다.
"소애, 역시 사인검예는 천하 제일의 검학(劍學)이다."
소애는 대답 대신 예의 그 요악스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바로 그때, 옥령이 어둠의 한 곳을 응시하며 조용한 음성으로 뇌까렸다.
"이제 그만 나오시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역시 훌륭한 안목, 그러나 잠마는 받는 만큼 돌려 준다."
이것이 어찌 사람의 음성이란 말인가?
그것은 지옥의 나찰녀라도 혼비백산을 할 극도의 사이하고 소름 끼치도록 무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음성이 끝났을 때,
사사사삭! 어둠을 헤치고 두 눈에 본능적인 살기가 파죽을 치고 있는 혈의인들이 옥령을 또 다시 에워쌌다.
음산하던 밤 공기마저 비릿한 혈향(血香)으로 흠뻑 젖어 버렸으니.
그리고 한 명의 혈의인이 옥령의 앞으로 다가와 입술을 달삭거리고 예의 그 무심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는 잠마구령교의 사망부에 있는 사망밀령대장이다. 형극(形剋)은 그대의 목을 원한다."
음성은 나직했다. 그러나 그 음성 속에는 으스스한 살기가 찐득하게 묻어 있었다.
스스로 사망밀령대장이라 밝힌 인물, 그는 삼십 오륙 세 정도의 나이였으나 득도한 고승(高僧)보다 더욱 무심한 눈빛을 소유하고 있었다.
무심한 동공 깊숙한 심부(深部)에는 늑대와도 같은 본능적인 살기가 득실거리고 있었으니.
옥령은 처음으로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
형극의 눈빛보다 배는 더 차갑고 무심한 눈빛.
드디어 천형의 저주가 내린 반항적인 기질이 소생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눈빛과는 무관하게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 밤은 더없이 아름다운 밤이오. 더구나 나에게 있어서는. 그러기에 이런 밤의 죽음은 언제나 슬픈 것, 안 그렇소?"
그는 형극을 한차례 응시하더니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혈의인들의 한 사람 한 사람까지도 빼놓지 않고 응시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의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길은 하나… 그것이 오늘 밤에 겪어야 할 운명이라면 빨리 끝내는 것이 좋은 듯……."
문득 옥령의 회색빛 암울한 시선을 들어 야공의 성운을 직시했다.
순간이었으리라.
형극의 시선이 그만의 공간에서 미량(微量)의 흔들림을 보인 것은.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짧은 변화인지라 그 누구도 눈여겨 본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감추기라도 하듯,
"쳐라!"
냉혹무비한 살음(殺音)이 형극의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번쩍!
츄리리릿!
거의 백여 자루에 달하는 검이 옥령의 전신 요혈을 향해 빛살처럼 쏘아져왔다.
스윽! 옥령의 신형은 아주 간단하게 검기를 슬쩍 젖혀냈다.
섬광표류환허비의 기학이 펼쳐진 것이다.
싸악! 섬칫한 파공음과 함께 수십 자루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옥령의 몸을 스쳐갔다.
피유유융! 쐐애애액!
옥령의 십지에서 새하얀 백선(白線)이 환상처럼 허공을 갈랐다.
"으윽!"
"아아아악!"
십여 명의 혈의인들이 전신을 감싸쥐고 처절한 비명을 토해냈다.
푸스스스… 그들의 전신이 얼음으로 화하는가 싶더니 그것은 금세 얼음조각으로 화해 흩어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실로 무서운 극음신공(極陰神功)이었다.
태극월예(太極月藝), 바로 천 년을 잠자오던 기학이 껍질을 벗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혈의인들은 죽음을 모르는 불나방들인가?
번쩍!
츠츠츠츳!
그들의 검은 실날같은 빈틈도 허용치 않고 독사의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며 옥령의 전신을 거미줄처럼 덮어 씌워왔다.
'잔인한 놈들… 아예 죽이기로 작정을 했구나.'
살수에게는 원래의 검법이 다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본능적인 움직임과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시시각각으로 검을 쑤셔 박는 것이다.
옥령의 두 눈이 싸늘한 빛을 머금었다.
"지옥에 가서라도 나를 원망하지 마라."
채앵! 그의 허리에서 칠채의 광휘를 발하는 검이 뽑혔다고 느낀 순간 그의 신형은 야공을 찌를 듯이 치솟아 올랐으며 올랐다고 느낀 순간 그의 입에서 낭랑한 음성이 토해졌다.
"율해!"
일도에 바다를 죽인다는 악마의 도법, 그것이 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와 옥령의 손에서 재현된 것이다.
번쩍!
그것은 분명 빛이었다.
사위를 휘감고 사라져 버리는 빛, 그것이 너무도 빠르기에 사람들은 그것이 빛이라고 여기기를 두려워한다.
그것이 스쳐간 장내는 순식간에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
형극, 스스로 사망밀령대장이라 밝힌 그의 무심냉막한 눈이 파르르 흔들리는 것은 또 무엇인가?
"이 도법의 이름은……."
옥령은 어느 새 애검 율번을 검집에 꽂고 돌아서고 있었다.
"율해… 그 초식의 이름은 율해라고 하오."
"과, 과연… 무서운 도법. 전설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형극 그가 공포를 느끼다니.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대체 어찌된 것인가?
옥령은 천천히 관의 끈을 어깨에 매고 있었다.
"소애, 소랑!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그렇게 오래 지켜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는 옥령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끼리리리…….
또 다시 야공을 울리는 관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막 걸음을 옮기는 찰나,
쩌억! 파파파팟!
거의 백여 명에 달하는 흑의인들 그들의 몸이 정확히 양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악!"
소애는 너무도 놀라 눈을 감고 비명을 질러댔다.
단 한 사람의 생존자도 없이 그들은 모두 양단이 된 채 죽어갔다.
율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극악패도한 위력이 아닌가?
쿠쿠쿵!
썩은 고목나무가 황량한 벌판에 쓰러진다면 이런 소리가 날 것이다.
혈의인의 신형이 철저하고도 완벽하게 갈라지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율해의 잔재, 악마의 도법이 휩쓸고 간 죽음의 늪인 것이다.
끼리리릭!
밤은 점점 더 새벽을 향해 줄달음을 치고 있었다.
묵관이 끌리는 소리는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었다.
허나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두 사람의 애달픈 곡성만은 들려오지 않았으니…….
* * *
"이 관을 열어라."
"낭자의 그 방자한 말투부터 고치시오. 그리고 나는 분명 낭자가 원하는 곳까지 이렇게 데려다 주기로 했소."
"내가 누군지 아느냐?"
"말했잖소. 십보대부의 무남독녀 금취운이라고. 본인은 그래도 기억력 하나는 자신을 하는 놈이오."
"네놈이 지금 즉시 이 관을 열지 않으면 목을 칠 것이다."
"나는 죽은 사람이 관 속에서 일어나 산 사람의 목을 쳤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소."
"네놈은 나를 송장 취급할 셈이냐?"
"지금 관 속에 있다는 사실만을 중요시할 뿐이오."
"그 말이 그 말 아니냐?"
"사실을 말한 것이 잘못이라면 할 수 없지."
"으으… 네놈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감히 나 금취운을 이렇게 만들다니."
"확실한 것은 지금 당신이 관 속에 들어있다는 것과,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는 죽을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오."
"그래, 두고보자! 나중에 네 놈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가를."
"후후후, 좋아한다고나 마시오. 나는 사실 여자가 많은 놈이니까."
"네, 네놈이…… !"
그것이 그들이 길을 가는 첫날에 일어나던 일이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이냐?"
"강서(江西)로 가고 있는 중이오."
"우리 집은 항주라는 것을 잊었더냐?"
"모르는 말이면 애초에 하지 마시오. 지금 항주에는 밤 귀신들이 우글거리고 있는데 어찌 그곳으로 가라는 말이오? 당신은 관 속에 있으니 덜 억울하겠소만 나는 앞날이 구만 리 같은 놈인데 그 귀신들의 밥이 되라는 말이오?"
"그럼 며칠이나 걸리느냐?"
"강서를 걸쳐 안휘(安徽)를 돌아 다시 항주로 가려면 앞으로 오 일은 걸릴 것 같구려."
"오, 오 일이나?"
"그것이 내가 살 수 있는 완전한 방법이고 당신이 살아서 관에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오."
"으으. 좋을 대로 해라."
"이것 좀 열어줄 수 없어요?"
"본인은 한 번 한 말을 두 번 이상 하지 않는 성미요."
"이러고 누워있으니 불편해요."
"그러면 거꾸로 엎드려 있으면 될 거 아니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잖아요."
"그런 것은 걱정 마시오. 내가 당신의 편의를 위해서 엎드려 가도록 해주겠소."
"저, 정말인가요? 엎드려 누울 수 있도록 관을 열어주시는 건가요?"
"아아, 오해하고 계셨구려. 관을 여는 것이 아니라 관을 뒤집으면 자연히 엎드리게 되는 것이 아니겠소?"
"뭐, 뭐라고?"
"귀하신 분이 몸소 움직인다니, 그런 일이 어디 있소?"
그리고는 그날 관을 거꾸로 뒤집어서 하루 종일 끌고 갔다.
"여보세요. 급한 볼일이 생겼어요. 제발 관좀 열어주세요."
금취운이 흐느끼듯 울먹였다.
허나 되돌아온 옥령의 말은 시종 여유있는 자세다.
"무슨 볼일이오?"
"생리적인 현상이에요. 금방 나올려고 그래요. 제발 좀……."
"나는 관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이 정상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소."
"저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렇게 말한다면 이 세상에서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오."
"제발… 그러지 마시고 저를 좀 밖으로 꺼내 주세요. 그렇게만 해준다면 당신의 소원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 주겠어요."
"후후후… 우리의 계약상에는 그런 조항은 없는 것 같은데……."
이것이 그들이 해괴한 모습으로 길을 떠난 지 삼 일 째 되는 날의 일이었다.
"오, 오빠……."
금취운이 흐느끼듯이 옥령을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미안하게도 나를 오빠라고 부를 여인이 없소. 더욱이 관 속에 들어 있는 여인이 나를 오빠라고 부른다는 것은 꿈도 꾸어보지 않았소."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왜, 벌써 잊으셨소? 네놈이라는 말을……."
"아,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런 말 쓰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곳은 냄새나고 배가 고파요. 제발 모든 것은 제가 잘못했으니 절 꺼내주세요. 흐흐흑……."
"그 말 진정이오?"
"그… 그래요. 다시는 오… 오빠께 조심하겠어요."
"그래, 그럼 앞으로도 그렇게 부르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한다면 본인으로서도 생각을 해볼 여지가 있소만……."
"야, 약속할께요."
"좋아. 믿겠소."
그 닷새 되는 날 옥령은 드디어 금취운을 관 속에서 꺼내 주었던 것이다.
금취운으로서는 오 일 만에 보는 밝은 빛이었다.
"흐흐흑!"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금취운은 옥령의 가슴에 파묻혀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후후후, 여자란 다 이렇다는 것을 누가 알랴?'
그는 우는 금취운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아무도 모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십보단(十寶團).
지금 중원에 이 이름이 갖고 있는 영향력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천하 상권의 십분의 일을 한 손으로 거머쥐고 있는 절대적인 부(富)의 대명사, 바로 십보단(十寶團)이었다.
뿐이랴? 중원 전역에 산재해 있는 개점이 바로 이 십보단의 수중에 들어 있는 것이라면 그 위세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륜(日輪)은 고단한 하루의 여정을 풀어헤치려는 듯 서산으로 기울어 가고 있는 그 시각 십보단으로부터 두 사람이 들어섰으니.
십보단의 가장 화려한 전각에 자리한 내실이다.
생각과는 달리 이곳은 검박한 분위기를 풍기는 간결한 곳이었다.
지금 그곳으로부터 연신 호탕한 웃음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하하하. 이 망아지같은 취운이 옥공자에게 단단히 혼줄이 나겠구만."
"후후, 원래 제가 좀 괴상한 놈인지라……."
"하하, 그래……."
일신에 눈보다 더 흰 백의를 걸치고 있는 중년인, 턱 밑으로 탐스럽게 자란 수염이 주는 강직함과 성품은 그대로 대쪽을 연상케 했다.
십보대부(十寶大夫) 금돈(金豚)!
바로 그가 십보단의 십보대부인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또 하나의 가공할 신분이 있었다.
철환사비(鐵幻四秘)!
바로 천하가 모르고 있는 십보대부의 또 다른 신비(神秘)인 것이다.
그의 옆으로 십 칠팔 세 가량의 소녀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새벽 이슬을 맞고 막 피어나려는 난화(蘭花)의 싱그러움을 떠올리게 하는 자태의 여인.
더욱이 사르르 미소를 지을 때마다 앙증맞게 패이는 볼우물이 수줍은 듯하면서도 고혹적인 모습이었다.
금취운, 바로 옥령의 기상천외한 행동에 두 손 두 발을 들어 버린 여인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옥령이 연신 실소를 감추지 못하고 싱글거리고 있었다.
이미 많은 대화가 오간 듯 그들을 감싼 분위기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러나 문득 십보대부 금돈은 얼굴에 정색을 띠며 옥령을 직시했다.
"헌데 옥공자는 실전된 악마의 도법인 율해를 익혔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
금돈의 얼굴에는 무거운 긴장감마저 파문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옥령은 서슴없이 대답을 했다.
"으음!"
"그러나 그것이 악마의 도법이라고 해서 악마의 무공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무학이라는 것은 근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시전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금돈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거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방금 들어온 제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십방천회(十方天會)에서 옥공자를 찾고 있다는 것이네."
"십방천회가……."
이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천여 년을 내려온 정파무림(正派武林)의 살아있는 신화(神話).
그 십방천회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거니와 그곳에서 옥령을 찾고 있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닌가?
십방천회(十方天會)!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십방천회는 정도무림의 하늘이요 정(正)의 마지막 보루다."
"십방천회가 나타나는 날 천하는 대혈륜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왜냐하면 십방천회는 천하가 와류의 소용돌이에서 몸부림칠 때만 나타났던 것이다.
그 전설의 십방천회가 나타났다 함은…….
옥령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왜 본인을 찾는지를 알 것 같습니다. 바로 오래 전에 있었던 곤륜(崑崙)과의 비사(秘事)때문인 것 같은데… 본인 또한 천 년 전의 일을 재현시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문득 환상이었는가? 무한한 잠재력을 포용한 들끓는 대해(大海)가 옥령의 전신에서 보였다.
그리고 태산과 같이 장중한 기세가 그의 어깨 너머에서 그의 후광(後光)인 양 얼비치고 있었으니.
그런 옥령을 바라보는 금돈, 그는 살아온 이제까지 이렇듯 여러 가지를 함께 소유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중원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니… 이 사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런 중에도 옥령의 말은 계속 되었다.
"지금 천하는 알 수 없는 회오리로 서서히 휩싸이고 있습니다. 천년마제가 탄생을 했고 천기조차 흐트리는 잠마(潛魔)가 태동을 하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새외의 힘이 중원을 위해 칼날을 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중원을 혼란의 와중으로 휘몰고 있습니다. 바로 따님을 추적했던 그들만 보더라도 당금의 중원이 어떠한가는 알 수가 있습니다."
옥령의 눈[眼], 그 심유한 동공 깊숙한 심부에서 서서히 싸늘한 청광(靑光)이 광기(狂氣)마저 떠벌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천형의 저주가 잉태한 아이의 반항이 아니고 무엇인가?
금돈의 눈빛이 파르르 흔들리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무서운 눈빛이다. 마치 하늘이라도 거역할 것 같은 위맹한 기세… 처음에 보았던 모습돠는 너무도 다르다.'
그가 어찌 알았겠는가? 이 눈 앞의 청년이 지상최강자라는 천군대작의 휘호를 가슴에 안은 신인(神人)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천하의 한 구석에서는 지나간 일에 연연하는가 하면, 또 다른 곳에서는 잘나빠진 서열 다툼이나 하고 있소."
그 말을 하면서 옥령은 금돈의 얼굴을 똑바로 정시했다.
'이, 이럴 수가. 마치 우리 철환사비를 두고 하는 말 같구나… 그리고 어쩐지 말 속에 깊은 오의가 담겨 있는 듯하다.'
금돈의 이러한 내심을 알기라도 하듯 옥령의 말은 날카롭게 계속되었다.
"흥! 철환사비라고, 뭐 천하를 암중으로 관장하는 네 개의 신비방파… 우스운 노릇이 아닐 수 없소이다."
"자, 자네 지금 무슨 말은 하는가?"
금돈이 안면을 푸르르 떨며 옥령을 직시했다.
"한심해서 하는 말입니다. 천하는 지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 치닫고 있는데 중원의 신비라는 그들은 고작 서열다툼이나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으음……."
날카로운 비수가 금돈의 가슴을 비집고 들어오는 듯한 감응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중원은 중원인의 것입니다. 그런 중원이 지금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 하늘이라는 작자들은 사소한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그 사이를 틈타 마(魔)는 준동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일시에 중원으로 쏟아져 나온다면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굽니까?"
금돈과 금취운, 이들은 아예 할 말을 잊어버린 것이다.
옥령이 강해서만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그의 눈이 무엇보다도 매서웠으며 하나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그들을 향한 질책은 섬뜩한 것이었다.
'큰 인물이다. 어리숙함 속에 서려있는 기상은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한다.'
'몰랐어… 천하를 위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들이 그러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에도 옥령의 질책은 끊이지 않았다.
"중원의 참혹한 말로가 보입니다. 피가 튀고 육편이 난무하는 모습이… 거기에 길길이 날뛰는 악의 무리들이 제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그 마(魔)의 숨소리가 지금 우리들 곁에서 숨쉬고 있습니다."
"나도 그것은 느끼고 있었다네."
"그런데 왜 그냥 계시는 겁니까? 대협이 아니라도 중원은 누군가가 지켜주리라 믿어서입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네."
금돈은 고뇌에 서린 시선으로 옥령의 굳어져있는 시선을 직시했다.
"그럼 철환사비의 서열 쟁점 때문에 천하를 외면하시는 겁니까?"
순간 금돈의 얼굴에 주체할 수 없는 경각이 구름처럼 번져 올랐다.
철환사비, 중원의 영원한 전설이라고밖에 여겨질 수 없는 자신의 신분을 비웃듯이 알고 있는 이 사람, 이런 상황에서 놀라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까지 알고 있었다니 결국 취운을 구한 것도 이것을 노린 것인가?"
금돈의 음성이 자못 냉랭히 굳어졌다.
허나 옥령의 태도 또한 더할 수 없이 싸늘한 것이었으니.
"유감이군요. 그렇게 보셨다니. 그렇다면 알아두십시오. 저는 사람의 목숨을 구했던 것이지 어느 한 목적을 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누구의 생명이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지금 중원인들의 생각이 모두 대협과 같다는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이 중원을 지키는 데 개인의 영리를 위하는 것에 편중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으음!"
금돈은 자신도 모르게 무서운 신음성을 발했다.
옥령의 한 마디 한마디는 그대로 싸늘한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에 와닿는 것이 아닌가?
문득 옥령은 꿋꿋한 의지가 서린 얼굴로 금돈의 고뇌서린 얼굴을 직시했다.
"금대협, 불초가 한 가지 부탁을 할까 합니다. 십보대부, 그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십보단의 힘을 천하를 위해 써달라는 것입니다."
"…… !"
"이런 말씀을 드리는 소인의 신분에 의구심을 가지리라고 믿습니다."
"확실히 그렇다네. 자네의 신분을 알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그 무슨 대답도 할 수가 없네. 그리고 만약 자네가 무슨 목적이 있어 이곳에 왔다면 죽음을 각오해야 될 것이네. 그 이유는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네."
무형의 살기(殺氣)가 구름 속에서 바람이 일어나듯 금돈의 전신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옥령, 그는 한 차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서는 저 또한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 !"
옥령은 두 눈을 똑바로 세운 채 금돈의 두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파파파팟!
허공을 격하고 화려한 불꽃을 일으키는 두 사람의 눈빛이 밤 하늘의 유성처럼 느껴졌다.
"저의 임무는 바로 중원을 구하는 것입니다."
"주… 중원!"
금돈과 금취운은 아연한 표정으로 옥령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의 임무는 바로 중원을 구하는 것이다."
미친 사람의 넋두리라고 하기에는 저 사람의 정신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렇다면 광오하다고 해야 하는가?
허나 금돈은 옥령의 얼굴에서 추호의 거짓이나 과장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더욱이 그 일이 눈 앞의 이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해낼 수 없을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또 무엇인가?
"좋다. 믿겠네. 그런데 나에게 부탁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십보단을 삼 년만 빌리겠습니다. 중원이 평정되는 그 날까지만……."
십보대부 금돈은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섰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철환사비의 서열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의 기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힘을 요청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저 사람은 철환사비의 어딘가를 암중으로 거둬들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의 내막을 이렇게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 저 사람의 말대로 우리는 중원을 너무 도외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오늘이 있기를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냥 주기에는 아깝다. 사람도 내 전부도… 최소한 그의 반은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좋네. 그러나 한 가지 약속을 해야 하는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서슴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철환사비의 또 하나가 그의 수중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십보단을 자네에게 빌려주는 대신에 자네의 반은 우리에게 주어야 하네!"
'나의 반이라고? 크흐… 이러다가는…….'
무엇을 생각했는가?
옥령의 얼굴이 고뇌 짙은 모습으로 금취운을 응시하고 무엇인가 허공을 더듬는 것같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그녀는 아연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되돌려 달라는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하하하핫!"
"후후후훗!"
두 사람이 심장을 토해낼 것 같은 대소를 터뜨리며, 그것을 바라보는 금취운은 더욱 더 뜬 구름을 잡고 있는 것 같은 의문에 사로잡혔다.
그의 영오한 머리와 기상천외한 사건은 그의 앞날에 또 하나의 회오리를 예고한 채 이렇게 막을 내린다.
그러나 이것이 그에게 던져줄 비극은…….
첫댓글 감사합니다.
잼 납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