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十六 章 天上美人車
마차(馬車)는 중원(中原)의 서(西)에 위치한 서장(西藏)과 신강(新疆)사이에서 나타났다.
마차의 화려함을 말한다면 그것은 그 마차에 대한 크나큰 모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니.
들리는 소문에 마차가 나타나면 그 마차의 주위 백여 장은 완전히 황금빛 서광으로 뒤덮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차의 중앙에는 하나의 황금 깃털이 펄럭이고 있었으니.
천상미인거(天上美人車).
말대로라면 하늘에 있는 미인(美人)들이 타고 다닌다는 마차라는 뜻인데, 허나 더욱 놀라운 일은 천상미인거가 중원으로 들어서면서 하나의 꿈 같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진다는 것이다.
― 남자를 구합니다.
― 연령을 초월하여 남자의 기능만 지닌 분은 누구든 환영합니다.
― 천상미인거를 얻는 순간 당신은 천하의 모든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릴 수 있습니다.
― 선녀(仙女)보다 더 아름다운 미인을 얻게 되고 선경(仙境)보다 더 화려한 곳에서 살 수 있는 영광을 드립니다.
― 지금 천상미인거가 당신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천하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되세요.
이 엄청난 파문을 선언한 미혹의 끈끈한 소문을 유혹이라고 해야 하는가?
그러나 천상미인거를 맨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이 그 소문을 입증하고 있었으니.
신강무적공자(新疆無敵公子) 하용후(河龍厚).
신강이 떠오르는 신성(新星)으로 만인의 추앙을 한 몸으로 받고 있었던 그.
그가 불타는 호승심으로 마차의 문을 열었고, 그 순간 눈을 희멀겋게 까뒤집으며 이렇게 말을 했다.
― 사… 사람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말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 나는 그 여인을 보는 순간… 천년의 암흑 속에서 눈부신 태양을 보는 것 같았다.
― 감히 장담하노니 천하에 그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존재한다면 나는 내 눈을 뽑아 개밥을 만들어 버릴 것이오.
그리고 그는 그날로써 천하에서 가장 행운을 안은 남자로 선택을 받았으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일로 인해 천하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발칵 뒤집혔다.
화장을 하는 여인을 화장대에서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남자가 앉아 머리를 매만지는가 하면, 갑자기 천하의 모든 남자들이 두 눈에 탐욕을 드리운 채 일어서고 있었다.
"여… 여보! 가지 마세요. 당신에게는 두 자식과 제가 있잖아요. 제, 제발……."
한 여인이 지글지글 타오르는 광기어린 눈으로 집을 나서는 남편의 발목을 붙잡고 눈물어린 애원을 하고 있었다.
"놔라! 나는 천상미인거… 그것을 찾을 것이다."
"여… 여보……."
"크흐흐흐… 이제 모든 것은 필요 없다. 천상미인거 그것만 있으면 나는 천하에서 가장 행복한 놈이 된다. 흐흐흐흐……."
"여보, 그것은 소문이에요. 어쩌면 당신이 죽을지도 몰라요. 제발… 가지 마세요."
"크흐흐흐… 소문이면 어떠냐? 천상미인거를 찾으면 그만이지."
한 사내는 끝내 오열을 터뜨리는 여인의 손을 뿌리치고 휑하니 돌아서고 있었다.
"여… 여보…… ! 흐흐흐흑!"
여인의 애달픈 울음소리만이 공허하게 들려오고 무정하리만큼 야박하게 돌려진 사내의 발걸음은 끝내 돌려지지 않았으니.
천상미인거, 중원을 온통 탐욕과 울음바다로 만들어 버린 이 문제의 마차.
그리고 대중토(大中土)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혈풍(血風)에 휘말리고 있었다.
* * *
검봉(劍峯), 마치 칼날을 거꾸로 박아놓은 듯한 수백 개의 봉우리가 병풍같이 양쪽으로 늘어서 계곡을 이루고 있었다.
장관(壯觀)이라기 보다는 으스스한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천험(天險)의 절지.
바로 이곳에 하나의 거대한 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 鐵幻天秘
황금빛 현판에 용사비등(龍蛇飛騰)한 휘체가 웅후한 위엄을 풍기고 있는 이곳이 어디인가?
천하의 험지에 자리한 이곳은…….
철환천비의 가장 화려한 누각에 자리한 심부의 대청에 태사의가 놓여져 있었다.
그 아래로는 너무도 눈에 익은 사람들이 숙연한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었으니.
보고 있노라면 두 눈이 멀어버릴 것같은 하늘의 용모를 지닌 여인, 그녀를 가리켜 중원의 제일 기녀라 불렀으며 철환사비의 신비는 그녀를 신주야화(神州夜花) 가연연이라 불렀다.
중년인, 일신에서 풍기는 기도는 고절한 것이었고, 또 다른 그의 후면에서는 부(富)의 찬란한 후광이 은은히 서려 있었으니.
이런 인물이라면 중원에 오직 한 명, 철환사비의 신비 속에 웅크리고 있었던 십보대부(十寶大富) 금돈이 아니랴.
또 한 명의 여인, 일신에는 초록빛 연의를 걸치고 있었으며 미월(美月)을 닮은 아미와 월광(月光) 속에 빛나는 하얀 한 방울의 생채한 이슬 같은 눈을 가진 여인.
그녀를 철환사비의 일 인인 환도유풍(幻盜流風) 담비라고 불렀다.
백의서생(白衣書生), 그는 사 인의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머리에는 고아로운 은묘학관을 쓰고 있었고 유난히도 미려한 용모는 여인의 그것처럼 섬세함을 가지고 있었으니.
유림신야(儒林神爺) 백문, 그리고 또한 항주의 말릴 수 없는 문제아 야패오룡의 악명 높은 일 인일 것이다.
이른바 중원의 영원한 신비소에 자리해온 철환사비가 모두 한 자리에 마주앉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맞은 편, 일남일녀(一男一女)의 소동(少童)과 소녀(少女)가 자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역천의 미모를 간직한 소녀, 그리고 한 손에는 조화금선(造化金扇)을 들고 서 있는 소동.
바로 천군대작의 수호신(守護神) 소랑과 소애였다.
헌데 그들이 이곳에 웬일인가?
더구나 모두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들의 눈[眼], 그것은 일제히 상단에 위치한 태사의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그곳, 한 사람이 청청히 솟아있는 거송(巨松)인 양 깊이 몸을 묻고 있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간직한 대해(大海)가 웅크리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인물.
그는 바로 이 시대가 낳은 운명의 영웅 천군대작 옥령이 아닌가?
그런 그가 지금 태사의에 몸을 묻고 있다는 것은 중원의 신비인 철환사비의 영수(領袖)가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드디어 그의 열망과 함께 화려한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니겠는가?
오래도록 옥령은 태사의에 몸을 묻은 채로 골몰히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으음! 백운학의 혈풍이 채 아물기도 전에 천상미인거로 인해 중원이 무서운 전운(戰雲)의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다.'
천상미인거, 요즈음 중원을 온통 쑤셔놓은 문제의 마차가 아닌가?
'드디어 그렇게도 염려하던 새외의 세력이 중원을 침공한 것이다.'
한 점의 먹구름 같은 암운이 옥령의 얼굴 한 모퉁이에서 피어오르더니 그것은 곧 칙칙한 빛을 발하며 헌앙한 그의 얼굴을 뒤덮어 버렸다.
그와 함께 무엇인가를 감추려는 듯 그는 자조적으로 입을 열었다.
"천상미인거의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소. 이에 대한 대책을 듣고자 하는 바이오."
한 줄기 칙칙한 바람이 흘러가듯이 깊이 침잠된 그의 음성엔 어두운 그늘이 음습히 배어 있었다.
순간 환도유풍 담비가 미월을 닮은 아미를 찌푸리며 맨 먼저 입을 열었다.
"본녀의 수하들의 정보에 따르면 그들이 맨 처음 중원에 들어선 것은 구월 열 아흐레 신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환도유풍 담비에게로 옮겨졌다.
천하제일의 정보망을 소유한 그녀의 입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언제나 정확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으니.
"말하시오."
"여러분도 소문을 들어서 아시겠지만 그들을 맨 처음 발견한 이는 신강무적공자 하용후였습니다. 허나 소문으로는 그가 천상미인거를 얻어 지상 최대의 복락을 누린다고 했으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요?"
신주야화 가연연이 의심스러운 어조로 담비의 눈을 응시했다.
"그래요. 그는 며칠 전 서장(西藏)의 기림호(奇林湖)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을 본녀의 수하가 전해 왔어요."
"계속 하시오."
옥령은 무거운 어조로 담비를 재촉했다.
"그후 천상미인거는 중원에 들어와 정확히 삼백 칠십 팔 명의 중원인들을 마차로 끌고 갔어요."
"삼백 칠십 팔 명이나……."
"원래 남자들이란 미색에는 사족을 못쓰는지라… 그래도 그것은 적은 숫자라고 생각을 해요."
환도유풍 담비는 입가에 신비한 미소를 피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순간이었으리라.
"으음… 담낭자 말씀이 너무 지나친 듯하오."
십보대부 금돈이 헛기침을 발하며 담비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그토록 어둑한 그늘에 싸여 있던 옥령의 얼굴에도 한 가닥의 미소가 아릿하게 서렸다.
헌데 담비는 오히려 까르르 웃음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호호호! 지나친 말이 아니에요. 사실이 그러하니까요. 그리고 그것을 증명할 분이 이 자리에 계시니까요."
그러면서 그녀는 의식적으로 옥령의 얼굴을 응시하는 것이 아닌가?
"맞소. 그러나 천하의 모든 남자들이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아두시오. 자, 계속하시오."
옥령은 정색을 하면서 좌중을 정리했다.
그리고 환도유풍 담비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까 말한 삼백 칠십 팔 명의 남자들은 천상미인거에서 모두가 알 수 없는 의문의 실종을 당했다는 거에요."
"으음……."
"제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실종된 그들은 모두가 폐인이 되었거나 아니면 죽었을 거라는 거에요."
"결국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단 하나……. 중원의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인데……. "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천상미인거가 천하에 혼란을 야기시키는 작전이었고 천상미인거를 찾은 중원의 남자들은 모두 죽거나 실종이라니.
이것은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서히 옥령의 시선이 유림신야 백문의 머리 위에 닿았다.
"신야(神爺), 그대라면 이번 일은 어찌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시오?"
유림신야 백문은 가볍게 고개를 수그렸다.
유난히도 희디흰 목덜미가 야릇한 기운을 소리없이 발산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이미 지존(至尊)의 머리 속에 담겨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지존(至尊), 옥령을 부르는 백문의 칭호가 어느 새 변해 있는 것이 아닌가?
"후후후… 그러나 나는 그대의 의견을 듣고 싶소. 과거 화월루(花月樓)의 기상천외한 사건과 같은 그런……."
말을 하면서 옥령의 입가에는 그 무엇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짓궂은 미소가 서리는 것이 아닌가?
삼 년 전 화월루의 사건, 기억할 것이다.
화월루의 일급 기녀들을 달밤에 나체로 활보하게 만들었던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을.
순간적으로 백문의 얼굴이 홍염을 으깨놓은 듯 붉어졌다.
그런 그의 모습은 더한 유혹을 안겨주는 것이었으니.
'하필이면 이런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할 것이 뭐람…….'
원망인가?
그녀의 홍조띤 얼굴 한 구석으로 여리게 솟아 오르는 또 다른 회오의 파랑은…….
그러나 그것은 순간적인 변화, 그는 어느덧 고요하고 침착한 태도로 서서히 입을 열었다.
"먼저, 중원의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효과적으로 천상미인거를 물리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그들이 노리는 것은 중원을 혼란의 와중으로 휘몰고 가는 것도 있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그녀들은 팽배되어 있는 중원의 힘을 중원인을 이용해 철저히 부수려는 무서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으음……."
무서운 신음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중원의 힘을 중원인을 이용해 부수고 있다.
그것은 중원인 스스로가 중원에 대중토를 새외의 세력에 고스란히 바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그들로 인해서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십방천회(十方天會)입니다. 사실상 십방천회는 천하가 알고 있는 것보다 몇 배는 더 강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십방천회… 역시 정파무림의 마지막 보류라 할만하군. 어쩌면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곳일 수도 있다.'
옥령의 얼굴에 한 가닥의 서광이 떠오르고 있었다.
"허나 지금 그들은 쉽게 중원의 일에 개입할 수 없는 입장이 못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진정한 적은 잠마(潛魔)나 지옥마성(地獄魔城)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십방천회 또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옥령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그는 백문의 고아로운 모습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신야,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이 있소만."
"의문이 있다 하시면……."
"십방천회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돌고 있으나 진정 중요한 삽방천회의 회주(會主)라는 사람이 누구인가는 아무도 모르고 있으니……."
십방천회의 회주(會主),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구파일방의 영수(領袖)가 아닌가?
"지존(至尊)! 지금 천하가 모두 지존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회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단 말인가?"
"알 수 없는 인물입니다."
"재미있는 사람이군. 상당히 신비를 좋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일수록 사실은 별 것이 아닌데……."
옥령은 흘리듯이 무엇인가를 토해내고 있었다.
"계속해라."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본다면 천상미인거를 막을 수 있는 곳은 두 개의 세력으로 집약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옥마성입니다."
"지옥마성이……."
"그럴 수가!"
모두의 얼굴이 불신의 빛으로 가득찼다.
그도 그럴 것이 지옥마성은 천하를 움켜쥐려는 야망으로 젖어 있는 곳이 아닌가?
순간 백문의 입가에 싱그러운 미소가 베어들었다.
유난히도 붉은 그녀의 입술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르 담고 있었으니.
"원래 천하를 아낄 수 있는 사람만이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법. 그런 면에서 지옥성의 천년마제는 이 일을 결코 관과하지만은 않을 것이오."
모두의 고개가 긍정의 뜻으로 끄덕여졌다.
― 천하를 아낄 수 있는 사람만이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최소한 정파의 움직임을 살핀 후에야 고려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중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저희들이 그들을 막는 것 뿐입니다. 해서… 저는 이런 계획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끌리듯이 백문의 얼굴로 향했다.
항주에서도 악명을 떨치던 그의 머리, 그것은 이미 알게 모르게 모든 사람들의 공포의 상대가 되어버린 것이었으니.
더욱이 이번에도 상대는 여자다. 특히 여인들에게 잔인한 보복의 수단과 가공할 계획으로 명성을 얻은 그.
서서히 백문의 입이 달싹거리고,
"…… !"
"…….?"
모두의 얼굴에 백문의 전음이 이어짐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백문이 어떠한 지략을 펴기에 일시에 철환사비의 표정이 저렇듯 놀라는 것인가?
이윽고 백문의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모두의 얼굴에는 서로 다른 기오한 반응에 젖은 채 할 말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간신히 토해낸 말.
"무서운… 그리고 가장 멋진 계획이다."
"좋은 싸움이 될 것 같은데, 구경거리도 많아지고……."
환도유풍 담비와 가연연이 사르르 얼굴을 붉히며 옥령을 슬그머니 주시하고,
옥령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아닌가.
'여자가 하필이면 이런 방법을… 좌우지간 알아 주어야 할 여자군…….'
이 무슨 말인가?
'그러나 백문, 너는 후회한다. 옛날 화월루의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왜냐하면 나도 네가 그렇게 나오리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시작인가?
야패사룡 시절의 그 불꽃 튀기는 두뇌 싸움이…….
두고 보자, 저들은 과연 무슨 기발한 방법으로 천상미인거를 요리해 나가는가를…….
* * *
두두두두…….
또 하나의 마차(馬車), 그것은 항주로부터 시작해 서서히 서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금 황진을 뒤로 한 채 달리는 마차를 보라.
호화롭기 이를 데 없는 마차는 전체가 하나의 백옥으로 다듬어져 더욱 고고해 보였으며, 마차에는 구름의 형상과 그리고 구름을 타고 등선(登仙)을 하는 선인(仙人)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마부석.
하늘의 선동선녀(仙童仙女)가 하강이라도 한 것인가?
일신에는 백설보다 더 희고 부드러워 보이는 백의를 산뜻하게 차려 있고 있었으며, 그들의 용모는 가히 하늘도 시샘을 하고도 남을 것이었으니 어디를 보나 인세(人世)에 있는 소년 소녀는 아니었다.
헌데 바로 그들은 옥령의 수하인 소애와 소랑이 아닌가?
아닌 밤중에 그들이 마부로 변신하여 말을 달리고 있다니.
그리고 마차의 맨 꼭대기에는 하나의 백색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으니.
백옥선인거(白玉仙人車).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신선(神仙)이 타고 다니는 마차라니, 그렇다면 지금 저 마차 안에는 신선이 타고 있다는 말인가?
두두두두…….
모든 의문을 감추라기도 하듯이 마차는 어둠을 질주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또 하나의 소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백옥선인거라고 들어본 적이 있나?
― 이 사람아! 지금 천하에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하긴… 천하인의 시선이 이번에는 백옥선인거로 향해 있으니까.
― 그건 그렇고, 천상미인거가 정말로 백옥선인거의 선인(仙人)이 거느리던 애첩들이 타고 다니던 마차일까?
― 글쎄, 소문이 그러하니 믿을 수밖에…….
― 아무튼 흥미있는 일이긴 해. 백옥선인거가 천상미인거를 찾아 나섰으니.
― 그러게 말일세.
천상미인거의 출현으로 한창 고조되어 있는 중원에 퍼진 꿈같은 그러면서도 천하의 남자들에게는 악몽같은 소문이었다.
<고하노니, 천상미인거를 쫓는 자는 용서치 않을 것이다.
천상미인거는 다름아닌 본 선인(仙人)의 애첩들이 중원나들이를 나왔던 것.
중원인들은 본 선인의 경고를 잊지 말고 천상미인거를 쫓지 말지어다. 이를 어길 시는 어떠한 자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니.>
이렇게 시작된 하나의 소문, 그것은 순식간에 중원십팔만 리를 위진시키며 눈덩이처럼 커진 채 굴러가고 있었다.
허나 인간은 누구나 탐욕의 본능을 가진 동굴, 더구나 천상미인거를 포기하기에는 이미 그들의 눈은 뒤집힌 다음이었다.
"어떤 미친 자식이……."
"세상에 선인이 어디 있어. 그리고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계집 관리도 못하는 주제에……."
"보나마나 남자 구실 못하는 놈의 미친 소리겠지."
천하인들은 비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 * *
두두두…….
마차 하나가 어둠을 가르고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기에도 눈이 부실 황금빛 서광이 마차의 백장 밖까지 퍼져있는 것이 아닌가?
뿐이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수백 개의 보주(寶珠)가 각기 찬란한 빛을 뿌리고 있었으니.
이것을 어찌 경외롭다 아니하겠는가?
더구나 마차를 끄는 말까지도 화려한 비단으로 휘장을 하고 있었으니 그 부(富)의 극치를 무엇으로 표현을 하겠는가?
휘이이잉!
스스스슥!
마차의 뒤로 수백 명의 인물들이 두 눈 가득 탐욕을 드리운 채 미친 듯이 마차를 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마차를 쫓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남자가 아닌가?
헌걸찬 청년에서부터 고희를 넘긴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부류도 각양각색이었다.
천상미인거(天上美人車).
그 정도의 화려함이나, 남자들이 두 눈 가득 탐욕을 실고 따른다면 이는 분명 천상미인거임에 분명한 것이었다.
중원의 남자들로 하여금 꿈같은 환상을 가져다 준 문제의 마차, 그것이 지금 야공 가득히 황금빛 서광과 황진을 말아올린 채 치닫고 있었다.
마차 안, 일남일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일남(一男), 대략 이십 사오 세 쯤 되었을까?
한 눈에도 눈에 띄일 만큼 절륜한 용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건장한 체격과 번지르르 하니 윤기가 흐르는 구릿빛 피부.
지금 그의 눈은 탐욕와 불길 같은 욕념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앞, 여인(女人).
맨 먼저 사내의 눈길이 닿은 곳은 연록색 당혜(唐鞋)로 잘끈히 감추어진 하나의 앙증스럽고 귀여운 발이었다.
구름을 타고 다니는 선녀의 발이 있다면 지금 이 여인의 발일 것이다.
천천히 그 위를 거슬러 올라가며 사내의 눈은 점점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살짝 걷어올린 여인의 은은한 나삼 위로 내비치는 하나의 다리.
대리석을 깎아 다듬어 놓은들 이러할까, 아니면 물결을 차고 내린 인어(人魚)의 다리가 있다면 또 저러할 것인가?
그리고 서럽도록 아름다운 여인의 허벅지가 나삼 사이로 은은히 내비칠 때 사내는 아예 두 눈 가득 광기를 담고 있었다.
또 다시 욕정의 물결이 화산처럼 서려 있는 둔부가 그의 동공을 헤집고 들어오고, 그런가 싶더니 버들가지처럼 휘늘어진 잘록한 허리가 아픔처럼 사내의 눈을 찔러왔다.
"으음!"
주체할 수 없는 욕정 탓인가?
사내는 사지를 꼬며 야릇한 신음을 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여자의 몸을 서서히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비칠 듯 말 듯이 솟아 있는 여인의 상징, 그것은 차라리 보는 것만으로도 뇌살적이었다.
그리고 엷은 젖가리개를 헤치고 새치름히 돋아 있는 유실은 또 어찌하랴.
그리고 목, 아침이슬을 맞은 사람의 서러운 목이런가?
유난히도 가늘은 목은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했으니…….
그리고 드디어 여인의 화려한 자태가 사내의 동공으로 확 쏟아져 들어왔다.
구름을 헤치고 막 떠오르는 만월(滿月)의 자태가 저러할까? 아니면 정말로 선계(仙界)에 있는 선녀(仙女)가 실족을 하여 지상에라도 떨어졌는가?
더할 수 없이 아름답고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요염함의 극치.
사내는 설사 죽음의 칼이 목을 쑤시고 들어오더라도 이 여인을 보노라면 죽는 그 순간까지도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십전십미(十全十美)의 여인, 굳이 이 여인에 대한 표현을 한다면 이렇게 밖에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그녀는 아침의 이슬을 맞고 봉오리를 터뜨리는 장미의 화사함처럼 수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미소 앞에 숨을 죽이지 않을 남자가 있을 것인가?
"으으으음!"
사내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듯 열기가 가득 서린 눈으로 여인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힐끗! 여인은 사내의 불타는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순간 여인의 눈빛 깊숙한 곳으로부터 한 줄기 싸늘한 기광이 섬섬하게 스쳐갔으니.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순간의 일.
"아아……."
그녀는 교태로운 웃음을 흘리며 사내의 가슴을 살며시 밀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은 실로 도발적인 것이었으니.
"흐흐흐……."
사내는 입가로 침을 질질 흘리고 그 사이로 음침한 괴소는 연이어 번지고 있는 것이다.
허나 여인은 의외로 냉철했다.
사르르… 그녀는 사내의 옷을 벗겨 내리는가 싶더니 뜨겁게 불타고 있는 사내의 구릿빛 동체를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내의 하의 마저도 벗겨 내리며 한 손은 여전히 사내의 허리를 휘어잡고 있었다.
어느 누가 있어 그 불길 같은 유혹과 뇌쇄적인 아름다움 앞에 녹아들지 않겠는가?
이윽고 사내의 하의가 벗겨지고 그의 알몸이 드러났다.
알맞게 근육질이 선 피부, 야릇한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을 헤집고 들었다.
사내의 모습은 가히 도발적이고 그런가 하면 무한한 힘을 소유하고 있는 듯했다.
"으음……."
돌연 사내는 온몸을 움찔 떨며 전신의 근육이 경직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보는 여인의 입술은 요사스러우리만큼 아름답게 열렸다.
"호호호… 역시 제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이만하면 특종에 속하는 것이 거든."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를 놓고 품격을 메기고 있으니.
그러나 사내가 그것을 알아 듣기에는 이미 주체할 수 없는 욕념이 그의 사고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 어서……."
사내는 여인의 갸름한 어깨를 쓰다듬으며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여인 또한 뼈 없는 연체동물이라고 해야 하는가?
그녀는 스르르 눈을 감더니 사내의 목을 화산인 양 끌어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몸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으니.
남과 여, 이 오묘 불가사의한 인간들은 원초적인 본능 속에서 희락의 교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사내의 입술이 거칠고 광폭하게 여인의 몸에 불길을 지펴 올리고,
"아… 으음…… !"
여인의 풀어헤친 머리카락 사이로 열락의 행위를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다.
번쩍! 지극히 들떠있는 여인의 동공 깊숙한 곳으로 싸늘한 기광이 비쾌하게 스쳐갔으니.
그것은 단연코 욕정에 사로잡힌 여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적어도 또 하나의 음모를 간직한 서릿발 같은 눈,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스르르르… 소녀의 손이 사내의 온몸 위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진 일련의 동작은 단지 그것 뿐인데 그 다음의 변화는 실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
"우우우우!"
돌연 사내는 야수가 울부짖는 듯한 괴성을 발하더니.
화르르르! 그의 몸이 마치 달구어진 쇠꼬챙이처럼 붉게 달아 오르는 것이 아닌가?
오오, 어찌 사람의 몸에서 저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여인의 입가에 흐릿한 조소가 싸늘하게 피어오르는 것도 그 순간이었다.
'호호호! 네 놈도 오늘 본녀의 희생물이 될 것이다. 이로써 사 십여 명이 이미 내 손에 죽어갔다. 그것도 중원의 일류고수들이라 자부하는 자들이…….'
이 얼마나 엄청난 말인가?
중원일류 고수 오십여 명이 그녀의 손에 죽어 가다니.
그렇다면 오십 대의 천상미인거가 이러한 방법으로 중원인들을 살해 했다면 그 숫자는 얼른 계산을 해도 이천 오백여 명이 나오는 것이었으니.
여인의 입가에 서린 미소는 점점 짙어지고 그녀의 손이 마차의 어느 한 곳을 쓰다듬었다.
스으으…….
마차의 바닥으로부터 또 하나의 여인이 흡사 몽영처럼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헌데 그 여인의 모습, 그것은 흡사 마차 안의 여인과 똑같은 몸매와 용모를 지닌 것이 아닌가?
다만 한 가지, 그녀는 지금 완전히 나신인 채로 드러누워 있다는 것이다.
"우우우!"
사내는 괴이한 소성을 발하며 누워있는 여인들의 몸을 열심히 탐하고 있었다.
여인은 그러한 사내를 지그시 한참을 내려다보더니 서서히 그의 몸 구석구석을 쓰다듬고 있었다.
실로 괴이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여자와 한 남자가 마차 안에서 벌이는 이 기괴한 모습.
헌데 이럴 수도 있는가?
사내의 거친 애무를 받고 있는 여인, 그녀의 얼굴은 물론이거니와 몸 어느 한 구석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었다.
더구나 한 곳에 박혀 있는 그녀의 눈 또한 처음의 그 자리에서 박힌 듯이 꼼짝을 않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것은 바로 여인이 아닌 여인이 만들어 놓은 연하고 부드러운 고무였다.
고무로 만들어진 여인, 그 위에서 사내는 욕정을 가누지 못하고 마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 그녀의 입가에 서린 미소는 더욱 더 짙어가고 그럴수록 사내의 몸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 또한 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호호호! 본궁이 영원한 여인천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남자의 정액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진정한 여인천하… 남자가 없어도 영속이 될 수 있는 여인 천하를 만드는 거다.'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이던가?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천하, 곧 여인천하를 만들겠다니.
그녀들은 바로 남자를 이런 식으로 끌어들여 이런 천인공노할 업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보관용(?)으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으으으……. 우우우…… !"
사내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이상 야릇한 괴성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이 여러차례 굳어지는가 하면 또 다시 움직임을 시작하고, 그리고 또 다시 굳어지고 있었다.
"으음… 아… 아……."
사내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광풍의 회오리 속에서 진저리치고 있는가를.
두두두…….
마차는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으며 멀리 동천(東天)으로부터 어둠의 한 귀퉁이를 잘라내고 희끄무레한 한 줄기의 여명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하… 하아……."
사내들은 고무 여인의 몸 위에서 흐느적거렸다.
그러던 한 순간, 주르르르…….
그의 전신 모공을 뚫고 가느다란 피화살이 뿜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의 눈은 서서히 하얗게 까뒤집히고 있었으니.
화려한 영혼의 손짓으로 그를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호호홋……."
여인은 돌연 미친 듯이 찢어질 듯한 교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저 모습을 보고 어찌 중원의 사내들이 넋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단 말인가?
아름다움 뒤에는 추악한 야망이, 화사하고 순진한 그 미소 뒤에는 죽음의 손이 도사리고 있으니.
여인의 이중성, 끝내 중원의 사내들은 그 이중성 앞에서 철저히 그리고 완벽하게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스물스물… 사내의 몸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 건장하던 체구가 한 줌의 혈수(血水)로 허무한 종말을 마치고 있는 것이다.
"호호호홋!"
그녀의 웃음은 더욱 더 미친 듯이 마차 안을 뒤흔들고 있었다.
헌데 그 순간, 히이이잉!
돌연 말이 거세게 울부짖더니 마차는 그 자리에서 우뚝 정지하는 것이 아닌가?
여인은 의아한 시선을 발하며 서서히 창문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두 눈에 서린 것은 구름처럼 번져오는 경악과 회의, 그리고 살기였으니.
무엇을 보았는가?
하늘이 무너져도 변치 않을 것 같던 그녀의 얼굴이 저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첫댓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