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달] 대작 大爵(2권) 17. 天上美人車와 白玉仙人車

[⊙햇살⊙]

第 十七 章  天上美人車와 白玉仙人車


백옥선인거(白玉仙人車).
천상미인거를 막고 서 있는 것은 바로 다름아닌 백옥선인거였다.
중원에 노도 같은 파란을 일으켰던 두 대의 마차가 숙명처럼 같이 자리한 것이다.
두 대의 마차를 사이에 두고 그 주위를 감싸고 휘도는 공기가 더할 수 없이 팽창되어 있었으니.
그것은 누구라도 손 끝 하나만 들이대도 폭발을 하고 말 잔혹무비한 것이었다.
그리고 모두 천상미인거를 뒤쫓아 온 중원의 남자들, 그들의 눈 또한 싸늘히 굳어졌다.
그들은 모두 천상미인거를 차지하겠노라고 이곳까지 달려왔다.
헌데 자신의 눈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백옥선인거,  그것은 자칭 천상미인거를 접수하겠노라고 경고를 한 문제의 마차가 아닌가.
더군다나 천상미인거의 모든 여인들을 애첩으로 거느리고 있으며 선인을 운운하는 인물이 타고 있는 호화로운 마차.
중인들의 눈이 뒤집히는 것은 당연한 것.
'죽이면 나에게 확률은 있다.'
'없는 것보다는 천만 분의 일이라도 있는 것이 좋다.'
'죽이리라!'
그들의 눈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문득 백옥선인거로부터 천신의 위엄이 깃든 음성이 흘러나왔다.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천상미인거 안에 있는 여인들은 본좌의 애첩이다. 중원인들은 사심을 버리고 돌아가라. 시각은 반 각… 이후 일은 본좌도 책임질 수 없다."
음성, 만약 하늘이 지상을 향해 경고를 한다면 저런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만인을 포용할 수 있는 자애로움과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는 그 음성은 실로 장중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부르르르… 모여든 중인들의 몸과 눈빛이 동시에 파르라한 경련을 일으켰다.
그들은 살아온 지금까지 이런 류의 음성은 꿈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으으… 결단코 사람의 음성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물러서기에는 그 동안의 노력이 너무도…….'
아깝다는 말인가?
그들의 발은 엉거주춤 어쩔 줄 모르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천상미인거로부터 듣는 이의 오장육부를 깨끗이 쓸어내리는 선음(仙音)이 흘러나왔다.
"호호호, 그대가 바로 천상미인거의 주인을 자처하고 다니는 위인이었군요."
이 한 마디에 중원들의 안색이 비로소 안도의 기색을 나타냈다.
'그럼 그렇지. 세상에 선인이 어디 있으며… 중원에 나타날 리가 없지.'
'천상미인거의 주인이라고… 죽지 못해 환장을 한 놈이 있었군.'
진퇴양난의 갈등이 이제는 비릿한 조소와 경멸, 그리고 무한한 살기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한 그들의 변화를 알기라도 하듯 중인들의 호승심에 화려한 불꽃을 지펴 올리는 음성이 또 다시 천상미인거의 앞으로부터 새어나오고 있었으니.
"이곳에 계신 대협들께 한 가지 제안을 하겠어요."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천상미인거로 옮겨졌다.
그런 그들의 눈에는 어떤 기대감과 열망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누구든… 저 백옥선인거를 부수고 선인을 자처하는 위인을 이 마차 앞에 데리고 온다면 본녀의 모든 것을 드리겠어요."
 꿀꺽… 여기저기서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백옥선인거로 옮겨지고 서서히 그들의 걸음 또한 좁혀오고 있었다.
일순 그들의 걸음이 백옥선인거를 향하고 있을 때 예의 그 위엄이 가득 서린 음성이 백옥선인거의 안으로부터 웅후하게 울려 나왔다.
"그대들은 착각을 하지 마라. 사람에겐 누구나 욕망은 있는 것. 그대들은 지금 부질없는 탐욕에 젖어 있다."
또박또박하나 그 안에 서린 위엄은 가히 하늘을 희롱할 것이었으니.
중인들의 신형이 또 다시 멈칫거리며 서성였다.
"생각해 보라. 설사 저 천상미인거를 차지한다고 하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적게 잡아 삼백 명… 결국 어느 한 사람이 삼백여 명의 사람을 죽여야 천상미인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어느 한 사람이 천상미인거를 얻는다고 해도 그 사람 또한 죽는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처음부터 바로 이것을 노렸던 것이다. 중원의 혼란을……."
"그, 그럴 수가?"
"그렇다면… 저들은 중원의 제패를 노리는 어느 집단에서 계획적으로……."
중인들의 시선이 한 동안 어지럽게 구르고 있었다.
"그렇소. 그녀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오. 해서 본인은 저들을 접수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오. 이는 중원의 대의를 위해서인 만큼 이해해 주시길……."
"으음!"
"그럴 수가… 우리는 감쪽같이 속았단 말인가?"
중인들의 입에서 허망한 탄식이 흘러 나왔다.
상황은 천상미인거 쪽으로 완전히 불리하게 치닫고 있는 것이다.
순간 백옥선인거 안의 음성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천상미인거 안으로부터 예의 그 천상의 선음이 중인들의 귀를 파고 들었다.
"저에게도 변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셔야지요."
중인들의 시선이 모조리 천상미인거를 향했다.
"그래요. 저는 분명 어느 한 방파에서 왔어요. 그러나 그것은 중원의 혼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사실 저의 궁은 여인들만이 있는 곳이에요. 남자들이란 찾아볼 수도 없는 곳이죠."
여인의 음성엔 너무도 오랜 날을 애정을 갈구하며 지내온 여자만의 애잔함이 서려 있었다.
듣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파고드는 애원이 서린 음성.
"저희들은 사랑이 그리웠어요.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외면을 당해버린 여인의 마음을 모르실 거에요."
봄날에 내리는 보슬비가 감미롭다고 누가 말했던가?
지금 이 여인의 음성이 바로 가슴을 축축이 적시는 보슬비처럼 중인들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런 저희가 당신들을 구하기 위해 가장 호화로운 것을 준비해 놓은 것이 잘못인가요? 중원의 여인은 행복해요. 그러나 저희들은 불행했어요. 그리고 불행했기에 행복을 줄 남자를 위해 여자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뿐이에요. 남자들이 해야 할 일을 여자들이… 왜냐하면 저희들에게 남자란 그대로 하늘일 수밖에 없어요."
비애라고 여겨야 하는가?
아니면 너무도 오랜 시각을 남자를 그리워하다가 끝내 참을 수 없는 비탄으로 채워진 여인의 한이라고 해야 하는가?
천상미인거 안으로부터 절절히 흘러나오는 여인의 음성은 애잔하기 이를 데 없었으며 끝내는 흐느끼듯 처절하기까지 했다.
"그래요. 저에 이런 것이 잘못인가요? 잘못이라면 이대로 물러가겠어요. 그러나 저를 믿으신다면 대협들은 돌아서는 저를 그냥 두시지는 않으실 거에요."
그것은 차라리 하소연이었다.
그 자리에서 눈물이라도 펑펑 쏟아낼 음성이었다. 
어느덧 중인들의 안색이 붉게 상기되었으며 그런 그들은 분노한 눈초리로 백옥선인거를 향해 독사처럼 번뜩였다.
"죽일 놈……."
"여인을… 그런 식으로 몰아붙여 차지하려 하다니……."
"저런 놈은 당장에 요절을 내야 한다."
중인들은 서서히 백옥선인거를 압박해 오고 있었다.
순간, 번쩍!
마부석에 앉아있던 소랑과 소애의 눈에 가공할 살광이 기괴하게 스쳐갔다.
허나 그 눈빛과는 달리 그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단지 서서히 다가서는 중인들을 향해 눈빛만 번뜩일 뿐이었다.
그때 마차로부터 은은한 분노가 서린 음성이 중인들의 귀에 천둥처럼 들려왔다.
"그렇게 말을 했거늘 탐욕에 눈이 어두워 대의를 그르치려 하다니… 그대들과 약속한 반 각의 시간은 이미 흘러갔다."
"…… !"
"소랑, 그리고 소애."
백옥선인거의 부름을 받은 두 사람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예!"
"하명 내리십시오."
"지금부터 마차로 접근하는 자는 가차없이 처단을 하라. 대의를 위해서 작은 희생을 피할 수 없는 것."
살인지령(殺人之令), 마차로부터 근엄한 살인지령이 떨어진 것이다.
"명을 받습니다."
두 사람의 복명은 짧고 명료했다.
그러나 그것은 중인들에게 한낱 비웃음밖에 되지 않았으니.
"크흐흐… 어디 감히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꼬마놈이… 으악!
 음침한 괴소를 짓고 다가서던 한 명의 중년인.
그가 돌연 심장을 토해내는 듯한 비명성을 토하고 목을 움켜쥔 것이다.
그런 그의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붉고 처절한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섬칫한 죽음의 공포을 느끼게 하는 피가 주르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 중년인의 눈은 경악과 회의로 인해 눈꼬리가 찢어져라 부릅떠져 있었다.
문득 소랑은 손 안의 조화금선으로 툭툭 백의자락을 토닥거렸다.
"입이란 때론 무수한 재앙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세치 혓바닥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소랑의 음성은 누가 듣기에도 치기서린 소년의 음성이었다. 그러나 그 음성 속에 베어날 듯 득실거리는 살기를 뉘라서 알랴.
"네놈이 죽어야 할 이유는 바로 그 세치 혓바닥을 잘못 놀린 죄다."
그렇다면 소랑이 중년인을 살해했다는 뜻이 아닌가?
언제, 그는 분명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무엇이 움직여 중년인을 그토록 깨끗하게 살해했는지도 모른다.
부르르… 죽음에 이르는 인간 본연의 공포 때문인가?
중년인의 부릅떠진 눈가의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은.
그러나 그것이 그가 이 세상에서 보일 수 있는 마지막 행위였다.
쿠쿠쿵!
그는 썩은 짚단처럼 허무하게 대지에 드러눕고만 것이다.
이 돌연한 변화에 백옥선인거를 향하던 중인들의 걸음은 일제히 멈추어졌다.
그런 그들의 눈에 어려있는 것은 회색빛 죽음의 공포가 역력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 본인을 원망하지는 마라."
소랑의 입에서 소동의 음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냉혹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천하제일의 검법(劍法) 사인검예(死刃劍藝)로 네놈들을 몽땅 구천지옥(九泉地獄)인지 팔천지옥(八天地獄)인지 하는 데로 보내 주겠다."
앙칼진 소녀의 음성에 이어 역천의 미모를 간직한 소녀 소애가 천천히 마부석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인(女人).
은은한 나삼으로 고혹적인 몸매를 간직한 채 뇌쇄적인 요염함을 발산하고 있는 십전십미의 여인.
지금 그녀의 눈빛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서운 고수(高手)… 나는 볼 수 있었다!'
무엇을 말하는가?
'소동이 쥐고 있는 부챗살을 가르고 뭔가 하나가 번뜩였고 그것은 정확히 중년인의 목을 스치고 빨려들어가는 것을…….'
그랬던가?
'누구인가? 저 같은 극강(極强)의 고수를 일개 마부로 거느리고 있는 마차 안의 인물은.'
두려움이 그녀의 요악스럽도록 아름다운 옥용 위로 먹물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본궁(本宮)의 보고에는 저러한 인물은 없었다. 역시 도후(刀后)께서 염려하시던 일이 다가온 것인가?'
생채한 이슬 같은 그녀의 눈은 안타깝도록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으악!"
"크아아악!"
수십 마디의 비명성이 연이어 약속이나 한 듯이 터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시선이 쫓기듯이 마차 밖으로 향했다.
촤르르르…….
허공을 스쳐가는 한 줄기 흔적없는 바람인 양 그 바람에 흘러가는 노을 빛 구름인 양, 하나의 부채, 신병서열 제 일위를 차지하고 있는 조화금선(造化金扇)이 찬란한 금광을 발하며 현란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찍는가 하면 흔들리고 뒤집히는가 하면 미끄러지고 그런가 하면 허공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그와 함께 일어나는 화려한 변화.
우르르릉! 번쩍!
하늘의 태양이 모조리 쏟아져 내리는가?
아니면 뇌성벽력이 천 년의 저주를 안고 한꺼번에 작렬하는 것인가?
눈이 멀도록 찬란한 금광과 우레 소리가 중인들의 생과 사에 죽음의 가교(架橋)를 놓고 있었다.
"으악!"
"케에에엑!"
금광이 스쳐가는 자리에는 환상처럼 혈화(血花)와 비릿한 혈향(血香)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번쩍! 쏴아아악!
소애의 양쪽 소매로부터 그녀의 애검 옥훼(玉喙)가 형용불가한 쾌(快)를 수반한 채로 사위를 훑고 있었다.
"으아악!"
순식간에 서너 명의 인물들이 차가운 지면에 어지럽게 널브러지고 있었다.
휘익!
소애는 또 다시 중인들을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사인검예는 지상 최강의 검법이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라."
어느 누가 피하겠는가? 
그저 중인들은 악몽처럼 스쳐가는 한 줄기 싸늘한 빛을 보았고 그 빛을 보았다고 느낀 순간 그들의 영혼은 이미 육신을 떠나고 있었다.
그에 뒤질세라 소랑의 입을 뚫고 냉혹무비한 음성이 사위를 짓눌렀다.
"여기도 있다."
말을 하는 순간 소랑은 이미 한 명의 목을 바람처럼 스치고 있었다.
"크악!"
그의 뒤를 이어 비명은 터지고, 소량의 음성은 계속 되었다.
"천지조화(天地造化)를 불러 일으키는 무적의 선법(扇法) 몽륭구영선(夢隆九影扇)이 네놈들의 죽음을 마중한다."
촤르르르…….
포말이 일어나듯이 그의 조화금선에서 노도 같은 금광(金光)이 표출되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살고 싶은 자는 이곳을 떠나라."
"크아아아악!"
그는 밀려드는 중인들을 보며 일성냉갈을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스으으으… 몇 명의 인물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뜨는 것이 아닌가?
'인간도 아니다. 수하의 무공이 저러한데 저 마차 안에 있는 사람은…….'
'애초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살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가자. 저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물러서는 그들의 눈에는 떨쳐 버릴 수 없는 공포가 무섭게 파동치고 있었으니.
일순간에 장내에는 널브러진 시체만 제외하고 모두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단지 두 대의 마차만이 물씬 풍겨오는 혈향을 맡으며 황량히 서 있었다.
죽음 같은 살기를 사이에 둔 채로…….
두 대의 마차, 중원에 무시무시한 회오리의 파문을 안긴 백옥선인거와 천상미인거.
그 두 대의 마차는 이제 아무도 없는 공간 속에서 대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그들은…….?
*            *            *
부르르… 폭풍을 맞은 초목처럼 천상미인거 안에서 여인의 옥체는 파르르 떨리고 있다.
은은한 나삼 사이로 얼비치는 뇌쇄적인 아름다운 몸매가 왜 그리도 안타깝도록 슬픈 것인가?
그런 그녀의 옥용 위로 물결처럼 번지는 것은 이름모를 공포와 회의가 미적미적 깔린 파르라한 경악이었으니.
'무, 무서운 일… 중원에 저런 고수가 있었다니. 더구나 수하의 무공이 저러할진데 그 주인의 무학은…….'
그것은 그녀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불 보듯 훤한 것이 아니랴.
'그래도 나 나후(羅后)는 본궁에서 백위(百位) 안에 드는 고수라 자처했다. 그런데…….'
나후(羅后).
천상미인거 안의 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그것도 천외신녀궁에서 서열 백위 안에 드는 아소국(阿召國)의 여인.
'나로서도 저들을 당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경악의 물결이 파동칠 수록 의외로 그녀의 모습은 서서히 침착함을 찾아가고 있었다.
놀라운 일, 여인의 몸으로 이런 상황에서 평정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후의 모습은 호수의 물결처럼 고요하게 변해갔다.
그러나 그녀가 어찌 알았으랴.
소랑과 소애, 그들이 바로 지상 최강자 천군대작(天君大爵)의 수호신이라는 것을.
'허나 천외신녀궁은 비굴한 패배를 용납치 않는다. 죽더라도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
문득 웃으려는가?
만월(滿月)처럼 화사한 그녀의 얼굴 위로 한 줄기 미소가 안개처럼 모호하게 서리는 것은.
'나에게는 남이 갖지 못할 비밀의 무기가 있다.'
비밀무기, 그것을 나후가 소요하고 있다니… 그것은 또 무엇인가?
서서히 그녀의 미소는 하나의 확신에 찬 믿음으로 굳어져가고 있었다.
'네가 아무리 뛰어난 무림의 고수라 해도 네가 나 나후의 희생물이 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을 믿고 있는가?
나후는 문득 자신의 애환에 서린 듯한 육체를 한 차례 내려다보며 고혹적인 웃음을 머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천염능라미녀술(天炎能羅美女術)로 자라온 나다.'
일말의 거친 자부심이 그녀의 나삼에 가려진 몸에 사르르 봇물처럼 서리고 있었다.
천염능라미녀술(天炎能羅美女術).
이미 천 년 전에 실전(失傳)되었다는 전설상의 섭혼술이다.
여인이 자신의 미소, 몸짓, 교태 등의 미로 상대의 심지를 제압하는 무서운 대법이다.
더구나 무서운 것은 아무리 뛰어난 정력의 소유자라도 백이면 백, 모두가 정념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완전히 정욕에 사로잡힌 사내가 일시에 몸에 화려한 폭발을 일으키며 일신의 정액을 모두 내쏟고 한줌의 혈수로 녹아내리는 광경은…….
그래서 누군가는 천염능라미녀술을 가리켜 악녀(惡女)의 몸짓이라고 부른 적도 있다.
헌데 그 천염능라미녀술을 이 나후가 익히고 있다.
그것은 중원에 무서운 저주(咀呪)와 극형의 형벌을 함께 내리는 것이었으니.
나후, 그녀는 입가에 가득히 배시시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백 번은 더 시전을 했으나 단 한 번의 실수나 실패가 없었던 나다."
확신의 미소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짙은 구름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것으로써 오늘의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다.'
광오하다고 말할텐가?
나후의 내심으로 번지는 저 현혁(顯赫)한 자부심을.
그녀는 천천히 마차 밖에 서 있는 백옥선인거를 비릿한 조소가 깔린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백옥선인거 안.
한 명의 인물이 고아안 정취를 발산하며 눈부신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한 마리의 학(鶴)처럼 고고한 기품과, 그런가 하면 천신(天神)의 위엄이 무지개처럼 위장을 하고 있었다.
얼굴… 그는 바로 작은 한 가슴으로 제 이십대 천군대작의 휘호를 안은 지상최강자 옥령이 아닌가?
그렇다면 중원을 폭풍의 회오리로 휘몰아 넣은 백옥선인거의 선인은 바로 옥령이었단 말인가?
대체 그는 무슨 뜻으로 이런 기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인가?
문득 옥령은 수풀 같이 무성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후후후… 백문은 상당히 그럴 듯한 계책을 마련한 셈이군."
지금 옥령의 말, 그것은 이 모든 계획이 유림신야 백문의 착안이라는 말이 아닌가?
'재미있는 일이야. 천상미인거를 한 곳으로 모을 수도 있고 중원의 피해를 극소로 줄일 수 있는. 더욱이 나를 선인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런 면에서 그녀는 이 옥령의 정실로 제일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또 다시 알 수 없는 음성이 그의 머리에 아릿하게 스치고 있었다.
'허나 너는 또 다시 후회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나 스스로가 네 입에서 이러한 계책이 나오리라고 예견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는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나는 결코 네가 원하는 대로 천상미인거를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스스로 걸어오는 여자를 외면하는 것도 남자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죄악. 나는 최소한 그런 어리석은 죄는 짓지 않는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이야기가 아닌가?
― 좋다고 오는 여자는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
바로 이런 말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중요한 것은 나에게는 저 여인들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상미인거의 여인이 그에게 필요 하다.
또 하나의 알 수 없는 계획이 그의 머리 속에서 희번덕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녀는 이리로 오게 되어 있다. 그것도 나를 죽이기 위해서. 아름다운 여인의 웃음 뒤에 죽음의 손이라…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야.'
의미를 알 수 없는 괴기로운 미소를 지우지 않는 옥령,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사뿐사뿐… 만개한 꽃을 노니는 한 마리의 나비처럼, 고독한 밤 하늘의 고월(孤月)을 유혹하는 은하수의 흐름처럼 여유롭게, 여인은 하늘거리는 듯한 몸짓으로 걷고 있었다.
소애와 소랑의 두 눈이 무섭도록 부릅떠졌다.
나후의 전신에서 쏟아지는 관능적인 미와 화려한 유혹, 그리고 서럽게 부서지는 월파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어른거리는 추상의 눈부신 육체.
'아아, 아름다워…….'
소애의 눈은 황홀한 그 무엇을 더듬는 것처럼 초점이 흐릿해지고.
'무서운 미! 중원이 목숨을 내팽개치고 달려들 만하다.'
소랑의 눈에도 은은한 욕정의 물결이 서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소애, 소랑. 손님을 모셔라!"
마차 안으로부터 영효(靈效)로운 음성이 그들의 몽롱해져 가는 의식을 일깨우고 있었다.
소랑과 소애는 퍼뜩 정신을 되찾았다.
특히 소애의 두 눈은 싸늘한 눈초리로 한광을 띄우고 있었으니.
'더러운 계집, 이상한 수를 썼구나.'
그녀의 두 눈이 매서운 한풍이 되어 나후의 전신에 폭사되었다.
순간 나후는 수십 개의 비수가 한꺼번에 그녀의 전신에 쑤셔 박히는 것을 느꼈다.
'으으… 대하고 보니 더 소름이 끼치는 고수들이다. 대체 저들은…….'
서서히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아미가 더할나위 없이 굳어졌다.
상대는 기껏해야 십 이삼 세의 어린 소동과 소녀의 모습이다.
그런 그들의 일신에서 펼쳐지는 무공을 이미 그녀로서도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닌가?
'나이가 어리기에 어쩌면 더 무서운 고수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상대가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얕잡아 보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느 덧 마차의 문 앞에 이르러 있었다.
순간, 
끼이이이익! 나직한 음향이 그녀의 귀를 송곳처럼 찔러오고 마차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잠시 주춤거리던 나후, 그는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띄운 채로 옥보를 옮겨 마차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차 안으로 들어서는 하나의 앙증스런 발을 옥령은 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농축된 미가 현란한 부심을 발하는 여체가 그의 동공을 아프게 파고 들었다.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 들어서는 여인, 잘록한 허리는 너무도 위태롭게 파여 있어 도무지 사람의 허리라고 여겨지지 않았으며, 얇한 젖가리개를 비집고 출렁이는 가슴, 그리고 너무도 길고 흰 여인의 목은 또 어떠랴.
'아예 사람을 죽이는 몸매로구나.'
여인의 육향이 싫지 않은 감촉으로 그의 코 끝을 자극하며 풍겨왔다.
이윽고 서서히 여인의 얼굴이 그의 시야로 파고 들었다.
백옥처럼 매끄러운 이마와 현월(弦月)처럼 고혹적으로 다물려진 입술은 또 어떠한가?
옥령은 한 순간 눈 앞이 아찔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도 미인(美人)이라 불리우는 여인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이 여인, 도발적인 미와 그런가 하면 선계(仙界)의 선녀처럼 고고한 미태는 처음으로 대하는 것이었다.
'가히 완벽에 가까운 미다. 대체 인세(人世)의 여인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순간 그의 상념을 뒤흔드는 영롱한 음성이 들려왔다.
"사람을 불러놓고 이렇게 세워두실 건가요?"
"그럴 리야 있겠소. 더구나 그대 같은 미인을 세워 둔다는 것은 본인의 자존심도 허락지 않을 것이오."
말을 하면서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권하며 추상의 눈부신 미소를 머금었다.
순간이었으리라.
나후의 눈이 옥령의 미소를 보는 순간 기이한 파동을 일으키는 것은.
'남자의 미소가…….'
어쨌다는 말인가?
그녀는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옥령의 얼굴을 정시했다.
헌활(軒豁)한 이마는 대해(大海)처럼 확 트여 있었고 현기가 담담히 흐르는 심허무심한 두 눈은 차라리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해를 더듬는 것 같았으며 천하를 오시하고도 남을 만큼 도도히 솟아있는 선명한 콧날, 그리고 언뜻 냉오한 것처럼 보이는 그 입술이 그렇게 여인의 한푼 가슴을 잡아끄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는 데 대해 그녀는 회의를 머금었다.
'천신(天神)이 있다면 아마 이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아니…….'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서서히 옥령의 옆에 앉았다.
'어쩌면 이 사람만이 신선(神仙)을 가장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흔들리고 있었다.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마차에 올랐던 나후가 옥령을 보는 순간에.
그때 옥령이 나후의 몸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과연 아름답구려. 천상의 미인이라 해도 별로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비웃는 건가요?"
두 사람의 시선이 짧은 순간을 빌어 뒤엉켰다.
"그렇게 들렸다면 유감이구려. 본인은 스스로의 느낌을 말한 것 뿐이오."
"저 또한 사과를 받으려고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꿈틀, 그녀는 말을 이으며 농염한 몸매를 한차례 기이하게 꿈틀거렸다.
풍요로운 가슴이 기이한 파동을 일으키고 희락의 숨결이 서려있는 양다리를 배시시 꼬고 있었으니, 뇌쇄적인 유혹의 몸놀림이었다.
'음…… !'
옥령은 단전으로부터 활화산 같은 열기가 맹렬히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천하를 통틀어 이처럼 뇌쇄적인 몸매와 황홀한 유혹을 당해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두두두…….
마차는 어느덧 어둠 속을 가르며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나후는 간드러질 듯한 교태로 옥령을 향해 몸을 밀착해왔다.
"당신을 위해서… 어디론가 가야한다고 느끼고 있소."
어느새 변했는가?
옥령의 동공에 은은한 현광이 어리는 것은.
"호호호! 저를 위해서요? 그곳이 아름다운 곳인가요?"
지극히 고혹적인 웃음을 나후는 얼굴 가득히 피어 올리며 더욱 가깝게 몸을 맞대어 왔다.
전율과도 같은 짜릿한 그 무엇이 옥령의 사고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니.
너무도 선정적인 유혹이 아닌가?
더구나 마차가 출렁일 때마다 나후의 몸에서 풍기는 육향(肉香)과 현란한 육체가 부딪혀오고 있었으니.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후의 입언저리에 죽음의 미소가 서렸다.
'호호호, 그럼 그렇지… 천염능라미녀술을 피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 네놈도 예외일 수 없지…….'
그러했다.
옥령의 눈은 점점 더 붉게 충혈되어 있었으며 더불어 그의 얼굴로 급격히 치솟는 열기로 인해 달구어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후는 그윽한 시선으로 옥령을 응시하며 폭발적인 몸을 옥령에게 기대어 왔다.
"저를 어떻게 하실 건가요? 궁금해요……."
나후의 꽃잎 입술이 열리며 야릇한 향기가 뿜어졌다.
옥령의 가슴에 확 불을 지른 달착지근한 음성이었다.
"다, 당신을 천하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으로 만들어 주겠소."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옥령의 손은 나후의 풍염한 몸매를 쓸어 안았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나후의 희디흰 옥수(玉手)가 옥령의 목을 휘어 감았다.
"어떻게요?"
나후의 손은 어느덧 그의 몸을 쓰다듬고 있었다.
옥령의 한 손이 나후의 허리를 으스러져라 껴안고 또 다른 한 손은 허리를 타고 올라 봉긋하게 솟아있는 가슴을 음유롭게 더듬고 있었다.
전해지는 촉감은 더 없이 황홀한 것이었으니.
"아아……."
나후의 입술을 헤집고 사내의 원초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거친 숨결을 토해내는 옥령이 나후를 마차의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그의 손이 나후의 앞섶을 헤치고 밀폐되어 있는 그녀의 가슴을 사르르 매만졌다.
새초롬한 유실이 그의 동공에 들어왔다.
그것이 더한 유혹이 되었을까?
옥령은 미친 듯이 열기를 퍼부었다.
사르르 새하얀 목덜미에서부터 기다림으로 떨림을 일으키고 있는 가슴을 향하여… 다시 세류요의 매끄러운 구릉을 지나 유혹의 덩어리가 몰려있는 둔부로.
그리고 쾌락의 비[雨]가 쏟아져 내리는 밀지(密地)로.
헌데 바로 그 순간,
번쩍! 나후의 두 눈에서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음랭한 빛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나후의 육체도 마찬가지였다.
현란하도록 아름다운 나신 위에서 옥령의 뜨거운 입김이 쏟아져도 달아오르기는 커녕 점점 더 차갑게만 변해가고 있었으니.
스스슥!
이윽고 그녀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음을 부르는 화려한 유혹을.
바로 천상미인거 안에서 한 번 본적이 있는 그 손길, 그것이 드디어 옥령의 몸 위에서 또 다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옥령의 몸은 더 달아오를 수 없도록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일명 죽음으로 가는 욕념의 꽃[花]이 아니랴.
나후의 눈은 옥령의 애무가 거칠어질 수록 고요해졌다.
헌데 문득 나후의 몸에 뜨거운 열정의 애무를 퍼붓고 있는 옥령의 충혈된 눈, 그 눈이 지금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나후는 보지 못했다.
'역시 훌륭했어. 내가 진짜 욕념을 일으킬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너는 모를 것이다. 전설이 말하는 천형이 잉태한 사람의 반항적인 기질을… 그것은 상대가 강하면 상대적으로 나의 잠재력이 격발된다는 것을.'
천헌성목의 기질, 그것이 드디어 옥령의 몸에서 일기 시작한 것이다.
'너는 애초에 이 천염능라미녀술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너는 나와 교합을 이룸으로써 나의 공력을 흡입하려 했으나 나에게는 마령의 눈 마령심안공(魔靈心眼功)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마령심안공.
기억할 것이다.
전설이 말하는 마령의 눈이라는 절대 마안(魔眼)을.
'너는 이미 나의 마령심안공에 걸려 들었다. 너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바로 마령심안공의 무서움이다.'
언제 그가 나후에게 마령심안공의 금제를 가했단 말인가?
'이로써 너는 나에게 가장 충실한 충복이 될 것이다. 나에게 너희들의 모든 것을 소상히 알려줄…….'
무서운 계획이 그의 영오한 머리에서 희번득이고 있었다.
순간 나후의 두 눈이 무섭게 부릅떠졌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녀의 아미가 급격히 좁혀졌으며 주사빛 입술을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통증, 그녀의 몸 일부분이 무서운 힘에 의해 찢겨져 나간 것이다.
파과의 아픔이련가, 아니면 더욱 성숙한 여인이 되고자 하는 찬미의 고통인가?
그녀는 본능적으로 옥령의 앞가슴을 와락 밀쳐냈다.
허나 옥령은 여전히 거칠고 우악스럽게 그녀의 몸을 점하고 있었으니.
그런 그녀의 귓전으로 들려오는 가느다란 음성.
"어떻소? 이만하면 당신이 구하려는 남자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만 하오?"
지극히 담담한 음성.
'아앗!'
그녀는 내심으로 부르짖으며 황급히 옥령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녀의 얼굴은 석상처럼 굳어져 버렸다.
웃고 있었다. 분명히 욕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몸 위에서 미친 듯이 애무를 퍼붓고 있던 옥령이 얼굴 가득 조양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던 것이다.
"너……."
"너라니? 얼굴과는 다르게 입은 형편없는 여자군."
"다, 당신… 분명 천염능라미녀술에 심지를 잃었는데……."
그녀는 회의가 서린 눈으로 웃고 있는 옥령을 직시했다.
몸의 통증이 잊어진 지는 오래다.
그리고 이것이 웬일인가?
그토록 차갑던 그녀의 몸이 서서히 열기로 휩싸여 오는 것이 아닌가?
'으으… 이, 이것은 또… 무엇…….?'
순식간에 열기가 무서운 욕념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천염능라마녀술을 안다면 섭음환락혈운대법(攝音歡樂血運大法)도 알고 있을 터, 본인 또한 불행하게도 그것을 알고 있다."
지극히 담담한 한 마디 말이었으나, 순간 나후의 안색이 홱 돌변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의 두 눈에는 극도의 공포가 서리고 있었으니.
섭음환락혈운대법.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나후의 눈에 공포와 극도의 절망감이 떠오른단 말인가?
"서, 설마… 당신이 나에게 그것을…….?"
"틀리지 않았다. 바로 너에게 그것을 선물할 생각이다."
"그, 그것만은… 제발…… !"
나후의 몸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면 그럴수록 거칠게 치솟는 열정의 화사한 불꽃.
'이, 이미 그것이 펼쳐지고 있다.'
"느끼겠느냐? 그것이 바로 중원을 우롱한 죄다."
"아아……."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무서운 전율이 휘도는 욕정에 가느다른 신음을 내뱉았다.
"네가 중원의 남자를 이렇게 했듯 나 또한 이런 방법으로 되돌려 주게 되어 부족한 것은 없으리라 믿는다."
옥령은 싸늘한 말을 하면서 그녀의 몸을 쓰다듬고 있었다.
'악!'
나후의 눈이 갑자기 뒤집히기 시작했다.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쾌락이 뇌전처럼 그녀의 몸에 작렬하고 있었다.
알고도 당해야 하는 죽음의 공포와 쾌락.
그녀의 전신이 무섭게 파동을 치며 열정에 달뜬 신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활처럼 휘어지는가 하면 공처럼 부풀어 오르고…….
얼마나 그런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의 전신 근육이 급격히 팽창했다.
그녀의 몸이 하나의 화약처럼 폭발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끄윽!"
그녀의 입에서 생의 마지막 절규가 흘러나오고,
주르르… 그녀의 전신 모공에서 화살 같은 피가 뿜어지고 있었다.
실로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옥령 그는 서서히 나후의 나신에서 몸을 일으켰다.
더없이 차갑고 그런가 하면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허허로운 눈빛이었다.
문득 그의 입이 열리고 한 마디의 냉갈이 조용히 흘러 나왔다.
"이로써 천상미인거는 나 옥령에 의해 철저히 무너질 것이다."
이 말을 하는 옥령의 모습은 더 없이 차가웠다.
두두두…….
일명 백옥선인거라 부르는 마차가 달리고 있다.
죽음의 회오리와 공포의 말발굽을 일으키며 백옥선인거는 달리고 있다.

[얼음골]

즐감했습니다.

[여여풍]

감사합니다.

[슈퍼맨]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