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발레리나 슈즈가 1950년 대에 접어들면서 아스팔트 위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0여년이 지난 지금은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아이템이 되었다. 트렌드, 스타일리시한 아이콘이 함께 했던 발레리나 슈즈 1백년사.
19세기 말 무도회에 가는 멋쟁이들의 발에 신겨지면서부터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발레 슈즈는 발레복 튀튀와 함께 짝을 이루었다. 1953년 무용가 출신의 오드리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을 통해 영화에서의 첫 배역을 선사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디자인했던 그 슈즈에서 영감을 얻어 1954년 슈즈 '오드리'가 탄생한다. 드디어 도시적인 발레슈즈가 탄생한 것. 1955년 누가 발레슈즈는 섹시하지 않다고 말했던가? 1947년 레페토(끈이 달린 전통적인 토슈즈) 브랜드의 창시자인 로즈 레페토가 만든 모델 '신데렐라'는 브리지트 바르도에게 신겨져 영화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Et Dieu crea la femme>에서 등장했다. 발가락 사이가 보일 정도로 발등이 깊이 파인 실루엣의 이 구두는 이렇게 해서 관능미를 얻었다. 그리고 브리지트 바르도가 신었던 이 구두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못지 않은 1960년대의 전설이 되었다.
1969년 하이힐의 출연으로 침체기를 맞는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디자이너 쿠레주가 낮은 굽의 신발에서 미래를 보았다. 1975년 발레슈즈는 다양한 컬러를 받아들인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1970년대 말 가수 지지 쟝메르(Zizi Jeanmaire)를 위해 디자인되었던 화이트 컬러의 레페토, '지지'를 늘 신고 다니던 세르쥬 갱스부르가 외쳤다. "레페토여 영원하라!" 1987년 베이지와 블랙 컬러를 배색한 샤넬 플랫 슈즈의 등장은 아주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1990년 발레 슈즈는 트렌드로부터 멀어졌다. 무용 연습실에서나 발레슈즈를 볼 수 있었을 뿐. 1998년 마크 제이콥스가 작은 생쥐를 닮은 플랫슈즈 '마우스'를 선보인다. 엘 맥퍼슨 같은 수퍼 모델들이 신어 흥행 대성공. 2000년 원천으로의 복귀. 리본 끈이 달린 레페토가 도시에 상륙한다. 2002년 무용수들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투우사들의 신발이 패션전문가들을 사로 잡는다. 에스닉한 자수 장식을 넣은 스페인 스타일의 플랫 슈즈를 도처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004년 골드글로브 시상식에서 소피아 코폴라가 로맨틱한 발레리나 슈즈 룩을 선보였다. 니키 힐튼 역시 발레리나 슈즈의 마니아. 또 한번의 히트 예감과 함께 젊고 트렌디해진 레페토 슈즈. 지난 시즌부터 계속된 플랫슈즈의 인기를 이어갈 올 봄의 대표주자로 요지 야마모토와 마크 제이콥스 등을 통해 또 한번의 패셔너블한 진화를 거치게 될 발레리나 슈즈의 활약상을 기대해도 좋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