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쉼터
정형근
오늘은 가쁜 숨 고르며
안락의자 꿈 접어두기로 하자
반 박자 느린 걸음으로 가자
커피향 그윽한 카페에 앉아
재즈리듬에 박자를 맞추며
부러운 것이 없이 하루를 살자
꽃이 있는 정원을 바라보며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잊고
아이리스가 있는 클로드 모네의 정원에
소풍 나온 듯 살자
흐트러진 육신도 관용으로 바라보며
상념의 뜨락을 벗어나 명상의 여행에서
대나무의 느린 사유를 찾았으니
그윽한 달빛 걸음으로 가도 좋으리.
담쟁이넝쿨 잎새의 오르막 걸음으로
그렇게 걸어도 좋으리
서두른다고 삶이 윤택해 진다면 세상은 진즉 종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서두르다 망친 역사는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로마는 정복의 역사를 일으키려는 서두름에 망했고, 몽고는 세상의 반을 질주하는 것으로 차지 했으나 너무 서두르다 200년도 못되어 망했으며, 나폴레옹의 질주는 불과 몇 십년만에 끝났다. 이보다 훨씬 전에 진시황은 너무 서두르다 멈췄으나 여원히 살겠다는 욕망에 수은을 남용하여 제국을 이루고 금방 죽었다. 역사에서 읽은 서두름이 우리를 가르치지만 누구나 그것을 기억하며 살지는 않는다. 역사를 망각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서두른다. 가난한 자와 부자들도 마찬가지다. 많으면 많은대로 없으면 없대로 서두른다. 그게 우리의 삶이다. 정형근 시인은 그것을 간과하지 않았다. 느리게 가는 법칙이 아니라도 느림의 미학을 깨우쳤다. 매사를 서두르다 망친 경우가 많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느리게 걷는 것이 오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주위의 풍경에 동화되어 마시고 명작의 풍경과 철학에 젖어 삶의 정점을 찾는다. 느르게 사는 것은 먼저 자신을 바라보기다. 자신에게 관용을 베풀지 못한다면 느림은 없고 안락을 모른다. 대나무의 급작스런 성장에서 빠름을 읽었으나 이뤄진 뒤에는 의젓하게 서서 굽어보는 모습에 자신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윽한 달빛걸음으로 환상적인 여유를 가진다면 무엇이나 이룰수 있다는 자신감을 담쟁이의 끈기에 찾고 끈기는 느림에서 온다는 것을 알아낸 시인은 느림의 미학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작품을 그렸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