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휴무인 날 가을비는 이틀 연속 내렸다. 이른 아침 느긋하게 찾은 서울 종묘,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걷거나 이곳을 관람하기 위한 여러 사람들이 보였다. 종묘는 수없이 관람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잘 정비된 종묘 돌담길을 걸었다. 종로나 율곡로를 지나며 수없이 보았던 종묘 담장, 하지만 그동안 몰랐던 그곳에 새겨진 일제의 잔재와 율곡로로 인해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끊겼던 맥을 되살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E.H.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과거의 사실ㆍ사건 등 역사의 재료가 되는 모든 것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 평가되고 해석 되는 게 아니라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 의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그것을 보는 사람마다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과거 역사의 잔재는 좋을 수도 있고 수치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 모두는 과거의 유물로 소중하다. 수치스러운 유물이라고 없악버리거나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만할 수 없다. 고대 유럽을 제패했던 로마제국의 잔재는 유럽의 대부분에 남아있지만 이것을 치욕적 잔재물이라고 철거하는 국가는 없다. 오히려 이것들이 유럽을 문화강국ㆍ관광대국을 만들고 있으니 역사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수십 년 전 지난 정부 때 경복궁 입구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던 조선총독부건물을 해체하고 상부만 일부 독립기념관에 보존하고 있다.살짝 아쉬웠던 것은 일제 식지시대의 총본산이고 경복궁의 여러 전각들이 철거됐지만, 비록 천문학적 비용이 들더라도 총독부 건물을 해체해 독립기념관 한쪽에라도 복원했더라면 현재를 사는 수많은 청소년 및 사람들에게 다시는 그런 수치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역사의식을 심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날 우리 역사는 찬밥 신세다. 오히려 유럽사 즉 고대 이집트나 고대 로마, 고대 그리스 그리고 오스만제국 등에 더 관심 있고 재미있어한다. 이런 의미에서 종묘 담장에 새겨진 명문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한 서울시가 잘 한 일이라고 본다.
● 종묘 외곽 담장에 새겨진 일왕 연호
강제병합 이후 조선총독부는 도로공사를 강행하여 창덕궁에서 창경궁, 종묘로 이어지는 지맥을 꾼는 한편, 담장 일부를 수리하며 일왕 히로히토의 연호인 쇼외로 개축 연도를 새겨놓있다.이는 오욕의 역사가 담긴 일제 잔재이기에 그 내력을 기록하여 후대의 역사적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 종묘 외곽 담장에 새겨진 글자
종묘 외곽담장에는 수리 시기를 표시한 85개의 지대석이 있다. 이 중 76개에는 조선시대의 규례에 따라 간지로, 9개에는 일왕 히로히토의 연호인 쇼와로 수리 연도가 새겨져 있다. 강제병합 이후 조선총독부는 창덕궁 ㅡ창경궁에서 종묘로 이어지는 지맥을 끊는 도로를 개설하여 일대의 원형을 크게 훼손하였다. 이와 함께 종묘 담장의 일부를 수리하면서 쇼와로 개축 연도를 새겨놓았다. 이 새김돌은 오욕의 역사가 담긴 일제 잔재이기에 그 설치 내력을 기록하여 후대의 경계로 삼고자 한다.
● 창경궁과 종묘 복원 사업
조선충독부는 강제병합 직후인 1912년에 경성부 시구개수계획을 세우고 그 사업의 일부로 종묘 뒤를 관통하는,북부횡단간선도로 개설을 추진하였다. 순종을 비롯한 조정과 민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1931년 6월에 끝내 착공을 강행해 1932년 4월 22일에 종묘관통도로를 개통하였다. 그 결과 본래 연결되어 있던 창덕궁과 창경궁, 종묘의 지맥이 끊기고 이 지역의 원래 모습이 크게 훼손되었다.
서울시는 2007년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사업으로' 녹지문화축사업계획' 을 세우면서 복원 작업이 본격화하였는데, 2010년부터 예산을 투입하고 고증을 거쳐 2022년에 이 지역의 경관을 복구하는 한편 궁궐 담장도 되살렸다. 율곡로의 아주 많은 교통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하부에 터널을 만들어 기존 4차로를 6차로로 확장하였고, 터널 위로 끊졌던
지형을 연결시켰다. 기존 석재를 일부 사용하여 궁궐 답장 508m를 쌓았고, 종묘와 창덕궁 사이 담장을 따라 보행로 840m를 조성하였다. 주변 녹지는 전통 수종을 심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창덕궁. 창경궁의 역사문화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서울시는 90년 만에 일제가 훼손한 문화유산의 원형을 되살림으로써 시민의 역사의식을 드높이고,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여 2022년 7월에 개방하였다.
● 종묘 북쪽 담장 유구
종묘 북쪽 담장 유구는 종로구 와룡동 2-4번지 일원에 있는데, 이것은 북신문 서쪽 언덕에서 발견되었다.북신문은 국왕이 창덕궁과 창경궁에서 종묘를 참배할 때 사용하기도 했던 종묘의 북문이다. 창경궁과 종묘 역사 복원 사업으로 실시한 2011년도 발굴조사에서 북신문 서쪽 담장의 기초로 추정되는 길이 약 27m, 너비 약 1.3m의 2줄로 된 지대석이 확인되었다.
담장은 두 차례에 걸쳐 만든 것으로 발혀졌는데, 먼저 만든 담장의 기초는 깬돌을 가장자리에 놓고 안쪽에 더 작은 개돌을 채워서 만들었고, 후대의 것은 먼저 만든 담장의 기초를 그대로 두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긴 네모폴의 장대석을 잇대어 만들었다.,현재 바깥에 전시된 담장 기초는 나중에 만들어진 것이며. 먼저 만든 담장 기초는 원래 자리에 그대로 묻혀 있다. 파손되어 없어진 담장의 축조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여러 차례 개축과 보수 과정을 거쳤으며, 일제강점기 종묘 관통 도로의 개설 공사를 시작한 1931년 6월경에 철거하였다.
ㅡ참고ㅡ
■ 종묘 외곽 담장에 새겨진 일왕 연호ㆍ글자,창경궁과 종묘 복원 사업,종묘 북쪽 담장 유구에 대한 내용은 안내판 내용을 옮김.
첫댓글 쪼아유
고맙습니다
추석연휴 하루 남았네요
저는 연휴 내내 근무고요 ㅎ
즐거운 월요일 오후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