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전문기자들이 직접 다녀온 둘레길 33
강릉은 대관령과 선자령으로 대표되는 백두대간의 수려한 산줄기와 경포대, 주문진, 정동진 등의 푸른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천혜의 고장이다. 여기에 이 고장이 낳은 이야기꾼인 소설가 이순원(바우길 이사장)씨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으며 길에 생명을 불어넣고, 한국산악회 소속 산악인 이기호(바우길 사무국장)씨가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길을 찾아냈다.
정동진 보이는 언덕에서 바닷가로 내려가
“9코스는 본래 천연기념물인 정동진 해안단구 바닷길을 걸어야 해요. 헌데 이곳은 군부대, 강릉시, 주민들의 허락이 떨어져야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일단 길을 산으로 돌렸어요.”
“바우는 강원도 말로 바위예요. 강원도와 강원도 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감자바우’라고 하잖아요. 또 바우(Bau)는 또 바빌로니아 신화에 손으로 한 번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죽을병을 낫게 하는 아주 친절하고 위대한 건강의 여신이기도 해요. 이 길을 걷는 사람 모두 바우 여신의 축복처럼 저절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길 위에 담았습니다.”
이순원 이사장의 바우길 이름 유래를 들으니 몸이 상쾌해지는 느낌이다. 사실 그의 작명 솜씨는 문단에서도 유명하다. 소설 ‘은비령’의 가상 무대 은비령이 나중에 인제군의 실제 지명으로 탄생했을 정도다.
산길은 기마봉으로 향하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작은 고개를 넘자 시야가 툭 터졌다. 앞쪽으로 정동진 해안단구 언덕과 그 너머 시퍼런 바다가 장쾌하다. 언덕 오른쪽에 심곡리 배추밭이 있는데, 길은 그곳으로 이어진다. 산길을 내려와 도로를 건너니 산에서 보았던 배추밭이다. 바우길 여성회원들이 배춧잎을 뜯으며 신이 났다. 배추밭에서 심곡리로 들어가는 고샅길로 접어들어 마을 앞의 식당에 여장을 풀었다. 점심시간이다. 메뉴는 이곳의 명물인 옹심이칼국수. 여기에 밭에서 딴 배추와 옥수수동동주를 곁들이니 천국이 따로 없다.
수로부인의 설화를 품은 헌화로 해안길
오후에는 심곡에서 금진항까지 해안선을 따라 ‘헌화로’를 걷는다. 오전이 산길이라면 오후는 바닷길이다. 심곡마을에서 모퉁이를 돌아서니 시퍼런 바다가 나타나고 파도가 밀려와 철썩철썩 해안을 때린다. 우와~ 회원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심곡은 양양 기사문리와 함께 바닷물이 맑기로 유명하며, 이곳 미역과 돌김이 조선시대에 임금님의 밥상에 올라갔을 정도로 맛이 좋다. 순간 파도가 철썩 바위를 때리면서 물이 도로까지 튀어 오른다. 피할 겨를이 없어 기분 좋게 물벼락을 맞는다.
심곡에서 금진항까지 2.4㎞의 길을 헌화로라 부른다.
<삼국유사> ‘수로부인전’에는 ‘헌화가’와 ‘해가’ 두 수의 노래가 전해지는데,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라는 헌화가의 무대로 추측하는 곳이다. 헌화로 입구에서 절벽을 따라 이어진 나무계단을 올라보니 헌화정이다. 해안에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도 시야가 넓게 열린다. 두 팔을 벌려 굽이굽이 이어진 헌화로와 그 너머 푸른 동해를 힘껏 안아본다.
다시 헌화로를 따라가면 중간쯤에 합궁골이 있다. 신성한 탄생의 신비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특히 해가 뜨면서 남근의 그림자가 여근과 마주할 때 가장 강한 기를 받는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를 보기 위해 일출을 기다리는 연인과 가족들이 소리 소문 없이 늘었다고 한다. 바우길은 투박하고 속정 깊은 강릉 사람들을 닮았다.
information
●바우길 가이드 강릉 바우길은 백두대간 대관령에서 경포와 정동진까지 산맥과 바다를 함께 걷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본 코스 1~13코스, 대관령 1~3코스, 울트라 바우길 등이 만들어졌다. 9코스 ‘헌화로 산책길’은 정동진~기마봉~심곡~금진항 8km 4시간쯤 걸린다.
●교통 자가용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강릉 나들목으로 나온다. 제1코스 선자령 풍차길과 2코스 대관령 옛길이 시작하는 옛 대관령휴게소로 가려면 횡계 나들목으로 나와 횡계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왼쪽 496번 지방도를 타고 7분쯤 가면 나온다. 대중교통은 서울 강남고속터미널→강릉은 06:00~23:30 수시로 있다. 옛 대관령휴게소로 가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횡계까지 온 다음에 택시를 이용한다. 택시요금 4,000원. 동서울터미널→횡계 06:32~20:05 40분 간격으로 있다. 횡계 개인택시 (033-335-6263), 강릉터미널에서 정동진 가는 버스는 수시로 있다.
●숙식(지역번호 033) 정동진과 금진항의 중간쯤인 심곡마을은 감자옹심이를 하는 집이 몇 군데 있다. 그중 쉼터(644-5138)가 맛집으로 유명하다. 반찬으로 나오는 가자미식혜는 강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속요리다. 수수점뱅이(수수부꾸미)와 감자부침도 별미다. 강릉 시내 옥천동의 왕숯불구이(646-0901)는 생고기두루치기로 유명한 맛집이다.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을 따라 시설 좋은 모텔들이 몰려 있다. 이곳에 묵으면 다음날 아침에 일출을 보기 편하다. 숙박 요금 3만~4만 원.
/ 여성조선
진행 백은영 취재팀장 | 취재 월간 산 취재팀 | 사진 조선일보 DB
자료협조 서울특별시 관광과(www.visitseoul.net)
첫댓글 감사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