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 아사히다케 - 아사히야마 동물원 - 오타루 - 하코다테
하코다테 산책 1
하코다테에는 자정이 다 되어서 도착, 역 근처의 호텔에 짐을 풀었다.
세 번째의 하코다테. 이국의 도시가 익숙하게 느껴진다.
2000년의 가을에 혼자 도착했던 하코다테의 기억은, 함께 도착했을 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고,
2005년 함께 시간을 보낸 하코다테의 기억들은, 겨울 밤 도착하여 함께 회상하는 추억이 되었다.
손을 잡고 조용한 하코다테의 밤거리를 걸으면서 예전의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춥지만 더 따듯하게 느껴진다.
아침을 먹고 미리 예약해둔 호텔로 이동, 가방을 맡기고 도시 투어를 시작한다.
거리에 눈이 쌓여있기는 했지만, 대설산과 오타루를 지나온 우리에게 하코다테의 눈은 '풋~' 우스웠다.
어디를 먼저 갈까? 하다가 찍은 곳은 외국인 묘지. 전차를 타고 종착역에 내려서 길을 잘 더듬더듬 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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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바라보는 하코다테 산의 서편 언덕에는 외국인들의 묘지가 바닷가 전망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유럽처럼 묘지 자체가 멋진 조형미를 가진 곳은 아니지만, 묘지만이 가지는 특유의 조용함과 엄숙함,
그리고 바다를 향한 멋진 풍경 덕분에 산책하기 좋은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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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묘지를 돌아보고 공회당 쪽으로 걸어오는 길. 그러고 보니 우연히도 6년 전과 같은 코스를 걷고 있다.
조용한 주택가 사이의 길, 그 때는 꽤나 우울한 기분으로 손만 꼭 잡은 채 타박타박 걸어같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재잘재잘 유쾌하고 정겹고 한껏 행복한 시간이 된다.
시간의 흐름이란 것은 때때로, 놀랄 만큼 감동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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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코다테의 주택가를 걷고 있으면, 여기서 1~2년 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도시와 자연, 근대와 현대, 여유와 활력이 잘 어우러져 있는 새로운 장소에서. 그렇지만 언제나 가로막히는 벽은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이 동네에서 살려면 기본 생활비도 많이 들텐데. 부인이 호기롭게 한마디 던진다.
"내가 취직하면 서울에서 돈 보내 줄테니까, 여기서 한 1년 살면서 끄적끄적 글이나 쓰고 지내."
ㅋㅋ 실현의 여부를 떠나 고맙고 감동적인 말이다.
하코다테의 멋진 풍경 중에 하나는 바다로 뻗어있는 언덕길이다. 각각의 언덕마다 이름이 붙어서 11개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동네를 걸으며 언덕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곧게 뻗어 바다와 만나는 풍경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경사가 급한 언덕길에는 지하수를 도로 밑으로 흐르게 해서 눈을 녹이고 있었다. 역시 눈에 대해서는 한치의
헛점도 없는 홋카이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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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하코다테 공회당을 중심으로 근처에는 당시의 공관, 교회 등 꽤 많은 근대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다.
일부는 여전히 제 역할을 하고 몇몇은 관광지가 되어 사람들에게 공개되는데, 유독 러시아 공사관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 낡아 헐어진 벽면, 깨어진 유리창... 하코다테 시의 예산 부족인지,
러시아의 예산 부족인지. 어느 쪽이든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품어가는 모습이 조금은 안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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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하코다테 공회당. 잘 관리된 유럽식 실내를 볼 수 있지만, skip. 유럽식 인테리어는 충분히 보았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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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에 혼자 여행왔을 때, 동네 할머니와 30분 정도 담소를 나누었던 곳. 얘기의 80%는 못 알아들었지만,
그래도 신기하게 대화는 되더라는. >
그 때, 그 식당
'05년의 여행 사진을 들척거리다가, 이 사진만 보게되면 그녀는 그런 얘기를 했다.
"저 까페에 들어가서 차라도 한 잔 마셔 볼 걸..."
사실 까페인지 식당인지 정체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적한 동네의 그림 같은 2층집 안에서는 뭔가 비법의
레시피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 때는 그저 풍경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뭔가 아쉬움이 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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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기억하는 그 위치에, 기억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밤과 낮이고, 여름과 겨울이니 당연히.
가까이 다가서니 식당임을 나타내는 몇가지 표시들이 붙어있다. "오늘 점심은 여기서 먹을까?"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인적은 없고, 2층으로 올라서는 계단만 보인다. 누군가의 가정접으로 허락도 없이
들어서는 기분.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가면 4명 정도만 앉을 수 있는 작은 바에, 한가해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가
손님을 맞는다. 뭔가 식당 주인의 프로페셔널과는 거리가 먼 태도, 이웃집에 놀러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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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위와 안쪽에는 각종 술병과 컵, 찻잔 등이 빼곡히 쌓여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좋아보이는 찻잔들.
식당 규모로는 저 많은 찻잔들을 동시에 사용할 일은 절대 없을테고, 아저씨의 수집 취미인 듯. 바를 위한
공간을 제외하고는 온갖 물건들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하다. 옷, 신발, 악세사리, 시계, 장식품 등...
각각에 가격표를 달아두기는 했지만, 팔려는 의지는 별로 없는 듯하고 그저 한 식구처럼 가게에 머무르는
풍경이다.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풍경, 깔끔하고 맛있는 일본 가정식 식사. 후식으로는 보슬보슬한 카스테라와 커피,
커다란 창으로 내다보이는 바다. 넘치지 않는 풍성함과 한가로움. 하코다테 스러운 점심이었다.
주인 아저씨는 식사 내내, 우리와 무언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주위를 맴도셨지만, 언어의 장벽 탓에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는 못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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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름다운지
하코다테는 역시, 하코다테 산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최고다. 처음 봤을 때, 숨이 턱 막히던 감동, 그리고
다시 보았을 때 여전히 아름다웠던 모습. 3번 째 방문에 다시 그 산을 올라가면서 기대감이 들었고, 눈 덮인
하코다테의 모습은 또 새로운 모습으로,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조금 일찍 케이블카를 타고서 하코다테 산에 올랐다. 물론 야경이 가장 아름답지만, 눈 쌓인 하얀색의 풍경도
보고 싶었고,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자연의 빛과 사람의 빛이 교대하는 그 순간을 보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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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산책 2
딱히 뭔가 Spot을 찾지 않더라도, 그냥 걷는 거리와 상점들이 기분 좋은 도시다. 하코다테는.
항구 주변을 걷고, 항구와 딱 어울릴 법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상점들 구경을 하고, 유명한 하코다테의
맥주를 마시고, 어시장 구경을 하고, 20종류의 다양한 맛의 캬라멜을 사고... 하루의 시간이 급하지도, 아깝지도
않게 사뿐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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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화기 신지식인 스타일이라고 명명한 새 안경은, 왠지 하코다테와 어울리는 듯 하다.
그렇게 거리를 걸으면서 홋카이도 겨울 여행의 마지막 밤이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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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코다테 호텔
예약을 하고 묵었던 곳은 チサングランド函館 (Chisun Grand Hakodate) 였다.
北海道函館市宝来町22番15号 / 0138-24-3311
1박에 조식포함 6,000엔. 예약을 할 때는 하코다테산 케이블카 정류장이나 공회당 등과 가까워서 예약을 했다.
호텔 시설도 깔끔하고, 아침식사가 괜찮았고, 동쪽 해안이 가까운 것도 나중에 느낀 매력이었다.
하코다테에는 의외로 비싸지 않으면서도 위치가 좋은 호텔들이 많았다. 역 앞의 호텔들도 6,000~9,000엔 정도.
물론 유노가와 쪽의 온천달린 호텔들은 조금 더 비싸다.
2. 하코다테 맥주
홋카이도는 세계적으로 맥주 맛이 좋은 곳이 3 지역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 위도에서 물 맛이 좋기 때문이라나?
홋카이도 역 가는 길에 하코다테 Beer 라고 하는 큰 맥주집이 있다. 직접 맥주를 만드는 가게인데,
제일 메인 메뉴는 "사장님이 즐겨마시는 맥주". 나는 비주류기 때문에 정확히 모르겠지만 마셔본 부인 의견으로는
맛있었다고 한다. 뮌헨에 가면 맥주를 먹어야지! 하는 것처럼, 하코다테에 가면 맥주를 먹어야지! 하는 것도 OK.
3. 하코다테 야경
어딘가 새로운 도시를 가면 기를 쓰고 높은데 올라가서 경치를 구경하는 편인데, 그래도 역시 하코다테 산의
야경이 최고였다. 100만불 짜리 야경, 허세가 절대 아니다. ^^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면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숲을 벗어나며, 갑자기 그림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그러면 버스 안의 모두가 "스고이~"를 외치게 된다는. 그렇지만 겨울에는 버스가 안다녀서
케이블 카를 타야만 한다.
버스를 타고 올라갈 예정이면 1day free-pass 카드를 이용하는 게 좋고, 케이블 카를 이용할 계획이면
인터넷이나 호텔 예약 시 따라오는 100엔 할인 쿠폰을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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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꼭 가보고싶은 도시입니다. 올 겨울에 저도 하코다테의 바다를 보고싶네요.
소망을 꼭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
@Mr.J 정보 얻으러 둘러보다보니 또 들어왔네요. 제가 달아논 댓글을 보고 알았습니다. ㅎ
내일 갑니다. 홋카이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이 사진 속 느낌이길 바라며...
@눈부시게 이제서야 이 글을 봤네요. 그래서 어떠셨나요? 1월의 홋카이도는. ^^
사진 잘 봤습니다.감사합니다.
일본 넘 가고픈데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위안 삼으럽니다
사진으로 차곡차곡 쌓아두셨다가, 언제가 직접 가서 꼭 비교하고 확인해 보세요. ^^
너무너무...멋집니다,,저도 꼭 한번 가보구싶네요.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까요, 마음만 먹으시면 가실 수 있습니다. ^^
지금도 이렇게 눈이 있는건가요~~????
설마요... 게으르다 보니 지난 12월 여행글을 아직까지... ㅡ.,ㅡ;;;
야경~
좋아요!
야경 최고~!!! 가보고 싶다~~~
직접 가보시면 감동 100배입니다!!!
사진을 보니 또 가고 싶네요~ 추억이 생각나는군요~^^ 언제쯤이나 또 갈꼬...
기억은 추억을 낳고, 추억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사진도 좋고.
글도 멋지고...
멋진여행후기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멋있네요..ㅎ
감사합니다, 라고 얘기해도 거기 사시는 분이 이런 얘기하시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