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간주곡> 작품 117 제1번은 1892년 파트 이슐에서 작곡했다.
당시 브람스의 팬이였던 은행가 루돌프 폰 델 라이엔(Rudolf von der leyen)은 이곡을 가리켜
<고뇌의 자장가>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1892년 11월 9일자 브람스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117번을 <자장가>라 적었기 때문이다.
117번의 3곡은 1892년 11월에 짐 로크에서 출판했다.
3곡 모두 브람스 만년 소품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인테르메초답게 비교적 슬로 템포로 진행된다.
원래 간주곡은 성당에서 찬미가와 시편 사이에 연주되던 오르간 소품이었는데, 보통 즉흥적으로 연주했다.
이후 오페라나 극의 막간에 인테르메초가 널리 연주되기 시작했고,
종국에는 독립된 곡에 <간주곡>이라는 이름을 붙여 작곡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브람스의 Intermezzo Op.117 No.1이다.
간주곡은 쉬어 가는 음악이기에 표현이 격렬하거나 드라마틱하지 않다.
대개는 짧고 간결한 형식 그리고 부담 없는 악상을 가진 곡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 곡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매우 심플하며 조바꿈도 한정되어 있으며 화성도 비교적 투명하며, 리듬 또한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제1곡의 서두에는 독일 낭만파 시인 헬더의 시집 <모든 민족의 소리>의
<안 보스웰 부인의 탄식(Lady Anne bothwell's lament)>이 인용되어 다루어져 있다.
이것은 원래 스코틀랜드의 자장가를 기초로 하고 있다.
브람스의 <간주곡> 작품 117 제1번은 자장가의 민요시에 기반한 것으로 불행한 어머니의 자장가를 내포하고 있지만
비통함이 노골적으로 표면에 나오지 않는다.
Loudness의 Disillusion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Ares' Lament는 제목 그대로 전쟁의 신 '아레스'의 탄식을 다루고 있다.
아레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올림푸스 12 신 중 하나로 주신 제우스와 그 정실인 헤라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신들의 왕자로 로마에서는 마르스(Mars)로 불린다.
또 다른 전쟁의 신 아테나가 '평화를 위한 전쟁'(Holy war)의 상징인데 반해,
아레스는 주로 무자비한 살육과 약탈 등 야만스러운 전쟁, 즉 침략전의 대명사로 불리며 악역으로 군림했다.
이러한 나쁜 이미지를 그대로 갖다 쓴 것이 바로 2017년 할리우드 영화 '원더 우먼'이다.
이 영화에서 아레스는 원더우먼이 필히 죽여야할 궁극의 빌런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국가적인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본래 그리스는 여러 개의 작은 폴리스들이 난립해 있었고 페르시아와 같은 대제국으로부터 수시로 공격을 받아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항상 방어전을 치러야 했다.
그래서 당연히 방어의 신인 아테나를 숭상한 반면, 침략의 신인 아레스를 폄훼하는 것이다.
반면, 로마 시대는 마르스가 정 반대로 진중하고 위엄 있는 군단의 수호신으로 가장 큰 숭상을 받았다.
이러한 차이는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그리스는 무력보다는 토론과 논쟁, 지성에 의한 합의를 중시하는 사회였으나,
로마는 전쟁으로 세력을 넓힌 정복국가였다.
그러한 입장에서 볼 때, 로마에서 힘에 의한 정의와 순수한 무력을 상징하는 마르스를 숭상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긔
~ ㅎㅎ;; ^^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Ares' lament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곡 제목만 놓고 보면 이 음악은 전쟁의 신 '아레스'의 슬픔을 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 곡의 가사를 뜯어보면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는 러브 스토리(戀書)가 쓰여있다.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녀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외로운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있다.
조금 짱구를 굴려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고 홀로 남은 남자가 도무지 견딜수 없는 고독과 슬픔에 몸부림
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가사만 뜯어보면 고대 그리스 신화라든가 침략이나 전쟁 따위와는 전혀 무관한 그야말로 지고지순한 연모의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이곡의 후신인 So lonely는 가사와 딱 어울리는 타이틀인 반면 Ares lament는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쌩뚱맞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곡은 정치적인 의도를 함의하고 있는게 아닐까?
무자비한 살육과 약탈 등등 야만스러운 전쟁, 즉 침략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레스의 현신은 누구일까?
전범국가인 독일과 일본을 현세의 '아레스'라 규정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밴드의 태생을 꼬투리 잡아 너무 밀어붙이는 걸까?
하지만 곡의 가사에 나오는 여성을 아레스, 즉 침략의 신인 일본으로 대입시키면 아다리가 다 맞아떨어진다.
사랑하지만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그녀는 다시는 무장할 수 없는 거세된 모국 '일본'의 메타포가 아닐까?
힘에 의한 정의와 순수한 무력을 상징하는 마르스를 잃어버린 1980년대의 일본을 한탄하고 아쉬워하며
과거의 힘 있는 조상들을 애도하는 내용이라고 나 Lost in black은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단지 나의 가설일 뿐이고 그 어떤 증거나 정보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곡은 그저 단순한 러브 송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종일관 처절하게 흐느끼며 노래하고 애통하게 울부짖는 미노루 니하라의 음성과
후반부에 산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울어대는 아키라 다카사키의 비통한 연주는 단지 그저 그런 사랑놀음 이상의
숭고한 혼을 담고 있었다.
첫댓글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지만 이곡은 순수한 연가라고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