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남쪽 바다에는 맛난 게 많이 납니다.
남도(南道)의 봄맛을 찾아 이번 주에는 미국 요리사들과 함께 제주를
찾았습니다.
[南道 봄맛 여행] 제주도
미국 유명 요리사 조시아 시트린(Citrin)과 토드 잉글리시(English)가
지난 13일 점심 무렵 제주도 제주시에 있는 '용담골'에
들어섰다.
시트린은 세계적 레스토랑 가이드 미쉐린(미슐랭)으로부터 별 2개를 받은
'멜리스(Melisse)'를 비롯하여
여러 식당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운영하고 있고, 잉글리시는 뉴욕을 대표하는
음식점으로 꼽히는
'올리브스(Olives)'의 오너셰프이자 TV 요리 프로를 진행하며 대중적 인기도
얻었다.
물질하는 제주 해녀. / 조선일보DB
지난 4~14일 열린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시트린과 잉글리시는
이 날 "제주 향토 음식을 맛보고 싶다"며 용담골을 찾았다.
제주향토음식명인 1호인 김지순씨와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양용진 원장이 이들을
동행했다.
미국 유명 요리사 조시아 시트린(오른쪽)과 토드 잉글리시(왼쪽에서 둘째)가
김지순(오른쪽에서 둘째) 명인, 양용진 원장과 함께 제주 향토 음식을 맛보고 있다.
/ 허재성 객원기자
상에는 미역초무침, 오징어채무침, 마늘장아찌, 시금치 등 10여 가지
반찬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잉글리시는 "반찬은 한식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양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도 한국 같은 반찬 문화가
없잖아요.
하나하나가 요리 수준인 반찬이 이렇게 다양하게 나오다니! 게다가 같은
반찬이라도
식당마다 맛과 만드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그걸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잉글리시뿐 아니라 시트린도 한식에 익숙했다.
"LA에는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계가 많이 살고
있잖아요.
게다가 제 누나와 제일 친한 어릴 적 친구들이 정씨 자매였어요.
어려서부터 누나 친구네 집에 가서 코리안 바비큐(Korean
barbeque·갈비, 불고기)를 먹었어요.
저는 돌솥비빔밥을 특히 좋아해요. 바닥에 밥이 눌어붙어 바삭바삭해진
누룽지가 참 맛있어요.
제주 음식은 그동안 맛본 한식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네요."
제주 봄 음식 ‘고사리 고기 지짐’ /김성윤 기자
식당 주인이 "원래 나오는 반찬은 아닌데 유명한 요리사님들이 오셨다길래
특별히 가져왔다"며
'고사리 고기 지짐'을 내왔다. 김지순 명인은 "고사리를 신선하게 잘
지졌네"라고 반색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제주에서는 고사리가 제철인 이맘때 즐겨 해먹는
음식입니다.
고사리에 돼지고기를 넣고 간장으로 양념해서 볶아요. 메밀가루와 된장을
약간 넣기도 하지요."
12일 서귀포에서 열린 행사에서 시트린이 내놓은 '전복과 고사리,
미역, 무와 메밀을 넣은 수프'는
참가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오기 전 페스티벌 조직위에서 보내준
식재료 설명을 읽는데
고사리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하다가 수프에
넣어봤는데 반응이 좋았죠."
이어 고등어 묵은지 조림이 나오자, 양용진 원장은 "전통적인 제주
음식은 아니고 최근 육지에서
들어온 음식"이라고 했다. "제주에는 조리법이 복잡하거나 양념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 없어요.
여자들이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음식 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바글바글 오래 끓여야 하는
찌개나 조림 같은 음식은 없었어요.
찌개보다는 국을 끓였고, 지짐처럼 볶거나 삶거나 데친 음식이
대부분이죠." 시트린은
"조림에 들어 있는 묵은지가 일반 김치보다 훨씬 깊고 복잡한 맛이
난다"고 했다.
(왼쪽부터) ‘깅이(게의 제주 사투리)’와 콩을 무쳐 만든 반찬. 여름이 제철인 자리돔. / 김성윤
기자
전복과 묵은지, 삶은 돼지고기를 함께 먹는 '전복 삼합'은 제주에서 용담골이 처음
개발한 음식.
잉글리시는 "전복의 쫄깃한 식감이 참 좋은데, 묵은지와 돼지고기를 곁들이자 '맛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김 명인은 "오래된 전통 음식은
아니지만,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제주 음식의 원칙에 충실한 요리"라고 했다.
시트린과 잉글리시는 깻잎에 묵은지와 돼지고기, 전복, 쌈장 마늘을 얹어 쌈을 싸서
연신 입으로 밀어 넣었다. 한상 뚝딱 비운 시트린과 잉글리시는 "제주 식재료가
궁금하다"며
전통시장을 가보기 위해 서둘러 일어섰다.
제주 맛집 50곳 "혼저옵서예~"
제주만의 먹거리와 식재료를 국내외 관광객과 요리사들에게 알리기 위한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이
5월 5~14일 제주 전역에서 열렸다.
행사에 앞서 제주관광공사와 사단법인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은 '진짜 제주 맛집
50곳'을 발표했다.
제주도민이 1차로 뽑은 식당 중 음식전문가, 외국인 영사 등 평가단 12명이 '제주
식재료로만
사용할 것'이라는 기준에 따라 최종 50곳을 가렸다. 일부를 소개한다.
전체 목록과 자세한 식당 정보는 인터넷 홈페이지
(www.jejufoodandwinefestival.com)에서 볼 수 있다.
제주시 ‘용담골’의 전복 삼합. / 허재성 객원기자
■제주시내권
국수식당: 고기국수. 삼성로 65,
(064)727-6001
메밀꽃차롱: 메밀코스. 연오로 136,
(064)711-6841
앞뱅디식당: 각재기국, 멜국. 연동
314-90, (064)7440-7942
자연몸국: 접작뼈국. 중앙로
63-11, (064)725-0803
루트(Route) 84: 냉채,
카르보나라. 신성로 14길5, 070-8147-4948
마진가: 말고기
사시미, 스테이크. 용담 1동 266-2, 070-8900-8292
모메존식당: 전복죽, 갱이죽. 도두 3길17, (064)711-0585
스시호시카이: 생선회 오마카세. 오남로 90, (064)713-8838
용담골: 전복삼합. 남성로 83, (064)752-2344
흑소랑: 흑우. 연북로 631, (064)726-9966
■제주시 동부권
부엌인 세화: 세화 파스타.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460,
070-8900-3379
안다미로: 닭샤부샤부. 조천읍 비자림로 648,
(064)783-0668
■제주시 서부권
닻: 딱새우, 오징어튀김. 애월읍 가문동길 41-2,
070-4147-2154
보영반점: 간짬뽕. 한림읍 한림로 692-1,
(064)796-2042
도치들가든: 모둠구이. 애월읍 천덕로
440-1, (064)799-1415
모디카: 감자크림 곁들인
문어샐러드. 한림읍 한림리 905-19, 070-4128-0519
명리동식당: 삼겹밑추리살. 한경면 녹차분재로 498, (064)772-5571
■서귀포시내권
대우정: 전복돌솥밥. 명동로 28-1,
(064)733-0137
물질식육식당: 복맑은탕(지리), 우동. 강정동
이어도로 598, (064)739-1542
■서귀포 동부권
춘자멸치국수: 멸치국수. 표선면 표선동서로 255,
(064)787-3124
소봉식당: 연어덮밥, 차슈덮밥. 성산읍 일출로
264-4, (064)782-4664
■서귀포 서부권
산계원: 오리탕. 안덕면 사계리 2294-22,
(064)794-5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