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동절입니다. 한국에서는 근로자의 날이라면서 법정기념일로 정했습니다. 법정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 모두에게 휴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근로자가 없는 사업장이 사실상 없기에 이날은 휴일 개념으로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노동절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서툴렀습니다. 아니 서슬 퍼른 군사독재 정권에서는 노동절이란말은 반정부적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한 공권력이 노동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사실상 막았습니다. 전태열 열사 등 한국 노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들을 무서워 한 것입니다. 방송의 경우에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 노동절이란 표현은 사실상 금지됐습니다. 그래서 근로자의 날이라고 불렀습니다.
노동절은 한국에서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전세계적으로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5월 1일을 노동절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5월 1일 노동절이 됐을까요. 그것은 바로 미국에서 발생했습니다. 1886년 5월 1일 미국의 일리노이주의 시카고에서는 8만여 명의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헤이마켓 광장에서 집회를 가졌습니다. 8시간 노동을 보장받기 위한 집회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개입하고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발포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과 경찰의 충돌로 7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합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8시간 노동은 이런 피흘림을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이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 바로 노동절이며 이 노동절의 정신은 전세계로 번져 나갔습니다.
인간의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노동 아닌 것이 없습니다. 태어나 움직이면서 행하는 모든 것은 노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노동이란 단어가 조금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뭔가 움직여서 얻는 대가로 살아가는 직업을 천시한 것이 아직도 한국인의 뇌리속에 박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사농공상 즉 공부하고 농사짓고 만들고 상업하고 하는 사농공상가운데 가장 노동적인 의미가 약한 선비들이 최상위그룹을 차지했으니 농사짓고 물건을 만들고 그것을 파는 직업을 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전 근대적인 생각은 요즘도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컴퓨터 앞에서 볼펜들고 책상에 앉아 일하는 직업은 우대받고 공장에서 일하고 땀흘려 물건을 만들거나 고치고 그것을 가지고 영업활동에 나서는 직업은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것이 아직 이 나라에 존재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부유한 인간들이 사는 동네에서는 노동절을 단순한 근로자의 날이라고 판단합니다. 법정공휴일이 아니기때문에 문화센터와 헬스장 등에서는 평일과 다름 없이 문을 열고 행사를 진행합니다. 공휴일처럼 늦게 문을 열거나 문을 닫을 경우 주민들의 엄청난 지탄을 받습니다. 평생 노동이라는 그 가치를 잘 알지도 제대로 경험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편법을 동원하고 부동산 투기로 졸부가 됐는데 무슨 노동의 의미를 알겠으며 노동절이라는 단어를 알겠습니까.
사람은 태어나면서 그야말로 움직이는 것은 모두 노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갓난아이가 어머니로부터 젖을 얻어먹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부터 늙어 임종하는 그 순간까지 노동아닌 것이 없습니다. 노동이 단순하게 밥벌이를 하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행위가 아닌 인간으로 태어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원초적인 삶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헌법에 국민이 지켜야 할 4대의무가운데 노동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순수의무인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 의무가 아닌 권리이자 의무라는 양대 의미를 가진 2개 즉 노동과 교육입니다. 그만큼 노동이 갖은 의미는 대단합니다.
노동은 힘들고 피곤하다는 선입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노동은 힘이 드는 것이지만 노동이 주는 기쁨도 상당합니다. 손흥민선수의 축구생활은 노동입니까 단순 운동입니까. 노동이면서 운동이겠죠. 운동을 생업으로 하면 운동도 노동입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만족도 기쁨도 얻을 수 있습니다.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 노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들게 일해 만든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편리함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얼마나 보람된 일입니까.
오늘 노동절을 맞아 노동조합들은 대규모 행사를 갖습니다. 양대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모인가운데 행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저는 조금의 문제가 있어도 노동조합의 활동을 중요시하고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욱 많다고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한때 노동조합 비슷한 조직에서 일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노조의 활동에 조금 의문이 가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른바 귀족 노조의 문제점입니다. 대다수가 노조 전임자로 근무하다 다시 원대 복귀하지만 일부 세력은 계속 남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주장하면서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아닙니까. 노조측에서는 관례라고 주장했지만 국민들은 그들의 말을 좋게 받아드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노동조합도 혁신해야 합니다. 노조의 처음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가 노동정신을 되살리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영자들과의 야합으로 일시적인 영화는 누릴 수 있어도 결국은 노동자들에 의해 비판받고 배척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노동절을 맞아 노동의 고결한 의미와 그 속에 담긴 정신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전 사업장의 20% 이상에서 제대로 된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노조 설립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정말 노조의 절실한 보호가 필요한 곳에는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오늘 쉬지도 못합니다. 노동의 가치 이전에 실질적인 노동의 절실함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단지 하루 쉬는구나가 아니고 왜 노동절은 존재하면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노동절을 기념하는 의미를 아주 잠시라도 생각해보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하지 않은 자는 먹을 자격도 없다는 이 단순한 문장이 가진 뜻을 되새겨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2024년 5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