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18년 8월, 팔레스타인 제닌시 청소년들을 위해 문화·체육 공간인 '제닌 청소년센터'를 건립했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 가자 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이 6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다. 과거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팔레스타인 사무소에서 3년간 근무했던 터라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크다. 근무는 팔레스타인, 거주는 이스라엘에서 했기에 양국을 오가며 두 나라 모두 정이 들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팔레스타인 사무소 생활을 떠올리며 파견 1주년을 맞은 2018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동시에 느꼈던 감정을 적어놓았던 글을 들춰본다. 하루 빨리 전쟁의 고통이 사라지길 바라며…. 다음 주면 어느덧 팔레스타인에 파견된 지 1주년이 된다. 벌써 파견생활의 3분의 1을 마쳤다는 것이 놀랍다. 돌아보면 지난 1년은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많이 성장한 시간이었다. 한국을 떠나오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때문일까. 왠지 모를 긴장감 때문에 인천에서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로 향하는 11시간의 비행시간 내내 가슴이 뛰었다. 비행기에서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 현대사》를 완독하는 것으로 초조함을 억누르며 낯선 나라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예루살렘 호텔에서 보낸 첫날밤에는 폭죽 소리를 총격으로 착각해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전운이 감도는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날씨부터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놀라움 그 자체였다. 햇살이 어찌나 강한지 밖에 잠시라도 서 있으면 피부가 금세 달아오르고, 안구 뒤쪽까지 뻑뻑한 느낌이 들 정도로 눈이 부셨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눈이 멀 것 같았다. 비는 또 어찌나 안 오는지 8월에 입국했는데 11월이 되어서야 비를 맞았다. 메마른 땅에 강렬한 태양만 이글거리는 날씨였다. 드문드문 보이는 올리브나무 외에 숲은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의식이 흐릿해질 정도로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에 사람을 쏘았다는 카뮈의 《이방인》 이야기가 실제처럼 다가오는 몇 달이었다. 지금은 이곳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했고, 두 나라에 정이 많이 들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동체 의식이 생겨 이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더 이상 남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느껴진다. 따갑게 느껴지던 햇살도 좋아졌다. 1년 전에는 황량하게만 보였던 풍경들을 이제는 다정하게 바라본다. 일부러 출근길에 차의 속도를 늦추고 느긋하게 창밖 풍경을 감상하기도 한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인들은 노인에게 참 예의가 바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버스에 타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직접 부축해 자리로 안내하기까지 한다. 동양 문화에서나 강조되는 노인 공경이 몸에 밴 듯 자연스러운 외국인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시장에 갈 때마다 과일이 잘 익었다며 맛보라고 건네주는 상인들에게서 넉넉한 인심을 느낀다. 우리네 전통시장의 풍경과 참 비슷하다. 이렇게 두 나라의 면면에 하나둘 정이 들어 요새는 두 나라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우리나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최근에 코이카 연수생 동창회원들과 작은 시골마을의 낡은 초등학교를 개보수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했다. 낡은 무채색 담장에 아름다운 숲과 호수를 그려넣고 황량했던 화단에 꽃과 나무를 심으며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가꾼다는 자긍심을 갖고 매우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타국에서 깊은 정을 느끼며 살다 보니 귀화한 외국인들이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말하는 기분을 알 것 같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둘 다 똑같이 좋아하지만 양국 간 적대감이 높다 보니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친구에게 서예루살렘에 위치한 버스터미널 부근의 괜찮은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들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서예루살렘의 음식은 먹지 않아." 이스라엘 60번 국도를 기준으로 예루살렘 동부에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서부에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어제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보수 정당인 리쿠르당 당원과 대화 하는 자리를 가졌다. 현대 이스라엘의 건국 핵심 이념을 따르는 유대인 민족주의자인 정통 시오니스트 그룹이라 내가 팔레스타인을 원조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스러웠다. 두 나라를 모두 좋아하는데 나에게 어느 편이냐고, 어느 나라를 지지하냐고 물을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은 그의 유작 《나라 없는 사람》에 이런 글귀를 남겼다. “내 말하건대, 우리는 방귀나 뀌고 돌아다니려고 이 지구에 있는 거요. 그 누구도 당신만큼은 다르다고 이야기하지 않을 테고.” 종교, 민족, 이념 등으로 관계를 가르기 전에 우리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고 나도 웃으며 말하고 싶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 모두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글·유현욱 (코이카 사업전략처 디지털보건사회개발팀 과장)
2023년 6월,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가 지원한 팔레스타인 라말라(Ramallah)시 내 공무원연수원을 전격 방문하여 우리 정부의 ODA 사업 지원에 사의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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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공유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
5월의 푸르름과 함께,,
즐겁고 여유로움으로
새로운 한 주
행복하게 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오늘도 좋은 글 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연휴 마지막 날..
오후 시간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공유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유와 웃음있는
넉넉한 오후시간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