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저출산국가입니다. 이제 초저출산국의 상징적인 나라라고 명명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유독 저출산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압축성장으로 인한 엄청난 후유증이 현실화된 것이 바로 초저출산 그리고 극한 이기적인 사회라는 것이죠. 양극화되는 사회속에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높은 주택가격에 젊은이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초고령화로 인해 이제 부모로 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재산을 움켜지고 내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나름 괜찮다는 직장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중소기업 등에는 가고 싶지 않은 생각이 젊은이들의 운신의 폭을 대폭 좁혀놓고 있습니다. 알아주지 않는 중소기업에 가기보다 동네 편의점 알바를 선호하게 됩니다. 여성들도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을 감내할 정신적 훈련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회 분위기도 여성들의 결단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우기가 너무 힘듭니다. 육아 휴직은 영원한 상실을 의미한다는 표현도 존재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교육비에 층간소음 갈등으로 아이는 감옥에 갇힌 장기수처럼 살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가 이들의 고민을 심도있게 함께 할 그런 분위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돈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0.6명이라는 유래가 없는 출산율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초저출산은 이제 백약이 무효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이제 어떤 명약도 처방도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도 사회도 나라도 지쳐서 의욕을 잃은 듯 합니다. 저출산이란 단어 검색도 거의 없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이독경이요 마이동풍입니다. 해당 부처의 공무원들과 관련 단체 직원들만의 형식적인 관심속에 저출산문제는 방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층도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에 낙담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세계 유래가 없는 저출산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이것을 뒤집어 보면 새로운 기회가 있다는 것이지요. 한국이 산아제한에 전세계적으로 대표적으로 성공했듯이 이 저출산을 뒤집을 묘책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우선 앞으로 인공지능 AI의 시대가 될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AI가 담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구는 늘고 일자리가 없으면 또 다른 사회적 대갈등이 발생할 것입니다. 다행히 한국은 그럴 염려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저출산에 투입할 자금으로 현재 있는 어린이 그리고 젊은 인력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을 하자는 것입니다. 어짜피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출산만을 강요하다가는 더욱 출산을 기피할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제 출산하라 강요하지 말고 젊은이들이 편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자는 의견입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저출산정책을 바꿔 이미 탄생한 인력을 잘 키우도록 국가적 전폭적인 지원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우선 지금의 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공교육을 사교육처럼 하는 것입니다.학원에 갈 필요가 없도록 학교에서 모든 것을 맡아 가르치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굳이 큰 돈 들여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만들면 가능합니다. 고교때까지 비슷하게 공부시킨 뒤 정말 계속해 공부할 필요가 있는지를 학생 본인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가 함께 고민하고 판단해서 그들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독일 교육 시스템과 흡사합니다. 대학까지도 무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고교 졸업후 취업하도록 합니다. 군대도 직업을 감안한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남북 분단에 살벌한 남북관계를 고려해 군대징집 그리고 대단한 훈련은 필수지만 군대도 앞으로 살아갈 취업에 대비한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배출한 한국의 젊은 인력들이 일할 장소가 당연히 필요합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많은 투자를 해서 젊은이들이 흡족하게 일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은 스스로 알아서 잘 하겠지만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열악합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대기업 못지 않게 잘 살 수 있다는 생각만 갖게 하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국민들도 직업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합니다. 미국이 지금 그래도 세계 최강국가를 유지하는 것은 직업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은 평소 열심히 직장에서 일하고 휴일에 충분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 굳이 대기업을 고집할 이유도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수적입니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부와 학교와 언론과 유관단체가 합심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 됩니다. 그런 결과물을 놓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합니다. 국민들을 설득하고 국민들의 직업에 대한 편견을 바꾸게 해야 합니다. 어짜피 직업의 상당부분을 AI가 차지하는 현실에서 국민들의 설득을 얻어내는 것은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적게 태어나는 아이들을 더욱 잘 키우게 하는 방법을 만들겠다는데 반대할 국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이 상당히 바뀌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처럼 오로지 내 자식만 최고를 만들고 다른 자식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의식이 존재하는 사회는 멸종의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대타협은 결코 이뤄낼 수 없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쓸데 없는데 온갖 정력과 시간을 허비하는 사회에서는 국민 대타협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국민 대타협을 이뤄내 교육 혁신과 직업 혁신을 이뤄내면 한국은 또 한번 대변혁 나아가 또 한차례 세계를 놀라게 할 대반전을 이룬 국가로 평가될 것입니다.
2024년 5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