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표류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 영화이다.
김씨 표류기에는 2명의 김씨가 등장한다. 사회에서 2억이 넘는 빚을 지고 애인에게 차여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한 김씨와 얼굴의 흉터 때문에 놀림을 받고 왕따를 당해 세상과 단절을 선언하고 자신의 방안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가 된 김씨이다.
이 두 명의 김씨는 현실세계와 단절된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살게 된다. 남자 김씨는 한강의 중간에 있는 밤섬에서 표류하고 여자 김씨는 사이버 세계에서 표류한다. 남자 김씨는 현실세계에서 수동적으로 사는 즉 자아를 잃은 사람이었지만 밤섬에서는 주체적으로 살게 된다. 여자 김씨는 사이버 세계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의 ‘나’로 살며 실재의 의미를 잊고 지냈으나 남자 김씨를 만나기 위해 본래의 현실로 돌아가며 실존을 찾게 된다.
이는 실존주의 철학과 연관되어 있다. 실존주의는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선택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말한다. 인간은 태어난 이상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선택에 대한 불안감에 압도되면서도 그 선택의 자유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또한 동양과 서양 철학의 범주는 서로 다른 점이 있다고 하나 공통점도 있다. 인간, 자연, 세계, 역사에 대한 존재론적 해명과 그 근원적 의미의 탐구라 할 수 있다. 철학은 인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기에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실존적 물음의 답을 찾고자 하는데서 출발한다.
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구성하고 탐구한 것이 동서양 철학의 뿌리가 된 것이다. 서양 철학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대표 철학인 유교, 도교, 불교 등도 인간 실존에 대한 해답을 나름의 철학적 체계로 제시하고 있다.
첫댓글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로, 남자와 여자는 구분하고 있지만 성을 같이 쓴 것은 우연일까요? 아니면 작품의 설정일까요? 이런 설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자 김씨는 사이버 세계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의 ‘나’로 살며 실재의 의미를 잊고 지냈으나 남자 김씨를 만나기 위해 본래의 현실로 돌아가며 실존을 찾게 된다."라고 했는데, "실재"와 "실존"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칸트에 따르면, 존재론과 윤리론이라는 철학의 주요한 질문입니다. 여기에 "나는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가 하나 더 들어가기는 합니다. 존재론적 해명이나 실존철학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