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신, 끝을 앓다 / 김경숙

[copyzigi]

교신, 끝을 앓다


베어낸 사과나무 그루터기에서
추신처럼 새순 삐져나온다
아마도 파룻한 끝을
한 번 더 앓아보고 싶어서 일 것이다

웬만한 가지들이야
그저 이리저리 제자리놀음만 하는 저 끝
그 끝을
앓아보고 싶은 것이다

나비들이야 원래 과묵하지 않은
가벼운 끝을 즐겨하니까
흔들리는 피로
어지러이 날아다니니까
나비 날아간 뒤의 끝이거나
겨우 앉아 지탱하고 있는 그 아슬아슬한 무게를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는 무수한 끝들이 있고
모두 흔들리는 종류들이지만

가늘고 떨리는 주파수에
걸릴 듯 말 듯 지지직거리는 전파처럼
앉을 듯 말 듯한 그 끝을
휘청휘청 앓아보고 싶은 것이다



김경숙_2007 월간문학 시부문 등단. 한국바다문학상, 해양문학상, 부산문학상 본상, 세종문화예술상 대상 모던포엠 문학상. 천강문학상 대상. 시집 『빗소리 시청료』, 『먼지력』 외 다수. 

《2024 모던포엠 5월호》

[비비아나]

추신처럼 새순이....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지헌김경숙]

감사합니다. 선생님~^^

[박니은]

☆추신처럼 새순 삐져나온다

[지헌김경숙]

감사합니다. 선생님 ~^^

[기억에없는풍경]

"걸릴 듯 말 듯 지지직거리는 전파처럼
앉을 듯 말 듯한 그 끝을
휘청휘청 앓아보고 싶은" 때가 있었습니다

추신처럼 살고 싶은 때가 있었음을
상기해 보았습니다.

감사하게 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