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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에도 이어지는 꾸준한 훈련
빙상종목 선수들에게 하체는 생명과도 같다. 다리를 이용해 스케이팅을 하는 만큼, 무릎이나 발목, 허리 쪽에 부상을 입게 되면 시즌 전체를 포기해야할 만큼 치명적이다. 조상현 선수는 웨이트 트레이닝 도중 사타구니 쪽에 부상이 생겨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5월 달에 웨이트 훈련을 할 때 복근 훈련 도중 미는 동작이 있는데 상대 선수가 힘 조절에 실패하는 바람에 부상을 입었어요. 그 때 사타구니가 찢어지면서 물이 찼는데 물을 빼도 사타구니가 찢어져 있기 때문에 또 물이 차요. 그래서 부상을 입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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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위험이 상당히 높은 빙상종목은 특히 스케이트 날에 의한 부상이 가장 심각하다. 또한 항상 허리를 숙이고 훈련과 경기를 해야 하는 만큼 허리디스크를 비롯한 하체피로나 부상을 피하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다치는 부분이 다리고요, 또 대부분의 선수들이 앓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허리 디스크에요. 허리를 숙인 채로 장시간 훈련하다 보니 많은 선수들이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죠. 스피드 스케이팅이 부상당하기 쉬운 종목인 이유 중에 하나가요, 스케이트 날이 굉장히 날카로워요. 그래서 날에 베이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심할 경우에는 허벅지를 날에 베여서 힘줄이 끊어져 선수 생명을 중단해야 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어요. 발목이나 무릎 등도 스케이트 선수들이 많이 다치는 부위 중에 하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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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활 3주차에 들어간 조 선수는 매일 2시간 반가량을 부상치료에 쏟고 있다. 허리와 복근, 하체 등 스케이트선수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부위를 집중 치료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리적인 불안감이 제일 컸다고 얘기했다. 부상으로 인해 스케이트를 탈 수 없게 돼, 감각을 잃거나 훈련양이 부족해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커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9월 해외 전지훈련을 앞두고 있는 조 선수는 스케이팅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복하고자 하고 있다. 그렇기에 심리적인 불안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훈련할 시간에 재활을 하고 있으니 심적으로 조급한 마음이 있어요. 제가 나이도 있다 보니 '다른 선수들은 지금쯤 훈련 할 텐데'하는 생각에 솔직히 불안하기도 해요. 앞으로 운동할 수 있는 기간이 1-2년 남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은 부상이라도 좀 신경이 쓰이죠."
하지만 재활을 하면서도 스케이팅 기본자세는 잊어서는 안 된다. 조상현 선수는 모든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자세이기 때문에, 이를 놓치면 스케이트를 타기 힘들어진다고 언급했다. 재활 트레이닝을 받는 시간 동안에도 조 선수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하체 부위는 상태가 좋지 않아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스케이트 훈련은 불가능하고요, 상체 훈련이라 던지 자세 잡는 훈련 등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스피드 스케이팅이 보통 하체만 사용하는 운동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팔을 많이 흔들기 때문에 상하 밸런스 조절이 굉장히 중요 하거든요. 부상을 당했다고 해서 아예 쉬면 근육이 굳어버리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조금씩이나마 훈련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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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이후 조 선수는 생활패턴도 바뀌게 되었다고 말했다. 평소 자세를 교정해 부상 회복을 돕고, 식단까지 세심한 부분도 모두 신경쓰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하체를 많이 쓰지 않으려고 해요.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잠을 잘 때 자세를 꼬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엎드려서 잘 것을 추천해 주셨는데 한 번 해봤는데 영 불편해서 못 자겠더라고요.(웃음) 예전에는 식단은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즘에는 체중관리의 필요성을 실감하겠더라고요. 온 몸을 써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초반 스피드는 나겠지만 그만큼 금방 지치거든요. 키와 몸무게가 균형을 잘 이루도록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종류를 많이 섭취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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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가 운동을 못하는 건 가장 큰 불행
운동선수에게 있어 운동은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선수가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제일 큰 불행일 것이다. 조상현 선수 역시 이 점을 언급했다.
"운동선수는 운동을 하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교 3학년 때가 그랬었는데요, 그 때는 죽을힘을 다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와 반대로 성적은 무척 안 좋았어요. 쉴 때 휴식도 좀 하면서 몸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오버 트레이닝을 한 거죠. 열심히 하는 만큼 성적은 나오지 않으니 몸이 지쳐서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그 때는 대학교에서 교생훈련을 나가곤 했는데, 내가 운동선수라는 것을 망각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운동이 하기 싫어서 선수생활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슬럼프를 조 선수는 극복해내는데 성공했다. 자신보다 어린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 속에서 압박감을 느꼈지만, 자신을 위해 애써주는 사람을 위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교 4학년 때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좋은 성적을 많이 내서 그 때가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기뻤어요. 코치 선생님들이 말씀하시길 보통 선수들이 대학교 4학 때는 '이제 졸업하면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성적이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실업팀에 입단해서 새로운 곳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는 거니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때 운도 좀 따라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가장 기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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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영광... 환경은 아직 열악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영광이 있었지만, 국내 스피드스케이팅은 아직까지 환경이 열악하다.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전용 경기장은 태릉선수촌 내에 위치하고 있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단 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마저도 난방시설 자체가 없어, 1년 내내 안개가 끼고 앞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훈련해야만 한다. 게다가 여름기간 동안에는 정기 점검기간으로 문을 열지 않아, 실업팀 선수들은 스케이트 훈련 자체를 하지 못한다. 최근엔 실업팀마저 해체되면서 선수층마저 얇아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것과 상반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아무래도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많이 없다보니 경기 시작 전에 기분이 다운돼요. 안 그래도 실업선수가 많이 없는데 연이은 실업팀 해체로(양청군청, 춘천시청) 선수층이 많이 얇아졌어요. 기분이 업 된 상태로 경기장에 들어서야 하는데, 스타팅 멤버를 보면 참여 선수가 적어서 좀 씁쓸해요."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더운 여름 동안 굵은 땀방울 흘려가며 훈련하고 있다. 조상현 선수 역시 국가대표에 발탁돼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얘기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태극 마크를 달아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에요. 저를 위해 많이 힘써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올림픽에 출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국가대표팀은 훈련 시설이 좋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기량이 빠르게 늘거든요. 좋은 시설에서 훈련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라도 대표팀에 꼭 들어가고 싶어요."
빙상종목은 대체적으로 선수생명이 짧다. 위험한 스케이트 날과 추운 빙판에서 훈련하면서, 잦은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제가 나이도 있고 그다지 높은 자리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1-2년 안에 은퇴할 시기가 올 것 같아요. 스케이트 선수들의 나이층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기량 좋은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면 떨어진다는 생각에 불안하거든요. (이)규혁이 형처럼 오래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좋은 성과가 안 나다 보니까 이르지만 은퇴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되도록 다음 시즌에 좋은 성적내서 은퇴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고 싶어요.(웃음)"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비시즌 기간은 '보이지 않는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시합을 위해 가장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인기 종목이나 반짝 인기를 얻는 종목의 선수들은 비시즌이란 시기는 가장 외로운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저변확대와 환경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끝으로 동두천시청 팀 대표이자 조상현 선수의 각오를 들어본다.
"저번 시즌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가족이나 코치선생님 등 저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한테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컸었어요. 또 제가 동두천 시청팀의 주장인데, 아직 한 번도 주장다운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없었어요.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만큼,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정말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재활 담당선생님께도 감사합니다"
[아이스뉴스(ICENEWS) 정인영, 박영진 기자]
칼럼 & 인터뷰 2012/07/18 20:09
http://www.icenews.co.kr/17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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