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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웰메이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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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 타고난 재기, 뛰어난 테크닉 그리고 어둡고 깊은 우물 하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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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식 | <밀러스 크로싱>의 가치와 <파고>의 재미에 삶의 철학까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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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 세상은 잔인하다 | ★★★★ |
김혜선 기자(필름2.0) 살인적 서스펜스의 진수는 악의 결정체 쉬거로부터 온다.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과 유령 같은 표정으로 희대의 살인마 쉬거를 소화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엄청난 충격으로 남는다. 늙은 보안관 벨 역의 토미 리 존스, 인간 욕망의 표상 모스 역의 조쉬 브롤린 등 주변 모두를 압도하는 귀신같은 연기력이다. 영화음악가 카터 버웰의 미니멀한 사운드와 정교한 편집, 빽빽한 침묵 속을 가르는 절묘한 산탄총 사운드 디자인, 야만적이면서도 신화적인 텍사스의 풍광 속에 절망적인 인간들의 대결을 잡아낸 로저 디킨스의 카메라까지 모든 요소들이 최상급이다. 웰메이드에도 어떤 경지가 있음을 정말 실감하게 된다.
오정연 기자(씨네 21) <파고>의 하얀 눈밭을 떠올리게 하는 텍사스의 황량함을 배경으로, 익히 본 적이 없는 유머를 무표정하게 구사하는 인물들이 뚜벅뚜벅 폭력과 공포의 심장으로 향하는 영화의 곳곳에는 코언 형제의 인장이 선연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영화는 형제 최초의, 그것도 아주 성실한 각색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외도 과장도 변명도 없는 직설법이 수사로서의 미니멀리즘을 넘어 성실한 관찰과 철학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현명하고 진보적인, 묵직하고 재기발랄한 장르 변형은 원작과 감독 각각의 연륜과 둘의 조화 모두에 힘입은 결과다.
김천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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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만만치는 않지만, 깊은 맛이 있다. 아카데미가 좋아할 듯. |
강연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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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바짝 선 자극, 그리고 훌륭한 리듬감. |
이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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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영화에 대한 호감을 반감시키지만, 연기가 훌륭하다는 사실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
이용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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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걸작. |
최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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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에 잠식당한 세상에 대한 모골이 송연한 묘사. 최상급의 연기, 연출이 빛난다. |
강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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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과 긴장이 함께 온다. 얼떨떨 뒤통수가 따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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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력 <주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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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래 기자(필름2.0) 이야기나 규모 면에서 소박하기 그지없는 영화 <주노>가 이토록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건 뛰어난 각본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임신을 긍정적으로 풀어내면서 10대들의 톡톡 튀는 언어를 한껏 살린 대사들로 재미를 선사하는 가운데,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력까지 담아낸 각본은 스트리퍼 출신의 신인 작가 디아블로 코디의 솜씨다. 코디는 솔직하고 신랄한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기존의 성장영화와는 차별되는 작품을 탄생시켰고, 2005년 <흡연, 감사합니다>로 장편 데뷔해 미국 독립영화계의 기대주로 떠오른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은 발랄하고 참신한 연출을 뽐냈다. 여기에 격렬한 하드코어 록과 피 튀기는 슬래셔 무비를 좋아하는 시니컬한 소녀 주노를 너무도 사랑스럽게 표현해낸 배우 엘렌 페이지의 활약도 돋보인다.
문석 기자(씨네 21) 물론 청소년의 임신이라는 문제는 <주노>의 핵심이 아니다. 영화의 후반부 주노가 아버지에게 던지는 “두 사람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 건가요”라는 질문처럼, 사랑의 본질이야말로 이 영화가 끝까지 움켜쥐고 있는 비장의 카드다. 그녀가 뱃속의 아이를 다른 이의 품에 안겨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은 자신과 피 한 방울 안 섞인 새엄마가 건방진 초음파 진단기사와 멋지게 싸울 때이며, 폴리가 진짜 괜찮은 놈이라고 마음을 굳히게 되는 것은 뱃속의 울림에 귀기울인 결과다. 영화에 등장하는 몇개의 작은 반전들은 주노가 익숙지 않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하나씩 깨치는 과정과 일치한다. 결국 <주노>는 삶의 사소한 부스러기들을 긁어모아 ‘사랑이 무엇일까요’라는 제목의 콜라주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영화라 할 만하다.
오정연 <씨네21>기자 아무 생각없어 보이는 소녀의 단짝친구, 별다른 소양은 없어보이는 친아버지, 왠지 철없어보이는 새엄마, 큰 어려움없이 발견된 아이의 양부모 등 세상의 흔한 편견에 물들지 않은 <주노>의 모든 등장인물 중 그 누구도 악인은 없다. 심지어 아이의 친아버지되는 소년은 여태까지 살아온 날들 만큼 더 살아도 여전히 아버지가 될 수 없어보이지만, 솔직하고 건강하여 비겁함과는 거리가 멀다. 돌이켜보면 이토록 건강하게 긍정적인 영화가 있었을까 싶은데, 취향과 성장이 양립할 수 없다고 믿는 어른과, 두 가지 모두를 훌륭하게 지켜내는 주노의 대조가 보여주는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은 그럼에도 여전히 묵직하다. 자조와 청승과 신파와 엄살과 과장과 순진함을 한꺼번에 거둬낸 깊은 울림이, 깜찍하게 어른스럽다.
김천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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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 작품이 한국영화였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평범할 뿐이다. |
강연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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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깜찍한 영화. 엘렌 페이지, 최고! |
이용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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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물론, 새로운 영화와 새로운 시대의 바로미터로도 유의미한 작품. |
강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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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하다 못해, 무서운 애어른. |
최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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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고도, 사랑스러운 영화. 10대 미혼모에 대한 쿨한 시선이 돋보인다. |
이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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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잔재미가 많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 영화랑 문화가 떨어지긴 힘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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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 <어톤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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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 | 소설만큼 훌륭하지만, 그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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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 우아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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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식 | 연금술로 불러도 좋을 각색과 영상 | ★★★☆ |
정미래 기자(필름2.0)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유려한 영상은 원작의 후광에 상관없이 영화가 걸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오만과 편견>에서 시대적 공기를 완벽하게 재현하며 살아 숨 쉬는 영국식 풍경을 밀도 있는 스케일로 펼쳐 보였던 조 라이트는 <어톤먼트>에서 한층 풍요로운 영상미를 선사한다.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과 더불어 음악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어톤먼트>에서 음악은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심장을 파고드는 듯한 타자기 소리를 이용해 브리오니의 불안정한 심리와 비극의 전조를 표현한 도입부의 사운드는 두고두고 회자될 오리지널 스코어라 할 만하다.
오정연 기자(씨네21) 데뷔작 <오만과 편견>을 통해 원작자의 숨겨진 의도와 이를 가능하게 했던 시대의 공기까지 포착한 바 있는 조 라이트는 객기를 모르는 현명한 연출가다. 로맨틱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에서, 로맨틱코미디의 대모 오스틴의 최고작을 영화화하는 프로젝트에 겁없이 뛰어들었던 그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팽팽한 서스펜스에 담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언 매큐언의 까다로운 동명 소설 역시 차분하게 의역해냈다. 각 인물의 주관적인 독백을 객관적인 문체로 촘촘하게 묘사한 원작의 까다로운 면모를 떠올릴 때, 기적에 가까운 페이스 조절이다.
강연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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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에야 갚을 수 있었던 행복의 짐. 아름답고 슬프다. |
이용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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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의 회한이 비극적인 로맨스를 위로한다. 결과는 켜켜이 쌓이는 감동의 흔적. |
강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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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우연이라는 폭력, 우아하고 아프다. |
최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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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을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여러모로 그와 쌍둥이 같은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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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의 화려한 부활 <3:10 투 유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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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식 | 존 포드 감독이 그리운 시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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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 리뉴얼된 서부극의 걸작 | ★★★★ |
허남웅 기자(필름2.0) 서부극은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1990),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1992) 이후 간간히 명맥을 유지해오던 장르였다. 최근 이 전통적인 미국식 장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앤드류 도미닉의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과 같은 정통 서부극은 물론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변종 서부극까지 붐을 이루고 있는 것. 1957년 개봉한 델머 데이비스 감독의 동명작을 리메이크한 제임스 맨골드의 <3:10 투 유마>는 이 서부극 러시의 선두에 선 작품이다.
문석 기자(씨네21) 캐릭터 중심의 영화답게 <3:10 투 유마>의 볼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배우들이다. 좋은 배우들을 꼽으며 “맨골드 감독의 버전이 오리지널보다 현저히 낫다”고 평가한 로저 에버트가 아니더라도 러셀 크로의 무지막지한 남성적 매력과 크리스천 베일의 복잡한 내면연기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벤의 심복인 찰리 프린스를 연기한 벤 포스터와 서부시대에서 타임머신에 태워 막 데려온 듯한 피터 폰다의 역동적인 연기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형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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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인물들로 가득 찼지만, 결정적으로 행동 동기가 약하다. |
강연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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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서부극, 꽤 멋진 부활 신호. 단, 마지막 몇 분은 제외. |
이용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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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버전의 영웅이 비루했다면, 리메이크 버전의 영웅은 어리석음을 더했다. |
최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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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서부극의 향수를 되살린 품격 있는 장르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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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세계의 환상 <아주르와 아스마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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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식 | 미셸 오슬로는 ‘세계의 시민’이자 마법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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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 애니메이션은, 인간의 판타지 그 자체 | ★★★★ |
송순진 기자(필름2.0) 영화는 총 6년이라는 긴 제작과정 속에서 비로소 완성됐다. 미셸 오슬로 감독은 프랑스와 북아프리카 이슬람 문화권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2주 만에 완성, 이후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배경에 필요한 디자인 작업에 착수했다. “약 100명의 주요 인물이 있고, 또한 200명의 보조 캐릭터를 만들어야만 했다”는 오슬로는 주요 인물의 정면과 3/4 옆모습, 옆모습, 3/4 뒷모습, 뒷모습, 그리고 여러 개의 얼굴 표정과 기본적인 자세를 그려내 영화의 골격을 세웠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정교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배경 화면들이다. 모로코와 튀니지, 알제리 등을 방문하고 그 나라의 지정학과 역사학을 연구한 뒤 그 위에 상상력을 덧입혀 완성한 이미지들이 시종일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물들의 자세와 표정, 배경 스케치로 만들어진 총 1,300여 개의 컷은 대사와 카메라 동작을 통해 미셸 오슬로 감독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됐다.
최하나 기자(씨네21) 농도 짙은 교훈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은 마법과도 같은 시각적 체험이다. 오슬로의 손을 타고 탄생한 3D는 실사에 근접한 품새를 뽐내는 대신 그림책을 도려낸 듯한 특유의 질감에 절묘한 색채의 향연을 더한다. 극도로 세밀하면서도 우아하게 재현된 아라베스크 양식의 건물들, 모자 끝에 꽂힌 깃털 하나에 이르기까지 눈이 부실 정도로 아찔한 색채를 발산하는 캐릭터들은 시각적인 황홀경을 선사한다.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작곡가로 <베티블루>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의 영화음악을 작업했던 가브리엘 야레의 우아하면서도 애잔한 음악은 눈의 즐거움을 넘어서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기에 충분하다.
이찬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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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미국 애니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 그것만 해도 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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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프리퀄 <데스노트 L: 새로운 시작> |
강상준 기자(필름2.0) L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작품 <데스노트 L: 새로운 시작>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야가미 라이토의 정체를 밝히고 사망했던 L의 죽음 23일 전에서 시작하는 일종의 프리퀄이다. 전작과 달리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거나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것보다 다국어 구사와 가공할 암기력 등 천재로서의 L의 면모에 집중한 것은 다소 아쉽지만, 독특한 탐정 캐릭터를 내세운 스릴러로서는 무난한 만듦새를 보여준다.
정재혁 기자(씨네21) 영화는 극단적인 성향의 인물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며 이야기를 단순하게 몰아간다. 몇몇 과도한 설정에선 실소가 나오기까지 한다. 공포의 묘사, 인간 심리의 불안함을 섬세하게 포착했던 나카다 히데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데스노트 L>에서 유일하게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면 전편과 달라진 L의 모습이랄까.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로만 세상을 봤던 L은 이제 밖으로 나와 달리고, 자전거를 타며, 아키하바라 메이드 카페까지 간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었겠지만 그 노력의 진심도 제대로 묘사되진 않았다. 전편의 성공으로 제작이 결정된 작품답게 2월9일 일본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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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인간의 선택 <나비두더지> |
안효원 기자(필름2.0) 지하철은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인 동시에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이다.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장막이 존재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장막을 뚫고 죽음을 선택한다. 이는 사람들에게 나약한 인간의 절망적인 선택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는 인체를 목격한 기관사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된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핏덩이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다시 전동차에 올라 “사고로 인해 잠시 운행이 지연됐습니다. 양해해주십시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기관사는 결코 멈춰서도, 정해진 트랙을 벗어날 수도 없는 두더지와 같은 모습이다. 이처럼 <나비두더지>는 손을 바삐 놀릴수록 어두컴컴한 지하세계로 추락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지독하게 그린다.
정재혁 기자(씨네21) <나비두더지>는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가해자로 몰리는 한 남자의 비극을 담는다. 지하철 기관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사회의 어둠은 서로 뒤엉키며 경식을 궁지로 몰고 간다. 서영수 감독은 기관사들의 일상을 묘사하던 전반부를 지나 중·후반에선 경식의 심리묘사에 집중한다. 하지만 심리를 그린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투박하고 이야기의 흐름은 매끄럽지 못하다. 일상의 피로를 술집 여자를 상대로 푸는 설정의 몇몇 장면도 거북하다. 영화의 의도엔 공감할 수 있지만 방식이 서툴고 다소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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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픔, 치유의 반복 <내부순환선> |
안효원 기자(필름2.0) 동일한 궤도를 도는 내부순환선의 움직임처럼 인물들의 감정, 관계도 시시각각 변한다. 한 사람에게 향하던 마음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거부당한 마음은 방향을 잃고 헤맨다. 지금 당장은 상처가 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지고 아물듯이, 인물들은 사랑과 아픔, 치유를 반복한다. 치유는 종종 판타지로 묘사된다.
<내부순환선>은 로테르담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시라큐스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은 작품이다. 조은희 감독은 이 영화로 2006년 미국 영화전문지 ‘필름메이커스’가 선정한 올해의 신인감독 25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재혁 기자(씨네21) 두 남녀의 같은 이름, 서울의 위와 아래를 끝없이 돌고 도는 2호선 내부순환선 등 영화는 이야기의 의도를 예상케 하는 각종 상징들로 가득하다. 출구없이 막힌 현실과 소통의 불가능성이랄까. 어둠의 골을 반복되는 전자 사운드와 빛으로 채우는 클럽이란 공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된 상징의 틀이 너무 도식적이라 영화는 관념의 덩어리가 되고 만다. 새장에 갇힌 새나 “내가 진짜 누군지 알아요?”와 같은 대사들은 진부하고, 연극 무대를 의도한 몇몇 장면은 전체 이야기와 붙지 못한다. 특히 지하철과 클럽을 계속 오가면서도 두 공간의 공기나 분위기를 잡아내지 못한 점은 무엇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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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스릴러의 매력 <보딩 게이트> |
송순진 기자(필름2.0) 알 수 없는 음모에 빠진 여자 산드라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심리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전반부와 스릴러 풍의 후반부로 나뉜다. 마일즈와 산드라의 과거가 드러나고, 급기야 산드라가 마일즈를 살해하게 되는 전반부의 화법은 독특하다. 단순한 대화에 불과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과 묘한 기류는 <보딩 게이트>를 한 차원 다른 스릴러로 격상시킨다. 물론 사랑과 배신, 애증, 음모 등 전통적인 주제와 설정을 차용한 이 영화가 특별해 보이는 것에는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큰 몫을 한다.
안시환(영화평론가) 성공의 야망을 품고 스파이 활동을 하다 SM클럽의 노예로 전락해버리는 프랑스 기업의 여성 간부를 주인공으로 했던 <데몬 레버>는 아사야스 작품 중 최악의 영화라 평가받지만, 영화의 후반부 장르를 해체하는 과정은 난해한 만큼의 파괴적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사랑, 음모, 배신의 얽히고설킨 관계 앞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물의 감정이 어떠한 파고를 그리는지에 관심을 쏟는 <보딩 게이트>는 아사야스의 장르적 취향과 작가적 야망 사이에서 길을 잃고 만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보딩 게이트>를 기억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아사야스의 힘이 아니라 퇴폐적 매력의 ‘아시아 아리젠토’와 지친 냉소주의의 미소를 선보인 ‘마이클 매드슨’의 연기 덕분이다.
PS. 이번주 개봉작들은 평론가들의 지지를 듬뿍 받은 제대로 만들어진 영화들인듯.
암튼 이런 영화 많이 개봉하는 3~4월이 난 가장 행복한듯. 여러분은 어떤 영화 볼껀지 결정하셨수?
아마도 위에서 5번째까징은 다 봐야할듯~ ^^*
기타... 성적으로 야한 아래의 영화 4편은 여자들이 주축이라 의미없어 생략합니다. 올릴께 넘 많은관계로~ ㅋㅋ
<도발적 관계:엠> <일렉트로닉 걸> <오타쿠 열전> <IT버블과 같이 잔 여자>
첫댓글 이번주에 정말 좋은 영화 많이 개봉하네요~
보딩 게이트....첨 보는 영화네...웬지 땡기는데...
빨리 빨리 봐야할 영화들이 즐비......정말 좋은 영화들이 득실득실하네^^
이거..내 삶의시간이 다 영화로 때워지는건 아닌지 ^^
와 다보고 싶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