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청소년 기업가정신
글_ 장현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은 직업세계와 일하는 방식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융·복합적인 업무가 늘어나고, 업무의 지능화 및 자동화가 확대되며, 창의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업무가 증가될 것이다. 1) 2)
산업과 기술의 급격한 변화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창업 수요를 만든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청년들의 작은 스타트업(startup)에서 시작했지만, 세상의 큰 변화와 혁신을 가져왔다. 앞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욱 확대된 사회에서는 한 나라에서 이루어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창업기업이 세계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고, 이러한 창업기업들의 자생적인 활력이 얼마나 있는지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것이다.
기업가정신 교육의 필요성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두려움이 크다. 과거 우리나라에 벤처 붐이 일었다가 꺼지면서 실패한 청년 사업가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들은 실패를 대비한 연습이 없었고, 재기를 위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도 부족했다. 이로 인해 국민 전체적으로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게 형성되어 있고, 위험하고 힘들다는 생각에 창업을 기피하고 있다.3) 2017년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가 137개국의 기업가정신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27위로 최근 몇 년간 정체되어 있다. 조사된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한국은 23위로 2016년 우리나라의 경제규모(GDP) 11위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4)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로 성장한 것에는 우리 교육의 뒷받침이 컸다. 그간 우리 교육은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흡수해서 역량을 키우는 인재 양성이었다. 하지만 미래 사회는 단순히 흡수 역량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창의성과 도전정신으로 한계를 돌파하는 혁신적인 역량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이제는 따라가는 사람을 기르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먼저 움직이고, 한계를 돌파하며, 질문하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또 교육은 다양한 가치관을 서로 존중하고 협업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5)
이런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도전정신, 협력, 혁신, 창의성을 기르는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기업가정신 및 창업 교육은 학생의 생애진로개발 관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기업가만을 길러내는 교육이 아니라, 청소년에게 진로 경로의 하나로써 창업을 안내한다. 또한, 취업하는 경우에도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으로 효율적인 일터를 만들고, 노동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게 한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기업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도전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기업가정신과 창업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아가 자유롭게 창업하거나, 취업하더라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업가정신 교육의 실태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 교육은 경제·경영교육 또는 과학·기술·영재교육의 일환으로 일부 관심 있는 교사나 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어온 교육으로는 중소기업청의 ‘청소년 비즈쿨’ 프로그램, 특허청의 ‘차세대영재기업인’ 사업 등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크게 관심이 없던 시기부터 특정한 학생이나 관심 있는 교사들이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참여 규모가 작고 학교교육 내로 깊게 내재되지 못하였다.
최근 학교 진로교육 및 자유학기제가 활성화되고 4차 산업혁명 이슈에 대비한 인재 양성이 중요해지면서, 청소년의 생애진로개발 차원에서 학교 진로교육 안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하는 시도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학교 진로활동 시간에 활용하도록 개발한 ‘Wi-Fi 창업과 진로’ 프로그램이 있고, 2015년부터는 학교 수업 및 자율동아리의 형태로 진로탐색 관점의 기업가정신 교육을 실시하는 ‘청소년 기업가체험 프로그램(YEEP)’이 도입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 210개 중·고등학교의 시범운영, 2016년 확대 및 창업경진대회 도입, 2017년에는 보다 더 일반화하여 확대할 계획이다. 2016년부터는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경기도가 함께 청소년 대상의 창업 및 기업가정신 교육과 민간기관 기부 참여 확대를 위하여 ‘스타트업 캠퍼스 진로체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 캠퍼스를 투어하고, 창업, 코딩, 멘토링 프로그램 등 진로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2017년부터는 교육부와 (재)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오이씨랩 간의 업무협약으로 전문기관이 참여하여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및 창업관련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적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2016년에 춘천 지역 11개 중학교에 시범 운영하였고, 2017년부터는 전국의 중·고등학생 2,500명으로 확대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2017년 창업 등 진로동아리를 기반으로 기업가정신 및 창업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용 매뉴얼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업가정신 교육을 진로교육과 연계하여 모든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프로그램 및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민간 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학교 및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 및 의식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학교 교육과정에 기업가정신 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기업가정신 강화 대책과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기업가정신 교육을 사회교과에 반영하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교과서를 개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실제로 2018년부터 학교교육에 적용되고, 2020년까지는 초·중·고등학교 전체 학년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이 학교에 적용할 기업가정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학교 교육과정에 기업가정신 교육의 반영은 교과 내용의 일부로 다소 한정적이며, 학교 교육과정의 특성상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고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기업가정신 교육의 특성상 학생들이 실제로 활동하고 체험하는 실천 중심의 교육이라는 점에서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이 없이는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1) Schwab. K. (2016).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송경진 역). 서울: 새로운 현재.
2) 김진형(2016).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은 새로운 기회. The HRD Review, 2016sus 11월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3) 김영빈・김동규・김소현・박가열・오민홍・장현진・정윤경(2017). 직업세계와 직업정보 탐색 지도 – 제9장. 창업・창직 정보 탐색 및 활용. ㈜사회평론아카데미.
4) 한국경제연구원(2017). 韓 기업가정신 수준, 에스토니아・칠레보다 낮아. 한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2017. 1. 19)
5) 교육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2015). 글로벌 인재포럼 2015: 다양한 인재가 세상을 바꾼다. 한국경제신문 한경 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