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충격 컸던 2020년
그 기저효과로
올 경제지표 좋아질 것
그러나
숫자 뒤에 가려진
한숨에 귀 기울여야
죽음의 계곡 내몰린
한계 업종·계층
명확히 찾아내
'표적' 정책 절실하다
근로·사업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식·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들의 재산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빨간 화살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12조원에 육박하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파란 화살표)목장 염소들에게 풀을 뜯어 준 경험이 있다. 많은 염소가 우르르 달려왔다. 덩치 큰 염소들이 앞다퉈 풀을 날름 받아먹었지만, 작은 염소들은 낄 틈이 없었다. 배고픈 염소들에게 다시 풀을 뜯어 주었지만, 여전히 덩치 큰 녀석들의 것이 되고 만다.
세계 모든 국제기구와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2021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 말한다. 매년 경제전망을 발간하는 저자로서, 필자의 견해도 다름이 없다. 얼마 전 발간한 '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 전망'을 통해, 2021년 경제를 2020년의 혼돈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이탈점(Point of Exit)'으로 명명한 이유다.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회복을 실감하지 못하는 계층이 있다. 풀을 아무리 많이 뜯어 줘도 먹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염소가 있듯, 2000만가구의 소득이 평균적으로 증가해도 텅 빈 주머니만 지켜보는 계층이 있다. 한국 경제의 규모가 성장할 뿐, 밀린 빚조차 갚기 힘든 기업이 있다. 총합과 평균은 증가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덩치 큰 염소들만 그 회복을 실감할 뿐, 작은 염소들은 힘없이 계단을 내려가고만 있다. 'K자형 회복'은 정말 회복인가?
자산을 보유했는가? 소득이 전부인가?
코로나19의 충격이 '쾅' 하고 작용했다지만, 모두에게 '경제적 충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실제로 줄어든 가구가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안정적인 직장인들 소득은 줄어들지 않았다. 여행을 못 가고, 데이트를 못 하고, 사람을 못 만나는 자유의 충격·심리적 충격이 있을 뿐이지 경제적 충격은 사실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돈 쓸 데가 별로 없고, 삼시 세끼 집에서 해결하고, 재택근무로 교통비나 아이 양육비 지출도 줄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거나 집 가격이 오르면서 실질적인 소득은 늘어난 것이다.
돈의 가치가 하락했으니, 집 가격이 오를 수밖에. 아랫물을 퍼서 위로 올린다고 물이 거꾸로 흐르나? 2020년 자산가치는 3.1%나 상승했고, 아파트 가격은 12.7% 상승했다(한국부동산원 2020년 12월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기준).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낮은 기준금리를 도입하고 처음으로 무제한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1961년 이후 4차 추가경정예산을 단행한 것이 처음이며, 추경 규모나 긴급재난지원금도 모두 처음이었다. 소위 헬리콥터 머니라 할 만큼 엄청난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됐다.
돈의 가치가 엄청나게 하락하면서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자, 즉 소득이 전부인 자는 경제적 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소득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었는데, 2020년에는 그마저 줄어 1.6%로 떨어졌다. 내 집 없이 살아가는 세입자들은 높아진 전셋값에 허덕일 수밖에. 실제 2020년 전세가격은 10.8% 상승했다(한국부동산원 2020년 12월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기준).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나갔다. 월세 선호 현상으로 수도권에서 전셋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소득은 늘지 않았는데 높아진 전셋값을 어디서 마련하란 말인가? 에스컬레이터를 탈 기회는 자산을 보유한 자에게만 제한됐고, 자산이 없으면 계단을 내려가야만 했다. 양극화가 가중된 것이다.
팬데믹 경제위기는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를 앞당겨 놨다. 재택근무를 실시하면 회사가 망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원격수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이마저도 우린 적응했다. 정년을 얼마 안 남긴 교수들도 카메라 앞에서 강의하기가 여간 어색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오히려 비대면 강의의 장점들을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뱅킹이나 온라인쇼핑에 익숙지 않았던 어르신들도 디지털 플랫폼의 편리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좋든 싫든 디지털 전환을 단행해야만 했다. 디지털 기술과 솔루션을 앞다퉈 도입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된 것이다. 적어도 몇 년은 지나야 나타날 미래가 눈앞에 현재가 돼 나타났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언택트라는 용어가 일상이 됐다. 영상 미팅 플랫폼을 도입하고, 비대면 환경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기술에 투자하고, 비대면 수출계약 시스템을 활용해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인공지능 챗봇을 확충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언택트 채용 솔루션을 도입해 신규 인력을 충원했으며, 키오스크를 확대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비대면화를 이뤘다.
디지털 기업과 전통 기업과의 격차, 디지털 갭이 나타났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나 디지털 기술과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들에는 상당한 기회가 찾아왔지만, 전통 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그러지 못했다. 코스피를 구성하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구성도 이를 반영하듯 바뀌었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확보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도 확대되고 있다. 반면, 여력이 없는 전통 기업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사업 부문을 매각해 나가고,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나갈 만한 여유조차 없다. 한 푼 두 푼의 원가 절감을 위해 고전하는 중소기업들은 오늘내일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낼 뿐, 먼 미래에 대응하는 것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셧다운(Shut down) 조치는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을 이끌었고, 홈코노미(Homeconomy)가 찾아왔다. 원격수업하는 아이들과 재택근무하는 부모들이 함께 머물며 삼시 세끼를 먹다 보니, 온라인쇼핑이 폭발적으로 늘 수밖에 없지 않은가? 중요한 건 코로나19 충격에도 소매판매가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1~11월 누적액을 기준으로 소매판매액이 2019년 약 430조원에서 2020년 약 433조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소매판매액이 늘었지만,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늘었을 뿐, 오프라인쇼핑 거래액 증감률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줄곧 마이너스다. 디지털 기업이나 전자상거래 기업들 그들만의 세상이었지, 가게 문 열고 장사하던 자영업자에겐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심정이다.
고용 충격도 모두의 것이 아니다
코로나19의 고용 충격도 사람을 봐가며 찾아왔다. 유례없는 팬데믹 경제위기에도 상용근로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상용근로자는 2019년 1421만6000명에서 2020년 1452만1000명으로 증가했다. 2020년 매 분기 상용근로자는 증가 속도가 둔화했을 뿐 지속해서 증가했다.
자영업자는 충격을 이겨내기 어려웠다. 자영업자는 2019년 560만6000명에서 2020년 553만1000명으로 감소했다. 2020년 내내 감소세가 지속됐다. '이토록 어려울 수 있을까' 눈물 섞인 자영업자들의 한마디는 거시 지표를 보고 경제를 판단하며 탁상놀음하는 필자의 가슴을 쿵쿵 때리기도 한다. 숫자 하나에 담긴 깊은 의미를 배우고, 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해석을 전해 듣는 것이다.
경제 충격이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숙박·음식, 도·소매, 예술·스포츠·여가, 개인 서비스 등의 산업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자영업자들이 구조조정된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소비는 이뤄졌고, 전자상거래 등의 비대면 서비스로 이동함에 따라 기회를 맞이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 같다.
사실상 고용 충격은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에게 돌아갔다. 고용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임시·일용근로자들은 해고 1순위 대상자였을 법. 임시·일용근로자는 2019년 622만4000명에서 2020년 581만1000명으로 급감했다. 2020년 2분기 10.1%나 급감했고, 이후로도 가장 큰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은 모두의 것이 아니다. 작은 염소들만의 충격이다. 작은 염소들에게 집중하자. 완화적 통화 정책과 확장적 재정 정책은 유지돼야 하겠지만, 이제부터 규모의 정책이 아닌 표적이 명확한 정책(Targeted Policy)이 필요하다. 죽음의 계곡 앞에 서 있는 업종을 구분하고, 어떤 기업에 지원이 필요할지 모색하며, 어떤 계층에게 버팀목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작은 지면에 무엇부터 담아야 하나. 먼저, 부동산 정책은 '집값 정책'이 아니라 '전셋값 정책'이어야 한다. 실거주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임차 가구가 중요하다. 정책 목적이 주거 안정 아니던가? 정책 목적이 집값이었던가?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면, 집값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고 전세 공급을 늘리는 데 집중하자. 역으로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늘리더라도 말이다. 실거주자가 집 사는 것보다, 임차 가구가 전셋집 찾는 게 먼저 아닌가?
둘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기술을 연마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전환해 나갈지 고민하고, 함께 그림을 그려야 한다. 산업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는지 바로 알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내일을 봐야 한다. 컴퓨터를 지원해 준다고 스마트 팩토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기업에 컴퓨터는 짐이 될 뿐이다.
셋째, 서민에게 물어야 한다. 서민경제는 서민이 안다. 숫자가 서민경제를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숫자만 보면 경제 회복이 진전되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K자형 회복이 정말 회복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2021년에는 성장률이나 취업자 증감과 같은 경제지표들이 껑충 뛰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기저효과로 인해 2020년과 비교하면 2021년은 내내 좋을 것이다. 숫자만 보면, 경제를 잘못 해석할 수 있다. 임시·일용근로자가 줄어 상용근로자 비중이 늘어난 것을 고용구조가 개선됐다고 해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은 먹을 것 사기도 주저하는데 디플레이션 우려가 없어졌다고 해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당 ~~~
잘봤습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