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세상과 담을 쌓고 제한된 곳에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곳을 우리는 감옥이라고 한다. 나는 결혼을 하고 연년생으로 삼남매를 키우면서 정말 담장 안에 갇힌 생활을 했다. 시장 한 번 갈수가 없었다. 등에 업고, 손잡고 또 하나는 앞세워 걸리려면 찻길로 천방지축 달려드는 바람에 아예 바깥과는 담을 쌓고 방안에서만 살았다. 내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높은 담장을 쌓아 그 속에 나를 가두고 송두리째 자유를 뺏어 갔다. 결혼하기 전에는 양장점을 운영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의 대화로 세상소식을 제일먼저 접하며 즐거운 날들을 보냈다. 큰돈은 없었지만, 지갑은 마르지 않아 주말이면 친구들과 남산으로 인천바다로 극장으로 희희낙락하며 지내던 말띠 가시내였다. 그런데 엄마라는 굴레를 쓰면서 담장 안에 갇혀 옥살이를 하자니 숨이 막혔다. 전화도 없던 때라 아이들의 시중과 남편 외에는 누구와 대화를 할 수도 없었다. 그저 담장 밖의 세상이 궁금했다. 아니 벗어나고 싶었다. 단 열흘, 아니 일주일, 그도 아니면 단 며칠이라도 산으로 바다로 철새처럼 훨훨 한 바퀴 돌아오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그러나 샛별처럼 반짝이는 세 아이의 눈동자가 강하게 치맛자락을 잡아당겨 대문 밖을 나서지 못했다. 하나님이 주신 모정이 아니라면 아마 탈출을 했을지도 모른다. 지나온 일생동안 내게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행복의 씨앗을 움틔우는 비닐하우스이었음을 깨닫는다. 매일 입이 아프도록 읽어줘야 하는 동화책 때문에 나는 억지로라도 세계일주를 했다. 손오공이 되어 푸른 하늘을 날고, 난쟁이 마을에 백설 공주도 되고, 녹음이 짙은 숲 속에 길 잃은 아기공룡이 되기도 했다. 세상과 고립된 생활은 환상의 보트를 타고 하얀 물보라를 날리며 바다를 질주하기도 하고, 진달래 핀 언덕을 힘겹게 오르며 무구한 감성으로 혼자만의 꿈을 키웠다. 외출 한 번 못하는 답답함은 상상의 날갯짓을 더욱 강하게 했다.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을 만화경으로 보는 세상으로 잠재우곤 했다. 아이들이 자라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어느 가을날 십년 만에 외출을 했다. 북한산 계곡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밟는 순간, 와삭하며 스며드는 따뜻한 정감에 나는 눈물이 솟아올랐다. 그 흔한 낙엽이 그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새소리, 바람소리, 작은 풀잎까지도 새롭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찾아간 친정어머니 품처럼 편안했다. 그리고 잘 참고 견뎠다고 응석을 부리고 싶었다. 아이들 삼남매가 성인이 된 지금에 와서야 나는 그 굴레를 벗어나 자유롭게 내 꿈을 펼쳐간다. 그 갈망했던 세계로 호랑나비가 되어 꽃을 찾아 날아다닌다. 길섶에 핀 노란민들레에 입맞춤을 하고, 산자락 돌 틈에 피어난 들국화 꽃술에 날개를 접고 꿀을 빨기도 하며, 뜨겁게 솟구치는 욕망을 펜촉에 감아 글을 쓴다. 가슴을 옥죄이며 잠재우던 그날의 감성을 이제는 넋두리로 털어놓을 수 있다. 집안에서 맴돌던 좁은 시각이 강으로 바다로 산으로 넓혀져 간다. 밭둑에 핀 작은 산수유 꽃술, 빗물에 꼬리를 살랑대는 강아지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마저도 나에겐 더 없이 소중하다. 마음속에 침잠되어 있는 지나간 시간들을 하나하나 헤집어보면 그 어느 것 하나 불평할 것이 없고 모두가 감사할 뿐이다. 불면의 고통을 이기며 열정을 쏟아 글 한편 쓰고 나면, 그 희열은 청 보리밭 위를 나르는 종달새처럼 마냥 즐겁다. 그때에 고통이 있었기에 지금 작은 일에도 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나고 보면 우리 인생길은 궂으면 궂은 대로 밝으면 밝은 대로 모두가 아름답다. 그저 있는 현실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 여겨, 이제 되도록이면 범사에 감사하려고 노력을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를 보는듯...저도 만 3년전까진 저리 살았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 생활을 하는 지금 도대체 가본 곳도 아는 곳도 별로 없어 주위 분들에게 눈총을 받기가 일쑤랍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나름데로 아이들 키우는데 최선을 다했고, 내 일에도 게으르지 않았다고 자신 하므로...행복합니다.^^
첫댓글 아이...전 태동을 느끼면서부터 행복이란 단어를 알게 되었는데요.내 삶이 정말 많이 바뀌였어요..그런 아들녀석이 요즘은 종종 대드?네요^^;
삼남매...힘드셨죠 지금은 작은일에도 행복느낄만큼 삶이 아름답다 할수있을것같죠 저도 삼남매거든요 아이들 보면서 늘 즐겁고 행복하죠 지난일은 잘 생각아 안나여..........
이 글을 읽으면서 나를 보는듯...저도 만 3년전까진 저리 살았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 생활을 하는 지금 도대체 가본 곳도 아는 곳도 별로 없어 주위 분들에게 눈총을 받기가 일쑤랍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나름데로 아이들 키우는데 최선을 다했고, 내 일에도 게으르지 않았다고 자신 하므로...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