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으로써 서울에서 근무를 하는 날이다. 보통의 날은 아침 6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일정을 수행하는데 바로 씻자 말자 출근을 해야한다. 그래야 9시전에 서울 이화동 기념사업회 사무실에 도착을 한다. 앞으로 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번은 서울로 출근을 하기로 되어있다.
바쁜 새로운 일정의 시작이다. 지역에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위한 준비단계이고 꼭 이루기 위해서는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의 직책이 필요하고 또 해야만 하는 직책이다.
장학회 밀만 잘해도..... 아동센터만 운영을 잘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나 자신을 잘 성찰하고 반성하고 닦는 일만 잘해도...... 이중 어느 것 한가지만 잘해도 충분히 가치있고 행복한 삶인데 대안학교까지 설립하겠다고 작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올 1년은 일주일에 두번을 새벽에 전철을 타고 서울로 향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누가 하라고 해서가 아니고 순전히 나 자신의 결단이다. 욕심일까.... 세상에 흔적을 남겨보겠다는 어리석음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럴수도 있다. 그래서 몇번이나 망설이고 내가 안해도 누군가가 할 것이며 설사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책망하거나 그럴 사람이 없다.
지금 현재만 해도 여러가지 인연이 맺어진 일(?)에 허덕이면서 가정에 불성실한데 대안학교 까지 건드린다면 더욱 가정에 함께 할 시간이 없지 않은가. 차라리 그러한 열정과 노력을 그동안 나로인해 가난은 그렇다치더라도 제대로 함게 있어주지 못한 아내와 자식들에게 열정을 쏟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고민도 들었다. 이제 그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히 쉬기도 하고싶은 육체적 피로도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묘하게 아동센터의 아이들만 보면..... 장학회의 장학생들만 보면 ..... 그리고 눈앞에 밟히는 아이들을 보면 어떡하든 그 아이들이 행복하게 세상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고싶고 그것을 도우고 싶다. 아이들 각자의 개성이 충분히 존중받아지면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이세상을 참으로 선하고 아름답고 가치있는 행복속에서 웃으며 즐겁게 살아가는 그런 아이들로 쑥쑥 자라는 그 모습들을 보고싶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시간만 때우고 앉아있는 그들에게 무언가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찾아 열정적으로 할 수있는 그런 귀중한 청소년시기를 가지게 할 수있는 그런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들이 주인이 되고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고 한발한발 나아가는 것을 도와줄수있는 학교 그러한 학교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교육철학과 교과과정은 둘째치고 대안학교들이 멀리있고 학비가 비싸 이곳의 아이들은 갈 수가없다. 그래서 나는 지역의 아이들은 최소한 지역에서 책임지는 그러한 학교가 꼭 있었으면 좋겠고 그것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교육철학을 세우고 아이들을 지도할 수있는 그런 교육환경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실제 덴마크 같은 교육선진국에서는 8명의 학생을 지도할 수있으면 지역사회에서 교사로써 인정을 받게되고 30여명의 학생들이 있으면 정식학교로써 정부지원을 받게된다고 한다. 작은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이 다양하게 펼쳐질 수있도록 최대한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 바로 교육복지라는 것이다.
삼년이 걸리든 오년이 걸리든 혹은 십년이 걸리든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필요하면 시작하는 것이고 하다보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모두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면 그만큼 세상은 더 좋아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다. 보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조직적으로 시작한다. 그것때문에 서울의 제정구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맡게되고 일주일에 두번씩 출근을 하여 대안학교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다.
고생이라면 고생일수가 있고 기쁨이라면 기쁨일 수가 있다. 안그래도 충실치 못한 가정에 더 미안할 뿐이고 그래서 더욱더 나의 일상이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인간이기에 오직 자꾸 성찰하고 반성하고 노력하고 또 반성하고 하는 다람쥐쳇바퀴 도는 식의 삶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믿는다. 더우기 때때로 서슬퍼런 비판을 가하는 동료들을 통해 가슴철렁한 순간을 겪으며 한동안 약빨이 지속된다. 그런 동료들이 정말 좋다.
서울에 간김에 모처럼 심무도장에 들렀다. 심무도를 함께 하는 사람중에 자인사범이라는 분이 있다. 서울대 음대를 나오고 작곡을 전공하면서 미국의 버클리대학교에 입학예정이었으나 부모님이 암으로 투병하게 되면서 학교를 포기하고 부모님의 병수발을 하다가 공부의 기회를 놓친 분이시다. 대신 무예를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독창적으로 더욱 넓혀나간 특이하지만 아주 진국의 예술가이다. 더우기 음악치료분야에서도 많은 경륜을 가진 분이시다. 나는 이분이 우리 아동센터의 아이들을 음악세계로 지도해주시면 좋겠다고 오래전 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우기 여타 악기들을 잘 하고 특히 합창도 지도를 잘해주셔서 아동센터의 아이들에게 연결만 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하였었고 마침 어제 만나 이야기를 꺼내었는데 쾌히 승낙을 해주셨다.
앞으로 1주일에 한번은 우리 시흥으로 와서 아이들의 음악을 지도해 주시겠다 한다.
너무나 고맙고 다행스럽다.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 시흥이 건강한 시민공동체가 되는데 아주 소중한 인재라 생각된다. 이분이 하는 명상무예는 그야말로 몸으로 그리는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난 그러한 아름다운 사람들을 서로서로 연결하고 맺어주는 그리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도움을 받는 그런 매개체가 되는 것이 살아 생전에 나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첫댓글 요즘들어 푸른바위님은 그물코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곳 저곳을 잘 연결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분.
스치고 지나면 그 뿐인 인연들을 살아있는 관계로 만들어내는 생생한 분.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해 낼 수 있는 분.
서울에서 만난 귀한 인연이 아이들에게 이어질 수 있게 하셨네요.
고맙고도 고마운 일입니다.
푸른바위님이 그래서 솔비님의 멘토이신가 봅니다^^
짝짝짝 ~~~
"스치고 지나면 그 뿐인 인연들을 살아있는 관계로 만들어내는 생생한....." 이라는 어찌 이리도 곱고 아름다운 말들을 할 수있으신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