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12월 22일 목요일 비

16년 12월 22일 목요일 비   “여보, 비가 지금도 와 ?”“지금도 계속 와요. 오늘 가서 일도 못 하잖아요”“아냐. 그래도 가면 할 일이 있어”머릿속에서 계산기가 휙 돌아간다.‘저건너와 안산밑은 거름을 다 냈고, 서당골은 산 윗 부분만 남았는데 미끄러워서 못 올라 가고, 불당골도 마땅치가 않다. 그럼 어떻게 한다 ?’계산이 복잡해 진다. 트럭에 가득 실은 거름이 문제다.‘마당 옆에 내려놨다가, 땅이 마르면 옮기는 수밖에 없다.이중 일이다.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인데.....비가 오니 아빠 노릇이나 제대로 하고 보자.“충희야. 아빠가 태워다 줄게” “괜찮아요. 걸어갈 게요”“비가 많이 와” “비 와요 ? 그럼 태워 줘요”1차는 명석고, 2차로 비래초, 막차로 동대전초. 임무 완성.안사람이 정성으로 끓인 눌은밥 먹고 매실 액기스 배달 완료.근처에 황옥정 위원장님 댁이 있어 전화를 드렸더니, 막내 경원이가 감기라네.열이 40도나 된다니 걱정이 크다. 삼성초에 독감이 번지고 있다니 그것도 걱정. 겨울 방학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빠른 완쾌를 빌었다.중간 중간 두 차례나 마누라 전화가 온다.“여보, 비가 많이 오잖아. 가서 할 일이 있어 ?” ‘사람 참, 내일 아침에도 당신 품에서 깨고 싶어 하면 될 것을.... 뭘 그렇게 에둘러 말하나 ? 머리 나쁜 사람은 못 알아 듣게...’“오늘이 목요일이고 내일 금요일에는 또 올거니까 조금만 참아요.”“알았어요. 조심해서 운전 하고....” 서운이 그득한 목소리다.마누라는 그럴 때가 가장 예쁘다. 눈을 크게 뜨고 소리칠 때가 제일 밉고....주말에는 집 식구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주중에 운사모 행사가 있으면 대전에 왔다 다시 가서, 하루 이틀 만에 또 집에 오려니 어려웠다. 그래서 주말에도 청양에서 일을 하느라 못 온 때가 두 차례 있었다. 두 번째는 참지 못하더라. 그 때는 전화 벨 소리부터 틀린다.“그건 당신 볼일이고, 가족과 약속은 뭐야. 그럴려면 앞으로 오지마. 끊어”날이 단단히 서서 쏘아 붙인다.40대에 주말 부부하는 여자는 전생에서 나라를 구한 사람이라든가 뭐라더니, 또 화가 나면 아예 안 오는 게 좋겠다나 퍼부어 대더니.....그래도 신랑이 세상에서 제일 좋을 때도 있나 보지 ? 그런 맛에 사는 거지 뭐. 인생이 다 그런 거지. 정산에 도착해서 하우스로 직행한다.이 참에 많이 잘라 놓자. 계속 나무를 잘랐다. 아직 채울 바구니가 잔뜩하다.처남이 들르더니 “겨울에 농업 전기를 많이 쓰면 한전에서 이상하게 생각해서 조사를 나올 텐데....” “응, 그럼 전기 도용으로 걸리나 ?”이 것도 문제다. 지난 달. 싼 농업용 전기세도 8만원이나 나왔는데....한전에 있는 6촌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절단기로 나무를 자를 때 농업용 전기를 쓰면 안되는지 알아 봐줘”원칙적으로 안된단다.전기는 가정용, 일반용, 산업용, 농업용 순으로 가격이 비싸단다.내가 하는 일은 농업 일이 아니기 때문에 농업용 전기를 써서는 안 되고, 일반용, 즉 상업용 전기로 써야 된 단다. 전기료 부담이 늘어나겠다.“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 ?”“뭐 그냥 쓰다가 뭐라고 그러면 몰라서 그랬다고 하고, 일반용으로 바꾸면 되겠지” “그래. 그런데 불법 전기 사용으로 벌금을 문다는가 그런 일은 없어 ?”“없을 거야.”“그럼 됐어. 쓰는 데까지는 써봐야지”그래도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내일 모레가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 종교와 관계없이 왠지 설레는 날입니다사랑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이라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이 선물이야”라며 빈손만 잡아주는 건 조금 위험하겠죠.아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에게 줄 시계줄을 사고, 남편은 금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샀던 오 헨리의 단편 속 사랑꾼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작은 선물과 우직한 진심을 담은 짧은 문장을 적어 쓱∼내밀어 본다면 그 순간 감동의 주역은 선물 아닌 진심의 글귀가 될지도 모릅니다.자꾸 잊고 지내긴 하지만 편지의 힘도 생각보다 위대하니까요.